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주전자
장인수
아버지 술 심부름에
내 생에 처음으로 입 맞추고 인연을 맺은
나의 친구
막걸리 주전자.
샘물도 떠오고, 가재잡이, 고기잡이
오지랖도 넓더니
언제부터인가 허구한 날
개다리 소반 주인노릇 하다가
터지고 째지는 희노애락의 고통을
온 몸으로 맞이하던
양은 주전자......
어느 날,
교동술집1)에 갔더니
빛 바랜 막걸리 주전자가
우그러진채 손님을 맞이하고 있어
아버님을 뵌 듯,
세월을 거슬러 고향에 온 듯,
반가움과 서러움에 눈물이 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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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릉시 교1동 선술집
다시 새로운 삶을 산다면
장인수
나에게 ,
새로운 인생 한번더 주어진다면
풀 향기, 솔향기 마음껏 맡아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향기로운 삶을 살겠습니다.
젊은 혈기에
타인의 존귀함을 모르고,
미물의 존귀함을 모르고,
철없이 마구 휘둘러 댔던 칼날에
이유도 모르고 스러져간 불쌍한 영혼 앞에
엎디어 속죄를 하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살고 싶은 염치없는 생각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 부끄러움 가슴에 새기고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에
나의 뜨거운 사랑 나눠주며
그들과 더불어
빛 부신 삶을 살아보고 싶습니다.
다시는,
후회의 늪에서 허덕이지 않고
맑은 바람,
밝은 태양 마음껏 받으면서
더불어 누리며 살고 싶습니다.
어머니 손가락
장 인 수
박달나무 옹이처럼
서럽게 뒤틀어져 볼품 없이 된
어머니 손가락
새 파랗게 꽁꽁 언 하늘
훤한 보름달 아래
한 여인이 시린 손 호호 불며
철버덕 철버덕 군복 빨래를 한다.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를
보름달 산 넘도록 하시다
어머니 손가락은
박달나무 옹이가 되었다.
밤 마다 당신 손가락이 끙끙 거려도
모른 척 하시다가
말 없이 눈을 감으신......,
어머니 그리워
붉은 산 저 넘어
먼 곳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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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신문학 제13집 원고방
막걸리 주전자외 2 -장인수
장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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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1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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