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1058m,보은) 서북릉 : 거친 암봉 연이어지는 스릴 넘치는 암릉 ◆
충북 보은과 경북 상주의 경계를 이룬 속리산(俗離山·1,057.5m)은 산등성이뿐 아니라 지능선 곳곳에 무수히 많은 기암들을 얹어 놓아 화려한 산세를 음미하면서 스릴 넘치는 산행을 기대하게 되지만, 이름난 산답게 등산로가 너무 잘 닦여 있어 기대한 만큼 아기자기한 암릉산행을 경험하기 어렵다. 이런 아쉬움을 충족시켜주는 속리산 암릉이 문장대에서 백두대간과 갈라져 북서쪽으로 뻗은 서북릉이다.
보은~상주 간 37번 국도가 지나가는 활목재까지 이어지는 서북릉은 도상거리만 해도 10km에 이르는 데다 굴곡이 심하고, 수시로 나타나는 험난한 바위들로 인해 산행경험이 적은 이들에게는 하루에 끝내기도 만만찮은 능선이다.
그러나 국립공원에 해당되는 문장대~묘봉(874m) 구간은 산행을 금지되어 있어 실제로는 국립공원과 경계를 이룬 활목재~묘봉·애기업은바위 갈림목~애기업은바위 능선 남쪽 신정리를 기점으로 하는 원점회귀형 산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구간은 보은군이 99년 군 관광사업 진흥을 위해 속리산 주능선과 구병산 능선을 이어 ‘충북알프스’로 지정한 바 있다.
산행은 활목재에서 보은 방향 약 2km 지점의 신정리 마을 진입로를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삼거리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1km쯤 들어서면 마을을 지나면서 도로는 비포장으로 바뀐다. 이 길을 따라 또다시 1km쯤 오르면 ‘상학봉 2.2km, 주전봉 2.8km, 묘봉 3.7km, 애기업은바위 3.4km, 거북바위 0.3km’라 표시돼 있는 대형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는 주차장에 이른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은 다음 임도를 따라 5분쯤 오르면 ‘묘봉 3.4km, 상학봉 1.9km’ 안내판이 서 있는 갈림목에 이른다. 여기서 왼쪽 길을 따르면 토끼봉 삼거리 북서쪽 능선으로 올라서고, 계속 임도를 따르면 토끼봉 삼거리~묘봉 갈림목~애기업은바위 능선 사이로 올라선다. 산행은 대개 왼쪽 길을 따라 능선에 올라선 다음 묘봉 방향으로 진행한다.
왼쪽 계곡길은 물줄기를 따르다 오른쪽 지능선 넘어 무명폭포가 숨어 있는 계곡으로 내려섰다가 능선 안부로 이어진다(약 30분 소요). 안부에는 상주쪽 길과 활목고개 길이 뚜렷하게 나 있다. 울창한 숲속에 부드럽게 이어지던 산길은 안부 이후 급격히 가팔라진다. 첫번째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내려섰다 두번째 봉으로 다가서노라면 10여m 로프가 매달린 급경사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이 바위를 넘어선 다음 커다란 바위가 솟아 있는 토끼봉 갈림목에 다다르면 속리산 서북릉이 모습을 드러낸다. 문장대까지 이어지는 능선에 솟구친 암봉 하나 하나 기운차고, 바위 절벽 또한 험난하기 그지없는 없는 모습이다.
이 지점을 지나자마자 20여m 높이의 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바위 절벽에 로프가 매달려 있지만, 직벽에 가까워 웬만한 힘으로는 오르기가 쉽지 않다. 대신 그 오른쪽 V형 좁은 바위골을 따르는 게 낫지만, 워낙 좁아 배낭을 메고 오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앞서 오른 사람이 고정로프에 뒷사람의 배낭을 끌어올리면 뒷사람이 올라가야 한다.
V형 바위골을 빠져나간 다음 역시 로프가 매달린 바위턱을 넘어서면 수백 톤은 족히 나갈 만큼 어마어마한 바위가 지붕을 이룬 동굴을 빠져나가고, 이어 이끼 낀 바위 사면을 왼쪽으로 틀면서 올라서면 등성이가 널찍한 암릉이 나타난다. 상학봉에서 문장대~천황봉~구병산으로 이어지는 충북알프스 능선과 청화산에서 조항산을 거쳐 희양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한눈에 들어오는 등 조망이 빼어나고, 널찍해 점심식사 장소로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육산 능선을 따라 10여 분 가면 상학봉 정상 암봉 뒤편으로 올라선다. 나무다리로 오를 수 있는 상학봉 정상 역시 조망이 빼어나다. 상학봉을 지나면 잠시 전형적인 육산 능선이 이어지다 또다시 험난한 바윗길이 나타난다. 이번에는 칼날 같은 바위를 잡고 오른 다음 슬랩바위가 잠시 긴장케 하지만, 로프가 매달려 있어 누구든 무난히 오를 수 있다.
이 구간을 지나면 육산 능선이 묘봉·애기업은바위 삼거리까지 이어진다. 입산금지 안내판이 서 있는 삼거리에서 동진하면 묘봉을 거쳐 문장대로 이어지고, 남릉을 따르면 애기업은바위 능선이다. 산길은 애기업은바위 직전 안부에서 두 가닥으로 나뉘어 계속 능선을 따르면 애기업은바위로 향하고, 오른쪽 계곡으로 떨어지면 임도로 내려선다. 계곡은 자연미 넘치는 데다 낙엽송이 울창하고 간간이 단풍나무도 보여 가을철 분위기가 뛰어나다. 임도 상단 주차장에서 산행기점 상의 주차장까지는 약 1km.
신정리 기점에서 토끼봉 삼거리~상학봉~묘봉 삼거리~애기업은바위를 돌아 신정리로 원점회귀하는 산행은 5시간 정도 걸린다. 식수는 계곡에서 구할 수 있으나, 그보다는 마을이나 마을 직전 신정유스타운에서 구하는 게 낫다.
◆ 교통
신정리행 노선버스는 보은에서 출발한다. 보은 시외버스정류장에서 2~3분 거리인 중앙사거리 버스정류장에서 06:50, 08:00, 이후 09:10부터 19:10까지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 신정리 경유 용화행 신흥운수 이용. 25분 소요, 요금 1,200원. 신흥운수 전화 043-542-2510.
보은까지는 서울, 청주, 대전, 상주 등지에서 직행버스가 운행한다. 서울 경기 전라도 지역에서는 청주를, 경상도 지역에서는 상주를 거쳐 접근하는 게 교통편이 원활하다.
서울→보은=동서울 종합터미널에서 1일 12회(07:30~18:30) 운행하는 보은 경유 속리산행 직행버스 이용. 약 3시간 소요, 요금 10,400원. 전화 02-446-8000.
청주→보은=여객터미널에서 20분 간격(06:20~20:40)으로 운행하는 보은행 버스 이용. 1시간30분 소요, 요금 4,300원. 043-235-6543.
대전→보은=동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수시 운행(06:22~20:10)하는 속리산·상주·예천행 직행버스 이용. 약 1시간20분 소요, 요금 3,900원. 전화 042-624-4451~3.
상주→보은=종합터미널에서 보은 경유 서울행 우등버스(06:55~18:15, 1일 15회 운행)나 청주행 직행버스(06:55~19:30, 20분 간격 운행) 이용. 요금 4,500원. 전화 054-534-9001~5.
▲ 숙박
신정리 마을 입구의 청소년수련관인 신정유스타운은 등산인에게도 방을 빌려준다. 4인 기준 별관 40,000원, 생활관 30,000원. 취사장이 따로 마련돼 있지는 않지만 취사는 가능하다. 식당에서 정식(5,000원), 불낙전골(25,000원), 백숙(30,000원) 등의 음식도 팔고 있다. 전화 043-542-5454~5, 홈페이지 www.sjtown. com.
또는 법주사 입구의 다양한 등급의 숙박시설 이용.
속리산 서북릉
속리산(俗離山·1,057.5m) 서북릉은 육산과 암봉들이 어우러진 장쾌한 능선이다. 속리산 산행은 보은쪽 법주사나 상주쪽 장암리에서 산행을 시작, 정상인 천황봉과 문장대(文莊臺·1,082m)를 잇는 것이 거의 정석으로 굳어져 있지만, 등산로가 잘 닦여 겉모습에서 기대했던 암릉 산행은 맛보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아직도 자연의 거친 모습이 살아 있는 서북릉은 속리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살피면서 암릉 타기의 즐거움도 맛볼 수 있는 멋진 능선이다.
산행기점은 충북과 경북의 경계인 활목고개로, 능선으로 접근하는 길은 두 가닥이다. 고갯마루에서 곧장 능선으로 접어들거나, 혹은 서쪽(보은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면 보이는 묵밭을 가로질러 접근할 수 있다.
능선을 탄 이후 첫번째 봉은 658m봉. 이후로 토끼봉 능선과 갈라지는 지점까지는 능선 양옆으로 소나무가 우거져 있다. 송이철이면 주민들이 송이를 지키기 위해 움막을 지어놓고 지내는 구간으로, 고즈넉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658m봉을 지나 두번째 안부에서 오른쪽 길을 따르면 보은군 내속리면 신정리로, 왼쪽 길을 따르면 상주시 화북면 운흥리로 내려선다.
서북릉에서 첫번째 난관은 토끼봉 능선 갈림지점을 지나 829m봉과 상학봉(860m) 사이의 암릉 구간. 특히 세번째 암봉 앞에 서면 누구든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거대한 암벽에 질리기 때문이다. 다행히 암벽 왼쪽으로 V자 형의 바위틈으로 길이 열려 있지만, 배낭을 메고 들어섰다가는 바위틈에 끼어 곤욕을 치르기 십상이니, 배낭은 동료끼리 전달하면서 틈을 빠져나가는 것이 좋다.
바위틈을 빠져나간 다음 로프를 잡고 급경사 바윗길을 오르면 또다시 개구멍바위가 기다리지만 오히려 재미있는 구간이다. 개구멍바위를 빠져나가 가파른 바윗길을 내려서면 아기자기한 암릉이 이어지다 상학봉 정상으로 올라선다. 상학봉 정상은 묘봉(874m)~관음봉(982m)~문장대 능선뿐 아니라 그 뒤로 천황봉(1,057.5m)으로 이어지는 속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드는 조망대 같은 곳이다.
상학봉에서 묘봉까지는 등날을 벗어나 우회로가 나 있지만, 산행의 묘미와 조망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면 역시 등날을 따라야 한다. 묘봉을 지난 다음 능선은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북가치(北加峙)까지 이어진 다음 또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튼다. 북가치 왼쪽(북쪽) 길은 화장골계곡을 거쳐 용화초등학교로 이어지고, 오른쪽(남쪽) 길은 여적암을 거쳐 법주사 관광단지로 이어진다.
북가치에서 다음 안부인 속사치(俗寺峙)까지는 제법 긴 능선(약 1시간30분 거리)이지만 굴곡이 거의 없어 쉽게 돌파할 수 있다. 도중에 등날 남쪽으로 우회로가 있지만, 속사치 직전 다시 만난다. 속사치에서 오른쪽(남쪽) 길은 법주사로 이어지고, 왼쪽(북쪽) 길은 화북면 운흥리 대흥동 마을로 이어진다.
속사치에서 관음봉 구간은 약 1시간 거리로, 도중에 바위턱 하나를 제외하면 쉽게 산행할 수 있는 구간이다. 관음봉 정상에 올라서면 그제야 활목고개까지 뻗은 서북릉이 한눈에 들어온다. 문장대도 손에 잡힐 수 있을 듯 가깝게 보이지만, 실상은 바윗길의 연속으로 제법 시간이 걸린다.
잠시 산죽밭 구간이 앞을 가로막다가 곧 기묘한 바윗길이 나타나 산행의 묘미를 한층 돋워준다. 바위틈을 빠져나가면 바위굴이 나오고, 굴을 빠져나가면 바위협곡이 나타나는 등,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가 계속 이어지다가 거대한 문장대와 마주한다. 이 구간을 지날 때 길이 헷갈리면 주변의 바위를 살펴본다. 그러면 페인트로 방향 표시가 돼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위에서 안부로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내리막길이 보인다. 이 길은 속사치 하산길과 만나 법주사 경내로 이어지는데, 문장대로 오르려면 안부 위쪽의 골을 따라야 한다. 문장대에서 무례한 탐방객들이 내던진 병과 캔으로 어지럽혀 있어 기분을 씁쓸하게 하는 구간이다. 50여m 길이의 골짜기를 올라서면 문장대 철계단 바로 아래에 닿는다.
문장대에서는 천황봉까지 이으면 완벽한 속리산 서북릉 종주산행을 마칠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가을철 짧은 해로는 시간이 넉넉하지 못하다. 문장대에서 주등산로를 따라 법주사(약 2시간) 혹은 장암리(약 1시간30분)로 내려서는 코스가 가장 짧은 하산길이다.
속리산 서북릉은 묘봉 부근에서만 방향을 제대로 잡으면 길을 잃을 만한 지점은 거의 없다. 하지만 암릉 상에서 엉뚱한 길을 따르면 능선에서 벗어날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조릿대 숲길에 이어 바윗길을 통과해야 하는 관음봉~문장대 구간은 빨간 페인트로 표시돼 있는 방향을 따르면 문장대로 이어지는 골짜기로 접어들 수 있다.
속리산 서북릉 산행을 하려면 적어도 10시간은 잡아야 한다. 따라서 가을철에는 어둠이 풀리자마자 산행을 시작해야 어둡기 전에 산행을 마칠 수 있다. 문장대 휴게소에 이르기 전까지는 능선 상에서 식수를 구할 곳이 없으니 산행 전 식수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또한 어둠 속에서 하산할 상황에 대비해 랜턴과 넉넉한 간식, 그리고 보온의류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통 - 숙박
산행기점인 활목고개까지 승용차로 진입할 경우, 서울·대전·천안권에서는 보은이나 괴산군 청천면을 거치고, 대구·부산권에서는 상주를 거쳐 진입한다. 괴산을 경유할 경우, 청천면~사담~운흥리가 최단 코스다. 버스편은 보은, 청천면, 상주에서 출발하는 용화행 노선 버스를 이용한다.
보은→용화 : 읍내 조흥은행 앞 버스정류장에서 06:40, 08:00 이후 19:10까지 1시간에 한 대씩 운행하는 용화행 신흥운수 시내버스 이용. 신흥운수 전화 043-542-2510.
청천면→용화 : 시외버스정류장에서 1일 3회(08:20, 12:50, 16:00) 출발하는 용화행 노선버스 이용. 청천시외버스정류장 전화 043-832-4027.
활목고개 부근의 문장대파크장(054-531-2242), 또는 승용차로 5분 거리인 공림사 입구 일원의 민박집 이용.
활목고개 부근의 식당으로는 용화동 서부식당을 추천할 만하다. 메뉴는 정식,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 전화 054-533-9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