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구에서의 잊지못할 아름다운 다이빙
글, 사진 - 이상훈
이른 아침 서울에서 6시에 출발 하였으나 추석 전 날이라 서울에서 빠져 나가는 차량들로 인해 일부 구간은 정체가 되고, 중간 중간 휴게소를 둘르다 보니 어느새 인구에 도착 시간은 오전 11시.
10월의 가을 하늘은 너무나 고운 푸른빛에 모든 시름을 잊게 할 만큼 영롱했었다. 수평선 바로 아래 하늘이 있는 듯 맞닿은 망망한 인구의 동해 바다는 마치 널판지 마냥 잔잔했었다. 인구에 도착 후 우리 일행은 서둘러 다이빙 준비를 마치고 보트로 승선.
우리 모두 들뜬 마음과 설래임은 바다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오늘의 시야와 수온은 어떨까 하면서 기대 반, 호기심 반이었다.
우리 일행은 필자까지 총 5명. . . 첫번째 포인트는 울산바위 라는 포인트로 향했다, 최대 수심 32미터, 과연 그 깊은 바닷속의 모습은 어떨까 상상하면서 입수 순서에 맞춰 배에서 서서 입수 후, 하강줄을 잡고 차례대로 내려 갔다.
일행들은 기대를 잔득 갖고 깊고 푸른 물 속으로 다 같이 천천히 입수를 시작 했다.
먼전 입수 한 다이버의 하이얀 물방울이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수 없이 많은 기포들로 부서지면서 나의 뺨을 스치우며 머리 위에서 사라진다. 물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하염없이 좋지만 하강 시 맞은 다른 다이버의 공기 방울들은 다이빙을 한껏 더, 또 다른 기분을 새삼 좋게 해 준다.
수심 5미터. . . 장비를 잠시 점검하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 후 다시 천천히 하강을 시작. 버디와 같이 오케이 싸인을 번갈아 가면서
오랫만에 상쾌한 기분으로 이콜라이징을 한다. 서시히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희미한 암반위에 아직 활짝 피지 못한 섬유 세닐말미잘과 새빨간 비단멍개들이 눈에 들어온다.
유령의 도시에 온듯한 깊은 수심의 스산한 모습은 잠시뿐. . . 서로 엉킨 우리 일행은 나의 수신호에 맞춰 모두들 중성부력을 유지한 채 잠시 물속에서 마치 물고기와 친구가 된듯 손,발을 지느러미 삼아 살랑 거렸다.
혹시나 시야가 나쁘진 않을까 내심 걱정을 했지만 그 걱정과 달리 바닷속의 시야는 투명한 유리창 마냥 맑고 깨끗했다. 오늘처럼 시야가 맑다면 필리핀 바다가 부럽지 않을텐데 말이다. 항상 느끼지만 언제나 가을의 한국 바다는 너무나 깨끗한 것 같다. 필자는 10년이 넘게 다이빙을 다니지만 추석즈음으로 수온도 적당히 따뜻하고 한국 바다의 시야가 매력적으로 좋은 것 같다.
수중에서 협곡과 거대한 암반들을 사이 사이 돌아 다니고 나니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공기의 양도 상승을 알리듯 게이지를 가르치고 잠수 시간을 살펴 보니 어느새 2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첫 다이빙은 딥다이빙을 해서 짧은 잠수 시간에 만족을 해야 했다. 짧은 잠수 시간 때문이었을까 특별히 사진을 찍기에는 약간 밋밋하며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다시 하강줄 부근으로 와서 다 같이 상승을 시도 한다. 엮시 모두들 밧줄을 이용해서 천천히 상승 속도에 맞춰 상승을 하는데 일행 중 한명이 짧은 잠수 시간이 아쉬운지 밧줄을 잡고 올라갈 생각을 안한다. 상승 수신호를 보여주지만 알았다는 오케이 사인만 하고 있다. 필자도 아쉬운 마음을 이해 하지만 보다 안전한 다이빙을 위해서 다시 올라 가야 된다고 수신호를 보내자 그때서야 그 다이버는 상승을 같이 시도 했다. 5미터에서 안전 정지 후 보트로 올라 가니 서로들 입을 맞춘듯 이번 다이빙 예기만 한다.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는 말들을 먼저 한다. 수온이 18도, 수심이 깊은데도 수온이 18도라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물이 따뜻했다. 해외에서 다이빙을 하는 분들은 수온 18도가 어떻게 따뜻할 수 있겠냐고 생각 할 수 있지만 동해 바다의 수온이 18도면, 그것도 30미터에서 그 정도면 따뜻한 것이다. 일행 중 한명은 해외에서 다이빙만 했던 분이 있는데 한국 다이빙은 처음이라고 부담스런 표정으로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다이빙 후 배위에서 엮시 이번 다이빙에 대한 얘기로 끝이 없이 수다가 오고 갔다.
2시간 정도의 수면 휴식 후 우리 일행은 2번째 다이빙을 준비했다. 이번 포인트는 인공어초 포인트. 수심은 23미터. 인공어초와 자연짬이 같이 있는 곳이다.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안내를 해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이곳으로 포인트를 정해 주었다. 이번 다이빙은 우리 일행 5명을 포함 다른 팀 3명과 같이 총 8명이 잠수를 했다, 다른 팀의 3분은 다이빙을 많이 해 본 눈치다. 사전 브리핑도 없이 도착 하자 마자 그냥 입수를 한다. 우리 일행도 따라 들어가 보지만 어느새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 졌다. 하강 후 인공어초가 서서히 눈에 들어 온다. 순간 너무나 놀랬다, 화려한 부채뿔 산호가 인공어초 곳곳에 빽빽하게 자라고 있었다. 예전에 강릉 경포에서도 인공어초에 산호가 많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곳은 경포에서 보았던 것 보다 더 화려하게 인공어초 주위를 산호가 애워싸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손때가 묻지 않은 곳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오랫만에 신선한 바다를 구경하는 듯이 느껴지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이어서 인공 어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필자의 카메라는 캐논 S95 다. 지난달 제주도에서 사용중 하우징에 물이 침수 되서 몇번 사용하지 않은 아까운 새 카메라를 버리고 중고로 똑같은 것을 다시 장만을 했다. 하우징은 사용이 가능 하기 때문에 같은 기종의 카메라를 구입했다. 그러나 똑딱이 카메라의 한계를 느끼고 말았다. 화려한 바닷속의 모습을 담고 싶었지만 카메라의 한계에 부딪혀 많은 사진을 남기지는 못했다. 필자의 지시대로 일행 중 한명이 포즈를 취해 준다. 그 일행은 나의 다이버 마스터 교육생이다. 보통 다이버들이라면 몇번 포즈를 취하다 귀찮다고 하지만 다이버 마스터 교육생은 성심 성의것 자세를 잡아준다. 덕분에 편하게 사진을 찍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물이 갑자기 뿌옇게 흐려 진다. 옆에 있던 한 분이 약간 미숙한 부력 조절로 인해 부유물을 일으킨다. 나는 비키라고 손짓을 하지만 한번 뿌옇게 되버린 수중 시야는 금방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 본다. 나중에 나와서 하는 말들이었지만 내가 비키라고 했을때 나의 짜증섞인 표현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조금은 무서웠다고 하길래 잠깐 동안 모두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 물속에서 말도 한다면서 그분은 내가 비키라는 말에 호흡기를 물고 웅웅~~! 거렸다고 해서 다시 한번 모두들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많은 사진을 남기지 못한 아쉬움에 다이빙을 마치고 상승 후 3번째 다이빙을 똑같은 곳으로 한번 더 들어 가기로 했다. 약간의 간식을 먹고 늦은 오후 4시 30분에 오늘의 마지막 다이빙을 준비 했다. 해가 너무 많이 기울어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 걱정도 했고, 사전에 다이브 마스터 교육생한테 이런 저런 포즈도 취해 보고 나의 지시에 이렇게 저렇게 해 보라는 수신호를 약속하고 다이빙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2번째 다이빙 보다 더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일행들도 조금은 떨어져서 간섭을 하지 않는다. 간혹 옆에 일행들 오리발 하나가 끼어 있다거나 무심코 스쳐 지나 가는 모습이 같이 찍힐 때도 있었지만 그 정도는 살짝 애교로 넘겨 버렸다. 나와서 또 무섭다, 포스가 강하다, 꺄칠하다 이런 농담을 듣기 싫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3회째 다이빙은 약간의 추위가 밀려 온다. 몸을 움추리며 손목에 차고 있는 컴퓨터 게이지를 살펴본다.
현재 수심 23미터. . . 수온은 18도. . . 다이빙 시간은 어느새 30분. 화려한 가을 하늘의 23도 기온의 현재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물속은 우리 다이버들을 시기 하듯 두팔을 살짝 감쌀 정도로 한기가 느껴져 온다. 참고로 필자는 남들보다 추위를 많이 느껴서 후드쪼끼를 착용하고 세미 드라이를 입고 다이빙을 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차갑다기 보다 시원한 수중 속의 속삭임은 '자연짬과 인공어초'를 오가며 한순간 즐거움으로 만들어 버렸다. 너무나 맑은 시야! 1년에도 동해를 수도 없이 오지만 오늘처럼 맑은 시야가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할 만큼 오늘의 다이빙은 시야가 좋고 물속의 환경도 멋이 있었다. 뿔뿔히 훗어졌던 우리 다이버들이 한 눈에 다 들어 온다.서로 오케이 싸인을 주고 받으며 궃이 바로 옆에 있지 않아도 서로의 수신호가 다 보인다.
붉은 색으로 수채화를 그린 것 마냥 크게 탄성을 지를 만큼 아름다웠던 인공어초, 그 속에서 사진을 찍고 나서 나중에 보니 모두들 한국 바다 같지 않다는 표현을 하면서 너무 아름답다는 것에 공감을 했다. 인공어초 사이를 중성 부력을 맞추고 유영하면서 그 곳 사이 사이를 헤쳐 나가고 사진도 찍고 나서 잠깐 이동을 하니 어느새 자연 암반으로 연결이 되었다. 자연짬 주위로 해삼이 보인다. 혼자서 길을 잃은 듯 잘도 기어 다닌다. 주위에 있는 다이버들이 살짝 입맛을 다시며 접근 하길래 손으로 만지지 말고 구경만 하라는 싸인을 하며 계속 다이빙을 진행 했다. 멍개가 유난히 크다, 사람들의 손때가 묻지 않은 건지 아니면 수중 환경을 잘 보존 시키려는 다이버들의 노력인지 그나마 멍개같은 볼 걸이가 있다는 것도 즐겁다.
우리는 이렇게 아쉬우면서 즐거운 3회의 다이빙을 무사히 마치고 서울로 향한 시간은 오후 6시가 훨씬 넘은 시간 이었다, 서울로 올라 가는 차 안에서 불과 매회 다이빙 마다 30분의 짧은 시간 이었지만 오늘 있었던 다이빙의 얘기는 끝이 없이 몇시간을 반복했었고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막힐 것 같았던 고속도로가 예상외로 뻥 둘려서 돌아 가는 길목이 한층 더 즐거움을 더 했다.
강원도 인구에서 잊지못할 아름다운 다이빙을 했던 어느 10월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