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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심층 취재] 현대자동차 勞組의 19년 파업 [월간조선]
SantaFe(김지환) 추천 0 조회 590 07.04.07 19:58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심층 취재] 현대자동차 勞組의 19년 파업
 
『폭탄을 몸에 휘감고 勞組에 뛰어들어 자폭하고 싶은 심정이다』(현대車 2차 하청업체 孫永泰 회장)
 
「경영악화와 부채… 어쩔 수 없는 길을 선택합니다. 저 혼자 호의호식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1일 자살한 현대車 3차 하청업체 송재균 사장 유서 中)

『10개 공정 중 하나만 스톱시키면 9개가 자연 중단… 자동차의 이런 시스템이 勞組의 무기』
(현대車 김인수 부장)

『현대車 공장 근로자 임금 높지 않아… 회사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파업기간 늘어났다』
(현대車 勞組 송희석 부장)
鄭蕙然 月刊朝鮮 기자 (hychung@chosun.com
『망해야 정신 차리지…』
 『그거 취재하러 서울서 여(기)까지 왔어요? 확 망해야 정신 차린다 아입니꺼?』
 
  울산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현대자동차 공장에 데려 달라고 하자, 택시기사가 「뭣 때문에 거기에 가느냐」고 물었다. 「노조 파업사태를 취재하러 서울에서 왔다」고 하자, 그의 표정이 달라졌다.
 
  『노조 저그들, 연봉이 제 세 배예요.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죽어라 택시 몰아도, 연봉 2000만원이 안 돼요. 배가 불러 터진 게지. 파업한 날 술 먹고 차에 타는 노조 사람들 보면 속이 뒤집혀요. 에이, 다시는 현대車 안 살랍니더. 노조 꼴 보기 싫어서라도 안 살래요. 망해야 정신 차리지…』
 
  「아저씨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더니, 그는 『지나가는 사람 10명한테 물어, 노조에 대해 좋게 말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요금을 안 받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볼 태세여서, 서둘러 요금을 건네고 「소나타」 택시에서 내렸다. 울산 북구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북문 입구였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출입문은 스물두 개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정확히 정하지 않으면, 공장 안에서 헤매기 십상이다. 그도 그럴것이, 현대차의 울산공장은 대지 면적 150만 평 위에 세워졌다. 골프장 5개를 합쳐 놓은 면적이다. 현대차의 세 공장(울산·아산·전주 공장)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총 5개의 공장으로 나뉘어 있다. 제1공장은 「베르나」·「클릭」, 2공장은 「에쿠스」·「투싼」·「싼타페」, 3공장은 「아반테XD」·「라비타」·「투스카니」, 4공장은 「포터」·「리베로」·「스타렉스」·「트라제XG」, 5공장은 「테라칸」·「투싼」 등 총 15개의 차종을 생산한다. 현대차의 트럭 같은 상용차와 「NF소나타」, 「그랜저TG」를 제외한 모든 자동차가 이 공장에서 생산된다. 한 해 생산 물량은 160만 대. 울산공장은 「현대차의 심장부」다.
 
  지난 1월31일~2월1일, 현대차의 울산공장을 방문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불거진 현대차 노조 파업사태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左회사-右노조」 건물
 
  현대차 울산공장 북문 입구에 서니, 양쪽으로 상반된 풍경이 보였다.
 
  출입문에서 왼쪽으로 100m 떨어진 곳에 회사 본관이, 오른쪽으로 150m 떨어진 곳에는 노동조합 건물이 있었다. 정문을 기점으로 「左(좌)회사-右(우)노조」 건물이 나란히 마주하고 있다. 올해 초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숱한 사연이 이곳에서 벌어졌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졌다.
 
  우선 현대차의 노조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를 짚어 보자.
 
  이 일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연말이었다. 尹汝喆(윤여철·54) 현대차 사장은 지난해 12월28일, 노조사무실을 방문해 『올해 생산 목표치의 95%밖에 달성하지 못해 연말 성과급을 150%가 아닌 100%만 지급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여름 임금협상 때 생산목표 달성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니 원칙을 지키겠다는 얘기였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차 노조는 강력히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회사가 2006년 1조원 이상의 순익을 냈는데 무슨 말이냐. 성과급이 정상적으로 지급될 때까지 주말과 공휴일 특근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오후 5~7시까지 예정됐던 잔업을 거부했다.
 
 
  소화기 분사로 중단된 시무식
 
  현대차의 2007년은 이렇게 戰雲(전운) 속에서 시작됐다.
 
  서울 本社(본사)에서는 「2007년은 글로벌 리더 도약의 元年(원년)」이라는 캐치플레이즈를 내걸었지만, 울산공장에서는 노사의 치열한 전쟁이 예고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현대차의 이번 사태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번 사태가 온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현대차가 배포한 「석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문제의 사진은 지난 1월3일, 울산공장에서 있었던 시무식 현장 모습이 담긴 것이었다. 「2007년 신년 조회」라는 플래카드 아래로, 소화기에서 뿜어진 희뿌연 것이 자욱한 사진이었다.
 
  金東晉(김동진·56) 현대차 부회장이 신년사를 낭독할 때에 노조 측이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 않는다며 소화기를 행사장 안으로 분사하는 장면이 찍힌 것이다. 울산공장의 시무식은 당초 예정됐던 40분이 아닌, 10여 분 만에 끝났다. 尹汝喆 사장은 노조와 마찰 과정에서 얼굴에 찰과상을 입었다.
 
  희뿌연 시무식 행사장 사진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현대차의 노조 폭력 사태가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건은 단순히 여론의 관심을 끄는 데 끝나지 않았다. 현대차가 박유기 위원장 등 2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 방해로 고소한 것이다.
 
  현대차는 『피고소인들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5~7시까지 예정됐던 잔업을 거부하고, 조합원들에게 不法(불법)파업에 참여하도록 선동하는 등 불법행위를 주동했다』며 고소 이유를 밝혔다.
 
  使측은 『지난해 12월28일 노조의 잔업 거부로 「베르나」·「클릭」 120대, 「아반테」·「투스카니」 128대, 상용차 등 37대, 「투싼」 72대 등 총 461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총 55억9800만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나중에 현대차가 입을 손실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였다.
 
  같은 날,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이 울산공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朴위원장은 『회사가 성과급을 전부 지급하지 않으면, 파업을 포함해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대車의 使측과 노조의 관계는 결코 합쳐질 수 없는 철도의 레일처럼 극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노조의 15일간 파업으로 2700여억원 손실
 
  현대차의 노조는 새해 벽두인 1월3일부터 본격적으로 잔업과 주말 특근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使측이 작성한 2007년 생산차질 현황은 이렇다.
 
  노조의 잔업 거부로 1월3일 399대, 4일 904대, 5일 1463대, 6일 특근 거부로 1817대의 자동차가 생산되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使측은 1월7일 노조에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현대차는 訴狀(소장)에서 『노조의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최소 1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되며, 회사의 신용과 명예훼손 등으로 인한 간접 손실까지 합하면 수백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使측의 이런 반응에 꿈쩍하지 않고, 여전히 잔업과 특근을 거부했다. 1월8일 532대, 9일 1022대, 10일 957대가 생산되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는 1월10일, 울산에서 서울 본사로 올라와 투쟁을 했다. 노조의 잔업·특근 거부는 계속 이어져 1월11일 1022대, 12일 1513대, 13일 2349대가 출고되지 못했다. 노조가 잔업을 거부한 지 11일 만에 문제는 폭발하고 말았다.
 
  노조가 1월15일, 잔업이 아닌 근무시간 중 부분 파업을 강행한 것이다. 이날 여덟 시간의 파업과 잔업 거부로 인해 출고 예정인 2812대의 자동차가 세상의 빛을 못 보게 됐다. 이어 16일 1016대, 17일 2707대가 생산되지 못했다. 노조의 15일 동안의 잔업 거부로 인한 손실은 2700여억원에 이르렀다.
 
  이제 현대차의 노사 갈등은 더 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어 버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5개 단체는 지난 1월15일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경제 5개 단체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집단 이기주의」로 규정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적 不法 행동은 현대차의 생산과 수출 차질을 초래하고, 현대차의 1·2차 납품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켜, 결국 그 폐해가 근로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不法 투쟁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 와중에 현대차의 전직 노조위원장이 금품수수 비리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노조에 비난이 쏟아졌다.
 
  온 국민의 시선을 끌었던 이 사태는 현대차 使측과 노조의 몇 차례 협상으로 해결 국면을 맞게 됐다.
 

 
  李相洙 노동부 장관, 『현대車, 노조에 양보 실망스럽다』
 
  현대차 使측은 지난 1월17일, 『노조에 성과급을 이번에 지급하지 않고, 이번 파업사태로 발생한 생산 손실을 만회할 경우에 「목표달성 격려금」 50%를 지급키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더 받아야겠다고 주장했던 「연말 성과급」이 「격려금」이란 이름으로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것은 없었다. 결국 현대차는 노조의 파업으로 보름여 만에 2700여억원의 생산 손실을 입고 물러났다.
 
  현대차 勞使(노사)가 이런 결과를 내자, 비난이 쏟아졌다.
 
  李相洙(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현대차가 과거처럼 노조에 양보한 것이다. 실망스럽다』고 했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현대차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보면, 노조의 생떼를 들어준 회사에 대한 실망 글이 많았다.
 
  하지만 현대차 노사의 본질적 문제는 이번 경우가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된 이래, 총 20년 중 19년 동안 파업했다. 노조의 파업은 「연례행사」라고 봐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현대차 노사가 협상을 타결한 지 열흘 정도 지난 때였다. 우선 회사로 가서 올해 초 얘기를 듣기로 했다.
 
  노진석 현대차 홍보3팀 이사의 설명이다.
 
  『성과급 문제로 파업을 벌였던 노조와 使측이 극적으로 타협을 했어요. 외부에서 이번 사태를 두고 누가 이겼다, 졌다는 얘기를 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의 결과였다고 봅니다.
 
  문제는 현대차 노조가 거의 매년 파업을 하고, 지난해 정치파업이 잦았다는 점이에요. 지난해 非(비)정규직 입법과 관련해 4일, 정치파업 8일을 벌였죠. 노조의 파업으로 회사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협력업체들의 고통이 심각한 수준이에요.
 
  노조가 비단 올해 초 성과급 사태뿐 아니라, 연례행사처럼 자행하는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고 봐요. 不法파업을 하거나 공장 라인을 무작정 세워 회사에 손해를 입히기보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죠』
 
  노이사는 이번 사태뿐 아니라, 노조의 평소 관행에 대해 걱정을 늘어놨다. 이번에는 노조 측의 입장을 듣기로 했다. 홍보실 직원이 함께 사무실에서 나와 노조사무실로 안내했다.
 
  홍보실 관계자가 노조사무실 중간까지 걸어가더니, 「이제부터는 혼자서 가라」고 했다. 『使측이 기자를 데리고 노조사무실 근처에 가면, 노조에서 회사가 언론을 이용해 자신들을 불리하게 한다고 오해를 해 여기까지밖에 못 간다』고 했다. 그의 진지한 표정에서 여전히 회사와 노조 간의 앙금이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사무실에서 정문을 지나 노조사무실로 가는 길이 꼭 휴전선을 건너는 듯 한 기분이었다.
 
 
  노조 건물에 걸린 플래카드들
 
울산공장 勞組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걸린 플래카드.

  노조 건물 앞에 서자, 벽에 걸린 플래카드가 처음 눈에 들어왔다.
 
  「韓美FTA 협상 왜곡 선동하는 조선·동아·중앙일보 폐간하라!」, 「노동탄압 분쇄·민주노조 사수」, 「가자! 한미FTA, 분쇄! 노사관계 로드맵」
 
  얼핏 봐도, 현대차 노조원의 임금이나 복지문제 등과 직접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노동계 전체를 대변하는 듯한 단어의 나열이다.
 
  송희석 현대차 노동조합 대외협력2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문 앞에 있으니 잠시 만나자』고 했다. 송부장은 『성과급 사태는 다 끝났는데, 이제 와서 그 얘기를 하면 뭐하느냐. 별로 할 얘기 없다』고 했다. 사무실 복도에 서서 10분 여 동안 대화를 했는데, 언론을 달가워하지 않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곧 회의가 있다』며 자리를 떴다.
 
 
  현대車 하청업체가 가장 큰 피해 입어
 
시민단체 `선진정책화운동`의 서경석 공동대표를 비롯한 회원들이 2006년 3월17일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勞組의 집단이기주의를 비난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현대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현대차 공장 라인이 설 때마다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지낸다』고 했다.
 
  대구에 본사를 둔 A社의 K사장과 통화를 했다. 그는 30여 년째 현대차에 차체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1차 벤더업체 사장이다.
 
  K사장은 익명을 요청했다. 『노조가 지난해에 특정 회사의 차량을 출입통제 한 적이 있는데, 노조에 대해 비판적인 얘기를 하면 우리 회사도 불이익을 당할지 몰라 이름을 밝히기 싫다』고 했다.
 
  ─이번 파업으로 인한 손실액이 얼마나 되나요.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그런 것을 일일이 집계할 힘도 없어요. 이번 성과급 사태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에요. 노조가 19년 동안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하고 있어요. 그 부분이 문제예요. 우리 같은 부품회사들은 현대차 때문에 먹고사는 곳이에요.
 
  현대차 공장이 서면 우리 공장이 당연히 서죠. 직원들이 월급도 못 가져가고, 회사 매출이 생기지 않고요. 우리가 지난 20년 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상상도 못할 거예요. 이제는 절박한 심정마저 들어요. 우리 직원들하고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 고민뿐이에요』
 
  ─현대차 노조가 거의 매년 파업을 하고 있으니, 이에 대한 대책이 있지 않나 싶은데요.
 
  『우리 회사는 비용 계상은 열두 달로 하고, 매출은 11개월로 잡아요. 10년 전부터 그랬어요. 어차피 매년 파업을 하니까, 한 달 파업할 것을 감안해서 연간 계획을 세워요』
 
 
  「비용계상 12개월, 매출 11개월」
 
노진석 현대차 홍보3팀 이사

  ─현대차 노조가 생기기 전부터 납품을 했다고 들었는데, 예전에는 어땠나요.
 
  『노조가 생기기 전에, 그러니까 20년 전이네요. 그때는 현대차가 지금처럼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내수 시장이 있었고, 공장이 활발하게 돌아가다 보니 부품을 빨리 공급하지 못해 난리였어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즐거운 기억이네요.
 
  부품을 실어 나를 차가 없어서 제 개인 자동차에 잔뜩 싣고서 「여기 부품 도착했다」고 공장에 뛰어 들어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돼버렸어요. 우리가 왜 1년을 11개월로 알고 살아야 하나요? 정말 뭐가 잘못된 건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K사장의 목소리에서 절절함이 묻어났다.
 
  ─A社도 노조가 있습니까? 현대차처럼 파업이 잦은가요.
 
  『우리 회사는 1988년에 노조가 생겼는데, 단 한 번도 使측과 트러블 없이 잘 지내오고 있어요. 문제가 생기면 노사 간에 대화를 통해 풀고요』
 
  ─현대차의 악화된 노사 관계의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양측에 문제가 있겠지만, 노조 탓이 더 크다고 봐요. 인도·北京(북경)·슬로바키아의 공장을 가보면 노사 간의 대립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요. 외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현대차를 위협하고 있는데, 노조가 이 위협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일본 도요타의 노사 관계를 보면 정말 부럽고, 안타까워요. 使측이 노조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요타는 이익을 꾸준히 내면서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임금을 스스로 동결한다는데…. 우리가 1년을 13개월처럼 살아야 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반대되는 일이 벌어져 안타까운 마음뿐이에요』
 
 
  현대車 노조 설립 후 20년 중 19년 파업
 
  대구에 본사를 둔 B社의 K회장을 인터뷰했다. B社는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하루에 270~280여 대 분량의 차체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K회장은 『얼마 전에 M일보와 實名(실명)으로 인터뷰했는데, 이후에 민주노총에서 항의전화, 공갈전화가 하도 많이 와서 이번에는 익명으로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현대차 공장이 서면 1차 협력업체에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현대차 공장이 서는 즉시, 1차 협력업체 공장이 스톱이에요. 이후에 2, 3차 업체가 줄줄이 공장을 세우죠. 요즘은 과거와 달리 「JIT」(저스트인타임: 부품을 만드는 즉시 납품하는 방식) 시스템이어서, 현대차와 납품업체의 공장이 같이 움직여요. 도요타에서 쓰는 효율적인 방식이죠. 노조가 파업을 해서 공장을 세우면, 우리가 생산한 부품을 따로 보관할 창고가 없어요. 결국 현대차 공장이 再가동해서 우리 물건을 납품받을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죠』
 
  ─현대차 공장이 서면 이외에 또 어떤 피해를 입나요.
 
  『현대차에 부품 공급을 안 하다 보니 대금을 못 받고, 그러면 우리 직원들 봉급 주기도 어려워요. 은행에서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 자금을 마냥 지원해 주지도 않죠. 현대차가 파업한다고 하면, 은행에서 우리에게 대출한 돈의 금리를 인상해 버려요. 이중고, 삼중고가 돼요』
 
  ─지난해에는 현대차의 파업이 잦아, 피해가 더 컸겠네요.
 
  『솔직히 지난해에 파업을 자주 했다는 것도 신문 보고 알았어요. 하도 자주 파업을 하니까, 이제는 실감이 안 나요. 「설마 다 같이 죽으면 대책이 안 있겠나」 싶은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텨요. 그런데 진짜 묻고 싶어요. 현대차 노조가 FTA랑 무슨 상관이라고, 그것 때문에 파업을 합니까? 그나마 우리는 1차 벤더업체여서 이 정도 버티는 거예요. 2, 3차 협력업체의 고통은 더 심해요』
 
 
  2차 협력업체 회장의 울분
 
태광공업주식회사 孫永泰 회장

  경주에 本社가 있는 태광공업주식회사 孫永泰(손영태·63) 회장을 만났다. 태광공업은 현대차의 2차 벤더업체로 매년 2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孫회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정부에서 폭탄을 주면 몸에 휘감고 노조에 뛰어 들어가 자폭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과격한 표현 속에, 그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절박한지 느껴졌다.
 
  『우리 회사 빚이 50억원 정도 돼요. 현대차가 일년에 한 번씩 파업을 하다보니 평균 3억~4억원씩 빚지고, 매년 현대차에서 부품 단가 인하를 요구해 3%씩 깎다 보니, 이 지경에 이르렀어요. 솔직히 경영을 잘못한 탓이라기보다 지난 19년 동안의 현대차 노사분규 때문에 빚이 늘었다고 봐요』
 
  ─올해 초 파업 때의 손실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1월 한 달 손실이 6억원 정도예요. 지난 달에는 공장을 절반밖에 못 돌렸어요. 지난해에 평소보다 파업을 자주해서 12억원 정도 손해 봤고요. 어떤 사람들은 「매년 현대차가 파업해도 회사 부도를 내지 않고 잘 이끌어 오지 않았느냐」고 해요.
 
  매년 매출이 늘어나다 보니, 그동안은 그나마 버텨 왔어요. 제가 알기로 올해부터 매출이 줄어든다는데, 그럼 버티기 힘들죠. 제 주위의 협력업체 50여 군데가 비슷한 실정이에요. 이젠 한계에 도달했어요』
 
 
  『우리는 (使측이) 끝까지 버텨 주길 바랐다』
 
파업을 철회하고 가동에 들어간 현대차 울산공장.

  孫회장은 얼마 전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개인 건물을 팔았다』고 했다.
 
  ─1차보다 2차 협력업체의 피해가 더 심하다고 들었습니다만.
 
  『1차 업체는 그나마 대기업인 현대차가 신경써 줄 수도 있고, 결제 편의를 봐줄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상황이 달라요. 2, 3차로 넘어갈수록 부품 단가가 싸고, 어음 결제를 받기 때문에 자금 유동성 문제가 크죠. 현대차에서 「기침」하면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서는 「폐렴」 앓는 거예요. 현대차에 2차 업체들이 몇 번 애로사항을 얘기하고, 건의했어요. 현대차에 실리는 부품 기술은 전부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데, 왜 우리가 이렇게 허덕이며 살아야 합니까?
 
  현대차에서 눈 벌게서 띠 두르고 있는 그 친구들, 우리 회사 생산현장에 갖다 놓으면 기술이 없어 부품 하나 못 만들어요. 노조 직원들이 하는 거, 나사 조립이며 전부 규격 맞춰 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 직원들이 일주일 교육받으면 다 하는 일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월급은 많이 받으면서 정치파업을 저래 하니까, 정말 우리 중소기업 어려워요.
 
  그 사람들이 특근 네 번만 하면, 우리 회사 생산직원들 봉급만치 받아요. 자기들 배 채우려고 저러는데, 중소기업 임직원들은 그 사람들 볼 때마다 정말 치가 떨려요. 노조만 나무랄 거 있나요. 현대차도 같아요』
 
  孫회장의 눈이 벌겋게 충혈되더니,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중간에 그의 말을 중단시킬까 생각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의 말이 바로 오늘날 현대차의 중소 부품 납품업체가 당면한 실상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차 使측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과감하게 법과 원칙을 지키지 못했죠. 제가 알기에 노조에 100억원 이상 있다고 그러던데, 손해가 생기면 가압류 신청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노조 활동한 사람들의 재산 압류하고 해야죠. 그렇게 강하게 한번 나가 봐야죠』
 
  ─올해에는 예년과 다를 거라고 기대를 하셨던 모양이네요.
 
  『(흥분하고 강한 목소리) 했죠. 우리는 끝까지 가기를 바랐어요. 온 국민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을 때, 관행을 꼭 뿌리뽑기를요. 만약 현대차에서 끝까지 해볼 테니 대신 제 회사를 내 놓으라 그랬으면, 그렇게 했을 거예요』
 
  孫회장은 지난 1월15일, 2차 벤더업체 대표 12명을 모아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애로사항을 전하며, 노조의 不法파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기자회견한 지 이틀 후, 현대차가 6월에 노조에 성과급 도로 준다는 식으로 슬쩍 넘어가더라고요. 우리 협력업체 사장들 중에 현대차가 잘 했다고 손뼉 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이건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대한민국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순간이라고 봐요. 저는 현대차 노조운동하는 사람들이 공산당보다 더 한 놈이라고 생각해요. 저들만 잘 묵고 잘 살자 하고, 빨갱이보다 더하다고요』
 
 
  도요타, 노조를 이유로 계약 연장 안 해
 
  孫회장은 현대차의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도요타 간에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대모비스가 도요타와 한 부품 공급업체를 두고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했는데, 도요타가 노조를 이유로 거절했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가 도요타와 「ITL」이라는 부품 회사를 같이 운영했어요. 지난해 도요타가 계약 기간이 만료돼 출자 금액에 추가 이익금을 챙겨 떠났어요. 현대차가 도요타와 계약을 연장하려니까, 도요타가 「웃기는 소리 말아라. 조사에 의하면 3년 후에 현대차 망한다는데 우리가 왜 계약 연장하느냐. 노조를 보면 알지 않느냐. 지금은 돈을 챙겨 가지만, 3년 후에는 하나도 못 받을 텐데 再투자 안 한다」고 했대요』
 
  ─올해 예년처럼 춘투를 하면 어쩔 생각이세요.
 
  『앞으로 공장 문을 안 열 겁니다. 아니, 못 열어요. 현대차가 와서 부품을 만들어 가든지, 노조가 와서 만들어 가라 해요. 운영 자금이 없는데 어떻게 부품 만듭니까? 현대차가 문 닫고 있으면 은행에서 돈도 안 빌려 주고요.
 
  현대차에도 뉴라이트 노조운동하는 사람들이 1만 명 정도 있다는데, 잘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제라도 현대차가 無분규 선언을 하면 돼지라도 한 마리 잡아서 그 사람들을 찾아가 안고 울고 싶습니다』
 
  이들의 구구절절한 사정을 듣고 서울로 올라온 날 현대차 3차 협력업체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월1일, 경남 창원시 대산면 제동리에 있는 삼호공업 사무실에서 이 회사의 송재균(48) 사장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3차 협력업체 사장의 자살
 
  경찰이 공개한 유서에 따르면 송사장은 「지속적인 경영악화와 눈덩이처럼 커지는 부채의 현실 앞에,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중압감에 어찌할 수 없는 길을 선택합니다. 제조업체의 단가가 현실과는 너무나 차이가 납니다. 저 혼자 호의호식하려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밝혔다.
 
  송사장이 운영하던 삼호공업은 종업원 20여 명이 연간 20여억원의 매출을 올려왔는데, 현대차의 파업과 원자재 값 상승 등으로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송사장의 회사처럼 자동차 주물 부품을 생산하는 박삼구(54) 진흥공업주식회사 사장과 통화했다. 진흥공업은 현대차의 3차 협력업체다.
 
  박사장은 『송사장이 자살하기 3일 전에 같이 세미나를 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며 안타까워했다.
 
  『현대차 2차 협력업체인 H社에서 지난 1월29일 3차 업체들이 모여 원가절감 회의를 했어요. 송사장도 여느 때처럼 회의에 참석했죠. 휴식 시간에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어요.
 
  송사장은 다른 업체 사장들이 떠들면 옆에서 조용히 듣는 차분한 스타일이었죠. 그날은 몇 마디 하더라고요. 「외국인들 시급이 1인당 400원 인상돼 인건비 부담이 크다」, 「원자재 값이 오르는데다, 2차 업체에 공급하는 납품가를 매년 3%씩 인하하니 힘들다」고 해요.
 
  사실 우리 같은 3차 업체 사람들은 모두 느끼고 있는 부분이거든요.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그랬어요. 송사장이 얼마 전부터 일본의 물량을 조금 받아와 수출했나 봐요. 「엔화가 내리니까 압박이 크다」고 해요. 우리끼리 「해도 남는 게 없다」는 얘기를 주고 받은 기억이 또렷해요』
 
 
  『3차 업체에게 별로 떨어지는 것 없어』
 
  ─송사장의 성격은 어땠나요.
 
  『섬세한 사람이었어요. 직원들한테 잘 하고, 긍정적인 사람이었어요. 매년 세미나를 하니까 가끔 저녁 같이 먹고 하는데, 힘든 상황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그런 사람이었어요. 솔직한 말로, 우리는 현대차가 1차 부품업체들한테 얼마를 결제해 주는지도 몰라요. 1차가 2차한테 대금 주고, 2차가 우리 같은 3차한테 주고 하다 보면, 우리 손에는 별로 떨어지는 게 없어요』
 
  ─송사장이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데에 현대차의 성과급 파업사태 영향도 있었다고 보십니까.
 
  『그럼요. 현대차가 지난해부터 파업해서 우리 같은 업체들이 두 달을 쉬었는 걸요. 금융 압박이 심각한 수준이었어요. 은행에서 돈을 안 빌려 줘요. 송사장도 마찬가지 처지였어요. 다 돈 때문에 그래 하는 거지…』
 
  송사장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결국 현대차 노조가 사람을 죽였다」는 리플이 달리고 있었다.
 
  박사장은 『송사장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는 3차 업체 사장이 더 늘어날까 걱정된다』며 전화를 끊었다.
 
  「다 같이 죽으면 대책이 안 있겠나」, 「차라리 현대차에서 부품업체들을 인수해라」는 그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다시 귀에 들리는 듯했다.
 
 
  울산 시민들의 싸늘한 시선
 
朴秀徹 현대차 지원사업부 상무

  현대자동차가 울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울산시청의 자료에 따르면, 울산의 총 행정구역 면적은 1057.1km2이다. 울주군이 754.9km2로 가장 넓고, 현대차 공장이 있는 북구가 157.3km2, 남구 72.1km2, 중구 37km2, 현대중공업 공장이 있는 동구 35.8km2다. 가구 수는 남구가 11만8686가구, 중구 8만2140가구, 동구 6만1287가구, 북구 4만785가구의 順(순)이다.
 
  울산의 전체 인구는 약 110만 명으로 북구가 14만8000명, 동구가 18만5000명 정도다. 현대차의 공장 근로자가 약 2만3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1가구 4人으로 환산), 총 10여만 명이 현대차와 직접적인 관계에 있다. 이는 북구 인구의 70%다.
 
  동구의 경우 현대중공업 종사자 4만 명을 기준으로 보면, 약 16만 명이 「현대」의 이름으로 살아간다. 동구 인구의 80%다. 울산 북구와 동구 사람들 70~80%가 현대와 연관이 있다는 얘기다.
 
  박명석 울산시청 공보관실 담당자의 얘기다.
 
  『북구의 경우 현대차 하청업체까지 합하면 거의 대다수가 현대차와 관련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울산시 전체의 4분의 1 정도는 현대차 또는 현대중공업과 직·간접으로 연결됐죠. 현대차가 파업을 하면 주변의 상권에 큰 영향을 끼쳐요. 경제가 많이 어려워졌다고 느끼죠.
 
  특히 올해 초에는 현대차 노조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울산 시민들이 많았죠. 20여 년 가까이 파업을 해오고 있으니까요. 동구에 있는 현대중공업은 몇 년째 無분규로 지내는데, 북구에서는 매년 파업을 하니 현대차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죠』
 
  그의 말에 따르면 「현대의 도시」 울산의 양 끝에서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노조 출범 이래 19년 동안 파업을, 현대중공업은 12년째 無분규를 이어 오고 있다.
 
  이튿날, 다시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했다. 어제의 따뜻한 날씨와는 달리, 칼날처럼 매서운 바람이 불어 몇 차례 옷깃을 여며야 했다.
 
  울산공장에서 노사관리 업무의 실질적 책임자인 朴秀徹(박수철) 현대차 지원사업부 상무를 만났다. 朴상무는 『정치 파업과 집단 교섭 파업이 겹치면서 지난해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담배를 꺼내 물었다.
 
 
  현대車 노조 내에 6~7개의 계파
 
  ─이번 성과급 사태에서 결국 使측이 노조에 졌다는 평가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국민들의 관심이 많았던 사태인 만큼, 여러 평가가 많아요. 시민 여론의 입장에서 보자면, 「회사가 좀더 세게 밀어붙여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에요. 하지만 이번 노조의 합의 문항을 살펴보면, 使측이 백기를 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과거처럼 무조건 지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성과가 날 경우 지급을 한다는 조건부 조항이니까요.
 
  현대차 노사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다고 봐요. 노조도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노사 관계를 열어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느꼈다고 생각해요』
 
  ─노사가 협상을 매듭지은 타이밍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좀더 버텼으면 다른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시선인데요.
 
  『회사의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서 내린 시점이었어요. 노조 측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는데, 그냥 뿌리칠 수 없었던 면이 있고요. (사람들의 기대처럼) 더 갔으면 하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울산공장 시무식 사태 사진을 두고 노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었죠. 현대차 노조의 성향이 갈수록 강성이 돼간다는 얘기들을 하는데요.
 
  『(한참 생각한 후에) 과격해진다고 볼 수 있죠. 노조 내부에 6~7개의 계파가 있다 보니, 정치 세력화하고 있고요. 진정한 의미의 노동운동과는 조금 괴리가 있죠. 노조의 지도자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져요』
 
  朴상무가 노조의 「계파」 얘기를 꺼냈다. 그는 『노조의 집행부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노조의 성향이 결정된다. 하지만 노조의 모든 계파가 급진적이거나, 과격한 성향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노사 대립이 재계와 노동계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는 모양새입니다.
 
  『그런 면이 있죠. 현대차가 재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노조가 강성이다 보니 외부에 그렇게 비춰지는 경향이 있어요. 사실 대리전을 치르는 느낌 때문에 서로 양보를 못 하는 면이 있어요. 현장에서 노조와 협상할 때 좀 부담스러운 점이죠』
 
  朴상무는 기자의 모든 질문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고, 신중하게 답했다. 「노조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다짐 같은 것이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차 노조는 왜 매년 파업을 하느냐」고 묻습니다. 한두 해도 아니도 매번 같은 모습인데, 회사에서 노무관리를 제대로 못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는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노무 일을 하는 사람은 담배를 안 피울 수 없다』며.
 
  『휴, (노무관리를) 왜 안 했겠어요. 회사에서 유인물을 내고, 공부도 시키고 했죠. 그래도 안 돼요. 상식적인 선에서 해결이 안 나요』
 
  그의 책상 앞에는 회사가 노조 측 관계자들에게 배포하는 소식지가 놓여 있었다.
 
 
  현대車 노조가 강성인 이유
 
김인수 울산공장 에쿠스부 부장

  현대차가 나름대로 노무관리에 애를 쓰고 있다지만 매년 使측이 노조에게 휘둘린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왜 「강성」이란 말을 할까.
 
  김인수 울산공장 에쿠스부 부장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갔다.
 
  『자동차의 공정은 컨베이어 작업으로 이뤄져요. 차체·도장·의장 등의 작업이 순차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다음 작업으로 넘어갈 수 없죠. 현대차 노조와 현대중공업 노조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업무의 특성이 조금 다릅니다.
 
  중공업은 패널 절단, 용접 등의 작업을 하지만 컨베이어 작업을 하지 않아 업무의 순서에 영향을 받지 않죠. 수주한 지 2~3년 뒤에 납품을 하다 보니, 일주일 정도 작업을 하지 않아도 큰 차질이 없어요.
 
  자동차는 달라요. 10개 공정 중 한 개 공정만 스톱시키면, 나머지 9개가 자연적으로 설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차체·도장·의장 공장을 가동하면서, 엔진이나 변속기 분야만 파업시키면 며칠 내에 공장 전체가 가동을 중지해야 돼요. 노조로서는 자동차의 이런 시스템이 무기가 되죠. 특정 공정만 세워 두고, 나머지를 가동시키는 것은 아주 質(질)이 나쁜 파업이에요. 회사로서는 공장 전체가 스톱되지만, 특정 공정을 제외한 직원들의 임금을 전부 지급해야 하니까요. 노조가 그동안 전체 파업을 한 것은 그나마 최악의 상황은 피하자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노조와의 70분 녹취록
 
송희석 현대차 노동조합 대외협력2부장

  현대차 노조사무실을 다시 찾았다. 어제 명함을 주고 받아서인지, 훨씬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송희석 부장과 노조사무실에 앉아 70분 동안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주고 받았다.
 
  ─지난해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회사의 손실이 만만치 않았다고 하더군요.
 
  『회사의 구조 때문에 그런 거예요. 현대차의 시스템이 흔히 말하는 「황제 경영」이거든요. 使측과 협상을 하려고 일주일에 두 차례 약속을 해요. 우리도 파업 기간을 늘리고 싶지는 않죠.
 
  그런데 鄭夢九(정몽구) 회장 이외에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없으니까, 경영진이 서울에 보고하러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협상이) 차일피일 늦어지고 우리가 오랫동안 파업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결국 회사의 시스템이 문제란 얘기군요.
 
  『그렇죠. 저희가 어떤 일에 관심을 가지면, 회사에서 「너거는 그런 거 신경 쓰지 마라」 이런 식이죠』
 
  ─현대차는 노조 설립 이후 한 해를 빼고 매년 파업을 해왔습니다. 파업하지 않고 대화로 푸는 방법이 있지 않나요.
 
  『우리가 파업하기 전에 회사가 먼저 우리에게 제시한 적이 없어요. 使측은 「노조는 어차피 파업에 들어가는 구조로 돼 있다. 그때 돼서 임금협상안을 제시를 하는 것이 낫지 먼저 (노조에) 제안해 봐야 소용 없다」 이런 식이에요.
 
  이번 성과급 사태만 해도 노조는 처음부터 회사와 얘기를 해서 파국을 면하고 최소한의 대화로 빨리 정리하자고 했는데, 회사가 대화를 원하지 않았죠』
 
 
  『使측이 대화 원하지 않았다』
 
  ─使측이 대화를 원치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아세요.
 
  『회사에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안했어요. 방송사나 언론사에 모여서 3者(자)토론을 하자고요. 지난 1월 둘째 주에 「KBS 심야 토론」에 나갈 뻔했는데, 使측에서 거부해서 못 나갔어요』
 
  ─만약 회사가 노조 측에 먼저 임금 협상안 등을 제시한다면, 노조가 앞으로 파업을 안 할 수도 있겠군요.
 
  『노조의 요구안이 100% 쟁취되기는 어렵죠. 보통 60~70% 선에서 잠정합의를 합니다. 솔직히 회사가 지난해에 1조원 넘게 이익을 냈잖아요. 그 정도 있으면 어느 정도 던져 버리면 되거든요. 노조가 무조건 돈을 요구한 것은 아니에요. 1998년 불경기 때는 성과급·임금을 모두 동결을 했어요』
 
  ─회사가 올해 노조가 수긍할 수 있는 「합당한 제시」를 한다면 파업을 안 하실 건가요.
 
  『(잠시 생각한 뒤) 그건 그래 할 수 있죠. 사실 우리 임금이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거든요. 他社(타사)에 비해서도 그렇고, 기아차보다도 못해요. 다들 거짓말이라 그러는데 사실은 안 그래요』
 
  송부장의 설명이다.
 
  『입사 15년차 정도의 조합원이 한 달에 210시간을 일해야 연봉 6000만원이 돼요. 연장 근무를 최소 50시간 이상 해야죠. 토요일에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특근을 해야 돼요. 실제로 공장에서 근무해 보면, 잠시도 자리를 못 뜨거든요. 업무 스트레스가 정말 말로 할 수 없어요. 정말 악조건에서 일합니다. 바깥에서는 그런 거를 몰라요. 「TV에 비치는 모습을 보면 깔끔하게 돼있는데, 저 정도 근무하는 거 뭐가 어렵겠노」 그렇게 생각하죠』
 
  ─「현대차 생산직 직원처럼 오랜 시간 일해도 연봉 2000만원이 안 된다」며, 노조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감을 보이는 택시기사가 있던데요.
 
  『다 그래 얘기해요. 상인들이 우리한테 욕을 많이 하죠. 우리가 하도 욕을 먹어서, 민주노총에서 「안 먹고 안 쓰기 운동」을 하자 그랬어요. 민노 지부에 발표했는데 전화가 쏟아지더래요. 「그러면 안 된다. 상인들 다 죽이려고 그러느냐」고 하면서요. 우리가 한 푼이라도 더 받으면 그 돈이 다 어디로 가겠어요. 지역으로 간다고요. 일부 지역 주민들만 그렇게 (노조를 나쁘게) 생각하는 거예요』
 
  ─노조 조합원이 상인들을 먹여 살리는데, 왜 그들이 노조 욕을 하는 걸까요.
 
  『언론에서 그렇게 만드는 거예요. 「현대차 근로자 평균 연봉이 6000만원인데 파업을 하고 있다」고 얘기를 하니까, 실상을 잘 몰라서 그러는 거죠』
 
 
  『不法을 안 할 수 없잖아요』
 
  ─지난해에 유독 파업 횟수가 많았던 이유는 현대차 노조가 정치파업에 참가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협력업체에서는 노조원의 임금·복지와 상관이 없는 「FTA 반대」나 「非정규직 로드맵」 집회에 왜 참가했느냐고 말하던데요.
 
  송부장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예전에는 정치파업을 몰랐어요. 1998년에 金泳三 정권 때 노동법이 날치기로 통과되면서 1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어요. 그때 느낀 거예요. 「이 나라의 법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구나」, 「앞으로 법에 대한 투쟁, 對정부 투쟁을 해야 우리의 일터를 지킬 수 있다」고요. 그래서 우리가 정치파업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정치파업은 不法파업 아닙니까.
 
  『不法을 안 할 수 없잖아요. 박유기 위원장도 「정치파업이 不法인줄 알고 있다」고 시인해요. 그렇지만 不法이라고 안 하면 노동자들이 향후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不法집회 참여에 대해) 조합원들도 동의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그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시무식 사태」 얘기를 먼저 꺼냈다.
 
  『올해 초 시무식만 해도 그래요. 노조는 특별한 행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1월3일 첫 비행기로 金東晉 부회장이 내려왔다는 거예요. 노조가 성과급 문제 때문에 金부회장에게 항의를 하려고 했는데, 사설 경비원들 100명 정도가 둘러싸고 있어 접근 못 했어요. 시무식장에도 못 들어가게 하고요. 100대 10으로 싸우면 어떻게 되겠어요?』
 
  ─치고 박고 싸운 건가요.
 
  『그냥 우리는 항의하려고 했는데, 시무식장에 못 들어가게 하니까 마찰이 생긴 거죠』
 
  ─사진에 나온 뿌연 것은 뭔가요.
 
  『소화기…』
 
  ─시무식장에 못 들어가게 했다고 소화기를 던진 겁니까.
 
  『아니, 못 들어가게 하니까. 분말 소화기 있잖아요. 그거 뿌린 거죠. 회사가 사진 석 장 찍어서 교묘하게 이용하고요. 尹사장이 노조 관계자한테 맞아서 다쳤다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에요』
 
  ─소화기를 뿌리거나, 폭력적인 일을 벌이지 않았으면 애초에 그런 사진이 찍히지 않았을 것 아닌가요.
 
  『노조는 실질적인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그 정도로 저항을 안 하면 있을 필요가 없는 거예요. 안 그러면 회사가 하는 대로 그냥 놔두면 되지요. 그냥, 하나의 저항하는 방법이에요. 뿌리고 안 뿌리고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런 것도 안 하면 노조가 있을 필요가 없죠』
 
 
  『도요타 노조와의 비교는 의미 없다』
 
  송부장은 「올해 초의 시무식 사태를 회사 측이 교묘하게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에서 고용한 사설 경호원들 때문에 오히려 노조 관계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는 정말 억울한 표정이었다.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렸다.
 
  ─현대차의 노사가 계속 이런 식으로 대립해 국가의 경제적 손실이 커진다고 우려하는 얘기를 들어 봤나요.
 
  『노동조합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고, 현대차 근로자를 위한 조직 이에요. 국민을 위한 일은 정부가 하고, 정치인들이 하는 거죠. 우리가 하는 일은 세금 꼬박꼬박 내는 것밖에 없어요. 조합원들의 후생 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게 노조예요. 「국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떻게 하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요. 그런 거 생각하면 바깥에, 사회 일을 해야죠』
 
  ─그러면 바깥 세상은 신경 쓰이지 않으세요.
 
  『(잠시 뜸들인 후에) 신경은 많이 쓰이죠』
 
  ─이번 현대차 노사 갈등으로 인해 「현대차 구매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느냐」는 여론조사가 있었습니다. 알고 계신가요.
 
  『노사 관계 때문에 생각이 변하고 하는 건 작은 부분이라고 봐요. 기업이 사회에 어떻게 환원하느냐 하는 부분이 (자동차 구입 등에) 좌지우지하죠. 현대차가 사회에 1조원을 환원한다고 했는데 아직도 안 내고 있잖아요. 鄭夢九 회장 공판이 끝난 뒤에 하려는데, 그건 아니죠. 궁지에 몰려야만이 찔끔찔끔 내놓고 하죠』
 
  ─어떤 이유에서든 현대차가 덜 팔리고 회사 상황이 나빠지면 조합원의 임금이 삭감될 수 있잖아요.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고요.
 
  『저희가 회사 경영에까지 신경 쓸 여력은 없습니다. 우리가 이제 고민하는 게 뭐냐면 어찌됐든 현대차가 「글로벌 톱5」로 간다고 하잖아요. 해외투자를 많이 하면서, 국내투자는 절대 안 한다고요. 그런 거 신경 쓰죠』
 
  ─일본의 도요타 노조와 자주 비교하던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본에 직접 한번 가보세요. 몇 년마다 임금이 올라가요. 각종 수당이나 복지도 많죠. 팀별로 나눠서 일정 부분의 성과가 나오면, 그 성과를 임금에 포함시키죠. 이런 부분은 언론에서 얘기를 안 하죠.
 
  저희는 성과급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해서 받거든요. 우리는 연말에 100~150%밖에 못 받지만, 옆에 있는 다른 기업 근로자는 세금 떼고 1000만원 이상 받기도 한다더군요. 만약에 현대차 노조가 1000만원 이상 받았다고 하면 대한민국이 뒤집힐 겁니다』
 
 
  현대차 노조가 바라보는 현대중공업 노조
 
  ─옆 동네에 둥지를 튼 현대중공업은 12년째 無분규 중이더군요. 반면 현대차는 19년을 파업했고요.
 
  『아까 얘기했듯이 노동조합이 현장에서 지향해야 할 역할을 잘 못하고 있죠. 조합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조건을 만들어 주고, 그것을 대변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못 했죠』
 
  ─현대중공업 노조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긴가요.
 
  『울산병원에 들어가 보면, 산재사고가 진짜 많이 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산재사고가 굉장히 많이 은폐되고 있어요. 죽어도 아무렇게나 방치되는 거예요. 그런 걸 직장에서 지켜 줘야 하잖아요.
 
  현대차는 노조가 「가정의 날」(매주 수요일은 잔업을 하지 않는 날로 지정한 것)을 실시하면서 과로사가 많이 줄어 들고 있어요. 중공업이랑 단순 비교를 하자면 그래요』
 
  ─정말 현대차 노조가 바라는 게 뭡니까. 조합원 복리 후생인가요, 노동계를 대변해 운동하는 건가요. 아니면 회사의 경영 구조를 바꾸고 싶은 건가요.
 
  『바라는 게 뭐 있겠습니까? 현대차에서 정년퇴직하는 게 꿈이에요. 자꾸 우리 조합의 활동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서, 올해부터 대기업 노조의 틀을 깨기로 했잖아요. 대기업 노조가 누려 온 기득권을 다 버리고 산별노조로 가는 이유가 그거예요. 대기업 노조는 이기적이라고 하는데 저희들은 이기적인 적이 없었거든요. 산별노조로 가면 그런 오해는 없어지겠죠』
 
  올해 현대자동차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연맹은 산업별 전환 체제로 전환해, 초대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회사 별로 노조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별로 합해서 활동한다는 얘기다. 재계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강성 성향을 띠고 있는데다 민주노총內 최대 지분을 갖고 있어, 산별로 전환할 경우 힘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車 노조는 「귀족 노조」 아니다』
 
  송부장에게 좀더 직설적으로 묻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국민들이 현대차 노조를 두고 욕하고 있는 거 아시죠.
 
  『나름대로 살기 위해 이러는 거죠』
 
  ─현대차 협력업체에서도 다들 노조가 잘못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우리에 대해 욕하는 게 아니라, 사업주들이 하겠죠. 우리 임금이 동결되면 협력업체 노동자 임금이 어떻게 되겠어요? 우리 임금이 늘어야 그 사람들도 좋아진다고요』
 
  ─현대차에서 3시간 동안 공장 가동을 멈추면, 협력업체의 경영에 큰 차질이 온다는 거 아세요.
 
  『그런 부분이 있죠』
 
  ─파업을 결정할 때, 그런 부분을 고려해야 하지 않나요.
 
  『그것까지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 하죠. 걱정을 하면서도 파업을 하는 거죠』
 
  ─결론적으로 노사 간에 덜 싸울 수 없는 건가요.
 
  『(使측과) 얘기를 하다 보면 덜 싸울 수도 있고, 얘기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현대차 노조를 두고 「귀족 노조」라고 부르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가 귀족이면 정치인·변호사 뭐 이런 사람들은 황족이냐 그랬어요. 우리가 무슨 부귀영화를 얼마나 누린다고 귀족이라고 그러느냐고요』
 
  ─그 말 속에는 모든 인간은 다 똑같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네요. 근로자나 정치인·변호사가 다 똑같다는.
 
  『똑같지는 않죠. 우리를 그렇게 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얘기죠. 귀족은 외국 노동자들처럼 자기 일 하고 싶으면 하고, 휴가 가고 싶으면 휴가 가고 이러는 사람인데, 우리는 늘 일만 하면서 무슨 귀족이냐는 거죠. 그렇게 장시간 일해서 받은 돈을 가지고 귀족이라고 하면 잘못된 것 아니냐는 말이에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없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현대차에 쏠려 있으니, 한 말씀 하셔야 될 것 같은데요.
 
  『일부에서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하는데, 사과할 게 있어야 사과를 하죠. 회사가 조합원들에게 약속한 부분도 이행을 안 하는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해요. 우리도 향후 노사 관계에 있어 노사가 같이 가야 한다는 인식은 하고 있습니다』
 
 
  「뉴라이트 노조」 관계자 이야기
 
  현대차 노조內에서 現 집행부와 생각이 전혀 다른 조직이 있다. 현대차 「新노동연합회(이하 新노련)」의 김찬곤 홍보국장과 얘기했다.
 
  金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현대차 노조 안에는 6~7개의 계파가 있다고 한다. 울산공장의 조직원은 총 2만3000명인데, 이 중 1000여 명이 앞장서서 활동하고 있다. 박유기 現 위원장이 이끄는 조직은 「민주노동자회」로, 열성 조합원이 300여 명으로 가장 큰 조직이다. 金국장이 있는 「신노련」은 노조 내에서 뉴라이트 운동을 벌이는 조직이다. 新노련은 전투적 노조가 아닌 합리적 노조를 지향하고 있고, 100여 명의 열성 조합원을 갖고 있다. 金국장은 현대차의 現 노조 집행부에 대해 비판을 쏟아 냈다.
 
  『외부에서 현대차 노조를 너무 오해하고 있어요. 특히 현대차의 不法파업에 대해 말이 많은데, 참여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 생각에 원치 않는 사람이 6대 4 정도로 많다고 봐요.
 
  現 집행부가 파업을 유도하고 조합원들을 몰고 다니니까, 현대차 노조는 모두 不法파업에 앞장선다고 오해를 하는 거죠. 임단협 집회에는 나가지만, 정치파업 집회에 가고 싶어 하는 조합원은 별로 없어요. 지난해 12월에 울산역에서 열린 韓美FTA 반대 집회에 참여했던 조합원이 100여 명밖에 되지 않는걸요』
 
  ─국민들이 시선이 싸늘하다는 것을 몸소 느끼나요.
 
  『국민들이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낸다는 걸 잘 알죠. 現 집행부의 左派 성향이 국민들에게 공감을 받지 못하는 거죠. 1987년에 파업을 했을 때는 울산 시민들이 격려해 주고, 파업 현장에서 물도 건네주고 했는데, 요즘은 반대로 공격을 당하고 있어요. 잘 알고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 풀어야』
 
  ─현대차 노조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전투보다는 대화와 타협으로 회사 측과 문제를 풀어 가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봐요』
 
  ─현대차 노조는 왜 左派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집권을 할 수밖에 없나요.
 
  『노조가 설립된 이후 20년 동안 左派 교육을 받아서 그래요. 거의 대부분 전투적 성향의 노조가 집행부를 장악했고, 우리 같은 보수 성향의 노조는 집권할 수 없었죠.
 
  기존의 집권층에 비해 우리의 자금력이 약하거든요. 노조위원장 선거를 한 번 치르는 데 1억원가량 비용이 들어요. 노조도 각 계파별로 수익 사업을 벌이고 조합원 회비를 모으지만, 기존의 집권 노조의 자금력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거죠』
 
  ─新노련이 노조 집행부를 장악한다면 파업이 줄어들겠군요.
 
  『그렇지 않겠습니까? 조합원의 임금·복지와 관련해서는 파업을 벌이겠지만, 정치파업에는 참여하지 않겠죠. 서로 공멸할 수밖에 없잖아요. 조합원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있어요. 국내의 현대·기아차 공장에서 450만 대를 생산하는 반면, 해외 공장에서 60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어요.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다 보면, 결국 우리의 입지가 줄고 국민들로부터 소외당하겠죠. 우리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거예요. 요즘처럼 직장 구하기 힘든 마당에 어떻게 하겠어요?』
 
  金국장의 말투에서 걱정스러움이 묻어났다. 그는 「전투적 성향의 노조가 집권해 파업을 일삼아도 조합원들에게 실질적 이익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無노동·無임금 원칙이 적용돼 파업을 하면 봉급이 줄어들어요. 노조 집행부가 나중에 使측과 협의해 받는다고 쳐도, 조합원들에게 기존보다 많이 돌아가지 못해요. 보수 성향이 강했던 이영복 위원장이 1995년에 집권했을 때, 파업하지 않고 300%의 성과급을 받아 낸 사례가 있어요』
 
  그는 자신의 말을 기사화한다면,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
 
  『현대차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세요. 일부 몇 사람에 의해 과격한 모습이 보일 뿐,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요. 산업 전체 규모를 키워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는 데 꼭 일조하고 싶습니다』
 
 
  현대車, 독과점적 지위로 배짱 부려
 
  「현대車 심장부」인 울산공장이 노사 간에 대립하고 있지만, 겉으로 보면 현대차는 승승장구다. 올해는 「글로벌 리더 도약의 元年」이라고 했다. 조만간 「글로벌 톱5 카 메이커」가 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현대차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일본의 도요타와 비교하고 있다. 안으로는 곪아 들어가는 기업이 어떻게 글로벌 기업을 외칠 수 있을까.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를 보면 이해가 간다.
 
  공정위는 지난 1월18일, 현대자동차에 230여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대차 대리점에 과대한 목표를 부과하고, 강제적으로 이를 달성하도록 하는 등 독과점 지위를 남용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보도자료에서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갖게 됨에 따라, 해당 기업과 계열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남용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것은 1차적으로는 「밀어내기式 판매 강요」였다.
 
  공정위는 현대차의 구체적 지위 남용 사례로 ▲자동차 판매가격을 인상한 것 ▲부품단가를 일률적으로 인하한 점을 지적했다. 현대차가 他社에 비해 자동차 가격을 비싸게 하고, 매년 부품을 싸게 조달받는 것은 결과적으로 독과점 지위에 있어 가능했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현대차가 납품업체를 高수익·정상수익·低수입업체로 나눈 뒤, 매년 납품가는 2~5%씩 내리도록 시행해 왔다고 했다.
 
  현대차의 2차 협력업체인 태광공업의 孫회장은 『현대차가 매년 3%씩 부품단가를 인하해 중소 부품업체의 수익이 악화됐다』고 말한 바 있다.
 
  GM대우차는 1990년代에 대우자동차 시절, 현대차를 능가하는 강성 노조를 갖고 있었다. 공장이 수도권 인근인 부평에 있다 보니, 노동운동을 하는 학생들까지 공장에 위장 취업을 했을 정도로 강력한 노동운동을 펼쳤다. 이런 GM대우차가 2003년과 2005년에는 無분규를 했고, 2003년과 지난해에는 임금교섭과 관련해 4~5시간 부분 파업을 하는 데 그쳤다.
 
  GM대우차 관계자의 말이다.
 
  『1990년대에는 현대차와 대우차, 기아차의 점유율이 4:3:3으로 비슷한 수치였어요. 자동차 노조가 전통적으로 강성이어서 파업이 잦았는데, 일괄적으로 했어요. 예를 들어 현대차만 하고 나머지 회사들이 하지 않는다거나, 두 회사가 가만있는데 대우차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75% 가까이 되니, 눈치를 볼 상대가 없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죠』
 
 
  이번에는 현대車 전주공장의 분규
 
  2006년 12월31일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 50%, 기아차 23.3%, GM대우차 11.7%, 르노삼성차 10.2%, 쌍용차 4.8%의 順이다.
 
  현대차 使측과 노조를 취재하고 돌아온 다음 날, 「현대차 노조가 使측의 발목을 잡는다」는 보도를 봤다. 이번에는 현대차 버스를 생산하는 전주공장이 문제였다. 전주공장은 지난해부터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晝夜(주야) 2교대 근무제도를 도입했는데, 지난 2월2일 노조가 이를 거부한 것이다.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는 『2교대 근무 도입에 따른 야간근무가 근로자들의 건강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야간 근무를 반대하는 동안, 전주공장 2교대 근무제를 준비하기 위해 뽑은 신입사원 800여 명은 실직 상태에 빠졌다. 울산공장 현장을 막 둘러보고 온 터여서, 전주공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쉽게 짐작이 갔다.
 
  현대차의 노사 관계가 극도로 치닫는데 使측과 노조 중 어느 한쪽만 잘못했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내수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지 못한다면, 과연 노사가 매년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
 
 

  ▣ 현대차 VS 도요타
 
  勞組가 설립된 지 20년째를 맞으며 그동안 19차례 파업을 한 현대자동차와 55년 동안 無파업 신화를 자랑하는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
 
  이 두 회사의 조합원 수는 현대차 4만3000명, 도요타 5만6000명이다. 이 중 勞組 전임자는 현대차 90명, 도요타 77명이다. 勞組 전임자 1인당 조합원 수를 계산해 보면, 현대차 467명, 도요타는 727명이다. 현대차 勞組의 전임자가 도요타보다 1.6배 많다.
 
  현대차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한 대를 완성하는 데 현대차는 30시간이 걸리고, 도요타는 22시간27분이 걸린다. 이는 자동차 한 대에 투입되는 조업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은 현대차가 31.5대, 도요타는 58.4대로 거의 2배 차이가 난다.
 
  勞組 전임자들은 노사 합의에 따라 현장 근로자에게 적용하는 시급제가 아니라 근속 근로자에게 적용하는 평균 급여를 받는다. 이들은 공장에서 일을 하지 않지만, 월 75시간의 추가근무 수당을 받는다.
 
  차량을 이용하는 勞組 전임자에게 월 평균 80ℓ의 기름이 지급된다.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는 위원장용 「NF소나타」 1대와 중형 승용차 4대, 「투싼」·「스타렉스」가 1대씩 지원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勞組 전임자 90명 외에, 임시 상근자 120명, 勞組 대의원 450명 등 660명이 勞組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실상 회사의 「관리대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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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7.04.08 00:33

    첫댓글 쩝 저는 학문을 배우고 있는 입장으로써... 노조 분들도 이해는 하지만 투쟁하실때 이것만 생각하세요 중국이 턱밑까지 기술력과 생산력이 따라왔다는것을... 저희 교양교수님이 이야기하시더군요 현대자동차 다니시는분있으면 말하라고하더라구 파업하다간 5~6년 못간다고... 삼성이 가전제품을 포기하는 실정입니다.. 현대차 엔진 얼마나 잘만들까요 중국과 향후 5년정도면 기술력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럼 노동력이싼 중국이 가격이 훨 저렴하겠죠.. 우울합니다..

  • 07.04.08 01:08

    현대차(노조) 정신 차려야 합니다. 현대차 불매운동을 벌여야 합니다. 회사망하고 나서야 정신차릴려나? 연봉6000만원 많은게 아니라구? 일이 힘들다구???? 요새 힘안들구 놀며 일하는 그런 직장도 있나요? 참 배부른 소리하십니다요.. 우리 에셈 동호회분들이라도 현대차는 사지맙시다. 솔직히 우리사촌형 현대차울산공장다닙니다. 형이 하는이야기가 파업을 하면 원하는걸 들어주니까 한답니다. 하고서도 안주면 모르겟는데 하면 주니깐 한답니다. 참 답답합니다.

  • 07.04.08 10:37

    현대차 죽어도 안망합니다~ 나라에서 국민세금 뜯어서 다 매꿀껄요 ~ 나라가 망하면 망할려나 ~??

  • 07.04.08 12:55

    지 아버지 구속되서 감방 가있는 상황에도 엄마한테 용돈(월급) 올려달라고 하는 놈들입니다. FTA체결 후에 질 좋고 값싼 수입차 들어오면 정신 좀 차리겠죠...대한민국에선 일류일지 몰라도 세계에선 영원한 2류로 남을겁니다. 저 강성노조들 때문에...

  • 07.04.09 09:42

    ㅎㅎㅎ 들리는 얘기로는 5년안에 이 나라의 자동차공장에서 생산되는 분량은 다 해외로 간답니다.몇년 남지 않은 연봉이라 열심히 받아야지요! 그때가서 왕년에 현대자동차에 다녔다라고 하려면 열심히 노조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개발만 한국에서 하겠다는 생각 내가 오너라 해도 당연지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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