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아침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는 맹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날씨가 추워진탓일까요?아니면 설악산이다 지리산이다 하는 국립공원의 산들이 산불방지 기간이라 한달간 입산 통제중이여서 산행하는 산님이 많이 줄어든것 같습니다.
주말에 산을 찾으려고 5-6곳의 산악회에 전화 신청했는데 모두 모객 미달로 갈수 없다는군요. 지리산 태극종주 시작인 지리산 웅석봉과 소백산 죽령-비로봉 코스 모두 취소 통보받았지요.
이곳 저것 인터넷을 뒤져서 이번 처음 같이 한 무주공산 산악회와 함께 오서산을 찾았습니다. 이 산악회는 회원제 운영하는데 년회비를 10여만원 미리 받아 산행인원이 적을때는 이 년회비에서 적자 보충해서 년중 쉼없이 산행을 한다고 자랑하더군요.(이름도 멋지고 자부심도 대단하네요)
캄캄한 새벽 하얀 입김을 토해 내며 동대문운동장에 6시40분 산악회 버스에 승차합니다. 광천이면 홍성 다음인데 왜 그렇게 빨리 가느냐 했더니 매번 가는 시간이 정해 있어 정시에 출발해야만 햇갈리지 않는다고 합니다.(지당한 말씀입니다.)
고기를 잡는 어부들에게는 요즈음은 전자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옛날에는 눈으로 방향을 잡아 위치를 파악해서 오서산은 서해산의 등대라 불리웠습니다. 평야지대에 있어서인지 791m의 산은 그보다 훨씬 높이 보이지요.
충남 보령과 홍성에 걸쳐 있는 금북정맥의 최고봉 오서산은 까치와 까마귀가 많은 산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지금은 볼수 없고 전국 5대 억새산으로 유명합니다.
오늘 산행은 조그맣고 아담한 주차장-2.7-정암사-2.7-정상-3.4-성연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6.7km짧은 산행거리로 소요시간은 정상까지 2시간10여분,하산 1시간 10여분 해서 세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테마코스 산행입니다.
정암사까지는 제법 경사가 있는 아스팔트 도로를 30여분 걸어 올라야 합니다. 그후 1시간여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데 땀도 나고 밤사이 내린 하얀 눈으로 등로가 미끄러워 산을 오르는 맛을 느낄수 있는 구간 입니다.
오늘은 구름 한점없는 청명한 날씨로 한고비 오르고 나니 광천읍이 한눈에 보입니다.
양지바른곳은 눈이 녹았지만 응달에는 빙판을 이루어 아이젠 하기도 안하기도 어정쩡한 곳으로 조심 조심 올라 갑니다.
많은 눈이 내린것은 아니지만 올 들어 첫 눈 산행이라 할수 있습니다.
그냥 그림 몇장 이어서 보겠습니다.
오소산은 70년대말이던가요?오서산에서 나물캐던 할머니를 살해하고 쫒기던 북괴 무장공비들이 공수 특전단과 군인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강화도에서 총격전 벌인후 북으로 탈출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엔 해가 진후에는 외출도 삼가하고 집에만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천수만 앞바다가 보입니다.
나무에 핀 설화 사이를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주능선을 걷는 상쾌함이 있습니다.
소담스러운 눈꽃 한송이 선물할까요?
들녁너머 천수만 바다를 바라보는 산님이 멋지네요.
미끄럼 조심...심설 산행같은 구간도 있습니다.
올라온 길을 뒤돌아 보니 반은 흰눈으로 반은 앙상한 겨울 나무들이 갈라 있습니다.
보면 볼수록 조망이 좋은데 보령 화력 발전소와 대천 해수욕장 백사장도 보입니다.
이곳만 오르면 주능선길입니다.
푸른 하늘과 하얀 눈 그리고 억새가 어우러진 주능선입니다.
오서산은 억새가 한창인 가을에 많이 찾는 산인데 오늘처럼 눈이 있고 서해를 한눈에 볼수 있어 겨울산행으로도 훌륭하네요.
산행시간이 얼마 안 걸리기 때문에 오서선 산행을 간단하게 마친후 광천 젓갈시장과 천북으로 나가 굴을 ,남당항으로 가서 대하,새조개를 먹는 코스가 인기가 있습니다.
유명산들이 대부분 입산금지여서 북한산을 비롯한 서울 근교산을 많이 찾고 오늘같은 관광 겸한 테마산행에 산님들이 그나마 찾는것 같습니다.
팔각정을 지나 억새가 춤을 추는 능선길따라 저멀리 산끝 정상이 보입니다.
정상석은 두곳에 있는데 광천과 보령시에서 각 각 세웠기때문입니다.(사진은 광천에서 제작)11:50
천수만이 보이고 그 뒤로 보이는 긴 섬은 안면도겠지요.
신라면 큰 사발에 보온병 물을 넣어 간단하게 간식으로 대신하고 하산을 서두릅니다.(12:15) 14시까지 내려 오라 했으니 시간 여유는 많지만 내려가서 쉬기로 하고요.
성연주차장까지는 3.4km로 산으로 이어진 능선길이 눈으로 하얗게 보입니다.
시루봉을 거쳐 내려오니 그야말로 대규모 밤나무 단지가 나타나는데 하산길 한복판을 지나는길이기에 밤을 따가지 말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더군요.
노오란 은행잎이 수북히 쌓여 함께 했던 산님들이 뿌리면서 가는 가을을 즐기더군요.
할머니들이 농사 지은 마늘,고추,잡곡등을 펼쳐 놓고 파는데 검은콩과 팥을 샀습니다. 가격은 각각 7.000원으로 그렇게 싸지는 않지만 중국산이 아닌 우리것이니까요. 하긴 시골에서도 중국산을 우리것이라고 속여서 팔기도 한다네요.
생선 활어도 양식을 출어전에 미리 싣고 가서 먼 바다에서 잡았다고 한다니 에그.... 광천하면 토굴 새우젓과 광천김이 유명한데 모두들 한보따리씩 사지만 wife가 굳이 그곳에서 살 필요없다는 떠나기전 당부에 그냥 구경만 했습니다.
새로난 고속화도로에서 본 옛 국도변 젓갈상점들과 눈으로 덮힌 오서산이 보입니다.
서산을 지나 대산을 거쳐 대호방조제 바다를 볼수 있었습니다.(14;20) 이곳에 있는 도비도 농어촌공사 콘도는 옛날 직장에서 하루 자면서 세미나를 한적이 있어 둘러 보았는데 지금도 하루 숙박비가 저렴해서 가족 단위나 단체로 이용하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제2의 울산이라는 대산석유화학단지가 보이네요.
그림같이 잔잔한 바다와 여객선이 다니는 해수욕장이 있는 난지도가 보입니다.
방조제와 바닷가를 거닐다 보니 해가 뉘였뉘엿 지기 시작합니다.(17:10)
즉석에서 돼지고기와 두부를 넣어 끓이는 김치찌개와 광천 젓갈 안주로 하산주를 추위도 물리칠겸 연거푸 몇잔을 마시니 뱃속이 짜르르 합니다.
모처럼 산악회와 같이 한 산행길로 가족같은 분위기에 따뜻하게 맞아주는 무주공산 회원님들의 꼭 다시 오라는 환대속에 올 첫 눈산행의 기쁨까지 얻은 오서산 산행이었습니다.
토요일 귀경길 많이 막혔지만 전용차로 덕분에 서울 강남에 도착하니 20시15분입니다.
다음주는 기온이 많이 올라 포근해진다고 합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한주 되시길 빕니다.
구의동에서 구남필 스테파노(knp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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