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엠파스 등 주요 포털사이트와 입시학원들이 예년과 같이 수험생들의 수능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대학 배치표들을 다투어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표준점수제하에서의 가채점은 신뢰도가 거의 없다며 학생·학부모들에게 현혹되지 말 것을 부탁하고 있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네이버는 19일 ‘수능 채점결과 분석’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험생들이 자신의 과목별 원점수를 입력하면 표준점수, 등급, 백분위 등을 산출해주는 서비스다. 네이버는 입시코리아라는 온라인 입시사이트와 연계, 광범위한 수험생 점수 통계를 토대로 이 같은 채점 결과를 내놓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엠파스와 다음 등도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성학원, 종로학원, 메가스터디 등 온·오프라인 입시기관들도 전국 수험생 5만~6만명의 점수 통계를 근거로 대학 배치표를 만들어 내놓고 있다. 학원들은 다음주 초쯤 이 배치표들을 전국 모든 고교에 전달할 계획이다.
모 학원 관계자는 “백분위를 전형에 반영하는 대학이 가장 많은데, 대부분의 수험생이 치른 언어·수리·외국어 등은 원점수와 표준점수의 백분위 서열이 바뀌지는 않는다”며 “원점수를 기준으로 대학 배치 기준을 만들어도 큰 오류는 없다”고 말했다. 수능 점수를 전형에 반영하는 196개 대학 중 백분위를 보는 대학은 100곳, 표준점수를 보는 대학은 68곳,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보는 대학은 18곳,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변환해 활용하는 곳은 7곳 등이다.
또 다른 학원 관계자는 “60만 수험생 중 1만명 것만 분석해도 통계적으로 신뢰성 있는 자료가 나오지만, 우리는 6만명의 점수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며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각 고교와 학생들에게 대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배치표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들은 “수험생들이 수능 결과를 토대로 어느 대학의 논술과 면접을 준비해야 할지를 빨리 결정해야 하는데, 우리가 만든 배치표는 그것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전 수험생의 점수를 다 채점하기 전에는 표준점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학원들의 배치표는 전혀 신뢰할 수 없다며, 각 고교에 이를 참조하지 말 것을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서남수 차관보는 이날 “학원들이 정확하지 않은 대학 배치표를 각 고교에 돌리고 학생들이 이걸 토대로 지원 대학·학과를 선택하면 부정확한 자료가 대학 서열을 결정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오는 12월 14일 각 학생들의 표준점수가 발표되기 전에 나오는 대학 배치표는 모두 엉터리”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성적 통지가 이뤄지는 다음달 14일 이전까지 진학지도가 전면 중단된다는 일선 학교 및 학생들의 불만에 대해 “난이도 조정이 필수인 토플, 토익, 미국 SAT시험 등도 모두 표준점수로 채점한다”며 “올해부터 수능이 선택형으로 바뀌어 우리도 표준점수제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상명대 문권배 수학교육과 교수는 “학원들이 수험생 수만명의 점수를 분석하면 표준점수를 대강 짐작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아주 쉬웠던 과목의 경우 원점수와 표준점수의 차이보다 원점수와 백분위의 차이가 엄청나게 크게 나올 가능성이 있어 원점수를 토대로 한 배치표를 크게 신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