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 금 >
올해는 설악에 연이 닿았나 보다.
출발전부터 배낭과 씨름한다.
35리터 배낭에 비박장비와 암벽장비를 팩킹하기 쉽지는 않다.
결국 부식은 장바구니에 따로 담아 간다.
칙칙한 얼굴, 허름한 등산복차림, 오래된 배낭을 맨 나의 모습은 옆에 앉아 졸고 있는 노숙자와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인다.
버스를 기다리는 두 연인이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6시30분 버스를 타고 수원에서 원주로 출발!
형님들과 약속이나 한것처럼 동시에 도착! 저녁을 먹고, 설악으로
12시가 되어야 설악동에 도착하고, 갑자기 쏟아지는 비로 와선대에 자리를 편다
<9/12 토>.
양철지붕 때리는 소리는 계속이어지고, 비가 오는데 설마....하는생각에 버텨본다.
문형형님이 깨우신다. 빗소리가 아니라 식수 떨어지는 소리다. 비몽사몽 일어나 아침식사와 점심을 준비하고, 꾸역꾸역 밥을 먹는다.
몸도 으슬으슬 하고, 머리도 아프고....
일단, 비선대까지만 가보자
은박 매트릭스 시멘트바닦에는 비추다. 입돌아 갈지도 모른다.
5시10분 출발...묵직한 배낭....목이 자꾸 하늘로 향하고 설악은 밤운치도 눈물나게 아름답다.
나도 모르게 석주초입까지 왔다.
물을 채우고 배낭을 다시매고 채면을 건다.
"가볍다~~아아아"
진동형님의 배낭에 비하면 내 배낭은 ......
"형님 자일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자일을 건내받는순간 잘 다녀 오십시오 할것같다.
짐도 무거울텐데....사진까지 찍으신다.
카메라 찍는 귀찮음?을 덜어드리고자 찍겠노라 나섰지만...
...사진찍는걸 자꾸 깜박한다.
보다못한 형님이 다시 찍으시겠단다. ㅡ.ㅡ;
첫피치를 오르니 시야가 트이고,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역시나, 내몸은 지맘대로 움직이고, 세차게 부는 바람에 중심을 잃는다.
바람탓인지 세월탓인지 나무껍질은 어디가고 구룻빛 매끈한 가지만 멋드러 지게 뻗은 소나무....
바위곳곳에 핀꽃은 짐 무게를 잠시 잊게 해준다. 바람에 붙어 있는 꽃잎이 신기하다.
눈앞에 보이는 범봉은 주먹밥으로 체력을 보충하게 만든다.
좌측에는 왕관봉이 보이고 사람들도 보인다.
" 너 왕관봉 폭들어간대 앉아 봤나?" "아뇨" "그럼 천화대 등반한게 아이다 다시가야 한다 내하고 또 가자" 천진 난만한 표정으로진동형님이 묻는다. 형님은 무지개끝에 보물이 있다고 내가 빡빡 우기면 믿어 주실것 같다.
등반하는 동안 형님과의 대화로 즐겁다
문형형님은 출력해온 자료를 보며 루트파인딩에 정신을 쏟는다. 어디를 가든 함께라면 맘이 편안할것 같다.
난 여전히 먼산만 멍하니 쳐다본다.
왕관봉에 있던 사람들은 벌써 범봄에 붙었고, 나의 마음은 조급해 진다. 의욕인지 욕심인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석주하강 지점 빨리 도착했다.
하늘이 예사롭지 않다, 서쪽에서 먹구름 부대가 몰려온다
문형형님 표정도 먹구름이다.
석주동판보면 눈물을 흘릴것 같았는데.....여기까지 왔다는 기쁨이 더 컸을까....?
엄숙한 분위기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내 입고리는 자꾸 올라 간다.
조금씩 빗방울은 떨어지고...
탈출이냐 등반이냐......
지난 천화대등반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형님은 고민을 잠시 하시더니, 비가 더 내리기전 빨리 가자 그러신다.
오바트라우져를 꺼내입고, 범봉 스타트!
문형형님의 등반속도가 빨라진다. 아니나 다를까... 첫피치 끝내고 두번째 피치를 하던중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쏟아진다.
문형형님은 비를 쫄딱맞고 클라이밍 다운을 하신다.
진동형님이 담배한대피며 기다려 보자 하신다.
난 기상청에 전화를 걸어 날씨를 다시 확인한다.
"여보세요? 여기 설악산인데요? 비언제까지 와요?"
구름이 남하하고 있고 잠시후 그치겠지만" 주의하라"는 말을 아주 강조하여 형님들께 전한다.
이상황에 더이상 등반이 어려울꺼라 생각한 나는
속으로 짱구춤을 덩실덩실 췄다.
곧 비는 그치고 해는 우리보고 다시 등반하라보챈다.
3시10분...등반하기 애매한 시간이지만, 모든 결정은 대장에게 맡긴다.
물젖은 바위는 공포감 100배! 등반능력100배 감소! 하지만 천하무적 트렉스타 릿지화를 믿고 등반한다.
슬랩도 아닌것이 볼트 따먹기도 아닌것이....오늘의 하이라이트임이 틀림없다.
몇번의 비명과 형님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올랐다. 목젖이 천장에 붙었다.
다시 하강과 아슬한 슬랩을 거쳐 합장바위에 도착한다
사실 여기가 합장바위인걸 다음날 범봉에 올라서야 알았다.
하강포인트 찾는게 쉽지 않다. 앞팀에게 묻만 자기들 갔던길만 얘기한다. " 우린 그쪽으로 갔어요요요요"
해는 저물어 가고 불어오는 바람에 체온은 떨어지고 잠도 오고.......
내다리는 혼자 떨고 있고.....난 파일티를 입고 체온유지에 안간힘을 쓴다.
합장바위를 한바퀴돌듯 우측에서 좌측으로 하강하고,
난 바로 배낭을 열어 물한모금과 과자를 먹었다.
형님들은 자일이 꼬여서 애를 먹고 있는데 말이다.
어쩔수 없다 내가 탈진해서 쓰러지면 더 큰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릴때는 힘들다고 징징대기라도 했지....이제 그러기에는 너무 커?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형님들이 보인다. 형님들께도 과자를 드리고...어두워지기전에 렌턴을 준비한다.
마지막 범봉을 남겨두고 오를것인가 비박을 할것인가 고민하다
하강한 지점으로 다시 돌아와 자리를 편다.
리딩도 하고, 비도맞고 문형형님이 많이 초췌해 보인다.
진동형님도 많이 힘드셨나 보다
범봄에서 누가 렌턴을 켰다고 자꾸 쳐다 보신다.
알고 봤더니...그불빛은 별이였고,
그별은 진동형님 덕분에 범봉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반짝반짝 범봉별 아름답게 비추네~
세명이서도 앉기 불편한 자리, 마음만은 편하고 즐거운 밤이었다
<9/13 일>
목이 아파서 눈을 떠보니 깡통을 베고 잤다
굴러떨어지지 않은게 다행이다
바위들이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해가 뜨고...사람들 소리도 들린다.
형님들 주무시는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사진으로 남긴다.
형님들이 깰까 멀리서 버너를 켠다.
내가짠 식단에 혼자감탄하고 즐거워 하며 누룽지를 끓인다. ^0^
8시 출발! 발걸음이 가볍다
난 아직 팔자로 확보보는게 편하다. 문형형님은 부담없이 첫피치를 등반하고,
뒷팀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두번째 등반후 테라스에서 휴식을 취한다.
마지막 크렉이다.
문형형님의 소리 없는 방귀가 목적지에 왔음을 알린다. 형님 독했습니다. ㅋ
크렉속으로 배낭을 삐대며 등반하고 싶었지만,
장비회수로 짧은다리를 쫙쫙벌리며 오르고, 진동형님 오시고.
드디어 범봉 정상 오전10:30분.
외설악의 모든것이 한눈에 다 보인다.
바다처럼 푸른 하늘 간간히 떠다니는 구름은 하늘임을 알려준다.
우린 한참동안 범봉정상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1275봉에서 바라본 여기 모습은 어떨까?
더 많은 식구들과 함께 했더라면....
사랑하는 사람.....좋아하는 사람과 다시 오고 싶은곳이다.
50이 되어서 60이 되어서도 이렇게 다닐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대로 시간이 멈춘다면....
아...5시반차 타야하는데....
이놈의 날개미들만 없다면.....등등....
우린 2박3일간 묵묵히 자고 있던 빵을 나눠먹고 하강을 한다.
긴장이 풀렸나....하강기 세팅도 안하고 자일만 땡긴다.
무사히 등반을 종료하고, 서로에게 수고했단 말을 전한다.
범봉안부에는 아주멋진 비박지가 있었고, 지원팀이 와주면 참좋겠단 같은 생각을 한다.
상태가 나쁜 무릎을 데꼬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문형형님은 아쉬움이 남는지 계속 뒤를 돌아 범봉을 바라보시고
진동형님은 여전히 핀꽃들과 인사도 향기도 맡아주신다......
난....여전지 멍하다
함께한 형님들께 고맙고, 언제나 좋은추억과 나의 감성을 깨워주는 설악에게도 감사하다.
세월이 지나면....... 오늘이 그리워 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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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을 뛰노라
내 인생 시작되었을 때 그랬고
지금 어른이 돼서도 그러하며
늙어서도 그러하기를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나으리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내 살아가는 나날이
자연에 대한 경외로 이어질 수 있다면.
-워즈워스-
첫댓글 등반기를 회원님들 참고로 하시라고 울 산행 길하고 같아 스크립했습니다...참고로 준비하세요........시간.장비.식량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