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날입니다.
1주차는 책 소개와 ‘1장 베이비부머의 번아웃’
2주차 ‘2장 가난부터 배우는 아이들’, ‘3장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 ‘4장 좋아하는 모든 게 일이 되는 기적’
3주차 ‘5장 일터는 어쩌다 시궁창이 되었나’, ‘6장 일터는 왜 아직도 시궁창인가’
4주차 ‘7장 전시와 감시의 장, 온라인’, ‘8장 쉬면 죄스럽고 일하면 비참하고’를 같이 읽어 보았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주차인 이번 주는 ‘9장 엄마처럼 살기 싫은 엄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읽고, 정리하기 〉
9장 엄마처럼 살기 싫은 엄마들
우리 시대의 육아 문화는 현재 다다르기 불가능한 이상을 강화시키고, 이상에 다다르지 못했을 때 그 실패를 부모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며, 특히 동등한 배우자 관계라는 관념에 투자했던 여성들의 분노와 절망을 키웁니다. 과로의 패러다임이 그러하듯, 오늘날 육아는 피로를 능력과, 적성과, 헌신과 동일시합니다. 최고의 부모는 자신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퍼주기만 하는 부모들입니다. 이 희생의 가장 큰 단점은, 그렇게 퍼준다고 해서 아이들의 삶이 실제로 더 나아진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겁니다.
육아 번아웃은 좋은 육아의 구성 요소에 대한 달라진 생각, 누구의 노동이 중요한지에 관한 고리타분한 관념, 일터의 경계 밖으로 넘쳐 흐른 일이 낳은 결과입니다. 무엇보다 전업주부의 수가 점점 줄고 있음에도 여전히 모든 가정에 집을 보살피는 사람이 있다는 전제하에 돌아가는, 현대사회의 산물입니다.
육아 번아웃이 어머니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집에서 가사노동의 대부분을 수행하는 건 여전히 어머니이므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존재도 어머니입니다. 한부모 가정의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어머니들의 부담은 더 커집니다. 오늘날의 어머니는 압박이 심한 직업과 자녀, 반려자와의 관계, 가정 내 공간, 자신의 신체를 비롯한 모든 것을 우아하게 관리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습니다. 어머니의 자유는 언제나 모두를 위해 무엇이든 되어줄 자유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위해서는 자신이 되지 못합니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른 걸까? 첫째로, 그 어느 때보다도 위험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여기에 아이들 안전에 대한 위협이 더해졌습니다. 위협은 와해될 수 있었으나 그러려면 경계와 지식이 필요했고, 이는 점차 종합적 감시로 발전했습니다. 감시 대상은 우리의 자녀였지만, 다른 사람의 육아 관습이기도 했습니다. 둘째로, 하향 이동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가족의 계급 지위가 불안정하다는 두려움, 아래로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자원을 자녀들에게 쏟아부어야 한다는 두려움이었습니다.
번아웃에 빠진 베이비붐 세대 부모들이 그랬습니다. 그들의 자녀인, 번아웃에 빠진 밀레니얼 세대 부모들도 지금 그렇습니다. 많은 중산층의 유년을 주도한 육아, 즉 빼곡한 스케줄과 거기에 덧붙여지는 풍요로운 경험들, 출생 전부터 시작되는 대학 계획으로 짜여진 ‘집중 양육’ 트렌드는 한층 강화된 버전으로 돌아왔습니다. 부르주아 어머니들의 미디어 식단을 채운 인스타그램 계정, 페이스북 육아 스레드, 블로그, 뉴스레터, 팟캐스트, 육아서들이 그 중요성을 더욱 설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유독 어머니들에게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된 이유를 완전히 설명하진 못합니다. 진짜 이유는 물론 가부장제입니다. 여성들이 집 밖에서 남성과 동등한 양의 일을 부담한다고 해서, 집안에서의 일도 동등하게 분담되지는 않았습니다. 그 결과 어머니가 집 밖에서 하는 일의 ‘첫 번째’ 근무는 집에서의 두 번째 근무를 지속하기 위해 타협되거나 가치 절하되는 일이 잦았습니다.
물론 이 시기의 아버지들은 자기네 아버지들보다는 가사노동을 더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노동통계청에서 시행한 시간 활용 연구에서는 집 밖에서 유급 노동을 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양육 책임의 65퍼센트를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아버지들은 가사 노동의 공평한 분담에 근접한 적조차 없습니다.
오늘날 부모 중 한 사람이 집에 머무는 가정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나, 사회 제도는 이러한 변화에 보조를 맞추지 못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아직도 유급 육아휴가가 필수로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금전적 부담은 적으면서 지원금이 나오는 보육 서비스는 찾기가 매우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일 년의 4분의 3, 평일의 3분의 2에 불과합니다. 요컨대 사회적으로 강제된 아동의 일과와 연간 일정은 대부분 부모들의 근무 일정과 양립이 불가능합니다.
과거에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귀가해서 조부모나 손위 형제와 어울렸고, 이웃집에 놀러가기도 했습니다. 그때보다 워킹 맘이 훨씬 늘어난 지금, 보육의 대안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아동 감독 기준을 다시 낮추거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대신, 우리는 도리어 끊임없는 감독을 필수로 만들었습니다. 많은 초등학교가 미리 승인받은 성인이 데리러 오지 않으면 아동을 하교시키지 않습니다. 심지어 스쿨버스에서 내리지도 못하게 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자녀를 빈 집으로 귀가시키려면, 아동보호국에 신고당할 위험을 무릅써야 합니다. 부모인 당신이 자녀가 혼자 집에 안전하게 있을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도 소용없습니다. 다른 어른이 당신을 신고할 것입니다.
교사와 교장, 부모들이 강화시킨 새로운 기준들로 인해, 부모가 일정을 조정해 아이를 방과 후에 데려가고 감독할 수 없을 경우엔 돈을 써서라도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퍼져나갔습니다. 한 시민 단체에 따르면 미국 평균 보육비용은 연간 거의 8천 700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미취학 아동의 평균 돌봄 비용이 대략 1만 3천 달러에 달하는 주도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맞벌이 가족의 보육비용은 1985년부터 2012년까지 70퍼센트 상승했습니다. 한부모 가정의 상황은 더 어렵습니다. 평균적으로 한부모의 수입 중 36퍼센트가 남에게 자녀 돌봄을 맡기는 데 쓰입니다.
물론 가족들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합니다. 근무 일정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서,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의지해서, 임시직으로 일하면서, 저축을 포기하면서, 학자금 대출 상환을 유예하면서 이 문제를 일단락합니다. 그러나 모두에게 믿음직스러운 친구나 시간이 많은 가족이 있는 건 아니며, 임시직은 풀타임 근무와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하고 싶은 어머니들에겐 때론 퇴사가 유일한 선택지가 됩니다.
2015년에 인터뷰한 수백 명의 밀레니얼 여성들에 따르면 자녀를 낳고, 공동육아를 하고, 직업을 가지는 것에 대한 생각들을 베이비붐 세대인 어머니를 보고 배웠다고 말했고, 자기 어머니의 회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낳고선 자기 인생에서 하고 싶었던 일들을 여럿 포기했거나, 커리어를 타협했다는 걸 알아요. 저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밀레니얼들 일부는 엄마가 커리어랄만한 것을 가지지 못한 채, 이혼 후 생계를 이어나가는 걸 보았습니다. 일터를 떠난 뒤 잃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후회를 넌지시 혹은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걸 보았습니다. 월급을 버는 사람이 한 명뿐일 때, 게다가 그 돈이 온갖 구멍으로 빠져나갈 때 생활비를 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목격했습니다. 어떤 여자들은 아이를 늦게 낳거나 아예 낳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자들은 단순히 엄마와 다른 결정을 내림으로써 그런 후회를 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커리어를 지키고 아이도 가지기로 한 것입니다 . 그것이 월급 대부분을, 적어도 처음 몇 년 동안은, 보육에 쏟아 부어야 한다는 의미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러면 적어도 선택지는 갖게 될 테니까.
육아가 이렇게 어려워졌는데, 우리는 어째서 손 놓고 있는 걸까? 육아 문제가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사회적 문제가 분명하다면, 우리는 어째서 개인의 실패로 착각하고 사는 걸까?
저렴하고 보편적으로 접근 가능한 보육 서비스가 생긴다면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이러한 서비스는 부모들, 특히 어머니들의 심각한 짐을 덜어줄 것입니다. 국가에선 농부에게 보조금을 주고, 지역 상권 개발을 위해 보조금을 주고, 전력을 다해 공립학교를 지원합니다. 그런데 왜 돌봄 서비스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걸까?
여기에는 서로 얽혀 있는, 대단히 우울한 이유가 두 가지 있습니다. 남자들이 아직도 가사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남자들이 의회와 기업의 대다수를 지배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 시대의 육아를 위기로 대우하기는커녕 문제로 인정조차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공감하지 못하거나, 공감하기를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로는 육아의 문제가 의회나 기업의 우선순위가 되지 못한다는 입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보조금이 나오는 사내 보육 서비스를 마련하는 데 선두에 섰습니다. 게이츠 파운데이션에서는 모든 직원에게 육아휴직 1년을 쓸 수 있게 했습니다. 최근엔 육아휴직을 6개월로 줄인 대신 보육비로 2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기업 차원에서의 해결책은 아직 부족합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시장이 균열된 상태에서 이런 해결책은 확장되더라도 특정 계급과 계층의 노동자들에게만 혜택을 줄 것입니다. 육아로부터의 해방이 중산층의 특권이어선 안 됩니다. 오로지 중상류층만 구제를 받을 경우, 결국 하층으로 추락하는 것에 대한 공포는 그대로 유지될 테니까.
원인은 체제에 있습니다. 이것이 전체를 아우르는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육아의 기본적 구조를 바꾸면 육아가 주는 느낌도 바뀝니다. 노동이 지속 가능하고 공정하게 분배되게끔 가족 환경을 꾸리는 주된 방법은, 부모 중 출산을 하지 않는 쪽이 오래 육아휴직을 쓰는 것입니다. 혼자서 쓰면 더 좋을 것입니다. 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눈에 보이지 않았을 노동이 휴직을 하는 동안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육아는 결코 걱정이나 비교나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을 줄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진보적인 육아를 꿈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입니다. 현재의 가부장적 자본주의는 깊게 믿어온 우리의 이상까지도 파괴했습니다. 그 자리에 퇴보적인 정반대의 것들을 놓았습니다. 극적으로 불공평한 가사노동 분배, 과소평가되기 일쑤인 여성 노동, 양육에 대한 주된 책임을 떠맡고 있지 않은 이들에게 유리하게끔 설계된 일자리들을 놓았습니다.
번아웃을 줄일 방법에 대한 가장 좋은 조언이 있습니다. 자신의 번아웃을 줄일 생각만 하지 말고, 당신의 행동이 어떻게 남의 번아웃을 부추기는지 생각해 보라는 말입니다.
이 조언은 이 장을 읽고 있는 남편들에게도 유용하겠지만, 심한 번아웃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도, 아이가 있든 없든 누구에게나 유용할 것입니다. 피로와 억울함과 말할 수 없는 분노를 줄이고 싶다면, 가장 비호감인 버전의 자신으로 추락하고 싶지 않다면, 당신은 행동해야 합니다. 투표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뿐 아니라, 당신과 비슷하게 생겼고 비슷하게 말하고 비슷하게 행동하고 비슷한 가족을 가진 사람들뿐 아니라, 모두를 위해 삶을 더 낫게 만들 해결책들을 지지해야 합니다.
〈 새날의 생각 나누기 〉
이번 주는 육아 번아웃, 특히 어머니의 육아 번아웃에 대한 내용입니다. 책에서는 우리 시대의 육아 문화는 현재 다다르기 불가능한 이상을 강화시키고, 이상에 다다르지 못했을 때 그 실패를 부모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긴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집에서 가사노동의 대부분을 수행하는 건 어머니이므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존재는 어머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을 좀더 알아보고자 합니다.
국적과 인종, 시대를 초월해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이 겪는 혼란과 난관에 관해 이야기 한 책이 있습니다. 바로 멜리사 호겐붐이 저술한 『엄마라는 이상한 이름』입니다. 이 책은 여성들이 엄마가 되면서 경험하는 정체성 변화에 관한 생물학, 심리학, 사회과학적 분석과 BBC 과학 전문 기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저자의 경험담을 함께 담은 책입니다. 본문과 연관된 내용을 중심으로 요약, 발췌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이하 출처1 참조).
일과 가정생활에 대한 상충하는 기대는 이상적인 노동자와 이상적인 엄마 사이에서의 충돌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이상적인 노동자는 고용주에게 충실하고 헌신적이며 가족 등의 사적인 방해를 거의 받지 않고 전일제로 근무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여성이 가정에서 돌봄 노동을 더 많이 한다는 사실로 미루어보면 이런 기대감은 절대적으로 여성들에게 불리합니다. 최적의 근무 시간과 스트레스에 관해 생각해볼 때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분명 가정생활과 행복을 희생하지 않고는 이런 ‘이상주의’를 실현할 수 없습니다. 문화적으로는 가족의 가치를 긍정하면서도 정책과 직장 문화가 그것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모순인 것입니다.
이상적인 노동자와 이상적인 엄마라는 두 가지 부담 사이에 갇힌 엄마들이 많습니다. 여성에 대한 직장이나 사회의 기대, 금전적 제약, 한정적인 육아휴직 정책이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아감을 압도해버린다면 엄마들은 쉽게 좌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엄마들은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우리는 삶에서 항상 완벽을 추구할 수 없을뿐 아니라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생기면 아이에 대해서만은 완벽을 추구하고자 노력합니다.
완벽한 육아에 대한 강박은 엄마의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해롭습니다. 완벽을 추구하려는 노력은 피로와 죄책감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부모들은 때때로 자기 자신에게 거는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대 때문에 피로와 죄책감을 느낍니다. 만일 우리의 정체성이 완벽한 엄마가 되려는 이상과 관련 있다면 결국 현실에 부응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 많은 엄마가 일도 한다는 사실까지 덧붙인다면 이상적인 엄마의 기준까지 추구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성취할 수 없는 것을 좇는 것은 금방 역효과를 낼 수 있고, ‘육아 번아웃’으로 연결됩니다. 육아 번아웃은 부모들 사이에서 매우 빈번하게 진단되는 만성적 스트레스 장애로, 일반적인 피로감보다 더 심각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육아로 인한 피로는 쉬고 나면 줄어들지만, 번아웃은 휴식을 취해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육아 번아웃의 증상으로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과 아이들과 거리감을 느끼는 것 등이 있습니다. 부모들은 육아에 대한 만족감을 상실하고, 최악의 경우 방임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우울증보다 육아 번아웃에 시달릴 때 자살 충동을 더 많이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육아 부담에서 벗어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좌절감 때문입니다. 업무로 탈진한 사람들은 휴직하거나 퇴직하거나 이직이라도 할 수 있지만, 부모들은 날이면 날마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육아 노동에 시달립니다.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병가를 낼 수 없습니다.
엄마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늘 아이에게 충분히 해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육아 번아웃을 일으키는 요인이기도 한 죄책감은 사회적 비교와 더불어 우리 자신에게 거는 높은 기대감에서 생겨나는 감정입니다.
모성 죄책감을 심도 있게 연구한 사회학자 케이틀린 콜린스는 엄마들의 기대가 도저히 성취할 수 없는 수준으로 너무 높다고 지적합니다. 그녀의 주장은 우리에게 부과된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흔히 모성은 매우 보람되고 긍정적인 경험으로 여겨집니다. 이 기준과 다르게 느낀다면 우리는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러므로 죄책감은 아이에게 신경을 더 많이 쓰는 엄마가 ‘좋은 엄마’라는 사고방식과 연결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직장에서 목적의식을 갖고 생활하는 삶도 엄마에게는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퇴근 후 집에서 아이들을 만났을 때 더 나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전일제 근무와 집중 육아라는 두 가지 이상을 조합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고려해볼 때 엄마들의 죄책감이 거의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엄마들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다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재정 상태가 허락할 때 가능한 선택입니다. 그런데 전업주부를 선택했더라도 혼자만의 시간이 거의 없다면 그 또한 스트레스와 불만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시간의 양을 두고 죄책감을 느끼기보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우리 자신의 행복을 위해 무엇이 중요하고 어떻게 해야 본연의 자아로 돌아갈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완벽한 양육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서 죄책감을 느끼는 엄마들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더 많이 보이고 자기 확신감도 낮습니다. 가족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에 집중하고 외부적인 영향에 흔들리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인다면 엄마들도 부담감을 덜 느끼고 스트레스도 덜 받을 것입니다.
사회적으로도 육아의 책임과 육아에 대한 기대를 전적으로 엄마에게 떠맡기지 않는다면 엄마가 느끼는 부담을 덜어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엄마가 느낄 죄책감도 줄어들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완벽한 엄마’는 존재하지 않으며 ‘좋은 엄마’라는 이상은 대체로 문화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좋은 엄마라는 이상은 엄마들 대부분이 이미 좋은 엄마인데도 불가능한 이상을 실현하려고 애쓰게 합니다. 그것은 두려움과 불안, 압박감만 가중할 뿐입니다. 이런 현실은 본질적으로 엄마들을 실패의 덫으로 밀어넣고 있습니다. 만일 직장에서 단지 남성과 동등하다고 느끼기 위해 한 분야에서 성공하려고 노력한다면, 직장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동안 엄마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조차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성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입니다.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계급주의와 인종 편견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 계층의 여성들의 상황은 훨씬 더 열악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이상적인 노동자’가 된다는 것과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것이 정면으로 충돌하므로 직장과 가정 중 하나를 선택해 우선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할 때 흔히 경력이나 자아감을 희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엄마로서의 정체성은 자기 비판부터 외부 압력까지 여러 방면에서 힘껏 뒤흔들리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엄마 자신, 엄마의 행복 그리고 거창하게 말해서 엄마의 진정한 자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기적인 생각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늘 아이에게, 또는 가정에 충분히 해주지 못한다는 걱정에서 끝없이 더 많은 것을 하려 하는 엄마의 모순된 모습을 생각해볼 때,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잠시나마 엄마 자신을 우선시한 것에 고마워할 것입니다.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들도 더 행복하기 마련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주변에 여전히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변화의 첫걸음’이라고 말합니다. 사회가 점차 평등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겪는 차별이나 불평등을 바로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려면 개인의 변화와 함께 사회적 차원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 책 닫기 〉
지금까지 함께 읽어본 바와 같이 이 책은 밀레니얼세대의 번어웃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련하여 주제를 세 가지로 압축하면 아마도 교육, 일터, 육아에서의 번아웃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먼저 교육에서의 번아웃은 이전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가 1970년대 경기 침체로 인해 겪은 직업과 계급의 안정성 결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는 부머들에게 점점 커지는 불확실성에서 자녀가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집중 양육을 통해 교육에 올인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밀레니얼 세대는 중산층의 지위를 획득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더 열심히, 더 잘,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은 자격증을 가지고 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여정의 첫 단계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가능한 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은 성적 관리에서부터 시작되고, 지역과 계급에 따라 유치원이 출발점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시대 학교의 기저를 이루는 개념은 성적이 결국은 돈으로 바뀐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밀레니얼에게 대학 학위는 밀레니얼과 그들의 부모들에게 약속했던 ‘중산층의 안정’을 안겨주지 않았습니다. 밀레니얼이 얻은 건, 단지 더 많은 노동일 뿐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대학 학위에 걸맞는 일자리가 많지 않았고, 또 학위를 얻기 위해 빌린 학자금 대출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다음 주제인 일터에서의 번아웃이 이어졌습니다. 프레카리아트 노동자는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놓인 노동자를 말합니다. 우버 운전자, 소매점 종업원, 아마존 창고 직원, 시간 강사, 프리랜서, 패스트푸드 서빙 종업원 등 생계를 꾸리기 위해 이러한 일을 몇 번이고 뛰어야 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에 속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노동자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가 시작된이래 현재의 자본주의는 기업의 목적이 주주 가치, 즉 기업 주인의 부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집중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기업은 단기 이익과 주가 상승을 중시하게 되어 회사 측 비용 절감을 도와주는 동시에 고용과 관련해 책임이 따르는 계약을 피하게끔 하였습니다. 그 예로 구글 등 테크 업계에서 하청 인력은 전체의 40퍼센트에서 50퍼센트를 차지하고, 맥도널드 등의 프랜차이즈는 고용에 따르는 부담을 외주화했고, 애플과 같이 회사가 인건비를 절감하려고 아예 노동력을 해외에 보냈습니다. 그 결과 일자리는 줄고 남은 일자리도 안정적인 임금을 제공하지 않으며 직원들에 대한 복지도 크게 줄었습니다. 즉 삶의 안정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낮아진 것입니다. 이런 노동 상황은 번아웃을 악화시키는 걸 넘어 마치 번아웃을 만들도록 설계된 것처럼 느끼게 합니다. 이에 저자는 좋은 일자리는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을 쓰다가 버릴 수 있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으로 대우할 때, 그들이 진정한 가치를 가진다고 말하며, 나쁜 일자리는 큰 이익을 내기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니라 전략이고 선택일 뿐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밀레니얼들은 육아의 번아웃까지 겪고 있습니다. 육아의 번아웃이 어머니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집에서 가사노동의 대부분을 수행하는 건 여전히 어머니이므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존재도 어머니입니다. 그럼에도 어머니들은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어머니들이 일도 하면서 이상적인 엄마의 기준까지 추구하기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습니다. 성취할 수 없는 것을 좇는 것은 금방 역효과를 낼 수 있고, ‘육아 번아웃’으로 연결됩니다. 육아 번아웃은 부모들 사이에서 매우 빈번하게 진단되는 만성적 스트레스 장애로, 일반적인 피로감보다 더 심각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육아로 인한 피로는 쉬고 나면 줄어들지만, 번아웃은 휴식을 취해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육아에 대한 만족감을 상실하고, 최악의 경우 방임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현재 부모 중 한 사람이 집에 머무는 가정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사회제도는 이러한 변화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강제된 아동의 일과 연간 일정은 대부분 부모들의 근무 일정과 양립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그 결과 돈을 써서라도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겨야 하기 때문에 아이의 돌봄 비용이 크게 상승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를 늦게 낳거나 아예 낳지 않기로 결정하는 경우도 늘어 나고 있습니다.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의 번아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개인적 차원에서는 ‘자신의 번아웃을 줄일 생각만 하지 말고, 당신의 행동이 어떻게 남의 번아웃을 부추기는지 생각해 보라’는 것이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투표를 통해 당신뿐 아니라, 당신과 비슷하게 말하고 비슷하게 행동하고 비슷한 가족을 가진 사람들뿐 아니라, 모두를 위해 삶을 더 낫게 만들 해결책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참으로 공감가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려면 개인의 변화와 함께 사회적 차원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의를 제기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지 않겠지만 이런 의식있는 활동들이 모여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어느 순간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그 상황 속에 모두가 있게 될 것입니다. 사회를 좀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아가기 위해 작은 것부터 참여하고 활동하는 그러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2023년도 상반기에 함께 읽은 책을 간단히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으려 합니다.
그리고 2023년 1달1책-독서노트 게시판을 통해 그동안 읽은 책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하면서 그 의미들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참고 도서 〉
O 출처1: 『엄마라는 이상한 이름』, 멜리사 호겐붐 지음, 허성심 옮김, 한문화 출판, 2022.05.10일 출간, 312 쪽, 엄마라는 이상한 이름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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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과 성장의 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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