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에서 오가는 수많은 말들 속에는 장장 8개월의 프로야구 시즌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적재적소에서 튀어나온 말 한마디는 때로 상대방의 기를 꺾어놓기도 하고, 피로에 지친 동료들에게 샘물같은 웃음을 주기도 한다. 올시즌 프로야구판에선 순위 경쟁 못지않게 '말 전쟁'도 치열했다. 1년동안 프로야구 관계자들이 남긴 '베스트 어록'을 유형별로 정리했다. < 편집자주>
입으로 쏘는 '익살 홈런' 펑…펑!
양상문감독 "LG투수들 스승 예우를 몰라"
두산 홍원기 "저는 원래 격년제 선수예요"
★ 촌철살인형
"이래봬도 수방사 출신입니다"
'수성구 방위 사령부' 복무 삼성 양준혁
"오리어리가 어리버리 해요"
삼성 선동열 수석코치의 용병 고민
▷ "이래 봬도 수방사 출신입니다." < 삼성 양준혁-병풍으로 선수들의 병역 문제가 한창 화제일 때 자신은 대구시 수성구에서 방위로 복무를 마친 '수방사(수성구 방위 사령부)' 출신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 "난 서른세살에 MVP도 했는데." < 기아 김성한 감독-6월말 한창 무더운 날씨속에서 선수들이 고통스러워 한다는 말에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 "오리어리가 어리버리해서 걱정이네요." < 삼성 선동열 수석코치-외국인타자 오리어리가 부진한 탓에 타선의 응집력이 떨어진다며>
▷ "스승에 대한 예우를 모르네." < 롯데 양상문 감독-LG 투수들이 롯데전에 더 열심히 던지는 것 같다며. 양감독은 지난해까지 LG 투수 코치였다>
▷ "뭐 어려운가, 유니폼 하나 던져주면 되지." < 기아 김성한감독-김병현이 지난 5월 귀국 인터뷰때 기아에서 뛸 수도 있다고 말한데 대한 의견을 묻자>
▷ "일방적 중계 부탁합니다." < 한화 유승안 감독-대전방송에서 중계를 한다는 소식에 해설자를 만나 연고팀인 한화에 유리한 말만 해달라며>
▷ "교주가 된 기분이더라구요." < 롯데 정수근-홈개막전에서 자신을 향한 홈팬들의 성원이 엄청나 다리가 떨릴 정도로 얼떨떨했다며>
▷ "쇠똥 냄새를 맡고 와야 힘이 나는 모양이지." < 현대 김재박 감독-위재영이 오랜 2군 생활 뒤에 첫 선발승을 따낸 것을 빗대. 현대 2군 훈련장인 원당구장 바로 옆에는 젖소 사육장이 있음>
▷ "내가 본 선수중에 가장 오래하는 것 같아." < 삼성 김응용 감독-한화 장종훈을 보며 도대체 몇년째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공이야." < 한화 유승안 감독-두산 선발투수 박명환에게 패한 뒤 구위를 평가해 달라는 부탁에>
★ 자조형
▷ "다섯통 받았는데 그 중 세통은 기자야." < 삼성 김응용 감독-감독 통산 1400승을 달성한 후 축하 전화를 생각만큼 많이 받지는 못했다며>
▷ "야구는 못해도 예의는 바릅니다" < 기아 마해영-마주치는 사람마다 반갑게 인사하는 것을 본 한 관계자가 인사성이 바르다고 하자>
▷ "나 야구 안해." < 한화 임수민-6월24일 삼성전에서 4회 데뷔 첫 만루홈런을 쳤지만 팀이 5대10으로 지는 바람에 아무도 인터뷰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 "이제는 생일이 기쁘지 않습니다." < 기아 이종범-노장이 되고 보니 예전과 달리 나이 한살 더 먹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 "그 주는 몹시 추웠었지." < 한화 유승안 감독-기아 김성한 감독이 경질된 7월 마지막 주에 솔직히 자신도 불안했었다며>
▷ "저는 원래 격년제 선수입니다." < 두산 홍원기-야구가 한해씩 건너 뛰어 잘 되는데 올해는 잘 안 풀리는 해라며>
▷ "예전엔 얼마나 야구를 못했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 삼성 권 혁-최근 들어 칭찬이 쏟아지자 아무 반응이 없었던 과거가 반성된다며
▷ "(가을바람이) 시원하지 않고 쌀쌀하네요." < SK 조범현 감독-4강행이 점점 힘들어지면서 가을을 느낄 여유조차 없다며>
★ 패러디형
"이놈의 인기는 식을줄 몰라"
자뻑클럽' 기아 이종범 사인요청 받고
▷ "이놈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몰라." < 기아 이종범-5월13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한 팬이 사인을 요청하자 농담조로>
▷ "이제 '왕' 될때도 됐잖아요." < SK 조웅천-팀후배 김원형(32)이 개인통산 100승을 눈앞에 둔 베테랑이 됐는데 아직까지 '어린왕자'라 불린다며>
▷ "우리를 껌씹듯 씹었다구?" < 롯데 양상문 감독-두산 선수들이 롯데전을 앞두고 투지를 다지기 위해 롯데껌을 잘근잘근 씹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 "완전히 게릴라성 폭우야." < 현대 김재박 감독-현대의 팀타격이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고, 아니면 철저히 침묵해 도무지 예상이 안된다며>
▷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몰라요." < 삼성 김응용 감독-오리어리를 대신해 새 용병으로 누가 오느냐고 묻자>
▷ "마틴이형, 후선배!" < LG 이동현-팀내 외국인 선수 알 마틴과 후타도를 부르며>
★ 비수형
"저형은 그때도 저랬어요"
SK 이광길코치, 감사용씨 제구력 촌평
▷ "키 1m60 이하는 야구장 들어오면 안돼요." < SK 박종훈 코치-두산 김광수 코치에게 키가 작다고 놀리며. 김코치의 실제 키는 1m68>
▷ "살아 봐야 안다니까." < 하일성 KBS 해설위원-평소 성실해 보이던 SK 브리또가 인천 삼성전에서 덕아웃 습격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직후 사람의 진면모는 배우자처럼 함께 살아봐야 안다고 강조하며>
▷ "저형은 그때도 저랬어." < SK 이광길 코치-친선경기 선발로 나선 전 삼미 투수 감사용씨가 들쭉날쭉 제구력을 선보이자 현역 시절에도 에이스는 아니었다며 농담조로>
▷ "완전히 교타자야." < 한화 유승안 감독- 엔젤이 시범경기에서는 홈런을 많이 쳐 장타자인줄 알았는데 시즌이 시작되자 단타밖에 안나온다며>
▷ "5미터 덜 가든가." < 삼성 김응용 감독-평소 외야플라이가 많은 유격수 조동찬이 타구를 5m만 더 보내면 홈런타자가 되겠다고 하자>
▷ "짚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격이죠." < LG 이순철 감독-컨트롤이 부족한 투수 서승화를 팀의 약점인 마무리로 육성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 선문답형
"잘맞으면 좋은 방망이, 안맞으면 나쁜것"
▷ "잘맞으면 좋은 방망이, 안맞으면 나쁜 방망이야." < 기아 장성호-후배 서동욱이 좋은 방망이 하나만 달라고 하자>
▷ "관중을 위한 야구는 절대 해서는 안됩니다." < 삼성 모코치-박빙의 승부를 펼치면 관중은 즐겁지만 당사자들은 피가 마른다며>
▷ "일주일만 버티면 됩니다." < 롯데 정수근-전체 1위를 달리고 달리고 있는 올스타 인기 투표 마감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 생애 첫 최다득표가 눈 앞이라며>
▷ "땀 빼고 돈도 벌잖아." < 삼성 류중일 코치-무더위속에서 펑고를 쳐주고 땀을 흘리면 몸속의 노폐물이 쫙 빠져 기분도 좋아지니 일거양득이라며>
▷ "황금어장이네요." < SK 박철호 홍보 차장-롯데가 5연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직구장에 부산팬들이 가득 차 있자>
▷"그건 그렇고 우리 팀이 지금 몇등이야?"
< 삼성 한 관계자-최근 병풍사건으로 머리가 복잡해 팀 순위조차 헷갈린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