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이와 은준이

[경사났네]

‘도윤’ 이와 ‘은준’ 이

경사 허남석

큰 며느리 입원 소식을 듣고 급거 상경을 했다. 큰 아이 아파트에 도착하니 며느리는 이미 병원에 입원한 후다. 둘째 손주를 출산하기 위한 입원이다.

공부하느라 직장 구하느라 조금은 늦은 나이에 혼례를 치른 큰아들 내외. 예외가 드문 맞벌이 부부다. 첫 손주는 지난 2021년 6월 21일 여름이 시작된다는 하지 날 오후7시6분에 태어났다. 이름을 ‘도윤’이라고 엄마아빠가 지었다.

첫 손주를 본 후 지난 시간은 나와 내 아내에게는 마치 사춘기 소년소녀가 첫사랑에 빠진 양 그야말로 ‘손주 홀릭의 시대’였다. 지난 2년여의 시간이 온통 도윤이와 함께 한 흔적과 발자취로 가득하다. 휴대전화 안에도 첫 손자 도윤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빼곡하다. 도윤이 백일 때와 돌 때는 물론 춘천 동면 구봉산의 카페, 석양 노을이 곱게 지던 신북읍 지내리 카페 앞마당을 공놀이 하며 뛰어 놀던 도윤이 모습이 담겨 있고, 단팥빵이 특히 맛있는 신북 사거리 인근 유기농 빵 카페에서 비누방울 놀이를 하며 깔깔 웃으며 너무도 신나하던 도윤이 모습도 고스란히 들어 있다. 이제 그 도윤이에게 사랑하는 동생이 생기게 된 것이다.

나이 70이란 피할 수 없는 순간이 먼발치에서 우물쭈물 거리더니 어느 틈에 어깨너머까지 다가와 힐끗 대는 공허한 시기. “이제 더 나이 들어가는 일만 남아 있구나!” 하며, 누군가가 쉼 없이 보내오는 문자로 “이젠 자신을 위해 살아보세요.”하는 권면이 무의미하게 다가오던 시기. 바로 그때 찾아 온 귀하고 놀라운 축복의 선물이 바로 첫 손주 「도윤」이다.

첫 손주! 누구나의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손주를 볼 때마다 “신은 우리 인간을 행복하게 하시는 계획을 가지고 계신다.”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더불어 70을 곁에 둔 공허는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를 기쁨과 즐거움이 차지한다.

지난해 9월인가 며늘아기로부터 둘째 손주 잉태라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잖아도 “큰 손주 혼자면 이 다음에 외로울 텐데 어쩌나” 걱정 아닌 걱정을 하던 중에 당도한 희소식이니 그 크고 놀라운 기쁨을 어디에다 비교하겠는가!

둘째 손주는 여름이 신록으로 한창 무르익어 가는 지난 2023년 7월 1일 오전 9시 40분에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서 태어났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산모가 35세가 넘으면 일명 ‘노산’이라고 진단하고 산모도 아기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1:1로 전담의사와 의료진을 배치하고 섬세한 보살핌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출산을 돕는다고 하는데, 하는 걱정 중에

며느리도 다행히 병원의 담당 주치의와 의료진의 각별한 정성으로 산모도 아기도 건강하게 ‘순산’을 하게 되었다. 나와 아내는 물론 사돈댁을 비롯한 모든 가족들이 마음을 졸이며 기도를 거듭했는데 그 소식에 너무도 기쁘고 감사해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은준(殷准)이.

둘째 손주의 이름이다. 첫 손주 도윤이 처럼 은준이 이름도 엄마아빠가 지었다.

대부분의 가문이 다 그렇지만 우리 김해 허문(金海許門)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를 거듭할 때마다 이름에 돌림자를 쓴다. 필자를 기준으로 할아버지 대는 ‘만(萬)’자, 아버지 대는 구(九)자, 필자 대는 남(南)자, 아들 대는 녕(寧)자, 손주 대는 성(成)자를 쓴다. 대신 일명 족보라고 하는

「허씨대종보(許氏代宗譜)」에는 돌림에 맞는 이름을 지어 올려 후손들에게 장구한 역사를 가진 가문의 시작 즉 「뿌리」를 알게 하고,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언젠가 대종보 개정 소식이 오면 돌림에 맞는 이름이 어느 자가 좋을까 생각을 해 본다.

허씨는 수로왕(재위 42~199)과 왕비 보주태후 허황옥(33~189)의 차남 거칠군 허석(許錫)이 시조이며, 김해허씨는 고려왕조 문종 임금(1047~1082)때 허염(許琰)으로 수로왕 35세 손이시다. 이 기록은 ‘우리역사넷’이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위키백과’ 등에 상세히 수록되어 있는데 이 다음에 우리 손자들이 「뿌리찾기」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 한 번 찾아보았으면 하는 기대와 염원을 담아 이 글에 몇 줄 남긴다.

큰 며느리가 3일간의 병원 입원기간을 마치고 2주간의 일정으로 산후조리원에 입원했다.

그동안도 나와 아내는 아들네 집에서 큰 손주를 돌보며 마치 밀월 같은 시간을 보냈다. 물론 마음은 밀월이지만 몸은 이리 뛰고 저리 달리는 손주가 넘어질세라 부딪칠세라 다칠세라 노심초사로 마디란 마디는 온통 아프고 저렸지만 어디 손주 돌보고 안아보는 기쁨만 하겠는가!

처음엔 첫 손주로 시작된 아내와의 서울 전철 여행이 이제 둘째 손주가 생기니 그 빈도가 크게 늘어났다. 우스갯소리로 아들내외는 손주들 맡길 요량에 나와 아내는 보고 싶은 손주들 실컷 볼 수 있는 서로의 손익분기점(^^)이 맞아떨어져 그 빈도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어제 그러니까 2023년 8월19일 오후 경춘선 전철을 타고 아내와 같이 큰 아들네 아파트에 당도하면서 그 빈도 하나를 더했다.

아들네 도착할 때마다 예외 없이 큰 손주가 “하지, 하미”를 부르며 깡충깡충 뛰며 크게 반기는데 이 날은 아파트에 들어서자마자 “쉿”하는 며느리의 수신호에 목소리를 낮추니 마침 늦은 낮잠에 들었단다.

“오호, 그럼 우리 은준이 맘 놓고 실컷 보겠네” 하며 부랴부랴 손을 씻고 가글을 하고 은준이 방에 들어갔다. 어느새 한 달 하고도 19일째를 맞이하는 은준이가 신생아 태를 벗고 동그랗고 티 없이 맑은 눈으로 하지하미를 쳐다보며 조금씩 옹알이까지 한다.

살이 토실토실 오른 몽실몽실한 팔과 다리는 또 왜 이리 귀여운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이 정녕 실감이 난다. 급 상경의 여독은 이미 녹아 사라진지 오래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잠에서 깬 큰 손주와 경기도 포천까지 왕래하는 드라이브 여행 끝에 유난히 “생선맘마”를 좋아하는 밥을 먹이고 만 26개월 된 큰 손주의 즐거운 연주회 끝에 큰 손주를 재우고 한 숨 돌린 늦은 시간. 우리 내외와 아들 내외가 식탁에 앉아 밀렸던 얘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서로의 사는 얘기 끝에 육아의 어려움에 대한 솔직한 얘기가 식탁에 오른다. 직장과 육아의 여러 가지 어렵고 힘든 상황들. 들어볼수록 한 편 우리도 예전에 다 겪은 일이기도 하지만 “정말 힘든 시기 구나” 깊은 공감대가 저절로 형성된다. 자연스럽게 고령출산에 대한 추세와 나라의 출산 육아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화두로 오른다.

얼마 전에 아주 쇼킹한 한 기사를 접했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평생을 여성과 노동, 계급문제 연구에 헌신한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법대 명예교수가 최근 EBS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 초저출생‘ 제작진으로부터 2022년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2004년부터 16년째 세계 꼴찌)인 것이란 사실을 듣고 머리를 움켜쥐며 쏟아 낸 말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2750년 국가가 소멸할 위험이 있다고 재차 강조한다.

그 소식을 접하니 둘째를 출산한 우리 며느리가 더 대단하고 자랑스러워 보인다. 그만큼 이 윌리엄스 교수의 경종을 큰 교훈으로 삼아 있으나 마나하고 실효성이나 지속가능성도 없는 일회성 출산육아정책을 과감히 내 던지고 그야말로 획기적이고 전폭적이며 대대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마련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실행에 돌입했으면 좋겠다는 격앙된 내 얘기에 며느리가 빙긋이 웃으며 “우리 아버님 최고!”하며 맞장구를 친다.

일과 육아의 힘든 하루 일과에도 좀처럼 내색을 하지 않는 아들 내외를 잠자는 아기 곁으로 밀어 넣고 나도 거실에 누워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손주들에게 마음의 편지를 쓴다.

사랑하는 우리 손주 도윤아, 은준아

너희들은 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남은 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해 준 은인 중에 은인이란다. 너희들이 오기 전엔 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더 이상 남아있는 꿈이 없었단다. 그런데 너희들이 우리 곁에 와서 너희들로 말미암아 새로운 희망이 생겼고 앞으로 새롭게 할 일도 참으로 많이 생겼단다.

언제 어디서나 보고 싶은 은준아 도윤아

 앞으로 엄마아빠,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즐겁고 신나는 일 많이 만들어 보자꾸나.

시간 나면 바둑도 배우고, 알까기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테니스도 배우면서 함께 즐겁고 재미난 시간 함께 보내보자꾸나. 조금 더 크면 이명소 저 맛 집 여행도 다니고, 등산도 하고 겨울이면 눈사람도 만들면서 예쁜 추억도 많이 만들어 보고, 밤이면 천문대에 가서 우리 손주들 좋아하는 별도 보고, 봄 꽃 여름 꽃 가을단풍 만발한 시골길 걸으면서 도윤이 은준이 보러 온 나비와 잠자리들과 춤도 추고, 너희들이 좋아할 나이가 되면 온 가족 손잡고 영화도 보고, 연극도, 공연도 함께 보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상 위해 노래하고 덩실덩실 춤도 추어 보자꾸나.

우리들의 아름다운 미래 소망인 도윤아, 은준아

 아빠엄마와 할머니할아버지의 소원은 너희들이 무엇보다도 안전하게 그리고 건강하고 지혜롭게 무럭무럭 잘 자라는 것이란다. 그리고 항상 기뻐하며, 쉬지 말고 기도하고,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과 자세로 우리 이웃을 위해 늘 배려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아름다운 삶 살아가길 매일매일 기도하고 있단다.

도윤아 은준아

은준아 도윤아 사랑한다.

네 증조할머니가 살아생전 말씀하시던 것처럼 “엄청나게”~

[초엽(화선)]

손녀 육아 끝내고 돌아오는
청춘열차에서
이글을 접합니다.
방금 지난 신내역 어디쯤에
도윤이 은준이가 산다고 했는데~~

할아버지의 넘치는 손주사랑과.
집안의 뿌리.그리고 인구절벽의 탄식
까지.

마지막 부분 손주에게 남기는
하비의 사랑 넘치는 글도
뭉클했어요.

금요일 저녁 몸은 파김치 처럼 축처지지만.
이처럼 숭고한 일이 또 있을까요?
아이가 주는 기쁨
경사님 글을 보면서.
나의 수고가 헛되지 않음에.
자꾸자꾸 읽게 됩니다.

[경사났네]

오늘 교회 새벽기도 마치고
초엽님의 격려 글을 읽습니다. 감동이 눈물이 되어
눈가에 가득고여 앞이 잘 안보이네요
초엽님의 손녀를 향한 섬세하고 정성 듬뿍담긴
사랑의 헌신 그 모습 모습들이 마치 제 일처럼
주마등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초엽님^^
기쁜 주말 행복하게 잘 보내세요.

[백암산인]

역시 손자 사랑은 할아버지 할머니,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입니다.
김해허문의 대를 이어갈 도윤이 은준이는 행복한 어린이입니다.
자상하고 인자하신 할아버지가 이처럼 사랑의 마음을 듬뿍 담아 글로 남기시니
이 다음에 글자를 깨우치면 자랑스러워할 것입니다.
아들딸과는 또다른 존재가 손자녀인 듯합니다.
자식들은 매사에 혼내며 키우던 게 후회가 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도윤이 은준이를 두신 경사 할아버지 축하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어 손자들 성장하는 모습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백암산인]

역시 손자 사랑은 할아버지 할머니,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입니다.
김해허문의 대를 이어갈 도윤이 은준이는 행복한 어린이입니다.
자상하고 인자하신 할아버지가 이처럼 사랑의 마음을 듬뿍 담아 글로 남기시니
이 다음에 글자를 깨우치면 자랑스러워할 것입니다.
아들딸과는 또다른 존재가 손자녀인 듯합니다.
자식들은 매사에 혼내며 키우던 게 후회가 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도윤이 은준이를 두신 경사 할아버지 축하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어 손자들 성장하는 모습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경사났네]

백암산인 삼봉 일촌 작가님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대선배님, 손주가 정말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네요.
며느리도 예쁘고 대견하고 든든하고 고맙고... 모든 것이 감사하네요. 이렇게 귀한 격려글로 힘 주시니
이 또한 너무도 기쁘고 감사합니다.
늘 평안하시고 실레문학상 수상하심을 계기로 문운도 더욱 왕성하시고 늘 평안하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