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세한삼우를 보며 희망의 노래를 불러보자
소나무·대나무·매화는 ‘세한삼우(歲寒三友)’로 불린다.
겨울철의 세 벗이라는 뜻으로서 흔히 한 폭의 그림에 그려서 ‘송죽매(松竹梅)’라고 한다.
지조 있는 선비인 군자를 상징한다. 탄탄대로를 걷다
인생 밑바닥에 떨어졌을 때 변치 않고 찾아주는 친구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세한삼우의 하나인 소나무가 바로 그러한 일을 했다.
세한도(歲寒圖)는 완당(阮堂) 추사 김정희가 1840년(헌종(憲宗)6년)에
윤상도(尹尙度)의 투옥 사건에 관련되어
제주도(濟州道)에서 귀양살이를 하던 59세 때(1844년)의 작품으로서,
유배지인 제주도에서 자신을 잊지 않고 책을 보내주는 제자 우선 이상적(藕船 李尙迪)을 위해
‘세한도’를 그렸다.
당시 청(淸)의 연경(燕京)에서 유학하고 있던 사랑하는 제자 이상적(李尙迪)에게 그려 보낸 일품이다.
추사는 한 켠에 세한도라는 제목과 함께 우선시상(藕船是賞)이라고 적어
우선(藕船) 이상적(李尙迪)을 다정히 부른 후,
권세를 따르는 세속과는 달리 문하의 구의(舊誼)를 잊지 않고
궁경(窮境)의 완당(阮堂)에게 정의(情誼)를 다하는 데 감격해서 세한(歲寒)
(겨울에 홀로 푸른 소나무)에 비유한 그림이다.
장무상망(長毋相忘)이라는 인장을 찍었다.
이는 "우선은 감상하게나, 우리 서로 잊지 말자"는 의미다.
이 세한도(歲寒圖)야 말로 그 화격이나 고고한 필의로 보아 조선왕조 500년의 걸작으로 꼽힐 만하다.
그는 자제(自題)에 다음과 같이 썼다.
藕船是賞(우선시상)長毋相忘(장무상망) 스승이 제자를 다정하게 부른 후,
감상하게나, 우리 서로 잊지 말자
발문에 ‘논어’를 인용해 歲寒然後知松柏之後彫也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
계절이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 수 있다. (논어 자한편)
사람이 시련에 처했거나 겪은 후라야 그 사람의 진실 된 참모습을 볼 수 있다고
이상적에 감사하면서 칭찬하는 문구로 활용하고 있다.
스승의 마음을 담은 세한도를 받은 우선은 감격에 겨워 답신했다.
우선은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리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제 분수에 넘치게 칭찬을 했고 과당한 말씀"이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제가 어떤 사람이기에 권세와 이득을 따르지 않고 세파 속에서 초연히 빠져 나올 수 있겠냐"
"서책은 선비와 같아 어지러운 권세와 걸맞지 않는 까닭에 저절로 맑고 시원한 곳을 찾아간 것"이라 언급했다.
스승과 제자의 마음이 담긴 세한도는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는 것으로 참된 사람의 진실한 모습을 보게 한다.
대나무는 어떠한가.
조선 고종 때 박재철이 한문 초학자를 위해 엮은 교재
‘학어집(學語集)’에 “대나무라! 푸르고 높은 절개가 사시를 통해 변하지 않으니
군자가 이것을 취해 원포에 심는도다(竹 靑靑高節 貫四時而不變 君子取之 種于園圃)”라고 했듯
대나무는 속이 비어 있으면서도 군자의 인품에 비유될 수 있는 끈질김, 겸허, 지조, 절개 등의 특성을 의미한다.
매화는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도 남에게 기쁨을 주는 군자정신의 표상으로 여겨진다.
추위가 한창인 초봄에 다른 어떤 식물보다 먼저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퍼트리는 고절함을 높게 친다.
명나라 때 선비 방효유(方孝儒)의 시 ‘매화’를 감상하자.
“살짝 내린 눈 녹고 연못에 반쯤 달이 비치는데(微雪初消月半池)/ … /
맑은 향기 하늘의 마음 전하려는 듯(淸香傳得天心在)/
여느 초목 따위 마음 알 수 없어라(未詳尋常草木知).”
매화의 이야기는 구구소한도로 선비들이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지나가고
새 봄은 희망으로 꽃을 피우기에 선비들은 가난한 이웃에게 매일 한 송이 한송이 홍매화를 피워
따뜻한 마음을 전하여 더불어 함께 사는 아름다운 삶을 표현하는 구구소한도를 그렸다.
중국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에 유입된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는 특히 문인들이 좋아했는데
보통 매화 그림을 그려 놓은 것이다.
매화는 겨울의 끝머리에 모든 꽃에 앞서서 꽃을 피워 봄소식을 알려 주기에
겨울을 떠나 보낸다는 소한도의 취지에도 맞을 뿐만 아니라,
절개, 지조, 군자 등을 상징하기 때문에 선비들은 이것을 벽에 걸어 놓고 자기 성찰의 표상으로 삼았다.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한국인은 아무리 춥고 매서운 혹한의 겨울에도
옛 선비들은 독특한 일력(日曆)을 만들었다.
구구소한도는 주로 일 년 중 가장 추운 겨울철,
즉 동지의 다음날부터 81일 간을 구구(九九)라고 하는데,
구구를 그려 넣은 구구소한도를 벽에 붙여놓고 매일 아침 흰 매화를 하나씩 홍매화로 표시해 나가면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동짓날부터 흰 매화 꽃송이 한송이 한송이를 홍매화를 피워가며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절개, 지조, 군자 등을 자기 성찰의 표상으로 삼았다.
봄을 기다림은 희망으로 시작하였다.
봄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 낭만적인 풍습이다.
소한도에는 보통 흰 매화 꽃송이와 꽃봉오리의 수가 99개가 되도록 매화나무 가지를 그렸다.
선비들은 이 그림을 벽에 붙여 놓고 매일 한 송이씩 붉은 색깔로 칠을 해서 백매화를 홍매화로 만들어 나갔다.
봄을 기다림은 희망으로 시작된다.
동지 다음 날부터 칠을 시작해서 마지막 한 잎을 칠하는 날이면 경칩과 춘분의 중간,
즉 3월 10일경이 된다.
이때쯤 소한도를 떼 내고 창문을 열면, 매화가 피면서 봄을 맞이하게 된다.
동지섣달에 피는 매화는 '설중매'라 부른다.
달빛에 매화 그림자가 창문에 비치는 것은 매창(梅窓)으로
풍류가객들의 심금을 흔들고 시적 은유로도 자주 등장한다.
동지는 묻은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 새 달력을 준비하며,
팥죽에 세알을 넣어 탄생과 풍요를 바라는 작은 설(亞歲)이라고 하며 새해를 준비하는 것이다.
자신을 배반하지 말고 지조를 지키며, 자신의 소중함을 알고 바르고 참되게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
매화는 결코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不賣香).
매화를 예찬한 이 유명한 표현은 조선 중기의 문신 상촌(象村) 신흠의 수필집 <야언(野言)>에 나온다.
“오동은 천년을 늙어도 가락을 품고 있고(桐千年老恒藏曲),
매화는 한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대로이고(月到千虧餘本質),
버들은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柳經百別又新枝).”
매화는 추워도 지조를 잃지 않아 선비정신의 표상이다.
이처럼 옛 선비들은 동지 때 99개의 매화 꽃송이를 그려놓고 하루하루 한 잎 한 잎 그려 넣었다.
그리하여 삼짇날이 되면 ‘구구소한도’의 묵향이 밴 매화는 세상 밖으로 나가 봄을 알렸다.
그 향을 맡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춘풍접인 화기만면(春風接人 和氣滿面) 도산 안창호 선생은
우리 국민에게 '훈훈한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얼굴'을 강조했다.
많은 눈이 내린 가운데 맹추위도 몰려온 엄동설한이다. 이래저래 힘든 세상살이다.
그럴수록 송죽매(松竹梅), 소나무·대나무·매화 같은 고결한 지조로써 이겨내는 강인함이 요청되는 시대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울적하다. 사람마다 낯빛이 어둡고 어깨가 움츠러든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바른길로 성장하며 발전 하는 것이다.
동지 지나면 해가 길어지고 다시 봄은 온다. 그리고 우리 삶은 이어진다.
삶에 따르는 애환과 성패를 품은 채. 그것만큼은 확실하다.
嚴冬雪寒의 추위가 아무리 매섭지만 벌써 봄은 오고 있다.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
오늘 열심히 사는 것은 아름다운 내일로 가는 길목이다.
오늘 하루가 나의 마지막 날이요. 최고의 날이요.
사명의 날인 것처럼 열심히 살아야 한다.
일상이 선사하는 놀라운 아름다움에 관심을, 사랑하는 것들에 매일 안부를 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가슴 벅차게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일,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은 천천히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
새해의 밝은 태양을 그리며, 해의 날, 마음의 날, 희망의 날, 하늘을 향한 날,
안녕과 풍요의 날. 갑진년 새해에는 세상 모든 사람이 松竹梅
지조와 고결과 강인함과 정직과 성실, 진실, 신실, 열정으로 사는
사람됨의 참모습 되찾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하며 온 세상에 春風接人 和氣滿面의 계절이 임하기를 바란다.
冬至는
陽의 기운이 싹트는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다
동지 자체가 겨울해가 끝나고 봄의 기운으로 돌아서는 전환점이 된다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동지는 날씨가 춥고 밤이 길어 호랑이가 교미한다하여 ‘호랑이 장가 가는 날’이라 부른다.
동지는 태양의 황경이 270°위치에 있을 때이다.
일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양력에서는 12월 21~22일경이며, 음력에서는 동지가 드는 달을 11월(동짓달)로 한다.
대설(大雪)과 소한(小寒) 사이에 들며,
태양이 남회귀선, 곧 적도 이남 23.5°인 동지선(冬至線)에 이르는 때이다.
이때 태양은 가장 에 위치하는데, 대한민국, 미국과 같은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며,
남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다. 추위는 대략 이 무렵부터 닥쳐오기 시작한다.
동짓날 쑤어 먹는 팥죽을 동지팥죽이라고 한다.
동짓날 특별히 먹는 음식이라 하여 동지팥죽을 동지시식, 동지두죽, 동지죽이라고도 한다.
팥죽 속에 넣어 먹는 찹쌀가루나 수수가루로 동글동글하게 만든 덩이를 보통 ‘새알’이라고 한다.
옛사람들은 동짓날 팥죽에 ‘새알’을 자기 나이만큼 넣고 먹으면
건강해지고 액운을 피할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동짓날이면 자기 나이만큼 ‘새알’을 먹어야 비로소 한 살을 더 먹게 된다고 여겼다.
그런데 팥죽에 넣는 동글동글한 떡은‘새알’이 아니다.
‘새알’은 말 그대로 새의 알이다.
크기와 모양이 새의 알과 비슷하여 ‘새알’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팥죽에 찹쌀가루나 수수가루로 동글동글 먹기 좋게 빚어 넣는 떡은 ‘새알심’이다.
새알만 한 크기로 동글동글하게 먹기 좋게 빚은 ‘심(心)’이라 하여‘새알심’이다.
‘심’은 죽에 곡식가루를 잘게 뭉치어 넣은 덩이를 이르는 말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새알심’을 ‘옹심이’ 혹은 ‘옹시미’라고 하기도 한다.
동지는 애기동지 : 애기동지란 '애동지' ‘오동지’를 뜻하는 것입니다.
동지는 주로 음력 11월 안에 들게 되는데요, 11월 10일 이전에 들면 애동지라고 합니다.
옛 조상들은 바로 이 애동지가 되었을 때 팥죽을 쑤어 먹으면 아이들에게 나쁘다고 생각했다.
애동지(팥떡) 11/1~11/10 中冬至(팥죽) 11/11~11/20 老冬至(팥죽) 11/21~11/30 아세 작은설
동짓달 구구소한도 : 매화 99 송이를 그려 창문에 붙여
매일 한송이씩 매화를 피우며 봄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