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레터] 서점을 지키는 '아름다운 고집' (2월 7일 조선일보에서)
1970~80년대 서울 종로거리 풍경을 기억하십니까? 약속 장소로 정한 종로서적·동화서적 같은 ‘당대의 대형 서점’ 앞에서 연인·친구를 기다리느라 운집했던 젊은이들의 들뜬 모습. 이동통신은커녕 공중전화도 흔치 않던 시절, 그들의 하염없는 기다림이 거리를 더더욱 붐비고 막히게 했지만 지금도 그때 풍경을 떠올리면 웃음이 납니다.
지난 1월 초 태평서적(중구 태평로) 폐업 소식을 전한 적이 있습니다. 도심 직장인 입장에선 문화 쉼터의 상실이요, 아련한 향수와의 작별이라고 감히 단정했습니다.
며칠 전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낭만’과 재회했습니다. 77년 종로2가에 설립돼 85년 당시 서점 불모지였던 그곳으로 옮긴 동화서적에서였습니다. 분당·용인 등에서 통근하는 직장인과 지방 캠퍼스를 오가는 서울 거주 대학생을 위해 오전 8시30분 문을 여는 ‘아침형 서점’으로 건재했습니다. 20여명 직원 중 20년 이상 장기근무자가 대부분인 이 서점엔 이른 시각에 찾아오는 단골고객이 많고 ‘젊은 유동인구’ 덕에 문학·어학 도서 수요가 많다고 합니다. 임종호 대표는 “서점이 적응에 실패해 문을 닫는 것은 지역주민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면서 “불경기를 체감하지만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책방을 닫는 일은 없다”고 했습니다.
인근 씨티문고 강남점은 월~토요일 오전 2시까지 ‘심야영업’을 한 지 2년 반쯤 됐습니다. 심야 고객은 하루 500여명. 야근자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남는 건 별로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직장 초년생·대학생 고객이 많은 상권인만큼 야간 영업을 지속하겠다”고 합니다.
1968년 설립된 부산 서면의 영광도서는 매주 ‘베스트셀러’ 목록을 서울의 언론사와 몇몇 출판사에 팩스로 보내줍니다. “지방 (도서구입) 정보를 전파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고, 팩스를 받은 출판사들로부터 받는 감사 전화로도 충분한 보상이 된다”고 답하더군요.
서점가를 돌면서 느낀 불황의 파고는 생각보다 높았고, 그런 만큼 서점을 지키고 있는 책방동네 사람들의 ‘고집’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주말 나들이 길에 한 번쯤 서점을 들러보면 어떨까요? 그곳에 가면, 흩어졌던 옛 추억의 잔영이 되살아날 것 같지 않습니까?
(박영석기자 3D3Dyspark@chosun.com'>3Dyspark@chosun.com'>
***어제 조선일보에 실린 이 글을 읽고 80년대초 나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내가 단골로 드나들었던 종로서점이 생각이났다. 2년전까지만해도 나는 종로서점을 이용했었다. 그러나 문인들의 종로서점 살리기운동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영원히 종로서점은 문을 닫고말았다. 오늘은 강남에있는 교보문교엘 다녀왔다. 광화문의 교보문교보다 더 큰 우리나라 최대의 서점이란다. 그러나 내가 찿는 시(詩)낭송 테이프는 하나도 없었다. 옛날에 종로서점엔 내가 좋아하는 詩 닝송 테이프들도 골라서 구입할수 있었는데... 그때 그곳에서 구입한 수많은 테이프중 내가 좋아하는 박원웅님의 구수한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는 정말 한편의 詩를 실감나게 낭송한다.(아직도 간직하고있지만) 1년전에 베스트 셀러로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박완서님의 '그 많았던 싱아는 누가다 먹었을까'란 책도 오늘 교보문교에가보니 아직도 베스트셀러에 자리잡고 있었다. 한폭의 수체화처럼 그려지는 박완서님의 젊은 시절의 자화상.... 이 책에서 210page의 한 구절을 소개하련다 --
『김종숙이는 그때 자기 집이 종로서관을했다. 지금의 종로서적의 전신이 바로 그 애네 집 거였다. 걔 한테는 그 무렵의 순수 문에지인 “문예”도 빌려보고 신간 서적도 빌려보았다. 지금처럼 신간이 많이 나올 때도 아니었건만 종로서관에 들에 들을때마다 그 많은 책이 다 그 애 거만 같아서 여간 부럽지가 않았다. 또 그 때마다 그 애 할어버지가 매장 한가운데서 감시꾼 노릇을 하고 서 계신 게 왜 그렇게 신경이 쓰였는지,지금 돌이켜 보니 훔칠 기회를 엿봤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종로서관하면 서울에서 제일 큰 책방이였는데도 온 집안이 총동원이 돼서 팔기도 하고 경리도 보고 감시도 하고 가족경영체였다』
-- 종로서적이 적자에 문을 닫았을 무렴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미도파 백화점도 적자에 허덕이다 문을 닫았다. 아마도 두 서점과 백화점은 同病相聯이 아닐련지? ******
첫댓글 그 만았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책 제목에서 "싱아"란 제 생각엔 야생화 이름 같은데 전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풀인지 모르겠네요..이책에서 -달깨비 만큼 흔한풀,산기슭이나 길가 아무데나 있고 줄기는 마디가있고 찔레꽃 필무렵 줄기가 자장 살이 오르고 연하고 발그스름한 줄기를 꺽어서 겉 껍질을 길이로
벗겨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 달콤하고,입 안에서 군침이 돌게 신맛이나고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 좋다고..박완서님의 설명이옵니다..혹시 "싱아"가 어떤 풀인지 아시는분 ??....
손님들의 좋은 음악, 좋은 글이 우리 카페를 다른 것과 차별화짓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퀴즈까지 내 주셔서 관심가지게 하심도 감사....
아프로 소인이 어려운 질문 만이 올릴낍니더..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