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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교인이 더불어 굿판을 벌이는 사회!
우리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생활기록부에 자신의 종교를 적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교無敎'라고 쓰기도 하고, 때로는 '기독교', 혹은 '불교'라고 썼다. 이제는 종교란에 개인의 종교를 쓸 일은 없어졌지만, 가까운 사람들과 가끔 종교 이야기를 하는데 상대로부터 "도대체 당신의 종교는 무엇이냐?" 하는 물음을 듣는다. 그때 "도교道敎" 혹은 "유교儒敎" 아니면 "무교巫敎"라고 말을 하는데, 이는 우스개로 해보는 말이기도 하면서 나름대로 진지한 말이다. 특별한 종교 집단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말이면서 종교를 생활에서 실현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나는 기독교나 불교의 신앙과 사상을 부정하지 않는다.
김진호 지음 『권력과 교회』는 '적폐의 성역, 한국 교회를 말한' 책이다. 『권력과 교회』는 한국 개신교가 지닌 문제점에 대해서 네 사람의 대학 교수와 지은이가 대담한 내용을 정리한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대담자들은 한국 개신교 중에서도 대형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권력세습이나 자본축척 문제, 타종교나 사상에 대한 극단적 배타성, 폭력을 동반한 반공주의 등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글머리에 개인의 경험이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일화를 썼는데, 이는 '2장 대형교회, 그들만의 세상'에 나오는 한국 기독교의 배태성을 소개하고자 함이다.
김진호 - 19세기 말, 20세기 초 조선에 들어온 선교사들은 굉장히 혼란스러웠다고 합니다 . 단일종교 사회에서 온 선교사들에게 조선은 어느 사회보다 종교가 없는 사회처럼 보였던 것이죠. 그런데 조사해보니 조선에 종교가 있고, 그 종교는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종교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선교사인 조지 존스는 조선 대중은 서양처럼 경계가 명료한 종교에 배타적으로 귀속하는 것이 아니라 유교, 불교, 샤머니즘 등 여러 종교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했고, 헐버트는 조선인들의 심성에 종교성이 혼합되어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종교에 대한 배타적, 적대적 감정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어요. (...) 일본 제국주의 침략자들이 조선의 정통 무속을 탄압하면서 불교와 개신교는 무속적인 요소를 벗어야 했고, 서양의 유일 종교관도 영향을 끼쳐 조선의 종교에 경계가 만들어졌어요. (78~80)
개신교의 배타성과 팽창주의를 배경으로 하여 1980~1990년대 강남을 중심으로 대형교회가 탄생했고, 수도권 인구의 급상승과 맞물려 강동과 분당 지역으로 대형교회가 즐비하게 들어섰다. 지금은 지방 중소도시에까지도 대형교회가 도시 전체를 압도하듯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 대형교회들은 타종교와 사상을 부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교회끼라 경쟁을 벌이더니, 신도들도 차별화 하여 가난한 민중보다는 경제적으로 중상위층에 해당하는 이들을 모으고 있다. 한국 대형교회는 교인들에게 "부자가 되어 건강하게 사는 것이 영적으로 구원 받는 것"이라고 외치며, 예수의 삶과는 상반되는 자본주의적 우월의식을 심고 있다.
박노자 - 이명박 씨가 대통령직을 맡았을 때 소망교회인들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정부 인사 대부분이 '고소영', 즉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등 학연 및 지연 위주로 발탁되었죠. 교회인맥은 이때부터 중요해졌습니다. (...) 강남에 거주하지도 못하고 가진 게 없는 사람이 소망교회나 충현교회의 핵심적인 신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105~106)
한국의 대형교회가 자기 쇄신을 하면 한국 개신교 전체를 변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교회의 자기 쇄신은 재정을 공개하고 권력 세습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때 가능하다. 그보다 먼저 한국의 개신교는 사상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 『권력과 교회』는 한국 대형교회가 지니는 문제점을 찾고 비판하고 진단하면서 대안을 찾고자 한 책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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