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롯에 관한 매우 친절한 안내서 하나를 소개한다. 많이 유명한 책이라 아는 사람은 벌써 알고, 자기 손 안에 늘 '사로잡아' 놓고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이미 열심히 활용하고 있는 이들도 많을테지만 혹시 있을지 모를, 아직 '이런 책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이라면 왜 여태 이걸 몰랐을까? 탄할 만큼 유익한 정보임을 장담하면서 소개를 하는 바이다.
창작에 있어 '플롯 짜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창작은 내겐 너무 어려워~" 오늘도 컴퓨터 앞에서 머리를 쥐어짜며 자신의 자질과 역량부족의 신세를 한탄만 하고 있을 지망생들에게 잘 되지도 않는 작업일랑 잠시 접어 두고 이 플롯이란 놈을 정복 대상으로 삼아, 오늘부터라도 일정 기간 공부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중요 시험을 앞두고 필수 과목을 집중 공략하여 스터디하는 것과 같은 수험생의 마인드로써 말이다. 이럴 때 참고서와 같은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안내서이며 지침서로서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 바로, 풀빛 출판사에서 나온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 (20 MASTER PLOTS And How to Build Them)이다. 1997년 초판된 이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명실공히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으며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서 교재로 통용되고 있기도 한데, 올 여름에 개정판이 나왔다. 개정판은 훨씬 깔끔하고 매끄럽게 정리된 번역이 독자의 이해를 더욱 쉽게 해주며 각 장의 끝에 역자의 각주를 새로 덧붙여서 본문에 예시된 문학, 영상 작품및 작가에 관한 풍부한 기초 정보를 함께 제공하고 있는 점이 미덕으로 돋보인다. 각주에 소개된 예시작들의 플롯에 대해서만 최대한 파악하게 되어도 플롯을 마음대로 '갖고 노는' 지경까지 이르게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아쉬운 점으로 우리나라 작품의 예가 없다는 것과 헐리웃 영화 위주라는 점을 감안하면서 이 책을 읽고 플롯에 대해 꾸준히 공부한다면 나중에는 모든 작품을 대할 때, 그 플롯이 절로 '투시'되는 초능력을 틀림없이 얻게될 것이라고 덧붙여 장담하는 바이다.
이 책에서는 지상의 '공공 자원'과도 같은 플롯의 기본 유형을 다음과 같이 스무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1. 추구: 돈 키호테는 사랑을 얻을 것인가 2. 모험: 초점을 여행에 맞추어라 3. 추적: 도망자의 길은 좁을수록 좋다 4. 구출: 흑백논리도 설득력이 있다 5. 탈출: 두 번 실패한 성공하라 6. 복수: 범죄를 목격하게 만들면 효과가 커진다 7. 수수께끼: 가장 중요한 단서는 감추지 않는다 8. 라이벌: 경쟁자는 상대방을 이용하다 9. 희생자: 주인공의 정서적 수준을 낮게 하라 10. 유혹: 복잡한 인물이 유혹에 빠진다 11. 변신: 변하는 인물에는 미스터리가 있다 12. 변모: 변화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13. 성숙: 서리를 맞아야 맛이 깊어진다 14. 사랑: 시련이 클수록 꽃은 화려하다 15. 금지된 사랑: 빗나간 열정은 죽음으로 빚을 갚는다 16. 희생: 운명의 열쇠가 도덕적 난관을 만든다 17. 발견: 사소한 일에도 인생의 의미가 담겨 있다 18. 지독한 행위: 사소한 성격 결함이 몰락을 부른다 19. 상승과 몰락: 늦게 시작하고 일찍 끝을 맺는다
이렇게 나뉘어진 플롯의 스무가지 '기본'유형(여기서 20 이라는 숫자에 대해서는 성조기에 그려진 별의 갯수,
지하철의 노선수, 광역시의 수, 자신의 신발장에 들어있는 신발의 갯수 등과 같이 현재적으로
고착화된 절대적 의미의 사실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책에 나온 딱 스무가지의 플롯만
세상에 존재한다는 뜻이 결코 아니라는 것. 책을 접하고난 뒤, 자신이 기획한 작품의 플롯이 이 스무가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고민할 이는 없겠지만 말이다), 이들에는 각기 하나하나 그에 해당되는 기존 작품들의
풍부한 예를 실어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한편,
마지막에 점검사항까지 덧붙여서 작품을 쓸 때 세세하게 체크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5. 금지된 사랑의 예를 하나 본보기로 소개하겠다.
19세 소년과 80세 노파의 사랑! 과연 가능할까?
사회의 환심을 사지 못한 '금지된 사랑'이 바로 그들, <해럴드와 모드>의 사랑인 것이다.
이 작품은 미국의 영화감독 겸 작가인 콜린 히긴스의 작품으로
국내엔 <19그리고 80>이란 연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세 소년 해럴드와 80세 노파 모드의 러브스토리에 금지된 사랑의 플롯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의 P.302~304를 펼쳐보면 될 것이고, 더 본격적으로 내용을 알고 싶다면 그 작품에
관한 자료를 찾아서 참고하면 될 일이다. 이런 점이 이 책이 존재하는이유이기도 하니까.
그 밖에 같은 플롯 유형(금지된 사랑)의 예로써 <주홍글씨> <마담 보바리> <안나 카레리나> <디아볼릭> 등,
'간통'을 다룬 작품과 '근친상간', '동성애'를 다룬 작품도 함께 예시하여 해당 플롯이 그 작품들 속에서
어떻게 다뤄졌는가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의 독자에 대한 지극한 예의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친절한 안내서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교육 프로그램에서 가르치는 역할을 하는 기성작가들은 자신의 비법 노하우는 수강생들에게 절대 가르쳐 주지 않을 것이다.
(나 같아도 물론 안 가르쳐주고 싶을 것 같긴 하다.) 이 책 속에는 어쩌면 기성작가들이 후배들에게 이제껏 결코
알려주고 싶지 않았던 그 어떤 내용들도 상당 부분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무릎을 탁 치듯 '開眼'의 경지를 경험케 하며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 내용들을 제공한 이는
저자인 로널드 B.토비아스(미국)와 역자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 김석만교수님이다.
역자는 서문에서 '모든 명작과 졸작의 경계에 플롯이 있다'라고 밝히고 있기도 하다.
아무리 흔해빠진 소재라도 어떤 플롯으로 디자인 되는가에 따라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될 수도 있고,
누구도 생각치 못한 고상한 철학적 주제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도 플롯이 엉성해서야 제대로
완성도를 갖춘 작품으로 봐주지 않는다는 뜻임에랴!
'탄탄하게 잘 짜여진 플롯'은 각종 공모의 절대적 작품심사 기준이기도 한 것이다.
책의 마무리부분에서 또한 저자는 말한다. '플롯은 끊임없이 변할 수 있는 공작용 점토'라고.
(클레이 에니메이션의 원리를 떠 올려보면 이해가 더 쉬울까?)
이 책에 소개된 스무가지 유형은 주요 플롯들의 공통적인 요소들을 정리한 안내서에 불과할 뿐 복음서는
아니라고 저자는 겸손의 말씀을 하셨지만, 우리같은 지망인에겐 복음과도 같고 잠언과도 같은, 새겨 놓아야 할
귀중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근본적인 도구이자, 공공자원으로서 이들 스무가지를 마스터한 뒤에, 제21의, 제22의, 제23의 새로운
플롯을 내 맘대로 '주물러' 꾸며내는 일이 우리 모두의 '작업'과제에 해당하는 것 아닐까 한다.
플롯, 잡힐 것인가 잡을 것인가!
이 책을 통해 플롯을 휘어 잡아서 마침내 제목이 말한 바,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썩 괜찮은 작품의
지은이가 되는 그날을 위해 모두 열공, 열작할 일이다. 나의 하루의 시간 중에 '작업'에 바치는 시간이 그렇지 못한
시간보다 적은 사람.... 반성하고 또 반성하면서!
노느니 염불한다고, 노느니 이 책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을 읽을 것을 강력 추천한다.
작가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작품이라도 하나 완성하고자 하는 나 또는 여러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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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이야기만 들었지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님의 추천을 받고 보니 지금 당장 인터넷 서점을 클릭해야 할 것 같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
이구동성으로 이 책의 유익함과 유용성에 대해 말하곤 합니다. 많은 독자들이. 저 또한 배운 바, 깨달은 바가 많았기 때문에 자신있게 추천했습니다. 리플 감사합니다.^^
와 이 곳엔 박학다식한 분들이 넘 많아요 좋은 정도 얻어갑니다 감사해요
이 책 생각보다 다 읽기는 어려워요. 그리고 다른 책과 비슷하게 예들이 헐리우드 영화들이 많아서 저 같은 경우는 예시를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그런 점들 참고하시고 보시면 좋을 듯 해요.
책이 어려워요. 막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많이 어려울 듯. 책에 있는 예시 들이 거의 외국소설이나 외국 영화라 와닫지 않는 부분도 있고요.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긴 합니다만, 1독하기 쉽지 않을 듯
어려운 책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시작하기도 전에 겁이 나긴 하지만, 꼭 한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