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기 23구간 미시령-한계령
1.산행 코스 :미시령(780m)-황철북봉(1,318.8m)-황철봉(1,318m)-저항령(1,102m)-마등봉(1,327m)-
마등령(1,220m)-희운각(1,095m)-소청봉(1,550m)-봉정암(1,224m)왕복-중청대피소(1,511)-
대청봉(1,708m)-중청봉(1,676m)우회-끝청봉(1,610m)-한계령삼거리-한계령(1,004m)
2.일 시 : 22년 10월 09일
3.산행 인원 : 다우렁 43명
4.산행 거리 : 28.24 km(트랭글)
5.산행 시간 : 13시간 46분
모처럼 코로나 이전처럼 만석이다. 이번 코스는 결코 만만한 코스가 아닌데 가을설악에 발
한번 담가보려고 많은 인원이 참석 한 거 같다. 우리가 하고 있는 33구간 대간 산행 중,
지리 성중 코스와 더불어 가장 힘든 코스가 아닌가 싶다. 반면 힘들고 아찔하게 위험한
구간이 많은 만큼 경치나 쾌감이 배가 돼서 그래서 더 환장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내설악 들림촌 식당에서 충전을 하고 시작하기로 한다. 여기서 밥을 먹으면 설태를 해야 하는데
짧게 가도 되려나? 설태 때에는 황태국을 꽤나 맛있게 먹었는데, 산행이 짧아서 인지 오늘은
그만 못한 거 같다. 괜한 기분 탓이겠지.
고난을 극복하는 끈질긴 의지를 담은 “담쟁이”로 시작해 보자.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식사 후 차량으로 20여분 이동하여 12시 30분 즈음에 미시령 고개에 부려놓으니 난민
목숨 걸고 탈출하듯 어디서 힘이 솟는지 2미터도 넘을 철조망에 다닥다닥 달라 붙어
훌쩍훌쩍 넘기 시작한다. 한 두 번 넘어본 솜씨들이 아니다.
미시령 삼거리까지는 1.7km로 살방살방 몸풀기로 가다가 초반부터 소화제를 찾는 사람이
있어 겸사겸사 쉬어가기로 하는데, 중간에 오던 사람들이 왜 벌써 여기서 쉬냐고 추월해
간다. 어쩔 수 없이 얼떨결에 떨어지면 큰일 날까 봐 쫄래쫄래 따라간다.
이 지역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 작업이 있었는데, 작업이 마무리가 되었는지 파헤쳤던
구덩이가 모두 복구 되었다.
이제부터 황철북봉 오름길로 시작해서 황철봉 내리막 길로 이어지는 기나긴 너덜길이
시작된다. 확 트인 곳은 뽀송뽀송하니 촉감이 좋은데, 나무숲 근처의 바위들은 물기를
머금어 바위덩이가 꽤나 미끄럽다. 비가 왔었나? 미끌리거나 고꾸라지지 않으려고 용을 쓰며
간다. 때로는 사족보행으로, 때로는 바지에 똥싼 놈처럼 어기적 어기적, 좀 멀어도 안전하게
돌아서 간다. 아차 잘못해서 바위틈에 발목이라도 낑기면 . . . . 휴~
너덜길에서 스틱은 더 위험할 수 있겠다.
이상하게 분명 위험하고 힘은 들지만, 험악한 산을 기어 오르내리는 순간에 산행의 맛이
있지 않나 싶다. 길이 험하면 험할수록 더 그렇다. 끝난 듯 하다 또 이어지는 그지 같은
너덜길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그냥 걸을 만한 게다. 맵다 맵다 하면서도 자꾸 손이 가는
매운맛처럼 묘한 쾌감과 매력이 있다. 황철봉 내리막길의 너덜 길을 마지막으로 저항령에
도착한다. 저항령에서 잠시 목을 축이는 동안 쭈~대장은 지난 설태 때 묻어 놓은 음료와
간식을 찾아와 그 때를 추억하며 과자며 음료를 나눈다. 설태 때 그 귀하다는 물과 음료가
아직도 남아 있으니 얼마만큼 묻었던 걸까?
어떤 여성은 설태 할 때 몸은 달라면 줄 수 있지만 물은 결코 양보 할 수 없다는 그런 귀한
물이다. 다음부터는 미리 답사해서 음료수 이런 거 묻어 놓지 말고, 능력껏 하다가 안 되면
중탈하고, 중탈하기 싫으면 등력을 키워서 딤벼야지 치사하게 중간에 감춰놓으려 애쓰지
말자. 어쨌든 쭈~대장 고생한 덕분에 소싯적 먹던 웨하스도 먹어보고 감사함을 전한다.
너덜길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지저분한 걸레봉이 남았구나. 얼마나 드러우면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걸레봉은 정식명칭은 아니고 암릉길이 걸레같이 너덜너덜해서 산꾼들이 붙인
이름이라나 뭐라나 다른 말로 저항봉이라고 한다.
아무튼 마등봉까지는 등로가 드러워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미시령에서 마등봉까지는 9km,
4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어둠속에서 빨리 왔다.
마등봉에서 인증하고 500m 내려오니 마등령에서도 보급품을 또 찾아와 나눈다.
또 이 구간은 야생식물을 보호하려고 26년까지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출입
통제구역이다.
아직도 날이 밝으려면 한 시간 정도는 더 진행 해야겠다.
비선대 쪽에서 마등령으로 등산객들이 많이 올라온다. 트레일런 대회가 있나? 물병 하나
차고 런닝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 몸에 착 달라붙은 굴곡진 몸매가 그대로 드러난
복장으로 뛰어가는 젊은 처자가 가는 것을 보고 쭈~대장은 쫓아가야 한다고 하면서 뒤따른다.
해민님도 따라간다. 그래 봤자 내용 하나도 없는 짓이다.
나한봉 지나 큰새봉 즈음에서는 동녘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오늘 일출도
장관이겠거니 내심 기대하면서 1275봉에 가면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갔지만, 젠장
곰탕이 되어 잿빛 하늘이 되어 버렸다. 부정한 사람이 섞여 있음이 분명하다.
곰탕이면 어떠하리 공룡의 기본이 있지 않은가.
공룡 어디에서
1275봉에 좀 못 미쳐서 일까? 앞서가던 일행 중에 왜 마디의 고라니 울음소리가 나더니
웅성웅성 해 진다. 달빛 마라톤님이 나무 뿌리에 미끄러지면서 뿌리에 콕~ 키스를 해버렸다.
비록 이빨에 스크레치가 나고 팔꿈치가 까지긴 하였지만 그 정도면 감사해야 한다. 돌
뿌리에 했다면 옥수수가 우수수수 했을 것을, 이정도 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달빛은 신발끈 묶는 거나 착지에 문제가 있는 거 같다. 너널지대 올 때도 끈이 풀린 것을
알려 주었었는데 이런 사단이 났다.
등산은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산행하는 동안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
산행하다 닝겨 박히고 그러면 행복하겠나? 내 몸이 아픈데 경치가 눈에 들어오겠나?
옆 사람은 인상을 쓰고 있는데, 나만 즐거워 할 수 있겠나?
희운각에 와서 맛있는 라면을 끓여 먹는다. 콩나물도 넣고, 오뎅도 넣고, 만두도 넣고
계란도 풀고, 파, 마늘, 고추도 넣고, 산밑에서 먹는 라면도 맛있는데, 산에서 먹는 라면은
언제 먹어도 최고의 맛이다.
국공 몰래 소주 한 고뿌 따라서 쭉~ 해야 하는데, 이 맛은 잊기로 한다.
아침 식사가 마무리 될 무렵 성질 급한 사람은 출발을 서두르고, 뒤따라가기 위해 서둘러
배낭을 꾸린다. 소청에서 봉정암을 가기 위해서다. 봉정암은 백담사에서 대청 오갈 때
들리는 것으로만 여겼는데, 공룡을 타다가, 대간을 하다가 소청에서 봉정암을 다녀올 생각을
다 했는지 꼬게 대장과, 딸기총무께 감사하다.
딸기총무는 어디서 마약주사라도 맞고 왔는지, 특수훈련을 받고 왔는지 오늘 산행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황철북봉 오를 때, 오늘 오버한다 싶었는데, 봉정암을 다녀 오고도 그
속도를 끝날 때까지 유지하니 뭔가 비법이 있음이 분명하다. 좋은 정보는 공유 했으면
좋겠다.
5대 적멸보궁 사찰중 하나, 고도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찰 봉정암에 비경을 보러 간다.
소청봉에서 소청대피소까지 0.4km, 거기서 0.7km 편도 1.1km 이다.
소청봉에서 0.7km로 알았는데 소청대피소에서 0.7km라니 왠지 속은 느낌이 난다.
대웅전에 들려 여로의 안녕과 복을 빌며 사리탑을 향해 어설픈 삼배를 올린다. 돈도 안 들고
핸드폰만 들고 왔으니 부처님께 시주도 못 했다. 부처님도 돈 엄청 좋아하시는데 빈손으로
절만하면 청을 들어주겠는가? 사리탑에도 올라 용아의 웅장함을 한번 째리고 내려와
염치없지만 부처님이 주시는 달달한 다방 커피 한잔 하고 올라온다.
대간하다 다녀오는 것이 분명 쉬운 코스는 아니다. 하지만 그만한 보상은 받았다고 생각한다.
사라탑에서 바라본 용아
봉정암 대웅전에서 사리탑을 바라보며
중청대피소에 배낭을 두고 대청봉에 올라 인증을 하고, 다시 내려와 배낭떨이를 하고
한계령을 향한다.
한계령까지는 약 8km, 이 정도면 굴러가도 가겠지. 중청 볼록한 산허리를 감아 돌아 끝청
지나서 그리고 어디쯤 가는데, 산친구의 특유의 하이톤 목소리로 우리를 반긴다.
산친구, 산나그네, 쥐떼들 못지않게 우정을 과시하는 프란치스코, 리차드이다. 목이 마른지
입주로 막걸리도 한잔하면서 간식타임을 갖고 있다가 우리는 만난 것이다.
그랬으면 막걸리를 한잔 한다 던지, 대충 있는 거 하나 집어먹고 자리를 떠야 하는데,
먹을게 없다고 더 내놓으라고 투덜거린다. 듣고 있던 산나그네가 배낭떨이를 한다. 방울
토마토도 나오고 주먹만한 대추도 나오고, 순식간에 없어지니 가져온 주인이 하나만 달라고
손을 벌린다. 처녀 젖가슴처럼 봉긋했던 배낭이 순식간에 할머니 젖가슴이 되어 버렸다.
산친구도 아는 사람이 지나가니 빈말로 먹고 가라고 해본 소린데, 빈말, 참말 구분을 못
하는 사람들은 굶주린 하이애나처럼,아프리카 농작물을 초토화 시키며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공포의 사막 메뚜기 떼처럼 휩쓸고 아무일 없던 것처럼 간다.
이제 빈말도 사람 봐가며 하자.
산행 후 뒷풀이를 간밤에 먹었던 내설악 들림촌에서 한다기에 그러면 귀때기청 들려
안산으로 해서 들림촌으로 가자고 했다. 나도 꼭 가자는 것도 아니고 반응을 한번 본 건데,
듣고 있던 청당이 다짜고짜 다우렁을 탈퇴 한단다. 싫으면 싫다고 하고, 안 간다고 하면
되지. 꼴랑 30km도 안 되는 거 하면서 너무 민감한 게 아닌가 싶다.
해서 안산행 건은 회원 하나 살리는 것으로 바로 깔끔하게 클리어 했다.
한계령 코스는 일반산악회 사람들도 준비 없이 대청 한번 보러 왔다가 대부분 하산길에 설설
기면서, 다리 절면서 내려온다. 정상적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드물 정도다.
다 왔다고 생각한 한계령삼거리에서 1.7km가 그리 마딜 수가 없다. 다행이 비가 느지막이
내려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오늘 하루도 설악에서 다우렁 식구들과 잘 보내고 갑니다.
첫댓글 탈퇴한다구 누가!!....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독했습니다. 정진관고문님.
다음엔 안산으로 도전해보겠습니다.^^
안산은 비탐구역이라 안 되여.
등산로 로만 다니자구.
베스트셀러 소설처럼 넘 잼나구 즐건 산행기입니다~^^
저만 그런줄 알았는데 정말 황태국이 별로였어요 설태할때 맛난거 생각하구 선택했는데요~ㅠ
산행만두 버거운 길이었는데 헌신해주신 분들께 이자릴 비롯해서 감사드립니다 !
산행이 짧아서 맛이 없었던겨, 설태 해봐 맛있지.
수고많으셨어요.고문님.
오래도록 추억 될
희운각에서의 콩나물
너무 멋지셨습니다 ㅎㅎ
황철봉을 넘어 오는
길게 늘어선 다우렁 랜턴빛은
흡사 담쟁이였지요.
이런 산기까지 메고 다니실려면
배낭이 너무 무거울 것 같습니다 ㅎㅎ
표현력이 좋네.
다우렁 랜턴 빛이 담쟁이라구라.
이른새벽 하루 시작.. 간단히 식사후 다음을 기다리며 카페에 새글이 올라올때가됐다 생각하구 카페 창을 열어봤더니 역시 정고문님의 글이..
시작은 시글귀로 시작해서 에로글인지 산행기인지..ㅋ.ㅋ
라면 조리법도 나오고 .. 고문님 산행기너무 재밌게 읽었구요..감사합니다 너무 재미난 글... 계속 부탁 드려요
좋은 하루되세요 ^!^
후미대장은 선두 보다 훨씬 힘든건데, 늘 수고 많습니다.
나는 산행 시간 보다 산행기 쓰는 시간이 더 길다는 거 알어? 쓸려고는 하는데 잘 안 되네.
달빛 마라톤님! 천만다행입니다.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산행기가 사진보다 글이 많아서 그런지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산행 실력이 일취월장 하는거 같습니다.
산에서 자주 봅시다.
@정진관 "과찬의 말씀입니다." 다우렁 식구분들 대단하고 존경합니다. 다음에도 배려동행 부탁드립니다.
사브님 설악 산행 글을 보며 다시 한번 철조망 넘는것부터 험난한 너덜길을 걷는것 같아요~
담쟁이 글귀 넘나 감명깊게 읽고또읽고 빠져드는 중독성 ㅋㅋ
수고 많으셨습니다 😀
"스페셜 일품 라면맛 또 보여주세요"^^
잼있게 읽어 줘서 고마워요.
라면 OK.
방음벽을 넘은 담쟁이
저 담쟁이도 손잡고 모두 함께 넘었을 겁니다.
희운각에서 배가 불러서 고문님 라면 맛을 못 봐 아쉽네요~
저의 비법은 수혈을 받아서 그런가봅니다
빈혈이 넘 심해서 수혈을 받았는데 빈혈 아닌 몸이 이런거구나 요즘 새삼 느껴요~~
그랬구나.
젊은 피가 좋지. 좋구말구.
나도 빈혈 좀 왔음 좋겠다.
빈혈이 무섭네. ..수혈 두번 받으면 날아갈수도 있으니.. 수위 조절이 필요할듯..
잼나게 읽었습니다 ㅎㅎ
자주 올리셔~
요즘 후미에서 고생이 많습니다.
자주 올려야지요.
재미있는 산행 후기 쓰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문님 아침 건너뛰고 가시는 거 같던디,
든든하게 드시고 다니세요.
2023년 9월 9일 토요일 미시령~한계령 대간 산행전 정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