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를 풍미한 영국 모델 트위기를 연상시키는 깡마른 체격으로 할리우드의 뭇 남성들을 울린 톱 모델 케이트 모스의 두 번째 이야기.
1974년생으로 영국 런던 근교의 크로이던(Croydon)에서 성장한 그녀는 1988년 미국 JFK 공항에서 모델 에이전 시 스톰(Storm)의 캐스팅 디렉터 사라 듀카스(Sarah Doukas)의 눈에 띄어 모델로 발탁됐다. 그때가 그녀 나이 열네 살. 이어 캘빈 클라인 진, 향수 이터너티, 이너웨어와 아이웨어에 등장하면서 그녀는 모델계의 총아로 떠올랐다. 특히 반항적이면서 세련된 지극히 도시적인 감성을 잘 살려내 캘빈 클라인의 '뮤즈'로 오랫동안 사랑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나 카란, 베르사체, 크리스찬 디올, 이브 생 로랑 등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의 컬렉션과 광고에 등장했다.
1994년에는 세계적인 사진 작가 피터린드버그(Peter Lindbergh)와 피렐리 캘린더(the 1994 Pirelli calendar)를 촬영해 과감하게 변신을 시도했다. 피렐리 캘린더는 유명 모델들 가운데 해마다 10명을 선정해 섹시하고 환상적인 사진을 선보이기로 이름난 달력으로 클라우디아 시퍼, 신디 크로포드, 나디아 아우어만 등 스타급 모델들이 환상적인 몸매를 아낌없이 공개한 바 있다. 모델 활동 외에 가수 엘튼 존의 뮤직 비디오 'Something about the way you look tonight'에 얼굴을 비쳤으며 여류 사진 작가 엘렌 본 언월스(Ellen von Unwerth)의 영화 '인페르노(Inferno)'에도 출현한 바 있다. 또한 자서전 '케이트 모스 스토리(Kate Moss Story)'를 내기도 했다.
슈퍼 모델이란 명성답게 케이트 모스는 할리우드의 유명한 스캔들 메이커이기도 하다. 98년에 배우 조니 뎁과 결별한 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빌리 제인과 뜨거운 사이임을 공표했고 영국의 인기 락 밴드 '스페이스 훅'의 기타리스트 안토니오 랭돈'과는 약혼을 운운했었다.
그러나 금세 데이트 상대를 바꿔 얼마 전엔 모델 제스 우드에게서 6만 달러(한화 6,600만 원)짜리 루비 반지를 선물 받았다. 그러나 측근과 할리우드 소식통이 전하는 바를 종합해 보면 그녀가 가장 애닯아 하는 상대는 조니 뎁이라고. 그와 결별한 후 한동안 폭음과 약물에 찌들어 지내 급기야 99년 12월에는 영국의 고급 요양원 프라이어리 클리닉에 들어가고 말았다. 한때 연인이었던 케이트 모스의 방황이 안쓰러웠는지 조니 뎁이 영화 '슬로피 할로우' 촬영차 영국에 들렀을 때 그녀를 찾아 위로하고 BMW를 한 대 사주었다고. 오랜만에 재회한 연인들이 다시 불 같은 사랑에 빠져 든 것은 당연하고. 이로 인해 영국 언론에서 매일 이들 커플의 기사를 다루자 당시 조니 뎁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던 프랑스 여배우 바네사 빠라디가 펄펄 뛰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석달 동안의 병원 생활을 반강제로(그녀의 담뱃불이 원인이 된 화재로 인해) 퇴원당한 그녀는 금세 활기를 되찾았다. 런던의 나이트 클럽에서 신나게 노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어 영국의 연예 일간지에 오르내렸으며 헐리우드 스타의 파티에 초대돼 세인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얼마 전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도한 뉴욕의 나이트 클럽 'Thursday'에 나타나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디카프리오는 지젤과 사귀는 사이였지만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고. 대단한 끽연가이자 알코올 중독자이며 끊임 없이 스캔들이 그녀를 뒤따르지만 여전히 그녀는 슈퍼 모델로서의 입지가 단단하다. 좀 떴다 하면 영화로 눈을 돌려 몸매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하고 시들어 가는 여타 모델들과 달리 그녀는 꾸준히 캣 워크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 비결은? 획일화된 여성의 아름다움을 깨부수고 새로운 면을 끌어낸 데 있지 않을까?
그녀 이전에 그 누구도 주근깨투성이의 얼굴이, 휜 종아리가, 삐쩍 마른 바디 실루엣이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았다.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카메라 너머를 응시한 신비로운 시선, 들쭉 날쭉한 치아를 활짝 드러낸 자연스러운 웃음, 빈약한 몸매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 당당함. 거기엔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 볼륨감 있으나 잘 빠진 다리'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여성의 몸을 옭아맸던 황금률은 없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 비록 미성숙한 어린 소녀를 연상시키지만 자연스러움이 흘러나온다. 또한 코카 콜라와 롤링 스톤스 그리고 U2의 음악에 열광하는 평범한 여인. 바로 우리가 슈퍼 모델 케이트 모스를 사랑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