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투카(en-tout-cas)」
불어로 짐작되는 이 용어는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코트 바닥을 일컫는 말이다.
인조잔디나 흙이 아니라 붉은 벽돌 가루를 깐 바닥이다. 본래 뜻은 ‘만사OK’의 의미라는데 왜 그렇게 불리는지는 잘 모르지만 딱 보기에도 고급지고 먼지도 잘 날리지 않는다.
어찌하여 뜬금없이 앙투카 얘기를 꺼내는가 하면, T-30이 35년에 걸쳐 참가해 온 용마테니스대회에서 ‘23.10.9. 대망의 우승을 차지한 안산종합운동장 실내코트 바닥이 바로 앙투카여서이다.
선하고 간절한 소망이 지속되면 하늘이 돕는다던가!!!
신발끈 바짝 동여매고 매주 갈고 닦은 초식을 A조 B조 두 팀(팀당 6명)으로 나눠 펼쳤고,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한 A조가 오전에 가비얍게 35회 후배조를 잡아 서광이 비치더니, 점심식사 때 막걸리도 안마셨는데 27회 선배팀에게 2:1로 석패를 당하고 말았다.(참고로 27회는 용마테니스대회 우승을 가장 많이 가져간, 소림파 내지 무당파 정도의 고수들이 득시글거리는 팀이다. 그에 비해 우리는 곤륜파 정도나 될라나?)
그런데 조금 뒤 이 형들이 우리한테 진 35회에게 2:1로 잡히는 것이 아닌가.
27회면 올 해 일흔인데 세월을 우짤 수가 없는지 경기 후반에 들어서는 힘이 부치는게 보였다.
우리도 조만간 저리되겠지 하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회원 중 누군가가 준비해온 홍삼즙을 한 봉다리씩 들이키는 운기조식을 한 뒤, 마지막 게임에 임하였다.
그 덕분인지 하늘이 보살핀 건지 28회를 3:0으로 셧아웃 시켜버렸고, 최종점수 집계결과, 35회, 27회, 30회 3팀이 모두 풀리그 2승1패 동률이었다. 주최측과 승자승, 세트득실, 선배 우대, 저체중 우선? 등의 정해진 대회 원칙을 모두 적용한 결과를 눈을 화등잔만하게 뜨고서 확인하고는 “우승이다” 고함을 지르며 T-30 회장이 30회 본부석으로 달려갔다.
우승상금도 상금이지만 35여 년만에 처음 흔들어본 우승기의 무게감은 정말 짜릿하고 나이스했다. 우승, 우승이 아닌가 말이다.
폐회식 후 응원차 같이 온 어부인들을 모시고 근처 고기집으로 몰려가서 즉석 우승파티를 벌였고,
첫 잔 건배사는 “살다보면 / 이런 날도” 였다.
친구들,
우리들 모두가 지공거사들이고 동체시력도 예전 같잖은데 글케 열심히 뛰어 주고 스텐드에서 응원고함도 함께 질러주고 다들 다들 애썼슴다.
글고 상대편이 인 아웃 콜이나 스코어 가지고 어필하면 군소리 없이 다 받아주는 점잖고 넉넉한 젠틀맨의 가슴을 가진 T-30 회원들과 같이 테니스를 친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고 든든했슴다.
날짜가 겹친 울진 경부합동소풍을 신청했다가 포기하고 시합에 참가한 친구, 아들에 테니스 잘 가르쳐 데리고 와서 선수로 뛰게한 친구(가족들은 선수로 참가가 가능함), 밤 삶고 호박죽 끊여 그릇 그릇 담아온 친구, 각종 음료에 과일에 바리바리 싸 온 친구, 자기 차에 멤버들 안성까지 왕복 라이드 해 준 친구들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걸을 수만 있으면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운동합시다.
참, 우승기념 여행을 가기로 했고 조만간 집사람들 동반하여 통영으로 가서 웃고 떠들고 맛있는 거 묵기로 잠정 결정하였슴다.
멤버들아 올해 농사를 풍년으로 지었으니 담주부터는 또 매 주 봉원관에 모여서 보법과 신법, 검법 수련을 계속해 나갑시다들...
곤륜파 장로 법인(法忍) 상서
첫댓글 수고많았습니다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