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한국인 한호산 독일유도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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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다른 지도철학 - 청소년 정년퇴직자가 너무 많다.
그는 웃으면서 한국엔 청소년 정년퇴직자들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24-5세 애들이 넥타이 매고 유도복은 안 입는다. 훈련지도는 후배들이 대신하게 시킨다. 그런 이들은 종종 그에게 "선생님이 아직도 일선에서 뛰고 계십니까?"하고 의아한 표정을 하며 묻곤 한다. 여기에 대한 한감독의 대답은 단호하다.
첫째, 나를 위해서 한다.
둘째, 후배들이 대신하게 시키면 그 사람이 코치지 내가 코치인가. 선수들은 내게서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셋째, 책임자가 나서는게 좋다.
그는 자기 임무를 남에게 맡기지 않는다. 준비운동까지 직접 나서서 선수들과 동고동락한다. 훈련에서는 가끔은 "독재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엄격하게 하지만 매사에 솔선수범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그에게 마음으로부터 설득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훈련이 끝나면 젊은 선수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지도자는 유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그의 타고난 유머감각만큼이나 변신할 줄 아는 사람이다. 청바지도 즐겨 입으며 젊은 세대들과 어울리는데 세대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이제 환갑을 넘은 그지만 몸과 마음은 청년의 그것이다. 이런 그에게는 그의 날씬한 스포츠카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그는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 요즘은 몸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알프스 가서도 좋아하는 스키를 타지 않았다고 한다. 나이에 맞게 몸을 관리하는 것이다. 설령 스키를 타다 조금 부상을 입는다손 총감독으로서 잠시 현장지도에서 뒷짐 지고 물러나 있으면 그만일 것인데 그의 남다른 책임감은 자신에게 그런 방심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그가 농을 던진다. 걸죽한 입담만이 아니라 연기까지 해가면서 시대변화에 적응할 줄 모르는 이들을 풍자한다. 30년전에 뒤에서 팔짱끼고 있던 사람들, 지금은? 어라, 그는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다. 앗, 그것이 대답이었다. 30년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영원한 팔장? 그가 풍자하는 이러한 무사안일과 그는 전혀 공통점이 없다.
그는 영어, 독어, 불어, 일어를 할 줄 안다. 일본인 소학교를 다녔던 그는 일본말을 하면 전혀 외국인인 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일본말을 한다. 대학교때 불어를 배운 것을 바탕으로 자주 프랑스를 방문할 때마다 불어를 익혀 불어로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어느 나라에 떨어지든지 인사말정도는 그 나라말로 할 줄 안다. 이는 그가 끊임없이 지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배움을 향해 열려 있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는 것의 한 예일 것이다.
독일인들처럼 청산유수는 아닐지 모르지만 위트와 적절한 문학적 비유를 즐기는 그의 독일어는 정평이 나있다. 독일의 많은 트레이너들은 거의가 웬만하면 박사출신들이다. 이론에 빠삭한 것이다. 이런 박사들 앞에서 독일어로 강의를 하면서 그는 구수한 입담으로 늘 실사구시의 자세를 강조한다.
"이론은 다 알면서 안되는게 이론이다. 실제는 다 되는데 왜 그렇게 되는지 모르는게 실제다. 이게 인생이다. 사람의 뇌는 잴 수 없다. 단지 평가만 할 수 있을 뿐이다. (nicht messen, nur schaetzen)"
그의 이런 입담은 그 해의 유머로 꼽히기도 하는 등, 그의 독일어는 독일인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기곤 했다.
그는 남들이 자신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할 때 그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명예롭게 물러서고 싶다. 그런데 그가 어느덧 독일 최장수 분데스 트레이너가 되어 버린 것은 전혀 그의 책임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탁월한 지도능력을 보인 그의 책임이라고 말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그는 89년부터 동서독을 아우르는 총감독을 맡았다. 그는 동서독 남녀팀 코치 총 4명을 직접 기용하며, 예산을 편성하고 모든 주요계획을 짠다.
그에게는 지루할 틈이 없다. 그는 다른 이들이 싫증을 내는 사람이 되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이렇게 변신에 능한 그는 늘 새롭다. 그동안 그는 한 자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늘 자리를 바꾸면서 변신했다. 한발 물러서되 간접적으로 관련을 가지는 식이다. 두 개팀 코치를 직접 맡고 두 개팀은 다른 코치에게 맡기거나 지금처럼 다음 차기 대표팀을 위해 6세에서 20세까지의 후진양성 트레이너(Nachwuchs-Trainer)로 일하기도 한다. 88올림픽 전에는 84년부터 88년까지 스포츠 조정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자기계발에 게을리 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그의 모습은 최근 "지역컨셉트"(Regional-Konzept)를 구상해서 성공적으로 관철시킨데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가령, 바로 인근지역에 살면서도 주가 서로 다르면 함께 훈련을 하지 못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그가 제안한 "지역컨셉트"는 지금 그 합리성을 인정받아 다른 스포츠분야에도 퍼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또 그가 관철한 성인대표팀과 청소년후진팀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유사한 컨셉트도 역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그가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임을 말해 준다. 그는 또한 이것을 실천하고 관철하는 뚝심과 추진력도 함께 갖추고 있다. 독일 최장수 감독이라는 영예속에는 이러한 남다른 비범함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모범적인 체육인이다. 영국이나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해서 각국의 국가대표감독들이 그의 제자들이기도 하다. 그는 그 제자들 못지 않은 영원한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