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저무는 마지막 날...
올 봄은 어디까지 와있는지 궁금하여 멀리 하동포구로 향하였다.
그리운 섬진강이 흐르는 곳. 구례, 하동...
강 남쪽 광양의 매화마을에는 매화가 만발하였을테고
강너머 하동에서 화개까지 이어지는 길과 화개에서 쌍계사 들어가는 길은
해마다 봄철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곳이 아니던가???
자가운전에 편한길은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출발하여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경유, 전주에서 빠져나와
전주 - 임실 - 남원까지는 17번국도를 타고...
남원 - 구례 - 하동까지는 19번국도를 타고 가는데
구례까지는 국도라 하더라도 자동차 전용도로인지라 날라가다시피 갈수 있고
구례부터 섬진강을 따라 가는길은 옛길의 정취속에 주변경관을 즐기면서 갈수 있어
서울쪽에서 내려갈때면 많이 애용하는 길이다.
평일이라서 크게 어려움없이 갈수있었는데
서울 한남동 고속도로입구에 들어선게 아침 8시 15분...
중간에 휴게소 한번 쉬고...화개장터에 도착하니 12시 20분이다.
<남원까지 이어지는 17번도로는 자동차전용도로이다.... 구례까지는 고속도로나 다름없다...>
전라도쪽으로 내려갈때는 경부고속도로 대전 회덕으로 돌아가는길보다는
약간 통행료가 비싸기는 하지만 천안-논산 고속도로가 훨씬 편안하다.
여러개의 민간회사들이 합작하여 건설하고 통행료를 따로 받고 있는 천안-논산 고속도로...
그들의 주장을 보면~
대전 회덕으로 돌아갈때보다 거리 30Km 단축, 기름 3리터 절약, 시간 30분 단축....
서울서 광주까지 간다고 할때 대전으로 가면 13,400원...천안-논산으로 가면 16,000원, 즉 2,600원이 더비싼데
기름값 4,080원 절약, 시간비용 4,850원 절약, 기타비용 600원절약으로 9,590원을 절약하는셈이라나?
믿거나 말거나..........
아무튼 천안에서 비싼 길로 접어들어 탄천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비싼 덕분에 편하고 빠르게 전주까지 내려갈수 있었고
전주 I.C.를 빠져나와 국도를 타고 남원으로 향하였다.
전주 외곽도로를 타고 전주역을 지나...죽림온천도 지나면
임실군 관촌면 사선대(四仙臺) 국민관광지가 나온다.
지금으로부터 2천여년전 마이산(馬耳山)의 두 신선과 운수산(임실면)의 두신선이 하루는 이곳 관촌의 오원강 기슭에 모여 놀다가
병풍처럼 아름다운 주위의 풍경에 취하여 대에 오르기도 하고 혹은 바위 위를 거닐기도 하면서 맑은 물에 목욕하고 즐기니, 까마귀 떼가 날아와 함께 어울리고 있을 때 홀연히 네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네 사람의 학발신선(鶴髮神仙)들을 호위하여 사라졌다고 한다. 이후로 해마다 이맘때면 그들 선남선녀들이 놀았다하여 이곳을 사선대(四仙臺)라 하고 까마귀가 놀던 이 강을 오원강(烏院江)이라 불렸다 한다.
<사선대(四仙臺) 사선문(四仙門)>
이내 임실을 통과하고 남원에 이르를때
남원 못미쳐 오수라는곳에는 의견(義犬)이야기가 나온다
불 속에서 잠든 주인을 구하기 위해 강물을 몸에 적셔 오가다가 지쳐 죽은 충견(忠犬)에 얽힌 설화가 그것이다.
<意犬 동상>
오수지나 서도라는 곳에는 혼불기념관이 보인다.
이는 이곳출신 최명희가 쓴 대하소설 '혼불'을 기리는 문학기념관이다.
남원에 도착하면서 재미있기는 초입의 고갯마루가 이도령 고개요 남원으로 들어가는 터널이 춘향터널이다.
그자리에 '춘향이버선발'이라는 표석이 서있으니... 이도령을 반겨 버선발로 나오는 춘향이라는 뜻이렷다???
<춘향터널....>
서울을 떠난지 3시간 남짓해서 남원을 통과하니 참 세월이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도로는 17번에서 19번으로 바뀌어 구례로 향하는데
왼쪽편으로는 이름도 유명한 지리산이 그 큰 덩치를 낮추어 편안하게 누워있고
화엄사, 천은사, 피아골, 연곡사, 노고단 등등... 낯이고 친숙한 이름들이 계속 나타난다.
구례땅이 시작되었다는 간판을 보았는데
여기가 우리나라에서 산수유가 가장 많다는 산동마을....
그리고 그 초입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산수유시목(始木)이 있다는 간판이 보인다~~
구례읍내를 슬쩍 비켜서서 방향을 하동쪽으로 틀어보니 하동까지는 32 Km...
이제 도로는 구불구불한 옛길로 나타나면서 오른쪽으로 섬진강을 끼고 하동까지 강변도로로 이어진다...
꽃소식이 궁금했는데 길가에 개나리가 피어나기 시작한 모습이 보인다.
산수유도....매화도 보인다.....
구례를 지나면서부터 내 앞에 나타난 섬진강...
고려시대 왜구들이 강을 거슬러 올라오자 두꺼비 떼가 마구 울어 그들을 쫓았다해서 두꺼비 섬(蟾)자를 쓴다나?
그야말로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구례를 막 벗어나는곳 즈음에 구례 동중학교가 있다.... 홍매실과 산수유가 학교앞에 심어져 있고
강을 건너는 다리가 보여서 내려보니 섬진강 상류쯤 되는듯?...아직 강의 모습이 어설프다....
<구례 동중학교 앞 섬진강....상류지역으로 강이 시작되는 모습이다....>
섬진강은 구례에서 부터 하동까지... 전남 구례에서 시작한 강변도로는
화개장터에 이르면 강 북쪽은 경남 하동군....강 남쪽은 전남 광양이다.
그야말로 노랫말처럼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강이다.
재첩이 유명한 섬진강...
<강이 제법 넓어지면서 유유히 흐르는 모습을 갖추기 시작....>
<섬진강 이쪽과 저쪽을 오가는 배...무동력으로 밧줄을 끌어당겨 건너간다...
이젠 다리가 많이 생겨서 점차 없어지는 추세.....>
<하동쪽으로 내려오면 강폭은 무척이나 넓어지고....강변으로는 고운모래밭을 커다랗게 만들어놓아 참 아름답다....>
섬진강의 풍광에 정신을 빼앗겨 한눈팔면서 가다보니 갑자기 경상남도 하동이라는 간판이 나온다.
하동군 화개면....곧 화개장터라는 얘기..
화개면에서는 4월1일부터 3일까지 제13회 화개장터 벚꽃축제가 벌어진다하여 벌써 복잡한 모습이다.
닷새마다 구례사람과 하동사람이 어우러져 열린다는 화개장...
있어야할건 다있지만 없을건 없다는 화개장터....
<화개장터>
화개장터에 도착하니 12시 20분....서울을 떠난지 4시간이다.
날씨는 너무 좋았구...온도가 21도를 웃돌아 금년들어 처음으로 에어컨을 켜야했다.
이곳 화개장터부터 쌍계사까지는 약 6 Km길....소위 말하는 십리 벚꽃길....벚꽃 터널로 유명한데
에고고~~ 이를 어쩐다말이냐???
올해는 유난히 꽃샘추위가 심하였던관계로 벚꽃들이 꿈쩍도 안하구...겨울나무 그대로이다~~
벚꽃축제가 내일부터인데???......... 진해 군항제도 마찬가지고...
남녘의 이런저런 축제들이 꽃들이 일제히 토라지는 바람에 애로가 많은 모양이다....
<벚꽃터널길..... 꽃은 커녕...움트는 모습도 보기어렵다....열흘쯤 더 지나야????>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는 화개천을 따라 왼쪽이 옛날길...즉, 벚꽃터널이고
오른쪽은 새로 낸길인데.....
의외로 길 양편으로 차(茶) 재배지와 茶院들이 많다....
알고보니 이곳이 우리나라에서 차를 제일먼저 재배한 곳이라나???.....차시배지(茶始培地)라고 하는데
아마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부 이견(異見)이 있는 모양이나... 그저 그런가보다 하구 돌아보았다.
보성차밭만 보았던고로.... 차밭은 산비탈에만 있는줄 알았더니
평지에도 논이나 밭처럼 차를 심었다.....ㅠㅠㅠ
<화개면 차밭.... 산비탈에도, 평지에도.....>
군데군데 고로쇠 수액도 판다고 써있었고...
내일로 다가온 벚꽃축제때문에 분주한 모습이었으나 벚꽃없는 벚꽃축제에 일부 맥이 빠진듯~~~
쌍계사 입구에도 이런저런 노점상들이 제법 많아보였다.
<쌍계사 입구....>
하동에서 화개까지를 하동포구 팔십리길이라고 부르는데, 역시 벚꽃이 일품인 길이지만 꽃이 없어 아쉬웠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꽃 피어난 이 길을 전국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을것이다.
그 길을 하동에서부터 밟아보기 위해서 나는 화개에서는 강을 건너 남쪽길로 매화마을을 둘러본 후
다시 강을건너 하동으로해서 화개까지 돌아보는 순환코스로 다녀왔다.
화개에서 섬진강을 건너는 다리는 시골답지않게 아치형으로 너무 크고 화려했다.
너무 튀지않고 자연경관과 어울리는... 향토적인 디자인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인다....
<화개삼거리에서 강을 건너는 다리...남도대교....>
아무튼 이 다리를 건너 섬진강 남쪽으로 오면 전남 광양시 다압면이다...
이제 이곳저곳 매화가 보이기 시작하고....화사한 꽃들을 즐기다보면 매화마을이 나타나며~~
마침내 이곳을 이렇게 매화로 유명하게 만든 일등공신 청매실 농원이 나온다...
<다압면.... 매화가 보이기 시작...>
청매실농원은 약10년전부터 매화로 알려지기 시작하여 올해로 9회째 매화문화축제를 벌이고 있으며
홍쌍리 여사가 현재 주인이다.... 워낙 매스컴에 많이 소개되어 스토리 생략~~
<청매실 농원....>
여기까지 둘러보고나니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너무 배가 고프다....
농원 옆 민박집 식당으로 들어갔다. 전문식당보다 더 맛있을듯 하였고 또 이런저런 얘기를 들을수 있을듯하여~
재첩국밥을 하나 시켜 먹었다... 간단하면서도 맛있다 (1인분 5천원)
민박집 아주머니와 나눈 대화....
강 저쪽은 경상도, 이쪽은 전라도네여?
그렇지여, 그런데 모 이쪽은 전부 경상도 사투리라예~~
글쿤여~~ 여기 청매실 농원은 언제쯤부터 이리 소문이 났나여?
한 10년 되었나여?...그전엔 여기에 밤나무가 많았어여. 그런데 홍쌍리여사가 이리 맹글었지여~
해마다 축제때면 그 시아버지 제사를 동네에서 지내준다네여~~~
재첩은 언제가 제철인가여?
여름....그것두 가물때 잡는 재첩이 맛있어여~~~ 요새두 더러 잡기는 해여...
식당을 나서 다시 다리를 건너 강북으로 넘어오니 하동이다.
이제 여기서부터 강북 강변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화개까지 하동포구 80리길....
남쪽이 매화밭이라면 북쪽은 벚꽃과 배꽃이 지천인데...역시 벚꽃은 아직 낌새가 없다....
가는길에 드문드문 동백이 피어있다.
하동포구라는데 정작 포구가 어디인지는 보지 못한채....
화개쪽으로 가다보니 박경리의 토지에 나오는 무대....최참판댁이 있다.
큰길에서 5분정도 들어가니 벌써 많은 관람객들로 북적댄다...
그 안 골짜기 너른들이 바로 악양들판이고 최참판댁이 있는곳은 평사리이다.
평사리에는 너른 들 가운데 소나무 2그루가 오롯하게 서있어서 눈길을 끈다.
<평사리 들판에 서있는 소나무 2그루>
<최참판댁 입구.....입장료가 1000원씩이다>
<하동포구 80리길....>
참으로 주만간산처럼 둘러본 화개장터와 쌍계사 벚꽃길, 광양 매화마을, 최참판댁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당일치기로 내달린길, 서울로 돌아가야하기에 다음을 기약하면서 내려올때의 역순으로 구례를 향했다.
그런데 들어올때 놓쳤던 곳, 구례땅 접어들자마자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거기에는 운조루(雲鳥樓)라 불리우는 양반댁 대가가 있었는데 바로 이웃사랑의 살아있는 정표로 불리우는 곳
그집 곳간채에 있는 원통형 뒤주때문이다.
즉, 이 원통형 뒤주에는 쌀이 약 두가마 반정도 들어가는데 하단부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고 씌여진 사각의 직사각형
마개가 있으니...타인들 누구도 능히 이 마개를 열고 쌀을 가져가라는 뜻이다~~
즉,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베푸는 이 집 주인 유씨의 선행이었다.
가져가는 사람이 얼굴을 마주치지 않도록 곳간채에 배치하여 그사람의 자존심도 고려했다고하니 참 대단하다....
<운조루 전경>
<대문안 본채>
<곳간에 있는 뒤주>
<내실앞에 있는 장독대가 참으로 정겹다....>
그리고 이집에서 눈여겨 볼 또하나는 대문위에 걸려있는 호랑이뼈다...
이 집주인 유이주가 한양으로 가던 중 잡은 호랑이뼈라한다. 호피는 임금에게 진상했다하고~
<솟을대문>
<대문에 걸린 호랑이뼈>
하마트면 놓칠뻔했던 운조루까지 둘러보고 전주까지는 쉬지않고 내쳐 달렸다.
전주에서는 잠깐 시내를 들려 차에 기름도 보충하고 은행에서 용돈도 조금 찾은후에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전주 월드컵 구장>
<호남제일문> 전주에서 군산까지 이르는 전-군 도로도 전국에서 알아주는 벚꽃길이다....
.............2005. 3. 31일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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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좋은나라
하동 쌍계사, 화개장터....광양 매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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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0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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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역시나...남도의 꽃소식은...설레이는 소식입니다. 땡큐
비....님~ 이 글을 읽으면서 봄나들이 하는 즐거움이네요. 섬진강 재첩국까지...감사합니다.
전주에 살고 있는 저도 가보지 못한곳이 있군요... 전주를 지나면서 통행세도 안내고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나중에 만나면 받을테니 잘 챙겨두세요..
'전주'라는 단어만 보아도 가슴이 뜁니다..'고향' 이란것이 그런건가 봐요..저도 다음주쯤 시간 되는대로 달려갔다 올 생각입니다.
저도 거의 비슷한 코스로 다녀왔어요. 님이 올려주신 사진보며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필리핀에서부터 내가 사진을 안찍어도 언제나 사진을 볼 수있으니, 달라진 세상을 실감합니다. 근데 벚꽃여행 주선은 안해주시나요? ㅎㅎ
나그네님! 대전 이남으로 오시면 신고하고 오세요 신고안하면 빠때루~ㅎㅎㅎ
역시 나그네 갑장이네요. 그래 언제또 다녀 왔는기요. 아직 매화와 벗꽂도 피지 않았는데 나도 며칠전 지리산등반을 다녀 왔는데 만날뻔 했네요.
올려주시는 자료들잘보구 그냥막연했던여행에 정돈이되간다고할까요 즐감합니다
나그네님...지척에 오셧군요..전-군산인데...식사라도 대접할껄...담엔 연락주시고 오시면 떡싸들고 갑니다..ㅎㅎㅎ
요로조모 사진과 글 잘보고 갑니다.
비슷한코스 어제 다녀왔는데... 이 봄 가기 전 매화향에 흠씬 취해보고 싶어서..... 꽃비 날리며 떨어지는 매화... 이틀만 있찍 왔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지금도 매향이 코끝에서 맴돌고 있네요.
감사이 잘보구갑니다. 어제다녀온 유월의 남도 광양까지의 섬진강주변은 밤꽃들이 만발하였드군요.지금의 화개장터는 청매실이 가득하드군요.매화꽃만발했을 구례하동이 보고싶어 찿아왔다 갑니다.잘봤습니다 멋지게 찍으신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