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은영이 칫솔이 없어졌데요 "
" 칫솔이? "
" 누가 베란다 밑으로 떨어 뜨린 것 같아요 "
" 그래? "
" 우리가 가서 찾아와도 되요? "
" 그래 "
점심을 먹자마자 몇 녀석이서 칫솔을 찾으러 갑니다.
겨울이라 푸른 식물은 없어도
껍데기만 남은 넝쿨 식물이 많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도 어지간한 녀석들이라
기어코 찾아 들고 콧바람을 부르며 뛰어 옵니다.
" 선생님! 찾았어요 "
" 그래! 은영이가 기뻐하겠다! "
칫솔을 손에 들고 개선장군처럼 웃고 있는 녀석.
녀석의 긴 웃음은 다음날의 일을 미리 예고하는 듯 합니다.
다음 날 점심시간입니다.
한 녀석이 베란다에서 무엇인가를 던집니다.
얼핏 눈에 들어 온 것은 분홍빛 막대...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는 녀석을 부릅니다.
" 뭘 던졌어? "
" 어.... 쓰레기요... "
" 쓰레기? 쓰레기를 왜 밖으로 던져? 쓰레기 통이 안에 있는데? "
" 모르고... 잘못했어요. "
" 알았다. 점심 먹을 준비하자! "
맛있게 점심을 먹고 설겆이 그릇을 정리하는데,
부리나케 한 녀석이 뛰어옵니다.
굉장히 신나는 일이 있다는 표정으로.
" 선생님! 선생님! 은영이 칫솔이 또 없어졌어요 "
" 그래? 왜 또 없어졌을까? "
" 누가 또 던졌나봐요. 우리가 또 찾으러 가도 되요? "
" 그래 "
몇 녀석이서 또 다시 칫솔을 찾으러 갑니다.
하지만, 오늘은 어제만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칫솔을 찾는 동안
선생님 머리 속에서는 무엇인가를 던지던 녀석 모습이 떠오릅니다.
" 은영아! 은영아! 잠깐만 선생님한테 와 볼래? "
" 왜요? "
" 은영이 칫솔 무슨 색깔이니? "
" 분홍색이요. "
" 응... 그렇구나. 알았어. 친구들이 찾으러 갔으니까 기다려 봐. "
" 네... "
분홍색 칫솔... 분홍색 막대...
어디로 숨었는지 오늘은 도무지 칫솔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헛탕을 치고 돌아 온 아이들이
내일은 저 아래 집 개 집까지 가 보자고 말합니다.
칫솔이 다리가 달렸나 날개가 달렸나
어찌 그 멀리까지 갔겠냐만은
열심으로 찾는 녀석들을 보니
궂이 말릴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 은영아! 오늘은 소금으로 가글만 해야겠다. "
" 예..."
놀이시간입니다.
아이들은 제각각 하고 싶은 놀이를 합니다.
노란 의자에 앉은 선생님
소리나게 무릎을 칩니다.
' 그래. 물어보자... '
녀석을 부릅니다.
베란다에서 분홍식 막대를 던진 녀석...
" 왜요? "
" 선생님이 궁금한게 있어서... "
" 뭔데요? "
" 아까 네가 베란다에서 쓰레기 버렸잖아~~ "
" 네... "
" 그런데.. 그 쓰레기가 뭐였어? "
" ............. "
" 선생님이 보기에는 분홍색 같았는데... "
" ............. "
녀석이 눈을 떨굽니다.
이리 저리 고개를 돌리며 딴 짓을 하는 것이
아무래도 찔리는 구석이 있나 봅니다.
" 그거... 혹시... 은영이 칫솔... 아니었어? "
" .............. "
" 은영이 칫솔이었니? "
" 네... "
" 은영이 칫솔을 왜 던졌어? 어제 힘들게 찾은 칫솔인데? "
" 저는 안 할려고 그랬는데... 제 마음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요.. "
녀석의 눈에서 눈물 방울이 톡- 떨어집니다.
손을 들어 녀석의 눈물을 닦아 줍니다.
" 네 마음은 누구 마음이니? "
" 제 마음이요 "
" 너하고 네 마음은 따로 있니? "
" 아니요 "
" 그럼.. 네 마음이 시켰다는 건 네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는 말이네? "
" 네.... "
" 칫솔을 왜 던지고 싶었을까? 던지면 찾기 힘들다는 걸 잘 알텐데... "
" ............... "
" 선생님에게 더 할 말 없니? "
" 네... "
" 그래. 그럼, 선생님이 이 일은 너하고 선생님과의 비밀 이야기로 할테니까
칫솔을 찾을 때까지 계속 찾아 보도록 해. 은영이가 기뻐할 수 있도록... "
" 네... 알았어요... "
.......
아이들을 태운 버스가 흙 먼지 속으로 사라집니다.
선생님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칫솔 던진 녀석이 생각납니다.
" 그 녀석이 은영이를 싫어하는 것 아니에요? "
"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
" 아니에요. 놀이하는 걸 잘 보세요. 은영이를 싫어 해서 그럴 수도 있잖아요. "
" 첫 날 은영이 칫솔을 찾아 온 것도 바로 그 녀석이었거든요. "
" 그럼, 첫 날 칫솔을 던진 녀석도 그 녀석이 아닐까요? "
" 아닌 것 같아요. 가끔씩 저희 반 베란다에 와서
오빠, 언니들 칫솔을 던지거나
소금 통을 통째 쏟아 버리고 가는 동생 반 녀석이 하나 있거든요"
" 그럼, 그 녀석이 왜 은영이 칫솔을 던졌을까요? "
" 글쎄요... "
녀석은 이후에도 칫솔을 던진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
왜?
이유가 궁금합니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되었든
녀석에겐 그래야만 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녀석이 말해주기 전에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합니다.
왜냐구요?
녀석과의 비밀 이야기니까요.
이유를 아는 것 보다
녀석과의 비밀 이야기를 지키는 것이
녀석에게 더 좋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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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희망이 선생님 아기자기하고 상큼한 일상의 내음이 머릿속을 시원하고 맑게 해 주네요. 그리고 선생님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 참 샘나구요. 더군다나 궁금함은 있지만 비밀을 지켜주시는 님의 사랑의 배려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그렇지요 스스로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여유... 살면서 많이 필요한 것이지요.
날마다 꿈단지를 부지런히 예쁘게 엮어가고 있는 희망이님과 아이들... "비밀 이야기 둘"은 뭘까요. 나른한 이 시간에 꿈을 주는 희망이 선생님과 꿈을 먹고 있는 아이들의 웃음 띤 모습을 그리며 갑니다.
퇴근 후 밥을 비벼서 컴텨 앞에 앉아 눈은 님의 글을 읽고 손은 밥을 떠서 입으로 가져가고..오랜 경험인지 기술인지 몰라도 눈으로 보지 않아도 손은 입을 찾아 잘 넣어주네요.아기자기한 이야기와 선생님의 마음씀씀이가 너무 고와서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어떻게 먹었는지 밥그릇은 비어있고..식구들이 없었기에 다행
답 글이 너무 예뻐서 계속 읽어 보았습니다. 실제보다 더 예쁘게 봐 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아이들 사랑하는 맘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