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금융; 도매금융; 국제금융 - 금융시장 전체를 조망해서
1. 소매금융 : 여러 개인의 저축한 돈이 모여서 기업에 대출되고 이 돈이 임금과 원자재 비용으로 지출된 것이 제품의 구매력이 되어 매출과 이윤이 발생한다는 전통적 설명에서 돈은 개인a→은행→기업→개인b 방향으로 순차적으로 흐릅니다.
여기서 개인은 채권자, 기업은 채무자이고 은행은 중간자(intermediary)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개인도 자동차나 주택과 같은 몫돈이 들어가는 거래에는 약간의 저축한 돈에 80~90프로를 할부나 몰게지같은 금융기관의 신용공여를 이용하다보니 우리의 이웃 시민들 중에 현찰이나 현금통장잔액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이 며칠 안에 빚 갚는데 써야할
돈인 경우가 태반이고, 설사 빚은 없다해도 거액의 현금통장 잔액은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새로운 투자처만 있으면 언제든 떠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응급대응 비상금으로 최소한의 현금보유는 누구에게나 절실한 문제입니다.
2. 도매금융 :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다수의 고객(개인 및 기업)으로부터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의 길목에 둑(bank)을 쌓아 저수지(Pool)를 만드는데, 고객에게 약속한 수익보다 더 높은 수익이 약속되는 곳에 곧바로 투자하거나 자산담보부증권(MBS, ABCP 등)으로 재판매하고, 고객의 인출요구에 대비하여 기관들 상호간, 혹은 중앙은행과의 스왑이나 RP계약 등으로 유동성 부족에 대처합니다.
기관들 사이의 경쟁이 심해지고, 금융기술 내지는 금융공학의 발달로 인해 예대마진 폭은 줄어들고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까지 나타남으로써 기관들 사이의 거액 금융거래(최소단위:100억원)에 변동성이 증폭되어 금융불안정의 위기감을 안겨줍니다.
3. 국제금융 : 세계화와 자유화의 바람을 타고 돈은 그 발권은행의 관할영역을 초월하여 국제거래에서 알아주는 주요통화(USD, EUR, JPY, GBP)에 빗대어 환율과 이자율의 변동방향에 대한 서로 엇갈리는 전망과 예측에 따라 쇼트, 롱의 포지션을 취하고 외환시장에서의 거래규모가 하루평균 8조달러라 합니다. 그 내막은, 외환이 필요한 수출입기업과 외환은행 사이의 거래는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기관들의 탐욕과 리스크 헷징의 필요에서 생겨나는 거래입니다.(자료: https://www.bis.org/publ/qtrpdf/r_qt2212f.htm)
Long, Short, Hedging - 특정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에서 거래 참여자의 입장
1. 롱거래: 해당 상품을 매입하여 보유하는 거래를 말합니다. 대개는 보유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보유함으로써 얻게되는 이자, 배당 등의 수익과 장차 가격상승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2. 숏거래: 해당 상품을 매도하여 매입자에게 그 상품을 넘겨주어야 하는 거래입니다. 실제로 보유한 물량보다 더 많은 량을 매각하고 부족한 량은 우선 증권사나 거래소로부터 빌려서 충당하고 계약당시의 가격보다 더 싼 가격에 매입해서 빌린 물량을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저지르는 거래입니다.
3. 헷징거래: 그 상품의 가격이 올라갈 것에 대비하는 햇징을 롱햇징, 떨어질 것에 대비하는 햇징을 숏헷징이라 부릅니다.
From Bank-based Credit to Market-based Credit : 금융의 진화?
21세기에 들어와서 911, 금융위기, 코로나팬데믹 으로 이어지는 대사변을 격면서 돈과 은행제도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1. 그림자은행의 공식화: 금융위기 이후 2015년 말까지 미국 Fed는 0.00~0.25%의 제로금리 양적완화 금융정책을 견지하였습니다. 그 후 3년 동안 8차례 금리를 인상하여 '18년 말에는 2.25%로 올랐다가 코로나 터지기 전인 2019년 하반기 부터 다시 내리기 시작하여 '20년 3월 부터 2년간은 코로나 양적완화로 다시 제로금리로 돌아가고, 이제는 인프레 잡는다며 다시 끌어 올려서 5.5%선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단위로 풀린 돈은 유동성위기에 직면한 기관들의 구제금융(베일아웃)과 중견기업 고용유지지원금 등으로 집행되어 밑바닥 서민에까지 고루 미치지 못하고 은행예금보다 한푼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주겠다는 투자금융상품(특히 Money Market Mutual Fund)에 몰려서 전통적인 은행권 못지않은 현금을 굴리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Fed는 2020년 3월15일 정책자금 목표금리를 0~0.25%로 내리면서 지준율을 0%로, 그리고 머니마켓펀드 예탁금을 M1통계에 포함시키는 조치를 소리소문없이 시행하였습니다. Fed는 현재 은행들의 예치금잔액에 대해서는 5.4%, 비은행기관들이 매입한 하루짜리 RP에 대해서는 5.3%의 이자를 지급합니다. 즉, 기관들의 수익을 최대한 올려주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2. 수익률 커브의 수평화내지 우하향: 고금리 지속에 장기채권의 시장가격이 액면가에서 지나치게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장기물의 수익율 상승을 억제하는 중앙은행과 프라이머리 딜러들의 '협조된 시장관리' 탓에 원래의 우상향 수익율커브 모양이 근래에는 단기금리가 오히려 더 높고 장기금리는 거의 수평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3. 중앙거래상대방(CCP 즉 Central Counterparty)의 역할증대: 금융상품과 파생상품의 대부분이 증권화되어 은행법이 아닌 증권관련 법령의 규제를 받습니다. 증권거래는 거래소를 통한 장내거래이든 장외 당사자끼리의 OTC거래이든 그 거래내역을 증권예탁결제원에 등록함으로써 거래가 성립하고, 예탁결제원이 중앙거래당사자로서 쌍방을 대리하여 3일째 되는 날(T+2)에 결제청산하게 됩니다.
BIS 분기별 리뷰 '23년 12월호에 게제된 자료(링크)를 보면 여기 CCP에 담보로 축적된 현금자산이 1.3조달러에 달하는데 담보자산의 구성내용이 시장상황의 변동에 따라 자칫 시스템전체의 안정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분석/경고를 날립니다.
이들 담보자산에는 중앙은행예치금(현금)만이 아니라 거래소등록파생상품이 상당부분을 차지합니다. 이 말인 즉슨, 거래소에 참여할 수 있는 유력 딜러들 사이의 미래 시장상황에 대한 베팅의 향방이 서로 얽히는 리스크헷징 그 자체가 담보가 된다는 것인데 도대체가 말이 안됩니다. 파생상품은 오리지날상품을 기초로 만든 것인데 2010년 도드-프랑크 법이 시행되면서 파산(bankrupcy)청산에서 파생상품을 먼저결제하도록 한 조항이 포함됨으써 파생이 오리지날을, 즉 꼬리가 몸통을 쥐고 흔드는 형국이 된 것입니다.
어떻게든 시스템붕궤를 막아야한다는 고육지책이라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실상은 저들 메이져급 예탁결제원이 망하면 세상이 망한다고 믿는 아집과 오만입니다. Too big to fail 에서 Too big to bailout 이 되어버린 저들 무법자를 어찌할꼬?
(8개 메이져급 CCP를 포함한 31개 예탁결제원에 한국예탁결제원은 보이질 않습니다.)
4. 신용창조의 주체가 은행에서 시장으로, 시장은 갈수록 큰손 중심으로 신격화:
전통적인 은행은 그 영업점이 설치된 지역사회에서 주민과 로컬 비지네스들의 자금수요에 부응하여 예금과 대출 중심의 은행사업을 영위해 왔습니다. 기존의 고객에 대한 추가적인 서비스는 물론이고 새로운 고객의 발굴과 창업지원에도 적극성을 보여 지역개발과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던 것입니다. 신용창출로 대출된 자금이 역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되도록 그 은행 자신이 지원하는 또다른 기업으로 지급되도록 고객기업들 사이를 연결해 주는 역할도 매우 중요한 경영포인트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적인 관계중심의 상생금융의 모습은 점차 자유화, 증권화, 디지털화의 바람에 편승하여 속이고 사기쳐서 남의 재산 가로채기가 횡행하는 승자독식의 괴물금융으로 변모하고 말았습니다. 대형은행들은 90년대 말 제1,제2 금융권 사이의 사업영역 구분철폐를 기화로 관계사 혹은 자회사 형태의 증권사, 자산관리회사를 거느리고, 실물경제와는 단절된, 회계장부와 '현금흐름예측'이라는 불확실한 사업전망만으로 발행되는 채권을 끼리끼리 서로 인수하고 보증하여 전체 금융자산의 규모를 엄청나케 부풀리는 '거품공장'이 되었습니다.
시장을 파악하여 개별주체의 신용등급과 점수를 매기는 신용평가 기관, 금융자산을 등록하여 권리관계의 변동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예탁결제 기관과 시장을 형성하여 거래를 이어주는 거래소와 중개 기관 - 이들이 사실상의 시스템 지배자인 것입니다. 중앙은행과 금융감독당국은 로비와 뇌물, 스캔들에 얼룩져 제 기능을 못한지 오래입니다.
개혁의 실마리
1. 돈의 역사와 미래, 본질에 대한 성찰:
금과 은같은 귀금속의 재료가치를 돈으로 사용하다가 구리나 니켈, 특수디자인된 종이쪽지를 돈이라고 지정하여 쓰게한 권력자의 명령(fiat)이 돈의 근거로 자리잡은 세월이 오래 이어져 왔습니다.
또한 예전부터 이와같은 돈 말고, 언제까지 어떤 돈 얼마를 갚겠노라는 약속을 기록한 어음(환)이 상인들 사이에 돈의 역할을 한 역사도 오래입니다.
오늘날 돈은 현찰과 현금성예금잔액으로 좁게 받아들이는 사람과 믿을 수 있는 은행이나 거상의 약속(어음 등의 채무증서)또한 돈으로서 기능하는 측면을 중시하여 넓게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돈과 돈을 준다는 약속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도 남의 돈에는 이자가 붙으니까요. 갚을 능력과 받아낼 능력 차이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돈의 범주에서 걸러내고,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 주권자를 금융권력의 주체로 앞세우는 "페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2. 배려와 존중, 생명과 정의를 지지하고 도모하는 새로운 금융프렛폼 구상:
부(wealth)와 돈이 0.1% 상류층에 집중된 불평등을 하루아침에 강제로 빼앗아 나누어 가질 수는 없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소매, 도매, 국제 금융의 3국면에서 지급결제에 사용되는 돈은 동일한 돈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여기 이 글에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느 국면이든, 심지어 여기에 전혀 언급되지 아니한 암호화폐 등의 특수국면까지도, 우리 돈 원화(KRW)로 청산결제되어 원화관리시스템의 데이타에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면, 무조건 우리의 시스템에 주요기관으로 직접등록되거나 기관의 고객으로 간접등록되어 계좌(account)를 가지도록 해야합니다. 그리고 이들 계좌 사이에는 서열과 특권이 따로없고 굳이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사회적약자, 생존에 도움이 절실한 개인과 신생 미성숙 비지네스에 인큐베이팅 돌봄과 배려차원의 혜택을 부여하되 하향식의 은혜 배풂이 아닌, 상향식의 생존권 누림으로 보아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돈과 은행제도의 새 모델"에서 제시한 기본 현금통장에 마이너스잔액(Line of credit)을 허용하는 기준과 취급절차에서 빈부와 연령, 성별, 직업에 따른 차별이 없어야 합니다. "빈자에게는 저축을, 부자에게는 소비를 장려한다"는 방침이 관철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디지털현금의 분포가 더이상의 불평등 심화를 멈추고 점차 평준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고싶습니다.
돈의 흐름은 어느 누군가의 지출은 반드시 다른 누군가의 수입으로 들어가서 총량에 변동이 없읍니다.
예측 못한 급한 사정에는 잔액을 초과하는 지출(Overdraft)을 시스템 가입자 모두에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에 입각하여, 사전에 한도와 상환기일을 정해두면, 마이너스 잔액이 늘어나는 만큼 그 상대방의 플러스잔액도 늘어나서 그만큼 통화량이 증가하지만 한도와 상환기일이 정해져 있으므로 시스템 전체로는 자동조절되는 모습일 것입니다.
[덧붙이는 말] 이 글 올린 뒤에 필자의 눈에 들어온 CCP와 파생상품 관련 글이 있어 여기에 링크합니다. Ellen Brown: Casino Capitalism and the Derivatives Market: Time for Another ‘Lehman Moment’? – ScheerPost
첫댓글 댐과 강과 농수로같은 흐름...
댐에 물을 많이 담아도
일단 강으로 물이 흘러야 하고
강에 물이 흘러도 농수로에
흘러들어가야 농사를 짓는 물이 됩니다. 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