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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합격, 그 이후
수능 대박을 위한 기도 올해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도 수많은 어머니들이 유명한 절과 기도원에서 간절히 기도드리고 있다. "내 자식, 수능 점수 잘 나와서, 원하는 학교에 진학 할 수 있도록..."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에 뭐라고 토를 달수는 없다. 하지만, 가끔은 정말 부모가 "제대로" 자식을 위한 축원기도를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좋은 대학, 좋은 성과가 진정한 성공인가? 최근에 모 국회의원이 성희롱 발언으로 정치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했다. 처음에는 파렴치한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관심이 있어서 좀 더 자료를 찾아보고, 그 의원의 홈페이지에서 이전 의정 활동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의원은 경기고에 서울 법대를 나왔고, 하버드 법대까지 나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서울의 가난한 달동네에서 살았고, 감옥에 들락거렸던 아버지 때문에 원하는 판사가 못되고,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하버드에 가서 국제 변호사가 되었고, 귀국 후 참여연대 등에서 활동하며 마침내 30대에 국회의원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만약에 우리가 이런 자녀의 부모라면 어떤 기도를 했었을까?
"우리 OOO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가라고..." "아버지 때문에 판사 못된 현실에 좌절하지 말고, 더 큰 성공 이루라고..." 자식의 온갖 역경을 이기고 정상에 올랐지만,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며 쓸쓸히 내려와야 했다.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이 바라는 명문대 진학과 성공과 출세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사례이다. 특정인을 지목해서 미안하지만, 이런 사례는 우리가 국회에서 인사 청문회를 하면서 수 도 없이 볼 수 있다. 서울대 나오고, 능력을 발휘하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들의 발자국은 위장전입과 탈세와 부동산 투기와 각종 비리로 얼룩져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
똑똑한 명문대 생이 사회에 줄 수 있는 피해 MBC 무릅팍 도사에서도 방송되었고, 안철수 교수가 자주 언급하는 사례가 있다. 본인이 미국 3대 MBA인 와튼 스쿨에서 공부할 때, 회사법을 가르치는 교수가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 나는 MBA 학생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에 강의를 올 때 마다 MBA 학생들에게는 될 수 있으면 A+를 주지 말아야지 결심을 한다. 그런데 시험을 보고, 페이퍼를 받아 보면, 이 아이들은 너무 똑똑하고 열심히 해서 A+를 주지 않을 수 없는 경우들이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결심을 무너뜨리고 A+를 준다. 하지만, 10년 후 내가 A+를 준 학생들의 대부분은 감옥에 가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안철수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안철수, 기업가적 사고방식)
"이런 것을 보면, 과연 우리가 기르고자 하는 영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어요. 단지 공부만 잘 하고, 남들 보다 지적인 성취를 빨리 이루는 아이들이 영재인지. 오히려 세상의 문제가 많은 곳에 보면, 똑똑한 사람들이 중심에 서있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그 사람들이 똑똑한 머리로 수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고, 사회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것이지요."
내 생각도 안 교수님과 그 다지 다르지 않다. "아이가 똑똑하지 못하고 좋지 학교 나온 상태에서 남에서 피해를 주면 한 두 사람 힘들게 하지만, 똑똑하고, 좋은 대학 나온 아이들이 남에게 피해를 주면 그 피해는 몇 천 명, 몇 만 명을 힘들게 한다고..."
명문대 합격, 과연 그 이후는
이렇게 말하면 너무 관념적이고 도덕적이라면 좀 더 실질적인 통계를 보자. 콜롬비아 대학의 박사 학위 논문으로, 김 사무엘이라는 분이 미국 명문대에 입학한 한인 학생 1,400 명을 분석한 다음의 연구 결과를 내 놓았다. (이기영 교수 발표 자료에서 재인용)
미국 명문대 중도 탈락율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인 유학생을 10만 명으로 당당히 외국인 유학생 분야에서 1위이다. 그런데, 들어가기만 열심히 들어가지 정작 졸업하는 비율은 56%이고 나머지는 중도 탈락이다. 미국 대학이 입학 보다 졸업이 어려운 것을 감안해도, 유태인의 4배이고, 비슷한 중국인에 비해 2배 정도이다.
김 사무엘씨는 또 다른 통계를 제시한다.
포춘 500 대 기업 출신 국가별 간부 현황
어떤 학교를 나왔든지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을 하기에는 아직, 한인들의 창의력이나 문제 해결 능력이 다른 민족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성급한 추론이기는 하지만 나는 지금과 같은 한국식 교육으로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이 한계라고 본다. 이 이상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교육 방식에서 변화를 주고, 인성과 창의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가야 할 것이다.
하여간 최근 한국에서 공부하고 미국 명문대에 입학 허가를 (Admission)를 받아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민사고, 대원 외고 등에는 IVY League 진학반이 있고, 가끔 신문에는 이런 특목고나 강남 유명 고등학교 출신으로 미국 명문대에 입학한 것이, 큰 성공으로 보도 된다. 하지만 위의 통계에서 보듯이 그렇게 미국에 간 아이들의 반 정도가 졸업을 못한다. 졸업을 해도 문제이다. 그렇게 영어도 잘하고, 똑똑하면 미국에서 성공을 해야지,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 아이들이 잡는 직업은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하는 것이다.
이 통계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우리나라는 대학 들어가기가 어렵고, 졸업하기가 쉽다. 그리고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학부 학력이 그 사람 평생을 따라 다닌 다는 것이다. 대학원도 아니다. 학부로 서울대, 연고대를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미국처럼 들어가기가 쉽고, 졸업하기 어렵게 시스템이 되었다면, 아마 비슷한 통계치가 나올 것 같다. 약 44%는 졸업을 못한다. 사실 졸업한 56%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고, 사회적 지위를 쌓는 이른바 '성공'을 하고, 역시 서울대 혹은 연고대 출신이구만 하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미국 대학에서는 최소한 이런 능력이 안 되는 44%에게는 졸업장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극심한 학벌 사회인 우리나라는 이 44%에게도 졸업장을 쥐어주고, 사회에서 유리한 생활을 할 수 있는 특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자녀 교육의 성공 여부를 명문대 입학으로 볼 수 있는가? 다시금 먼저 제기한 문제점으로 돌아가 보자. 과연 명문대 입학만이 전부인가?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자녀 교육 성공 사례의 대부분의 종착점은 명문대 입학이다. 이렇게 길러서 서울대를 보냈고, 이렇게 공부해서 IVY 리그에 보낸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진정한 자녀 교육 양육서는 인류에 보탬이 된 위인을 배출한 부모들이 써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분들의 이야기는 너무 먼 이야기이다. 어떻게 학원을 보내고, 어떻게 독서 교육을 보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가 없기에 요즘 부모들은 거리감을 느낀다.
하지만, '성공적인 자녀 교육의 사례'로 소개 되려면, 아이가 대학에 졸업하고 나이 40대쯤에 어떤 성과를 냈는지 봐야 한다. 어떻게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는 지, 아내나 남편을 힘들게 하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지, 자녀를 어떻게 양육하는지 봐야 한다. 어떤 직장에 들어가고, 동료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돈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노후 준비를 하는지 봐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반칙과 비리가 여전한 한국 사회에서는 그 사람이 죽을 때 어떤 평가를 받는가는 보아야 할 것이다. 기업을 사유화하고 회사 돈을 횡령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식에게 기업을 넘긴 사람들을, 쿠데타로 사람 죽이고 집권을 한 정치인을 진정 성공했다고 볼 수 없지는 않은가?
SBS 스페셜 181회 <<부모력>>에 다양한 자녀 교육 사례가 소개 된다. 철저한 정보 분석과 사교육을 통해 아들을 서울 법대와 연대 상대에 보낸 대치동 엄마, 이와는 정반대로 시골로 내려가서 아이들을 대안학교와 홈스쿨링으로 교육하며 자연과의 교감과 본인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게 해주는 부모, 주조 공장 일을 하며 자녀와 함께 공부하여 아들을 포스텍과 건대에 보낸 열성 아버지,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국가 대표 김민석 선수의 엄마(피겨맘). 약간의 과잉 행동 증후군이 있는 아들 때문에 고생하다 부모학교에서 새로운 교육관을 배우고 실천하는 어머니.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떤 부모인가? 과연 어떤 목표를 이루었을 때 나는 자녀를 잘 키웠다라고 말하고, 그 양육 안에서 자란 아이도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까?
엄마의 기도 우선 당장은 좋은 학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한국 사회에서 기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좋은 학교 나온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 약 55%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학교 나오지 않고도, 본인이 잘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하면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45%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정도 비율이면 한국 사회도 살 만한 곳이다. 요즘 말하는 공정 사회이다. 문제는 거의 90%가 넘는 부모들이 55%의 비율에 올인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피가 튀기고 힘들다. 엄청난 돈과 시간과 정성을 투입하는데, 10% 정도만 만족하고 나머지는 패배의식을 갖는다.
나머지 45%의 성공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소수이다. 창의성과 인성을 기르는데 초점을 두고, 아이가 잘하고 즐겁게 하는 것을 찾게 해서 몰입을 하게 도와주고, 말콤 글래드웰이 말한대로 10,000 시간 (3시간씩 10년 혹은 10시간씩 3년)을 연습하게 하면 어느 분야에서든지 성과를 낼 수 있는데, 여전히 국영수 공부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 해 보자. 내 이야기는 지금하고 있는 공부를 그만 두라는 것은 아니다. 분명 공부로 성공할 수 있는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은 학교 다니는 것도 즐겁고, 어른과 선생님께 칭찬도 많이 받고, 동기 부여도 많이 되어 있다. 이 아이들은 공부로 성공할 수 있도록 해 주자. 다만, 분명한 목표를 갖고, 올바른 인성을 가져야 대학 합격 이후에도 더 큰 성공을 할 수 있음을 가르쳐 주자.
그리고, 공부가 힘든 아이들은 공부 이외의 길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자. 입시 위주의 교육에 기죽지 말고, 본인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도록 도와 주자. 그리고 사회는 좋은 대학 나온 아이들만 성공하는 곳이 아님을 알려 주자. 45%의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고, 네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여러 가지 일 수 있음을 알려주자.
수능 대박을 바라는 부모의 기도만큼이나 아래와 같은 기도를 하는 어머니들이 많이 늘어나기를 소망해 본다. 이 길이 좁은 길인 것 같아도, 정작 이 길이 넓은 길이다.
"하나님, 부처님, 그리고 나의 기도를 들어주는 신이시여... "
"우리 아들, 우리 딸이 창의력 있는 아이로 자라게 해주세요.
올바른 답을 써내는 아이보다 올바른 질문을 하는 아이가 되게 해 주세요.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는 아이가 되게 해 주세요.
그리고 그 일에 몰입하여 성과를 내는 아이가 되게 해 주세요.
남들과 똑 같은 스펙을 만들기보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아이가 되게 해 주세요.
우리나라가 좁다면, 세계로 나가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아이가 되게 해 주세요.
쉽게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의 꿈을 위해 도전하는 아이가 되게 해 주세요.
무엇이 똥이고 무엇이 된장인지 분별할 수 있는 아이가 되게 해 주세요.
이 세상이 주는 광고와 정보에 휩쓸리지 아니하고, 자신의 주관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되게 해 주세요. "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손해 보더라도, 정도를 가는 아이가 되게 해 주세요.
내 공부만 하는 이기적인 아이보다, 모르는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아이가 되게 해 주세요.
자기만 아는 아이가 아니라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필요를 읽을 수 있는 아이가 되게 해 주세요.
그리고 무엇 보다, 자기가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이 아이가 이루는 가정이 행복하고, 이 아이로 인해 주변의 많은 사람들 이 좀 더 행복하고 웃을 수 있는 삶을 살아서, 이 아이가 죽을 때 많은 사람들이 슬퍼해 주고 칭찬하는 아이가 되게 해 주세요. "
참고 문헌 자료
<방송 자료> MBC 무릅팍 도사, 안철수 편 SBS 스페셜 181회, 부모력 당신에게는 있습니까? (2009년 9월 27일 방송)
<참고 문헌> 안철수, 기업가적 사고방식, (강의 CD), 비타민라이브 이기영, 한국교육개혁을 위한 제언과 밥상머리교육운동, 제2회 가톨릭교육자대회 발표 자료(서강대학교, 2010.05.16) Samual Kim, 1st and 2nd Generation Conflict in Education of Asian American Community, Thesis for Doctor Degree, University of Columbia, Teacher's College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 김영사, 2009
심정섭, 교육의 목표를 수정하자: 명문대 입학에서 경제적 자유인이 되는 것으로, 텐인텐 전문가 칼럼, 2010
글쓴이 심정섭은 현재 텐인텐에서 사교육비 경감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전문가 칼럼으로 가기 전에 맞게방 엄마들의 의견을 듣고 싶은 마음에서 맞게방에 먼저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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