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등산화 뒷굽이 많이 닳고, 끈 묶는 곳이 헤져
등산화를 새로 하나 구입하러 집근처 등산용품 전문점인
영원무역에 갔다.
이것 저것 살펴보고 신어보았는데,
마침 내 발에 맞는 사이즈가 없어 망설이는데..
한 점원이 다가와서 내 헌 등산화를 보더니 AS를 맡겨 보라고 권한다.
AS 가격은 2만원이고, 한 일주일쯤 걸린다고 했다.
평소 물건을 새로 사는데 익숙하고 AS는 익숙치 않아
망설였지만, 다른 걸 사기도 뭐해서 그렇게 맡겼다.
일주일 지나자 가게에서 수선한 등산화를 찾아 가라는 연락이 왔다.
말끔하게 수선된 등산화를 보니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친절하게도 여분의 밑창과 신발끈까지 주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뒷굽과 뒷축이 헤진 랜드로바를 수선해 신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명동 나가는 길에 금강제화에 들려 AS를 맡겼는데
뒷굽은 수선이 안되고 뒷축은 새로 가죽을 대주는데
비용은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맡겼더니
한시간 만에 뒷축을 수선해 주었다.
생각같아서는 뒷굽까지 갈았으면 했지만..
그러면 새 랜드로바를 살 사람이 없을 것 같으니
파는 사람의 입장도 이해해 주고 싶었다.
며칠전 내방 컴퓨터 모니터가 고장났다.
요새는 모든 일을 컴퓨터로 작업을 하니 빨리 수선해야 했다.
HP 회사에 AS를 부탁하니 내 모니터는 중소기업 제품인지라
자기네는 해줄 수 없고 그 중소기업이 AS를 해주어 하는데..
그 회사는 작년 말에 부도처리 되어 회사가 없어졌다고 했다.
잠깐 주저하고 있으니까 모니터를 수리해주는 곳을 알려 준다.
연락해 보니 인천에 가게가 있는데 택배로 부치라고 한다.
택배로 보내면 일주일이 걸리는데..
할수 없이 차를 몰고 인천까지 가서 수리했다.
2만원에 수리했는데..
고맙게도 모니터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시켜주어
TV 화면이 훨씬 더 선명해졌다.
게다가 겉 화면을 깨끗한 비닐 커버로 싸 주니
새 것처럼 되었다.
난 요즘 AS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 조금만 돈과 시간을 들이면
헌 것도 망가진 것도 새 것이 되고 고쳐 진다.
물건을 새로 사기보다 헌 것을 고쳐 쓰는 건
어쩌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이다.
사람도 부인도, 친구도 관계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관계를 끊고 새로
사귈 수는 없지 않는가..
아쉬워도, 새 것만 못해도
수선해 살아야지..
예전에 "나는 당신을 책임질 수는 없지만 AS는 해 줄수 있다'는
말을 했던 사람이 떠오른다. 당시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요즘 생각해 보니 참으로 지혜로운 말이다.
(2005.02.06)
첫댓글 가슴에 와 닿는 얘기지만 사람도, 부인도, 친구도 사실 수선이 불가능하지 않나요 ? 남을 수선할께 아니라 나 자신을 끊임 없이 수선해야 하지 않을까요 ? 자신을 수선하는데는 돈도 안들고 보장 기간도 없지요. 죽을 때까지 고쳐 써야지요.
大隱의 글과 裕峴 의 뎃글을 보니 참 토신회과 멋지다는 생각이 걍 드느만 !! 두분 동문님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글 이네요 상자안의사람과 상자 밖의 사람의 차이는 자기기만 (SELF-DECEPTION) 이라는데---. 나를 고친다는것이 힘들지만 해야겠지요 .좋은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