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관한 사소한 궁금증을 풀어드리기 위해 우리가 나섰다. 모른다고 손가락질 당하진 않지만 알아두면 언젠가 어깨가 으쓱할 순간이 올 거다
혼다 시빅은 왜 ‘시민’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혼다자동차 일본 홈페이지에 누가 같은 질문을 올렸다. 이에 대한 답은 이렇다. ‘혼다 시빅은 1972년 당시 아무도 만들어내지 못했던 신선한 구조의 자동차였습니다. 콤팩트한 크기와 여유로운 실내공간에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였죠. 혼다는 시빅이 시민을 위한 차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쉽고 편하게 탈 수 있는, 그래서 많은 시민의 발이 돼줄 자동차 말이죠. 그래서 이름을 시민이라고 붙인 겁니다.’ 그러고 보니 폭스바겐도 국민차라는 이름이다.
트렁크 용량은 어떻게 잴까?
트렁크 용량은 부피로 표시한다. 트렁크 안쪽의 너비와 높이, 깊이를 측정해 곱한 수치를 따진다. 문제는 실제 트렁크가 정확한 박스 형태가 아니라는 거다. 튀어나온 부분이 있기도 하고, 해치백의 경우 트렁크 커버 위쪽으로 천장까지 거리를 트렁크로 볼 것이냐의 문제도 있어 정확히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 GM 같은 경우는 해치백이나 SUV의 트렁크를 2열 시트 등받이까지만 따져 홈페이지에 적고 있다. 그래서 미국 정부의 발표 수치보다 더 적게 표시되기도 한다. 트렁크를 재는 방식이 국가마다 다르기도 하다. 독일의 VDA 방식은 200×50×100밀리미터 크기의 나무 블록을 넣어 실제로 몇 개가 들어가는지를 확인해 용량을 계산한다. 하지만 요즘 브랜드에서 발표하는 수치는 대체로 CAD 디자인에서 확인한 수치일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는 왜 브랜드가 발표하는 주행가능거리와 실제 주행가능거리의 차이가 클까?
국내 전기차 주행가능거리는 정부의 공인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지난해 11월 발표한 기준에 따른다. 이전까지는 한 번 충전한 다음 도심주행과 고속주행을 반복해 차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의 달린 거리를 재는 SCT(Single Cycle Test) 방식으로 측정했다. 하지만 요즘 300킬로미터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이 테스트를 하기엔 시간과 돈이 많이 들게 됐다. 그래서 미국에서 시행 중인 MCT(Multi Cycle Test)를 적용해 평가하고 있다. 정해진 구간에서 도심주행과 고속주행을 반복한 다음 그때의 주행거리를 배터리 용량에 대입해 주행가능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왜 전기차가 유독 실제 주행가능거리의 차이가 크냐고? 전기차는 출발할 때부터 최대 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급가속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배터리가 천천히 가속하는 것보다 빨리 닳는다. 전기차는 엔진을 식히는 냉각수가 없기 때문에 실내를 데우는 히터도 전기에너지를 사용한다. 따라서 히터나 열선시트 등 전기를 많이 사용할수록 주행가능거리가 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운전면허증에 유효기간이 있을까?
물론이다. 운전면허증 아래에 보면 적성검사 기간이 나와 있을 거다. 적성검사 기간의 만료일이 바로 운전면허가 유효한 기간이다. 만약 이 기간을 넘긴 줄 모르고 운전하다 적발되면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을 받는다. 유효기간이 하루만 지났어도 지난 건 지난 거다. 실제로 유효기간이 일주일 지난 면허증을 지니고 택시를 몰던 택시 기사가 면허증을 지니지 않고 운전했다며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기소당하기도 했다. 그러니 적성검사는 꼭 제 날짜에 받으시길.
아우디는 고성능 모델에 RS를 붙인다. RS가 대체 무슨 뜻이기에?
RS는 독일어 ‘RennSport’의 줄임말이다. 영어로 풀면 ‘레이싱 스포츠’가 된다. 그러니까 RS는 레이싱을 위해 태어난 스포츠 모델이란 뜻이다. 아우디뿐 아니라 RS를 붙이는 모델이 꽤 있다. 포르쉐는 지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911 가운데 가장 화끈한 성능을 뽐내는 911 GT2 RS 모델을 공개했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어떻게 깊은 강을 건널 수 있을까?
신형 디스커버리는 강을 건널 수 있는 깊이가 900밀리미터로 양산차 가운데 가장 깊다. 자동차가 물속에 들어가는 건 가능한 한 피해야 할 일이지만 디스커버리라면 일단 900밀리미터까진 안심해도 된다. 그런데 물속이 얼마나 깊은지 디스커버리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센서가 수면에서 지붕까지의 높이를 계산한 다음 차의 높이에서 이 값을 빼면 물의 깊이가 나온다. 똑똑한 디스커버리다. 디스커버리가 900밀리미터 물속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건 우선 공기흡입구를 높게 달았기 때문이다. 공기흡입구로 물이 들어가면 엔진까지 물이 들어차 시동이 꺼진다. 흡기 라인을 따라 실린더 안에 물이 들어간 상태에서 피스톤이 위아래로 움직이면 피스톤과 크랭크샤프트를 잇는 커넥팅 로드가 부러지기 때문이다. 디스커버리의 공기흡입구는 앞바퀴 위쪽의 앞 펜더 안쪽에 있다. 대부분의 자동차가 프런트 그릴 부근에 있는 것과 비교하면 물을 헤치고 앞으로 움직여도 물이 들어올 가능성이 매우 낮다. 뿐만 아니라 디스커버리는 ECU 같은 전기장치들을 밀봉하거나 실리콘으로 감싸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했다. 엔진 헤드와 블록 혹은 블록과 오일팬 사이에 들어가는 개스킷도 모두 방수 처리를 했다. 사실 이 부분에서 디스커버리는 일반적인 자동차와 가장 큰 차이가 난다. 벨트를 잡아주는 베어링과 여기에 쓰이는 윤활제는 물론 실링 등으로 철저히 방수 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일반 엔진이 빗물 정도를 튕겨내는 생활 방수용 시계라면 디스커버리의 엔진은 200미터 방수 기능을 갖춘 전문 다이버용 시계나 다름없다.
고스트(Ghost), 레이스(Wraith), 팬텀(Phantom), 던(Dawn). 롤스로이스 모델의 이름이다. 던만 빼면 모두 유령이라는 뜻을 지닌다. 롤스로이스는 왜 유령을 차 이름에 붙였을까? 던은 왜 유령이라는 이름을 받지 못했을까? 더 이상 쓸 만한 유령 이름이 없어서?
롤스로이스는 소음을 철저히 단속한다. 각종 흡음재와 방음재를 넉넉히 두르는 것도 모자라 소음이 안팎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엔진 룸을 꼼꼼하게 밀봉한다. 소음이 들이치지 않도록 틈새를 막는 건 물론이다. 그래서 차 안에 타고 있을 때뿐 아니라 밖에서도 유령이 ‘스르륵’ 지나가는 것처럼 움직인다. 롤스로이스가 의도한 것도 바로 이거다. 유령처럼 움직이는 차. 그래서 세 모델에 유령이란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던은 밝은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즐겁게 달리는 컨버터블이다. 유령이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 참고로 롤스로이스는 앞으로도 유령 이름에 얽매이지 않고 차의 특성에 맞게 이름을 짓겠다고 밝혔다. 유령을 뜻하는 그럴듯한 이름을 더 이상 못 찾은 듯하다. 그렇다고 롤스로이스에 캐스퍼란 이름을 붙일 순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