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하이힐] 14

[도도퀸★단비]

#14

하루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갔다. POKUL이라는 회사는 일이 많은 아주 바쁜 회사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얀은 단 며칠 만에 완벽하게 적응하여 법률 팀을 지휘했다.

“경아씨, 오늘까지 이 서류 정리해주겠어요?”
“네, 변호사님~”

차가운 경아와도 급속도로 가까워졌을 뿐만 아니라, 모닝커피를 함께 마시는 사이가 되었다. 이얀은 완벽한 POKUL 고문변호사로 자리매김 하였다.

“변호사님, 사장님 오셨어요!”

법률 팀원 선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인형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변호사님 바쁘세요?”

양 손에 먹을 것을 들고 나타난 그였다. 이얀은 서류에서 손을 떼고 쓰고 있던 안경을 벗었다. 인형은 이렇듯 하루에도 몇 번씩 법률사무실을 오갔다. 아니, 꼭 그의 사무실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이얀의 사무실을 좋아했고 종종 놀다갔다!

“조금요.”
“오! 바쁘면 조금 쉬어야죠.”

이상한 논리다. 하지만, 꼭 이상하다고 볼 수만도 없다. 꼭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방문하여 피로를 풀어주기 때문이다.

“먹고 해요. 사람은 쉬어줘야 해요. 너무 일만 하면 안 돼.”

이얀이 구름모양(인형이 제일 좋아하는) 소파에 앉았다.

“너무 마음씨 좋은 사장님 만나서 팽팽 놀기만 하는 변호사가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하하! 우리 변호사님은 너무 열심히 일하니까. 충분해요. 난 변호사님처럼 하루 종일 회사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처음 봐요.”

정말이었다. 이얀의 성격상 이 일에 뛰어들기로 했으면 작정을 하고 최선을 다했다. POKUL 고문변호사로서 해야 할 일은 정확하게 하였고, 게으름이라곤 없었다. 정시에 출근하여 다른 이들보다 늦게 퇴근하였다. 그러니 누구도 어린 변호사라고 깔볼 수 없었다. 그리고 겸손했다. 게다가 온유했다. 늘 얼굴에 미소를 달고 살았다. 큰 소리로 웃을 줄도 알았고, 무게를 잡거나 거드름을 피우는 일이 없었다. 인형은 그런 이얀이 좋았다.
인형이 쇼핑백을 풀었다. 커피부터 시작하여 여러 종류의 미니케이크, 야채 샌드위치, 치즈김밥까지 술술 빠져 나왔다. 테이블에 한 가득 늘어지게 올려놓은 걸 보니 먹지 않아도 눈으로 먹어 배가 불렀다.

“먹어요.”

인형이 샌드위치를 내밀었다.

“잘 먹을게요.”

인형이 매일 매일 이렇게 이얀에게 간식을 배달하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이얀은 맛있게 먹어주었다. 그리고 늘 “고마워요-”라고 말해주었다. 그것이 인형이 찾아오는 이유였다. 이얀은 편했다. 시시콜콜한 유치한 이야기도 투정 섞인 이야기라도 모두 귀담아 들어주었고, 인형의 마음을 녹여주었다. 기분 나쁜 일도 기분 좋게 바꾸어 주는 능력이 있었다. 변호사들의 고정적인 이미지인 ‘깐깐함’이 이얀에겐 없었다.

“오늘 샴푸모델 뽑는 거 아시죠?”
“네, 알죠.”

오늘은 최종 후보로 올라온 샴푸모델 마지막 선발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유명한 연예인도 있고, 가수도 있고, 유명 모델도 있고, 신인 모델들도 있는 가운데 총 5명의 모델 중 한 명을 뽑는 자리였다.

“변호사님도 참석하셔야 해요.”
“네?”

샌드위치를 입에 문 이얀은 눈으로 말했다.
꼭 참석해야 하나요? 인형은 그 눈빛을 읽고 답했다.

“이제 POKUL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엔 고문변호사님이 함께 하셔야 해요.”
“그래요? 그럼 제가 무슨 일을?”
“심사하는 거예요. 어려울 거 하나도 없어요.”

심사라. 이얀은 고민이 되었다.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관심분야도 아니고 해본 적도 없으니 모델들이나 보면서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사에 제가 도움이 될…”
“됩니다! 충분히 됩니다. 어려울 거 없어요. 딱 보고 변호사님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어때요, 쉽죠?”

빙그레 웃는 인형을 보고 자신 없다는 뜻을 내비췄다.

“글쎄요. 전 그런 심사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요.”
“아무 걱정 말아요. 재밌어요. 어려울 거 하나도 없어요.”
“그 전 변호사님도 참가를 하셨었나요?”
“네! 무척 좋아하던데요.”

이얀은 커피를 쪼르르 들이켰다. 어쩔 수 없다. 심사를 하는 수밖에. 그 전 사람도 했다는데, 이얀이라고 못할쏘냐. 괜한 오기가 생겼다.

“해볼게요.”


＊ ＊ ＊


- 6시, 세계적인 헤어 브랜드 POKUL 신상품 허브향 샴푸모델 최종 선발장.

한 시간 전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던 모델들은 꽃단장을 하고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심사위원 석에 앉은 이얀은 모델들의 프로필을 쭉 훑어보았다. 유명한 여자연예인 ‘유소라’와 가수 ‘LU’, 작년 슈퍼모델 대회에서 1등을 한 슈퍼모델, 그 밖에 경력이 없는 신인 모델 둘이 최종 후보로 올라와 있었다. 하나같이 예쁘고 늘씬한 모델들이라 심사를 하기도 전에 이얀은 걱정이 앞섰다. 한 명만 뽑기란 너무 어렵고 4명을 떨어뜨리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였다.

“5분 뒤부터 모델 한 분씩 나와 자기소개와 간단한 장기를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사회자의 목소리에 괜히 이얀이 떨렸다.
오늘 허브향 모델을 심사하게 될 사람은 POKUL의 사장, 인형과 고문변호사 이얀, 브랜드 매니저 강일, 그밖에 신제품 마케팅 팀장과 부장, 사원 두 명이었다.
이얀은 그동안 1,2,3차 대회를 거치며 심사했던 각각 모델에 관한 내용을 보다가 인형에게 속삭였다.

“어떤 기준으로 뽑는 건가요? 머릿결이 제일 우선이겠죠?”
“아뇨.”

으잉? 그렇다면, 경력이나 유명세인가?

“그럼요?”

인형이 몸을 이얀에게 완전히 기대어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변호사님 눈.”

이얀의 동그란 눈이 커졌다.

“모든 걸 맡기겠어요. 원하는 사람을 뽑아요.”

이얀은 크게 한 숨부터 내쉬었다. 하! 안돼요. 이건 너무 가혹한 고난이나 다름없었다. 5명의 모델 중에 한 사람을 고르는 일은 무거운 돌덩이를 짊어진 것 같았다.

“긴장할 거 없어요. 변호사님이 잘못 뽑을 리 없다는 걸 난 믿으니까.”

이얀이 자신도 모르게 인형의 허벅지에 손을 얹어 놓았다. 그리고 바지를 꼬옥 쥐었다. 작은 손이 느껴져 인형은 당황했다.

“변호사님?”
“자신 없어요.”

고개를 저었다.

“한 번도 모델 뽑아 본 적도 없고. 이것도 사람 인생이 달린 일인데, 그걸 어떻게 제 마음대로 해요?”
“보기도 전에 포기하기예요?”
“심사 못하겠어요.”

인형이 살살 달래주었다.

“사람을 먼저 만나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아요. 회사를 생각해줘요.”
“전…”
“회사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봐줘요. 하변호사님처럼, 우리 POKUL 상품을 빛내주고 사랑할 진짜 모델을 뽑아줘요. 포기는 하지 말아요. 어떤 사람을 선택하든 난 변호사님을 믿어요. 변호사님의 눈을 믿어.”

한 명의 모델이 등장하려는지, 사회자가 마이크를 톡톡 쳤다.

“변호사님은 할 수 있어요.”

인형의 눈짓에 이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해보지 않고 포기할쏘냐? 그렇게 나약한 하이얀 변호사가 아니지 않는가!

“……네.”

모델 소개가 이어졌다.

“첫 번째 후보 유소라씨입니다. 유소라씨는 현재…”

사회자가 경력사항을 읊는 동안, 진한 스모키 화장을 한 유소라가 무대로 나왔다. 심사위원들을 보며 인사했다. 강력한 유력 후보자인 유소라는 요즘 한창 일일연속극으로 유명해진 스타였다. 특히 이얀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무척! 싫어하는 악역이었다! 지독하게도 강렬한 검은 아가씨였다.
이얀은 처음으로 가까이서 본 연예인이었지만, 놀라지 않았다. 연예인에게 관심을 둘 만큼 평범하고 한가한 변호사가 아니었다. 그리고 유소라는 TV에서 본 것치곤 얼굴이 까만 편이었다. 조명 때문인지 몰라도 별로 예뻐 보이지 않았다. 대신 몸매가 돋보였다. 과감하게 가슴이 훅 파인 섹시한 탑에 짧은 팬츠를 입고 나온 유소라는 관능미가 철철 넘쳤다.
이얀은 옆을 돌려 반응을 보기 위해 심사위원들의 모습을 보았다. 남자 심사위원 둘은 혹 하여 입가에 침이 고일 정도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남자들이란!’

이얀은 이번엔 바로 옆에 있는 인형을 보았다. 인형은 앞서 본 두 남자보다 더 심했다. ‘캬~’ 꼭, 맥주CF라도 찍는 것처럼 좋다는 표정을 한껏 짓고 있었다.

‘맙소사.’

이얀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런 심사위원들에겐 모두 맡겨선 안되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공정하게! 제대로! 심사하겠어! 눈에 불이 활활 타올랐다. 아마, 앞에 서있는 유소라는 자신을 잡아먹을 것처럼 쳐다보고 있는 여자 심사위원을 보고 꽤나 당황했을 것이다.

“준비한 자기소개 하시고 포즈 취해주세요.”

유소라는 틀에 박힌 경력사항을 읊었고, 어렸을 땐 반장선거에 나온 후보처럼 자신이 POKUL 모델이 된다면 틀림없이 좋은 성과가 많이 생길 것이라는 말을 하였다. 심사위원들이 한명씩 질문을 하였고, 유소라는 척척 대답하였다. 이얀의 차례가 돌아왔다.

“POKUL 샴푸 쓰세요?”
“네. 쓰고 있습니다.”
“어떤 거 쓰시죠?”
“페..퍼민트 샴푸요.”

유소라가 이얀의 눈빛을 피하며 말했다. 이얀은 감이 왔는지 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아! 저도 프레쉬 페퍼민트 써요. 아주 좋죠. 써보니까 어때요?”
“아… 네, 시원하던데.”

이얀이 계속 말하라는 듯 뚫어져라 쳐다보자, 유소라는 떠듬떠듬 말을 만들어 나갔다.

“쓰고 나면 다 페퍼민트 쓴 줄 알 정도로 향이 진해서 좋아요.”

몸매에 뿅 가있던 심사위원들은 유소라의 대답에 입을 헉! 하고 벌렸다. 프레쉬 페퍼민트 향은 거의 무취에 가깝도록 만든 은은한 샴푸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들어가셔도 좋아요.”

유소라가 눈치를 보며 쫑쫑 걸음으로 걸어 나갔다. 차라리 쓰지 않는다고 사실을 말했다면 참 좋을 뻔 했다. 거짓말은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니까.
심사위원석은 웅성거렸다.

“안되겠네. 우리 POKUL 샴푸 안 쓰나본데?”
“그러게. 어떻게 안 써보고 모델이 되겠다는 거야? 실망이다.”

다들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제일 유력한 후보였던 유소라는 5등으로 밀려나 버렸다.

“역시 변호사님다우신데요?”

인형이 이얀을 보며 빙긋 웃었다.

“질문밖에 한 거 없는데.”
“잘했어요.”

다음 후보가 차례대로 나왔다. 자기소개를 하고, 장기를 보여주고, 포즈를 취하고, 질문을 받아 대답 하는 형식으로 다 똑같이 모델들이 심사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신인 모델 ‘천유민’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나왔다. 파르르 떠는 유민의 새하얀 백지장 같은 얼굴이 긴장에 얼어서 인지 원래 하얗게 타고난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아, 안녕하세요. 천유민입니다. 나이는 23살이고…”

꼭 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자기소개를 마치고, 포즈를 취했다. 새카만 긴 머리카락은 허리춤에서 찰랑거렸다.
마지막 후보까지 만나보고, 심사위원들은 고민에 빠졌다. 5명 다 탈락시키기가 미안할 정도로 멋진 모델들이었다. 의견을 한데 모으기 시작했다. 각자 평가를 하여 괜찮은 후보를 말했다. 인형은 천천히 의견을 들어주었다.

“사장님, 마지막 모델이 신선하기도 하고 얼굴도 가장 괜찮았던 것 같아요. 처음이라 그런지 많이 긴장한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대답도 잘하고.”

마케팅 팀장이 ‘천유민’을 밀었다.

“신인으로 어필하면 뭔가 더 POKUL의 이미지가 있어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신비로 나가면 좋을 것 같은데.”

인형이 모든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본 후, 마지막 이얀을 쳐다보았다.

“변호사님은요?”

이얀은 프로필 페이퍼를 넘겨보다, 인형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바로 입술을 열었다.

“아. 전, 가장 처음 나온 ‘유소라’씨를 추천합니다.”

심사위원들이 놀랐다. 유소라가 아닌 다른 사람을 당연히 추천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결과에 모두 반복하여 되물었다.

“유소라씨요?”
“그 모델은 좀.”

브랜드 매니저가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 회사 상품을 모르는 그런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친구는 안 됩니다. 오기 전에라도 한번쯤은 샴푸를 써봤어야죠.”

심사위원들이 하나같이 안 된다며 손을 저었다. 이얀은 침착하게 또박또박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인형은 팔짱을 껸 채로 그녀의 의견을 들어주기로 하고 귀를 기울였다.

“꼭 모델이 상품을 다 알아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말에 모두가 놀라 벙찐 표정을 지었다. 아까, 질문을 하고 유소라를 KO시킨 하변호사가 맞는가?! 그녀가 콕콕 질문을 쏘았고, 그 질문에 쓰러진 유소라다. 아까 그 시점으로 시작하여 모두 ‘유소라는 탈락’으로 마음을 정했는데! 이 무슨 뒤집기 한판인가!

“모델 활동을 하면서 알아가면 되지요.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유소라씨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POKUL 샴푸가 아닌 다른 상품도 쓴다는 겁니다. 물론 POKUL이 최고이고, 판매가 가장 높습니다. 저도 쓰고 있구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샴푸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지만, 신상품이라는 건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상품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는 요즘, POKUL 신상품이 나왔을 때 샴푸 자체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 매니저 강일이 끼어들었다.

“하변호사님. 다 맞는 말이지만, 그게 모델 뽑는 거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습니다.”

인형이 날카롭게 눈매를 굳혔다가, 금방 다시 얼굴 근육을 풀고 브랜드 매니저 강일을 휘릭 쳐다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를 냈다.

“끝까지 들어봅시다.”

사장의 말에 매니저는 깨갱! 똥개마냥 넙죽 엎드렸다.

“네, 사장님. 죄송합니다. 변호사님, 계속 하시죠.”

강일이 무안하지 않게 이얀은 살짝 미소를 띠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서, 광고 차원뿐만 아니라 우리 제품을 널리 알리도록 개성 있고 현재 익숙해진 유소라씨를 써야 한다는 겁니다. 젊은 층만이 고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일일연속극으로 어머님들 사이에서 유명해진 유소라씨가 나온다면 광고의 파급 효과는 대단할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신상품인 허브향샴푸를 미리 써보았는데, 깨끗해지는 건 물론이며 깨끗함이 느껴지고 허브향의 특이한 시원함 때문에 들뜨도록 기분이 좋아지고 생동감이 넘칠 정도로 아주 개운함이 강했습니다. 예쁨과 신선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허브향 POKUL 샴푸에는 특이함이 있다는 걸 살려야 합니다. 그 장점을 살려줄 모델은 유소라씨라고 생각됩니다.”

인형에게 미리 신상품 샴푸&린스 세트를 한 박스 받은 이얀이었다. 써보고 느낀 그대로를 말했다. 허브향 샴푸는 기존 POKUL 샴푸와 다르게 독특함이 강했다. 톡톡 튀며 강렬한 태양같은 느낌!

“신인 이미지를 써서 신비주의로 나가는 전략은 이미 너무 많은 상품에서 쓰고 있고, 기존 타 상품 CF에서 개성 없이 너도 나도 신비주의로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잠깐은 그 모델이 누구냐, 궁금증을 불러 일으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만, 그건 잠시 뿐입니다. 타 상품과 똑같이 궁금증을 불러 일으켜 잠깐 뜨는 것보단 많은 시청자, 소비자들에게 POKUL 신상품을 알리는 점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모델에게 적응하는 시간, 새로운 신상품을 알리는 시간이 배로 들지 않게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하변호사의 말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샴푸모델은 섹시해야 합니다. 이건, 순전히 광고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직까지 샴푸 CF중에 활기차고 건강을 뽐내는 모델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소비자 입장에선 순수하고 청순하고 맑고 깨끗한 것에 질릴 때가 되었고 지금은 변화를 시도하기 적절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하이얀 변호사의 청산유수같은 말솜씨에 다들 넋을 놓고 경청했다. 맞아! 맞아! 맞아!

“유소라씨는 섹시하고 건강하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곧 여름도 다가오는데, 여름부터 활동할 모델 뽑는 거 맞나요?”
“네.”

마케팅 팀장이 바로 대답하였다.

“그럼 그 섹시미가 더 살아나겠네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요즘에 트렌드에 너무 맞춰 백색미인만 쓰고 있는데 건강미가 넘치는 흑색미인을 한번 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새로운 시도 일 텐데.”

브랜드 매니저가 괜찮은 생각이라며 개인수첩에 이얀의 이야기를 받아 적었다.

“실수도 하고 거짓말도 하긴 했지만 그런 걸로 모델 자체를 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유소라씨는 검은 피부도 그 자체로 아름답고 머릿결은 다섯 분 중 가장 윤이 나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전, 어디까지나 모델보단 POKUL 샴푸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샴푸를 사용한 후 달라지는 머릿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모델과 상품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서는 안 됩니다. 신비주의 전략이나 모델 광고효과로 기울어 상품이 묻히는 건 POKUL의 이미지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까지 이얀의 말을 듣고는 모두가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 POKUL 고문변호사답다! 인형은 감격하여 입이 찢어졌다.

“아싸! 멋져요! 우리 변호사님 정말 최고다!”

겉만 번지르르한 POKUL 고문변호사가 아니었다. 직접 POKUL을 사용하고 있고 생활 속에서 맘껏 느끼고 있었다. 이얀의 말을 듣고 팀장이며 브랜드 매니저며 모두 고개를 숙였다. 졌습니다! 팀장은 마케팅 팀장자리를 이얀에게 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정도로 이얀은 POKUL이라는 회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럼 모델을 유소라씨로 정할까요?”
“그러죠!”
“좋아요!”

사장인 인형이 기쁘게 소리쳤다.

“그렇게 합시다!”

만장일치로 POKUL 허브향 신상품 모델은 ‘유소라’가 되었다.

모델로 뽑혔다고 무대로 나온 유소라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유소라 에겐 분명 뜻밖에 일이었다. 거짓말 때문에 떨어져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뽑혔다니 꿈만 같았다.

“흐흑. 너무 감사드립니다. 제가요. 아까 거짓말을 했어요. 죄송해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사실을 고백했다. 일일연속극에서 하도 앙칼지고 못된 악역으로 나와 성격도 괴팍할 줄 알았는데, 전혀 딴판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연약한 검은 아가씨였다!

“다음엔 실수하지 마세요.”

인형이 우는 유소라 에게 말했다.

“유소라씨, 페퍼민트 샴푸는 거의 무향에 가깝습니다. 우리 POKUL 모델로서 꼭 알아두세요.”
“네! 명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소라는 울먹거리며 같은 말을 반복하였다.

“저한테 감사할 필요 없어요. 변호사님한테 감사하세요.”

인형이 손바닥을 펴 이얀을 가리켰다. 유소라는 바로 이얀에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아, 아니에요.”

부담스러운 90도 인사에 익숙하지 않은 이얀이 어설프게 웃어 보이며 손을 저었다.

“뭘요.”

인형은 웃었다. 부끄러워하기는, 잘 해내고서-
그 봐요, 변호사님. 믿는다고 하니까 해내잖아요.

[자두사탕]

정말 부럽네요^^

[friend♡]

이얀이 성격이 부럽다^^*

[프라미스,]

아, 정말 순수한 원더우먼이예요, 이얀양은...

[그냥임]

우와.. .정말 판단능력도 좋다.. 멋있는 이얀.. 울선생님도 법원에서 일하는 암튼 뭔지 모를 그런게 된다고하셨지만 사정이있어 울학교선생님으로 왔는데 =_=

[채리니]

이얀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김코이]

이야니멋찌다

[심창민]

멋있어!!

[영sunny]

꺄~ 멋있다!!

[찌렁이왕국]

ㅎㅎㅎㅎㅎㅎ

[더블아이]

우와 !! 진짜 멋잇따 ㅎㅎ

[ㄴr의nr랑]

이얀 말잘한다ㅋ 멋져부러~~~!!!!!!!

[미정이]

캬하하하~ 부끄러워하기는....ㅋㅋㅋ

[유주]

말 진짜짱잘한다>.<

[잔느예리]

흑흑...저도 눈물이..ㅠㅠ 역시 드라마에서 악역으로 나왔다고 해도 실제로는 착한 사람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ㅠㅠ

[windy]

이얀인너무멋져ㅋㅋ

[흑발마녀]

ㅋㅋ 소라 넘넘 착해서 다행행~ㅋb

[마리오네트♥]

후후훟

[샤샤씨]

역시이얀이짱! 의외의사람들이많네요~

[태투M]

나도 이얀씨처럼 ♥-♥(저는 여자랍니다♪)

[따랑이]

이얀이 멋쟁이

[아파테이아]

넘 멋지다 ㅜㅜ

[드럼옵빠]

멋져요

[한초아]

너무 멋져요~~

[간지푸]

ㅋㅋㅋㅋ완전재밋어요~_~ㅋ

[SUNTRIBE]

말 잘한다..이얀이^^ 인형이는 오늘도 큐트하시구요ㅎㅎ

[태민까기인형]

온유했다...그게 무슨말이에요????부드럽다는 뜻인가...<<샤이니팬

[ㄴㅇd i n 9]

우와 이얀이 멋있당

[sindonga]

이얀이 멋있다

[푸른바다위]

인형이가 이얀이에게 또 한번 뽕 가겠는데...^^

[여쭈니]

이얀이 진짜 멋있어><

[양의천사소녀]

우와 이얀이 멋있따...쩝... 캬악 담푠!! +ㅁ+

[dans]

이얀이 정말 멋지네요!

[행복은]

멋있어요^^

[소란스런 하루]

이런 멋진 여성이 되고 싶어라~~

[하늘꼬마]

이얀이처럼 멋있어지고싶다^^

[화창한날씸]

이얀이 너무 멋있는거아니예요~제가 읽으면서 끄덕였다니깐요!!

[MinJu]

우와! 말진짜잘한다 ㅠㅠ 역시...멋져

[별사랑]

와~~~~~~~~~~~ 하이얀 변호사님 정말 멋죵쇼

[천해수설]

청산유수같은 말.....정말 부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