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새끼 책임져
김도솔
공덕산 깊은 절간에 늙은 수캐 한 마리
이십 리 길 멀다 않고 뻔질나게 아랫마을을 오가더니
아직 젖내도 가시지 않은 암캐에게
덜컥 수태시켜 놓고
‘모르세’
눈도 못 뜨고 꼬물거리는 다섯 마리 강아지를
철없는 어미마저 어찌할 줄 몰라
‘정말 모르세’
아이 한 번 낳아본 적 없는 주인 홀아비가
밤잠까지 설쳐가며 새끼들을 돌보더니
강아지들을 걸쳐 메고 절간 주지를 찾아간다
절간 마당에 강아지를 풀어놓자
늙은 수캐는 슬그머니 꼬랑지 감추고
법당 앞에 정좌하고 돌아앉은 주지승
‘모르세, 모르세, 나는 모르세’
염불 소리 얄궂다
법당 앞에 벌렁 누운 홀아비
책임 안 지면
‘못가네, 못가네, 나는 못가네’
홀아비 염불 또한 걸작이다
공덕산에 걸린 해 꽁지가 빠지도록
‘나는 모르세, 나는 못가네’
‘나는 못가네, 나는 모르세’
절간 마당을 쓸고 가는
염불 소리 낭랑하다
ㅡ 문예지 『문경문학』 2024.19집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김도솔시인발표시
개새끼 책임져 / 김도솔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