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대한 정서들...
[주장]반국민연금 정서, 갈 데까지 갔다
반국민연금 정서, 몰지각한 국민들의 몰이해가 아니다...정부는 긴장하고 귀담아 들어야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오태호(conan119) 기자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에 대한 정부나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반응은 그저 '철없는 것들, 쯧쯧쯧' 정도인 것 같다. 그리고 연금제도에 대한 몰이해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으니 계도나 홍보만 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자유 게시판에는 공단 직원(일부는 직원임을 밝히고 있고, 일부는 직원으로 의심되는)들의 반박 의견을 담은 댓글로 가득하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이 국민연금의 자세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이해가 부족한 면도 없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이 또한 정부와 공단의 책임이다. 국민연금과 같이 중요한 제도를 시행하면서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거의 전무하였으니,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어떻게 보면 '국민연금은 사회보험 성격이어서 소득 재분배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가지 이유로 전국민을 상대로 운영되는 만큼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다'는 전제만을 생각한다면 지금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쟁은 일거에 해소될 것처럼 보인다.
그런 전제에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만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조금씩 지적되고 있는 심각한 제도상의 오류나 집행상의 문제점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국민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분개하고 있는 이때, 국민연금의 실제적인 문제를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강제 징수의 폐해
국민연금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 강제징수 제도는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현재의 강제징수는 그 방법이 너무 강압적이며, 그것을 시행하는 공단 직원들의 태도가 너무 위압적이라는 데 그 문제가 있다. 사람들 말에 따르면 공단 직원들의 자세가 조세를 체납한 경우에도 겪어보지 못한, 강력하고 위압적이라고 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공단직원들이 강제징수권을 너무 남용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체납 독촉을 받은 가입자 중 일부는 그 정도가 카드사 채권 관리 파트에서 독촉 전화를 하는 것에 견주기도 한다. 때문에 국민들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는, 좀 더 효율적인 강제 징수 제도가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2. 국민연금, 소득 재분배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
소득재분배라 하면, 많이 버는 사람이 적게 버는 사람을 보조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과연 국민연금이 공정한 소득 재분배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연금 가입자를 소득에 따라 45등급으로 나누어 놓았는데 그것이 소득 재분배와 별 상관이 없다. 대기업 대리나 과장 정도라고 하더라도 45등급에 도달하게 되어 소득 재분배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회사원이나 대기업 과장이나 같이 45등급에 해당하기 때문에 소득 재분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두번째, '보험료 산정은 적정한가?'의 문제이다. 지역 가입자는 소득의 7%를, 사업장 가입자는 소득의 9%를 부담하고 있다. 사업장 가입자의 경우 사용자가 4.5%를 부담해 주고 있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것 또한 인건비 항목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가입자가 9%를 모두 부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자영업자의 경우 소득 신고 누락이 일정 부분 존재하며, 고소득일수록 심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고 보니 사업장 가입자의 불만은 '유리지갑의 비애'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역 가입자에게 불합리하게 적용되는 부분도 있다. 지역 가입자의 경우 특별한 소득이 없는 경우 주택이나, 자동차의 보유 여부가 보험료 산정의 큰 기준이 된다.
그러나 과연 우리 나라에서 주택의 소유가 부유함의 큰 기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직도 우리 나라 사람들은 과거 집 없는 설움에 질려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집 한채는 목숨 걸고 지키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고급 주택 외의 일반적인 주택이 부유함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자동차 보유 여부 또한 마찬가지다.
3. 퍼주기식 정책에 대한 불신
국민연금 제도는 선진국에서 10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지속되었다. 나는 그 시작을 민심을 잡기 위한 '퍼주기'라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 또한 서유럽을 비롯한 외국이 100년 전에 행한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들을 면면히 살펴 오류를 줄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계속 퍼주기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 또한 문제다.
많은 선진국이 '적게 내고 많이 받는다'고 선전하면서 국민연금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결국 연금 고갈로 인해서 국가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과거에는 돈으로 선심 쓰고 이제 와서 방법이 없으니 세금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1930년대에 연금제도를 시행한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총 25달러를 보험료로 내고 죽을 때까지 2만3천달러를 수령한 노인도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도 그런 부조리한 모습으로 가고 있다. 선진국의 오류를 보고도 개선하기는커녕 100년 전 잘못된 모습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4. 가입 대상자는 적정한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이라고 선전하면서 정작 공무원 연금과 사학연금은 빠져 있다. 기금 고갈 상태인 공무원 연금을 끌어들이는 것은 손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것은 꼭 옳은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사업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를 통합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기존에 조성되어 있던 사업장 가입자에게 지역 가입자의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면 공무원을 비롯한 모든 연금을 분리하든가 모두 통합하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다.
지금 국민들이 의심하는 것은 공무원 연금이 국민연금에 흡수되면 상대적인 고소득자가 되어 불리해질 것을 우려한 데서 나온 꼼수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공무원들은 정년이 보장되고 기업 연금 형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의심은 더욱 짙어진다. 또한 공무원 연금은 퇴직시 소득을 기준으로 연금이 지급되는 반면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 평균 임금이 기준이다. 이런 상황이니 공무원들이 통합을 원할 리가 없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대부분 힘없는 백성들이다. 그 백성들은 정부에서 기금 고갈 운운하며 수급율을 조정해도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체 높으신 공무원들은 공무원 연금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수급 조건이 쉽사리 조정되지 않도록 따로 밥그릇을 챙기는 것 아닌가 한다.
5. 국민연금은 자기 역할에 충실한가?
국민연금의 기본 원칙은 연금에 기여해야만 수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소득 재분배의 기능을 더하여 많이 버는 사람은 조금 덜 받고 적게 버는 사람은 조금 더 받도록 해 준다는 것인데, 현재 제도는 이 점에서 문제가 많다.
최저 보험료를 20년 내고 받는 연금액에 비해 최고 보험료를 20년 내고 받는 연금액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 결국 21배를 넘게 내고도 불과 수령 연금액은 3.5배에 불과하다.
6. 공단의 역할 수행은 어떠한가?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지역 가입자 소득 파악에 있어 전문성을 가지고 공정한 기준으로 하고 있는가? 대답은 "아니오"다. 그 예들은 국민연금 공단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에서 숱하게 찾을 수 있다. 공단은 인력 문제 등을 이야기하지만 지금껏 제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인력을 어떻게 늘린단 말인가.
그렇다면 공정한 연금제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당연히 "아니오"다. 연금 책정의 기본이 되는 소득은 일단 신고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검증, 특히 소득 등급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 보니 일정 소득 이하의 지역 가입자의 경우 최대한 자신의 수급 조건에 유리하게 부풀려 신고하는 경향이 있다. 공단에서도 이를 권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대로 일정 등급 이상 높이길 원하지 않는 가입자에 대한 대응은 너무나 가혹하다.
국민연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공단은 항상 가입자의 몰이해로 몰고가려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언제 제대로 홍보나 한번 했던가?
88년 국민연금은 시행되어 95년 농어촌, 99년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되어 왔다. 작금의 제도적인 문제점들은 이미 노태우 정부에서부터 있어 왔으며 김영삼 정부에서 선심성으로 농어촌까지 확대 시행됐다. 김대중 정부는 과거에 준비해 오던 것을 과감히 끊어 내지 못하고 한차례 수정(수급율 60%로 조정, 수급 연령 65세로 조정) 후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했다.
지금 국민연금제도는 공단의 무리한 운영과 국민들의 폐지 여론으로 위기 상황에 와 있다. 이 모든 것이 현 정부와 공단의 책임만은 아니다. 하지만 올바로 잡는 것은 그들이 해야할 일이다. 현 정부가 지금의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어떤 해결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한 것 같아 갑갑한 마음 뿐이다. 이러한 정부의 애매한 태도가 성난 국민들을 제도의 개선이 아닌 폐지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국민연금의 문제점은 위에 열거한 것만이 아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의 '반국민연금' 정서가 극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이 사실을 이해하고 인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불만을 성실히 고찰하고 대책을 마련해 대다수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연금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소모적인 논쟁이 길어져 국민연금과 같이 좋은 제도가 폐지되는 불행이 오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