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배려’ 확산 따라 설계에도 변화
최근 장애인, 노인, 어린이, 임산부, 외국인 등 모두를 배려하는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 UD)이 적용된 아파트들이 늘고 있다.
노인 인구가 많아졌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는데 따라 아파트 설계에도 변화가 나타나는 것.
UD란 제품, 환경, 서비스, 커뮤니케이션 등을 디자인할 때 다양한 특성을 지닌 사람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혹은 포용적 디자인(Inclusive Design)으로도 불린다.
고영준 서울과학기술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사용자 중심의 유니버설디자인 방법과 사례’라는 책에서 “현실적으로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환경을 디자인하는 것이 UD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미 UD는 아파트에 부분적으로 적용돼 있다.
아파트 단지 내 공원
완만한 경사로를 설치한 서초그랑자이의 엘리시안야드는 장벽없는 정원이라고도 불린다. [출처: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
점자안내지 [출처: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
단차 없는 놀이터 [출처: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
서울 서초그랑자이의 엘리시안야드는 장벽 없는 정원을 만들었다. 휠체어, 유아차, 지팡이 짚은 노인 등 이동 약자의 편의를 도모했다. 아파트 한 동 부지를 비워 마련한 이 중앙 정원에는 단차를 없애고 곳곳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도 설치했다. 단지 중심 공간을 개방해 이 아파트 입주민이 아니어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서울 유니버설디자인 대상 민간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색채(컬러) 유니버설디자인(Color Universal Design, CUD)
CUD란 개인의 유전적 특성이나 눈 관련 질환에 따라 시각 인지능력이 다른 점을 고려해 이용자의 관점에서 가능한 모든 사람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색채디자인이다.
코오롱글로벌은 CUD를 최근 준공된 공동주택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멀리서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색상과 규격을 적용한 주차장과 화장실 안내 표지 – 수원 호매실 공공주택 [출처: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9년 공공주택에 최초로 CUD를 도입했다. LH는 수원 호매실 4단지 국민임대(980세대)를 대상으로 주동 내·외부, 동 출입구, 지하 주차장 및 안내표지판 등에 자체 CUD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입주자 안전을 강화했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 디자인(BFD)
장애인 등이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장애물을 없애기 위해 특별한 디자인을 내놓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는 2007년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제도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 고령자, 장애인, 임신부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설계·시공된 건축물에 대해 LH가 인증해 주는 제도다.
UD와 BF 차이 [출처: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통합가이드라인 체크리스트]
BF인증을 받은 e편한세상 마포3차 리버파크 아파트는 동 출입구에 지면 높이로 승강기를 설치했다. 지면과 출입구 현관의 높이 차이를 없애 노약자나 장애인 등이 이용하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김종호 DL이앤씨 대리는 “동 출입구 계단과 장애인 램프가 필요 없는 아파트 설계디자인인 오렌지로비를 자체개발해 일부 동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송파푸르지오, 잠원동 대림아파트, 노원 센트럴 푸르지오 등 118곳도 BF 인증을 받았다.
노인 배려
서울시는 노인들의 인지능력을 키우는 디자인을 개발해 주거환경에 적용했다. 노인 거주 비율이 28%를 차지하는 노원구 공릉동 공릉1단지는 눈에 잘 띄는 색으로 동의 위치와 방향을 크게 표시해 놓았다. 산책로 주변에는 오감을 자극하는 새장 등의 조형물을 설치해 장소를 기억하기 쉽게 해놓았다. 영등포구 신길4동 삼성아파트도 비슷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서울시는 40대 이상 입주민 2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지장애가 약 30% 감소하고 안전사고도 약 24% 줄었다고 밝혔다.
소형 공동주택 UD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대표 이범재)은 서울 수유의 다세대주택과 망우의 다세대 및 주거용 오피스텔에 UD를 적용했다.
무단차(단차 2㎝ 이하), 충분한 문과 복도와 계단 폭, 넓은 엘리베이터, 바닥 미끄럼 방지, 자동심장충격기 설치 등은 모든 세대에 기본적으로 적용돼 있다.
높낮이 조절 세면대, 접이식 샤워 의자와 침대, 맞춤형 주방가구, 호이스트(이송형 리프트) 등이 추가로 설치된 맞춤형 UD는 수유에 4세대, 망우에 3세대가 있다. 서울 상계의 연립주택, 창동·장안의 원룸형 아파트는 내년 완공 예정이다.
가구 및 제품군
유니버설디자인 어르신 가구 가이드북에 제시된 침대에서 일어나는 노인의 모습 [출처: 서울시]
서울시는 지난해 눈이 어두워지고 다리 관절이 약해지며 허리가 굽는 노인의 신체 특성을 고려한 ‘유니버설디자인 가구 가이드북’을 전국 최초로 개발·발간했다. 노인을 위한 가구 디자인에 보조용 지지대 설치를 반영했으며 앉았을 때 발바닥이 땅에 닿을 수 있도록 무릎 높이가 되는 침대와 소파를 제시했다.
유니버설디자인 어르신 가구 가이드북에 제시된 침대와 소파 디자인이다. [출처: 서울시]
포스코 더샵의 월패드는 터치 영역을 충분히 확보해 터치 방식에 서투른 노인과 장애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터치와 함께 다이얼 방식을 적절히 활용해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게 했다. 콘센트와 USB 포트, 인터넷 랜 케이블 포트를 통합했으며 낮은 곳에 설치돼 있어도 쉽게 플러그를 꽂을 수 있도록 경사를 줘 디자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