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지방의 호랑이는 무분별한 사냥으로 인해 1930년대에는 20-30마리로 감소하였다. 그 뒤 소련정부의 철저한 보호정책 덕분에 1986년에는 약 350마리로 증가되었다(1). 그러나 구소련의 붕괴 후 사회혼란기 와중에 매년 수십 마리의 호랑이가 밀렵되었으며 주된 서식지인 시호테알린 산맥에서는 대규모 벌목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외국 환경단체들은 이 아름다운 맹수의 멸종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Operation Amba로 대표되는 밀렵단속과 미국 호너커 야생동물연구소의 호랑이 생태연구 및 서식지보전계획 수립이다.
♣ 밀렵단속
구소련의 붕괴는 이 광대한 지역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에게 일종의 재앙이었다. 법집행은 무너졌으며 주민들은 빈곤에 허덕였다. 또한 중국과의 국경이 보다 개방되고 자유경제가 도입됨으로써 야생동물들을 갖다팔 수 있는 시장이 생겨났다. 1993년 겨울 러시아의 정부관계자는 매년 60마리의 호랑이가 밀렵되고 있으며 이 속도라면 2000년까지 호랑이가 멸종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3).
호랑이 밀렵을 막기 위해 러시아 정부는 환경부 연해주 지부 내에 새로운 전문부서인 ‘Tiger Department’를 설립하기로 하였으며 재정지원은 외국 환경단체들이 맡기로 하였다. 이들은 이 부서의 특별임무를 ‘Operation Amba’로 명명했다(암바는 우데게 원주민들이 호랑이를 부르는 말이다). 이 계획에 의하면 기동성이 뛰어난 작은 팀들(4-5명으로 구성)이 주기적으로 타이가를 순찰하고 밀렵과 야생동물 밀거래 정보를 추적하도록 되어 있었다. 러시아 극동지역의 광대함과 제한된 예산을 생각할 때 이는 현실성 있는 계획이었다.
현재 Operation Amba는 4년 이내의 짧은 기간과 75만달러 이하의 적은 예산으로 아무르호랑이를 멸종위기에서 구해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3). 관련 환경단체들은 이 작전이 호랑이 밀렵을 75%정도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도 밀렵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호랑이 개체군이 견디어 낼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지나치게 업적이 과장되었다는 견해도 존재하지만 야생호랑이들이 살아서 새천년을 맞이한 것이 Operation Amba 덕분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Operation Amba의 성공요인으로는 지역주민의 협조, 장비와 기술(외국환경단체 및 미국정부에 의해 제공), 정치적 지원(1995년 8월 ‘러시아 극동지역의 아무르호랑이와 기타 멸종위기 동식물보호에 관한 법령’이 제정), 국제연대, 홍보(선전) 활동 등이 꼽힌다(3).
♣ 생태연구 및 서식지 보호
러시아 학자들은 수십년에 걸쳐 호랑이를 연구해 왔다. 또한 미국 호너커 야생동물연구소도 1990년대초부터 러시아 시호테알린 자연보호구에서 호랑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총 20마리가 넘는 호랑이에 전파발신기를 달아 추적함으로써 호랑이의 생태에 관한 기본 데이터를 축적하였다. 데일 미켈 등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호랑이의 장기적인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서식지 보호계획을 수립하였다(1, 4). 이 계획은 단순히 자연보호구의 관리나 창설을 떠나서 연결통로, 보호지구 외의 다용도 토지이용계획까지 포괄하고 있다. (1)과 (4)의 내용이 약간 차이가 나므로 여기선 (1)의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하기로 한다.
호너커 야생동물연구소는 서식지 보호계획을 수립하면서 7가지 사항을 고려하였다. ①적어도 100년 앞을 내다본 장기계획의 수립, ②호랑이개체군의 사회구조(행동귄의 크기, 행동권의 배타성 territoriality), ③먹이짐승의 관리, ④보존지역의 네트워크와 체계적인 토지구획(zoning process), ⑤보전지역의 상호연결과 생태통로의 개발, ⑥도로가 미치는 영향의 최소화, ⑦벌목과 호랑이 보전과의 관계 등이다(1).
위의 고려에 근거 호너커 야생동물연구소는 하바로프스크와 연해주에 22군데의 보존지구와 생태통로를 골랐다. 총면적 65,236㎢ 에 달하는 이들 핵심지역에는 대략 70마리의 성숙한 암컷이 살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이들만으로는 불충분하므로 다시 전체 호랑이 서식지를 5등급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1).
ZONE 1) 가장 높은 수준의 보호. 호랑이보호가 모든 이해관계에 우선한다.(자연보호구, 국립공원등) 벌목, 사냥, 도로는 허용되지 않으며 자연적인 공터이외에는 모두 숲으로 덮여야 한다.
ZONE 2) 중요하나 보호되지 않는 호랑이 서식지. 호랑이보호가 가장 중요하나 다른 자원이용도 가능하다(생태통로등). 선택벌채, 통제된 사냥이 허용된다. 90%가 숲에 덮여야 하며 벌목후 도로는 폐쇄되고 사슴과 멧돼지서식밀도는 10마리/10㎢로 유지되어야 한다.
ZONE 3) 다용도이용지역 : 호랑이보호와 다른 자원이용이 모두 고려되는 지역이다. 선택 벌목이 선호되며 70%가 숲으로 덮여 있어야 한다. 사냥은 허용되나 사슴과 멧돼지 서식밀도는 5/10㎢이상 유지되어야 하며 벌목도로는 벌목후 폐쇄되어야 한다.
ZONE 4) 완충지역 : 호랑이서식이 용인될뿐 호랑이를 위한 특별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는다. 사냥, 벌목등은 일반 법규에 따라 행해지며 벌목도로는 벌목후 폐쇄되어야 한다.
ZONE 5) 높은 인구밀도등으로 인해 호랑이 서식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이런 지역을 계속하여 이용하는 호랑이는 쫓아버리거나 생포하여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한다.
호너커 야생동물연구소가 러시아지역만 대상으로 한데 반해 브루스 마콧은 중국과 북한까지 포함하는 호랑이 보전계획을 세웠다(2). 핵심보존지역과 이들을 연결하는 생태통로로 구성된다는 점에서는 호너커 야생동물연구소와 입장을 같이 한다.
1) 러시아 연해주 시호테알린 산맥 : 14개의 핵심지역과 이들을 연결하는 통로로 구성되어 있다.
2)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주 및 중국 흑룡강성 : 기존 러시아의 자연보호구와 중국 완달산맥을 연걸한다.
3) 러시아 연해주 남부, 중국 길림성, 북한 : 러시아의 Kedrovaya Pad 자연보호구와 중국 장백산및 북한의 고산지대를 연결한다.
위에서 소개한 보전계획이 비록 러시아 극동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에게도 의미하는바가 크다.
첫째,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밀렵단속반도 기동성과 전문성만 갖추면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서산 천수만이나 지리산 반달곰 서식지와 같은 주요 지역에는 상근 밀렵감시원을 둘 필요가 있지만 상근 밀렵감시원은 예산이 너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기동성 있는 몇 개의 밀렵감시단을 중앙부처(환경부나 경찰, 검찰등)에서 운용하면서 지역주민과 관계기관의 협조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존재가 언론이나 현장활동을 통해 부각된다면 밀렵꾼과 밀거래꾼들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으며 밀렵의 비용을 높일 수 있다. 만약 밀렵비용이 밀렵을 통한 수익보다 높아진다면 이들은 밀렵을 포기할 것이다. 다만 지역환경단체분들을 만나보면 같은 지역의 주민을 밀렵꾼으로 고발, 처벌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며 이분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둘째, 자연보호구를 설정하고 보호하는 것만으로는 야생동물보호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작고 고립된 자연보호구는 야생동물보호에 필요최소한의 전제조건만을 충족시킬 뿐이다. 이제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전 지역을 포괄하는 거시적인 광역계획(번식개체군을 부양할 핵심지역과 이들이 퍼져나갈 연결통로, 개발압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할 완충지역등)을 수립하여야 한다.
셋째, 국제연대의 필요성이다. 호랑이 행동권의 크기를 생각할 때 한반도에서 장기적 생존이 가능한 호랑이 개체군을 부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반도와 만주, 러시아를 잇는 보전지역의 네트워크 및 생태통로가 필수적이다. 현재 북한의 호랑이 개체군에 대한 구체적 정보는 없으며(6) 중국 길림성에 남아있는 극소수의 호랑이 역시 방랑개체이지 번식개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5) 러시아 연해주 남서부의 호랑이 개체군은 번식개체군이기는 하지만 크기가 작고 주된 서식지인 시호테알린 산맥과 단절되어 있다.
국내 언론들은 백두산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면 호들갑을 떨면서도 막상 러시아의 번식개체군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의 호랑이와 표범이 처한 위기를 보도하더라도 한반도의 생태계 보전과는 전혀 별개의 분제인양 취급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우리 것’을 강조하는 국민정서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동물들에게는, 특히 호랑이나 표범처럼 행동반경이 넓은 맹수들에게는 국경은 별 의미가 없다. 백두산에 나타난 호랑이라 할 지라도 러시아에서 번식한 개체일 가능성이 있으며 설령 몇마리가 북한 고산지대에 떠돌아 다녀도 번식 개체군이 아니면 별 의미가 없다. 어차피 멸종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은 한반도 대형 맹수의 미래가 보장되기 위해선 오히려 러시아 남서부(즉 한중러 3국의 접경지대)의 호랑이와 표범의 번식개체군을 보호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북한과 중국과의 연결통로가 보존되고 먹이감이 늘어난다면 러시아에서 번식한 개체들이 만주와 북한으로 퍼져나가 새로운 번식개체군을 구성할 것이다. 그리고 휴전선이 철폐된다면 이들로부터 다시 번식한 호랑이와 표범들이 남한까지도 퍼져나갈 것이다(5).
<인용문헌>
1. Dale Miquelle et al.. 1995. A Habitat Protection Plan for Amur Tiger Conservation. Hornocker Wildlife Institute. (http://www.5tigers.org/hornocker.htm)
2. Bruce G. Marcot, Ph.D. 1995. Tiger Habitat Corridors in Far East Russia, Northeast China and Northern North Korea.(http://www.5tigers.org/marcot2.htm)
3. Steven Russell Galster and Karin Vaud Eliot. 1999. Roaring back: anti-poaching strategies f or the Russian Far East and the comeback of the Amur tiger. pp.230-239 in John Seidenstick er, Sarah Christie and Peter Jackson edit. 1999. Riding the Tiger, Cambridge University Press.
4. Dale G. Miquelle et al.. 1999. A habitat protection plan for the Amur tiger : developing poli tical and ecological criteria for a viable land-use plan; pp.273-289 in John Seidensticker, Sarah Christie and Peter Jackson edit. 1999. Riding the Tiger, Cambridge University Press.
5. Dale Miquelle. 1998. Tigers and Leopards in Jilin Province, China. CatNews 28.
6. Dimitry Pikunv and Dale Miquelle. 1998. Tigers in North Korea. CatNews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