서울교통공사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에 지하철 2호선 용답역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면서 서울지하철 337개 역 중 1역사 1동선이 확보된 역은 총 320개가 되었다고 한다. 이는 95% 수준으로, 17개 역사만 남은 셈이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이며, 복지가 잘 형성됐다는 유럽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독일 베를린(82.1%)보다 13% 높은 수치다.
최근 2호선 신설동역과 6호선 대흥역, 5호선 상일동역도 엘리베이터 공사에 들어간 상태로, 현재까지 총 16개 역사가 공사 중에 있다. 5호선 까치산역도 하반기에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모든 서울지하철 역사가 엘리베이터 공사에 들어가거나 들어간 셈으로, 2024년까지 서울지하철 1역사 1동선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하철 2호선 용답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조송연
가장 힘든 공사였던 용답역 엘리베이터 2대가 6월 28일부터 개통됐다. 용답역은 2호선 성수지선에 있는 역으로, 1994년 준공된 지상 역사다. 맞은편 신설동행 방면 엘리베이터는 있지만, 성수역 방면 승강장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교통약자의 이동이 불편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수차례 설치하려 했지만, 역사 자체의 내부 공간이 좁아 대합실에 내부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공간 확보가 힘들었고, 대신 역사 외부 공간을 주목했다. 열차선로 위에 전망대처럼 육교를 설치하고, 육교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동선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3년 만에 완공된 용답역 엘리베이터는 상당한 고난이도 공사였다. 고압 전류를 공급하는 전차선과 근접해 육교를 설치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지하철 운행 종료 후 전력이 차단되는 새벽 1시에서 4시 사이에만 공사를 진행했다.
용답역 엘리베이터 설치 장소 안내 ⓒ조송연
과연 어떻게 설치했을까. 그 모습이 궁금해 직접 용답역을 찾았다. 성수 방향 대합실에서 새로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살펴보았다. 대합실과 승강장 모두 상당히 협소한 용답역의 공간을 활용해 위로 쭉 뻗은 엘리베이터가 신기했다.
엘리베이터 육교는 지상에서 약 16m 높이에 있고, 전면 강화유리로 마감해 전망대에 오르는 느낌도 들었다. 특히 군자차량기지와 청계천 일대를 볼 수 있는 조망이 좋은데, 철도 동호회 회원이나 철도를 좋아하는 시민이라면 역 자체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성수 방향 용답역 대합실 ⓒ조송연
용답역 대합실에서 바라본 엘리베이터와 육교 ⓒ조송연
용답역은 실제로 교통약자인 어르신 이용자가 많았다. 용답역에서 2호선 성수지선에 탑승해, 성수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이동한다는 어르신은 “계단이 얼마 되지 않지만, 나 같은 노인은 벅차다”며 “엘리베이터를 두 번 타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편하게 사용할 것 같다”고 전했다.
용답역 외부에서 바라본 엘리베이터는 마치 지역 랜드마크 같았다. 단순 이동 편의를 넘어 용답역 인근 주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주는 전망대 역할도 톡톡히 수행할 듯하다.
용답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와 육교 ⓒ조송연
이번 용답역 엘리베이터 설치는 단순히 지하철 역사 내 이동 동선 확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사실 용답역은 다른 역들과 달리 지하철 이용객이 많은 편은 아니다. 2호선 지선인 성수지선이고 환승역도 아니라서 일평균 이용객은 5,000명 내외이다. 그럼에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시민이 더 편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서울시의 계획대로 진행되면 내년에는 서울시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다.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돕는 1역사 1동선 사업.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해 교통약자도 편리한 ‘약자와의 동행’ 서울을 구축했으면 좋겠다.
지하철 2호선 용답역 입구 ⓒ조송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