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Day
6.24 土 흐림
진해 롯데스파랜드 ~ 창원시 ~ 주남지 ~ 창녕 부곡하와이
13:15 - 19:35
여행시간: 6:20, 주행시간 3:38
주행거리: 51.99km, 누적거리: 1,898.74km
07:35 기상
뜨끈뜨끈한 방에서 이리 저리 뒹굴며 혼자 편하게 잘 잤다. 간만에 들른 찜질방인지라 느긋하게 탕에서 몸도 풀고 찜질도 하며 푹 쉬었더니 몸이 노곤하면서도 가뿐해진다.
일기예보를 보니 태풍 메아리가 북상해서 오늘 남부지방을 강타할 예정이란다. 밖을 보니 간간히 파란 하늘이 보이긴 한다. 아직은 올라오지 않았나 보다. 장마도 강풍도 아닌 태풍이라니... 후달린다;
평생 찾아오지 않을 순간에 대한 선택
그냥 여기서 지나갈 때 까지 버텨볼까 고민하는 데.. 지도를 보니 주산지가 여기서 가깝고 또 조금만 가면 부곡 하와이와 우포늪이 나온다. 세 곳이 그리 멀지 않은 간격으로 위치하고 있어 비가 오더라도 멈추어 쉬어갈 수 있겠다. 무엇보다 비가 내리고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주산지와 우포늪의 환상적인 모습이 너무 보고 싶어진다.
' 태풍에 빠진 우포늪의 모습이라니... 과연 내가 감히 지금이 아니면 평생 일부러 찾아올 수도 없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갑자기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매력에 사로잡혀서 갈등을 하게 되었지만 결국 아주 원초적인 욕구 때문에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배가 너무 고파서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그냥 밖으로 나와 버린 것이다. 경험상 찜질방 음식은 너무 맛이 없다.
엄청나게 쏟아질 비에 대비해 2중 3중으로 방수 포장을 하며 짐을 재정비한다. 가뜩이나 습기 가득하고 푹푹 찌는 날씨에 환기가 되지 않는 지하 복도에서 짐을 정리하려니 땀을 한 바가지를 쏟아낸 듯 하다.
지칠 대로 지쳐 가장 양 많고 칼로리가 많을 것 같은 돈까스&우동 정식을 시켜서 먹고선 13:15분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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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배가 고파 가장 양 많고 칼로리 많은 음식으로~
자전거 천국 : 창원시
진해와 창원시는 경계가 애매하다. 진해가 부천이라면 창원은 인천이 되는 사이 정도랄까? 분명히 출발할 땐 진해였는데 어느새 창원에 들어와 있다.
창원시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자전거 도로가 반겨준다. 그것 만으로 진해와 창원이 구분되는 것 같다. 창원엔 공단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자전거 도로 정비가 아주 잘 되어 있다. 차도와 분리되어 구획되어 있거나 아니면 도로포장 색을 달리 하여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였다. 심지어 자전거 전용 신호등도 설치되어 있다. 다만 도로 포장 상태가 노후되고, 잔해물이 많아 좀 위험하긴 했지만 트럭 같은 큰 차량들의 위협을 받지 않아 안전하다. 시청 등 곳곳마다 자전거 대여소도 비치되어 있어 편리하다. 사람들도 꽤 많이 이용한다. 이런 시스템이 어서 전국에 도입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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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자전거 대여 서비스 : 누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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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천국 창원시
주남지
30km 남짓 달려 15:28분. 주남지 도착. 하늘에 구름이 많이 몰려 있긴 하지만 아직 드문드문 파란 하늘이 보인다. 먹구름은 아직 보이진 않지만 혹시 몰라 야영지부터 물색해 둔다. 생태학습관 근처에 비를 피할 만한 공간을 물색해 두고선 관광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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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지 : 아직은 괜찮은 하늘
주말이지만 태풍 소식 때문인지 사진작가 아저씨들 뿐, 인적이 보이질 않는다. 조용해서 딱 좋다. 구름 때문에 햇빛이 없어서 좋고, 태풍의 강한 바람에 쉼 없이 울어대는 갈대 소리가 너무 아름답다. 정말 관광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전망대에 올라 망원경으로 철새들을 보기도 하고, 두 팔 벌려 둑방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음미한다. 자유롭고 평온한 분위기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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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지 뚝방길 : 분위기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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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울어대는 갈대밭 소리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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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2555E64A51DE35E23D)
2시간 정도 구경하고 나니 더 이상 흥미가 나지 않는다. 워낙 커서 한 바퀴 돌아보려면 자전거를 타고 다녀봐야 하겠지만 다른 곳에서 봐도 똑같을 것 같아 그냥 출발하기로 한다. 아까 봐뒀던 야영지도 그리 믿음직하진 않아 부곡하와이에 가서 쉬는 것이 더 낳을 것 같기도 하다.
17:20분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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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도 없고 교통량도 보이질 않아 쥐 죽은 듯 조용한 지방도를 달리려니 너무 지루하다. 계속 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다 중간에 쉬면서 뒤를 돌아보았더니 저 멀리서 엄청난 먹구름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정말 기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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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은 메아리 쓰나미???
@.@;;;
부곡하와이 : 텐트쑈!
학포리와 비봉리를 지나 1008번 지방도를 타고 부곡하와이로 향하는 데 업힐이 장난 아니다. 식당에서 일하던 깜찍한 여고생이 파이팅을 외쳐주어 그 힘에 겨우 올라간다.
19:20분. 마침내 부곡하와이 도착. 그런데 세상에 이럴 수가...
여기가 어릴 적 그렇게 유명했던 휴양지가 맞단 말인가? 시설이 너무 낙후되어 있다. 이젠 은퇴해버린 노병마냥 언제부터인가 들어선 복합 테마파크에 떠밀려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버려진 것 같다. 어느 회사에서 단체로 야유회를 왔는지 그나마 그 팀이 시끌벅적 분위기는 띄워주긴 했지만 부어라~마셔라~ 하는 분위기일 뿐이다. 그 밖에는 주변 지역에서 관광 온 듯한 중년들 뿐. 사실 난 사람이 없는 게 더 좋다. 너무 사람이 많으면 정신 없어 잠도 못 잔다.
야영지를 물색하던 중, 큰 천막이 쳐져 있는 한울공원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태풍이 불어 닥쳐도 끄떡 없을 것 같다. 다만 주변이 온통 나이트, 룸싸롱 등 휘황찬란해서 분위기가 야릇하고 민망할 뿐... 슈퍼에서 캔맥주를 사면서 물어보니 텐트를 쳐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거란다. 공원 관리자가 없어서 누가 쫒아 내지 않을 거란다. 대박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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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쑈???
슬슬 날이 어두워지고,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텐트를 치기 시작하는 데 갑자기 조명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한다. 곧 공원 전체에 색색의 조명이 켜지고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 이런.. 이게 뭐야.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스텔스 야영을 해야 하는데 완전 돋보이자나;; 텐트 쑈가 되어 버렸다;;; 수군대는 사람들 때문에 민망해서 텐트 안에서 밥을 해먹는다. 그래도 누구 한명 다가와서 말을 걸거나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 좀 시간이 지나자 은근히 재밌기도 하다. ㅋㅋㅋ
인적이 줄어드는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다 지독한 냄새가 나는 화장실에서 샤워 후 취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