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고개에 봄이 오면
김 순 희
산허리에 연둣빛 나뭇잎이 뭉게구름처럼 뭉실뭉실 피어날 때면, 일 년을 기다렸다가 그리운고향 나들이를 하듯 꼭 들르는 곳이 있다. 꽃구경이 거의 마무리 될 즈음이면 이동 계곡에 늦은 벚꽃이 핀다. 이 늦깎이 벚꽃도 볼 겸 포천과 인접한 강원도 화천의 광덕고개에 가는 것이 봄을 제대로 맛 보는 마지막 코스인 셈이다.
광덕고개에는 해마다 산나물 시장이 열리곤 해서 자연산 두릅이나 취나물, 더덕, 산삼 등을 사는 것이 목적이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나물 향기를 맡으며, 나물 파는 사람들에게 듣는 이야기 보따리가 더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얼마간의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나물 가게 주인들은 나물을 담아주면서 약재로 끓인 차를 한 잔 나누어주기도 하고, 코로나로 힘들었던 사정들이며 이런저런 화제를 주고받으니, 금세 정이 들고 마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봉지봉지 푸짐하게 나물을 사는 게 행복하다. 집에 와서 나물을 삶으며 향기를 다시 한 번 맡는 동안 봄이 내 손끝에 닿는 행복을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금 반 숟가락 넣고 팔팔 끓인 물에 나물을 데쳐서 알맞은 크기로 나누어 담고 냉동실이나 냉장실에 보관하면 끝이다. 가끔 봄나물이 그리울 때 최대한 양념을 적게해서 식탁에 올린다. 취나물 된장찌개, 취나물 무침, 더덕을 고추장에 묻혀 장아찌로 만드는 등 부족한 요리 솜씨에도 나만의 산나물 요리 매뉴얼을 가동해서 아주 신중하게 보관하며 아껴 먹는다. 그 중에서도 두릅은 내가 좋아하는 최고의 산나물, 어릴 적에 먹었던 방식으로 일단 두릅을 살짝 데쳐서 씻은 다음, 후라이판에 도리뱅뱅이처럼 나란히 늘어놓고, 고추장에 참기름 듬뿍, 파와 마늘, 통깨를 섞은 양념을 얹어 살짝 굽는다. 특별한 맛이 아닐 수 없다.
광덕고개를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는 강원도 감자떡과 감자전, 메밀전, 묵무침, 통감자구이, 칡즙 등의 "메이드 인" 강원도 토속 음식을 즐겨 먹기 때문이다. 산장처럼 생긴 음식점에 들러 묵무침에 옥수수 술 딱 한 입만 맛보고 통감자를 시키면 벌써 배가 부르다. 감자떡이랑, 감자전, 메밀 부침개 등은 포장을 해서 룰루랄라 귀가길이다. 오던 길로 다시 가는 것은 여행의 재미를 반감하는 것! 광덕고개를 넘어가면 맑은 물과 상큼한 나뭇잎들, 그리고 취나물을 기르는 비닐하우스 등이 새로운 감성을 자아낸다. 그렇게 세월없이 길을 가다가 보면 가평계곡을 따라 내려가기도 하고, 산 따라 물 따라 그냥 자동차 바퀴가 굴러가는 대로 가게 된다. 언젠가는 춘천까지 간 적도 있으니 이쯤이면 봄바람이 단단히 난 것 아닌가!
인생도 광덕고개 소풍처럼 그랬으면 좋겠다. 삶의 향기가 나는 사람들과 서로 부대끼며 서로의 향기를 묻히고, 함께 묻어서 이리저리 세상 구경을 해보는 것이 아직도 세상살이에 서툰 나의 작은 꿈이다. 2023년 봄에 포천문협에서 새로 만나게 되는 문예대학 문우님들과 기존의 문협식구들과 함께 아름다운 글 향기에 젖으며 새로운 봄날을 출발하리라.
올해도 산에 들에 꽃이 만발하고 신록이 물들기 시작했다. 나는 또 하루 날을 잡아 광덕고개 나들이를 하는 호사를 누리리라. 물론 산나물 사는 게 1번, 바람 쐬는 게 2번, 그리고 3번은 어떤 일들이 기다릴지 잔뜩 기대해본다. 포천의 동쪽 화천 광덕고개는 사시사철 봄을 기다리는 내 마음의 고향이다. 벌써 설렌다. 내 마음은 벌써 광덕고개마루에 서 있다.
첫댓글 _((()))_ _((()))_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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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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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벚꽃이 군데군데 남아있고 초록초록 정말 이쁜계절
삭막한 도심에 하나 둘 피어나는 잔잔한 설렘의 계절
봄향기 가득한 사람정이 어우러지는 시골장터가 모친과 나의 고향 산책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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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고개의 봄이 오면" 글을 읽고 문득 요즘 소홀 해진 고향산책을 즐기러 가야겠다 ㆍ
봄비 머금은 연두빛 잎들이 유난히 이쁘다
봄비를 감상하는 지금
그리움을 아는 지금이
행복하다~^^
감사합니다 _(())_
((()))
고맙습니다. ()()()
사월은 마법의 달,
연두빛 새순이 끝없이 몽글몽글 뭉게구름처럼 번집니다. 다정한 사람들과 소풍!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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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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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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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