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몬학습 관리자, 교사폭행 후 되려 가해자로 몰아
특수고용직 노동자인 학습지교사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빈발해
홍연아 기자
지난 4월 23일 안산지역에 소재한 구몬학습 사무실에서는 관리자가 학습지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학습지교사들은 법적으로는 독립적인 사업자이며, 학생들을 위탁교육하는 처지로 되어 있어, 노동자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서는 관리자에 의한 폭행, 폭언과 계약해지 협박과 같은 비상식적인 일이 줄곧 일어나왔다. 아래는 위 사건의 당사자인 권모 교사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홍연아씨가 보내온 글이다. / 민중의 소리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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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구장에게 폭행당한 권 교사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구몬교사 홍연아입니다. 그리고 노동조합 조합원이기도 합니다. 사건 당시 사무실에 있었고,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이후 진행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이승희 신안산 3지구장의 권 교사 폭행 사건은 자신의 실적을 위해서든, 과잉 충성심으로 인해서든, 또는 자신 역시 상사로부터 무리를 해서라도 실적을 맞추라는 강요를 받아서이든, 지구장이 퇴회(회원 학습중단)서류를 받다가 영업실적 마이너스를 줄이라고 강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사건 당일인 4월 23일, 사무실 옆에 붙어있는 교육장에서 개인 면담 중 큰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권 선생님이 울며 뛰쳐나와 찢어진 옷과 부러진 안경, 얼굴과 목의 상처를 보여주었습니다. 권 선생님은 퇴회가 예상수치보다 많다고 지구장이 따귀를 때렸다고 말하며 흐느꼈습니다.
후에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기가 막혔습니다. 더욱 분노스러웠던 것은 이후 옆사무실에서, 그리고 바로 우리 사무실에서 퍼지고 있는 소문들이었습니다.
'권 선생님이 먼저 퇴회요청서를 찢고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원래 성질이 더러우니 싸움이 났지...'
25일엔 이창범 신안산지국장에게 찾아가 도대체 어떻게 하실거냐고 물었더니, '당사자 입장은 생각도 않고 사건을 크게 만드는 노동조합과 선생님이 문제다', '나는 할 얘기 없다', '마음대로 해 봐라'라는 이야기뿐이었습니다.
이 때까지도 노동조합은 공개적 대응을 자제하고 있었습니다.
사무실 안에서 합리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신안산지국 선생님들의 요구를 제가 전했고, 또한 어떤 식으로든 해결될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옆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조합 간부가 '지구장이 사실을 왜곡해 퍼뜨리고 있다'는 선생님들의 이야기에 더 참을 수 없어, 사실을 밝히는 짧은 글 하나를 노동조합 구몬지부 게시판에 올렸을 뿐입니다.
그러나, 사건 당일 저녁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선생님들에게 일일이 영업 독려 전화를 했던 이승희 지구장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문이 돌고, 나아가 사업국장은 권 선생님을 불러 둘 다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니 근무지를 옮기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대로 둘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28일 오후,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지국장에게 빠른 해결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30일까지 해결방안을 밝히라구요.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고 메시지를 보냈으나 아무 것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28일 본사에도 빠른 해결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역시 답조차 보내오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29일 사업국장이 당사자를 빼놓고 나머지 3지구 선생님들과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둘 다 다른 곳으로 보내겠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구장은 권고사직시키고 권선생님은 합법적으로 계약해지시키겠다' 선생님들의 지구장 입장을 듣고 싶다는 요구조차 '지구장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다, 굳이 하려면 개인적으로 해라'라며 실질적으로 거부했습니다.
선생님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회사측의 입장을 공표하는 자리, 중립을 표방하면서 지구장을 감싸고 도는 자리였던 것입니다.
그 이후, 권선생님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핑계로 삼는 것인지 3지구장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신안산지국 3지구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5월이 되자 권선생님이 가르치러 간 회원 집 여러 곳에서 '사무실에서 전화해 언제 시작했느냐? 무슨 과목하느냐? 선생님에 대한 불만은 없느냐?' 등등 꼬치꼬치 캐묻곤 '선생님한텐 절대 얘기하지 마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이제는 아예 무슨 꼬투리를 잡아 선생님을 해고하겠다고 나서고 있나 봅니다.
관리자들의 행태가 비애를 느끼게 합니다.
아무리 자기 승진에 영향이 있을까봐 걱정이 되고 초조하다고 진실을 은폐한 채 조용히 넘어가려고만 하고, 피해자를 오히려 가해자로 몰아가고, 급기야는 만신창이로 만들어 내쫓으려 하다니요!
싸움의 순간을 목격한 증인은 없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있습니다. 닫힌 공간에서 실적을 가지고 면담을 하다 교사가 울며 뛰쳐나왔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더구나, 회사측이 조직적으로 퍼뜨리고 있는 악선전은, 권선생님이 먼저 때리고 나서 교활하게도 울며 뛰쳐나와 맞았다고 호소하는 '쇼'를 벌였다고 하는, 한 인간을 완전한 악인으로, 인격 파탄자로 모는 행위입니다.
저는 권 선생님을 믿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학습지교사 대부분이 부당영업을 강요당하고, 그 과정에서의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 있음을 압니다.
그래서 허리가 휘고 가슴이 멍든 채 적지 않은 선생님들이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거나, 어쩔 수 없이 감수하고 있음을 봅니다.
하기에 그냥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회사와 관리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서, 많은 선생님들, 특히 신안산지국 선생님들의 마음 고생을 헤아려 봅니다.
그러나, 이렇게 넘어간다면 또 다른 부당한 행위의 가능성을 우리 스스로 열어놓는 것이 되기에, 사건이 널리 알려지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쉬쉬하다가 교사를 폭행한 관리자를 그 자리에 그대로 두는 것이 진정 부끄러운 일이기에, 싸우려고 합니다.
혼자 감당하고 싸우기는 어렵기에, 회사의 조직적인 힘에 비해 교사 개인의 힘은 너무 미약하기에, 노동조합이 있는 것이라 믿습니다. 또한, 7천 구몬 교사의 힘, 10만 학습지 교사의 힘이 모이면 그 힘은 거대함을 믿습니다.
작은 일부터 함께 합시다!
회사의 횡포, 회사를 등에 업은 관리자들의 횡포를 막아봅시다!
거리를 뒤흔든 월드컵의 함성처럼, 미선이 효순이를 기리는 촛불의 행진처럼 거대한 변화의 물줄기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