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의 젊은 백석이 조선일보사를 그만 두고
함흥 영생고보 영어 교사로 자리를 옮긴 건
1936년 4월이다. 함흥 운흥리 반룡산 아래
위치한 영생학교는 1909년 캐나다 장로교회
선교사들에 의해 설립된 미션스쿨이었다.
백석의 교사 부임은 그보다 1년 먼저 조선일보
사를 그만두고 영생고보 조선어 교사로 와
있던 평론가 백철의 천거에 의한 것이었다.
백석이 부임하던 날, 영생학교 교정은 잔잔한
파장에 휩싸인다. 백석의 제자였던 김희모(
당시 70세, 청주시 개업의)의 회상에 따르면
백석은 뛰어난 기억력과 훌륭한 영어 발음을
갖춘 모던 보이였고, 수업 시간에 러시아 작가
들에 관해 주로 얘기했으며, 축구부의 지도교사
였다.(김희모, '내 고보시절의 은사 백석선생',
이동순 정리, 《월간 현대시 1990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