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본행경 제5권
26. 마권사수품(魔勸捨壽品)
해가 처음 돋아산마루를 비추듯
큰 광명을 놓아
두터운 어둠을 없애고
불법 가운데
바른 법을 빛내고 밝히며
펴시는 말씀이
청정하여 때[垢]가 없이 빛났네.
중생들은 마음이 미련하고 어두워
그윽이 깊은 골짜기 같지만
해의 큰 광명으로써
그윽한 어둠을 밀어 없애듯
맑게 개어 구름 한 점 없으면
햇빛이 비추지 않는 곳이 없네.
부처님께서 지극히 교화하므로
제도를 받지 않음이 없다네.
마치 큰 금산(金山)에
크게 성한 불로 제사 지내듯
물고기가 뜨거운 햇빛을 원망하여
번뇌로운 물을 다 마시듯 하였네.
욕계(欲界)의 번뇌왕은
그 이름을 파순(波旬)이라 불렀네.
무리들을 거느리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문득 이런 말로써 이야기하였네.
“부처님께서 지난날
니련하(尼連河) 가에 앉았을 때
나는 그때 여쭈되
‘모든 말씀은 가장 훌륭하며
모든 할 만한 일을 하여
그 일을 다 성취하였사오며
모든 깨달을 바를 깨닫고
이미 다 통달하여 남음이 없네.
서원하던 것이 구족하게 이뤄졌으니
이제 목숨을 버리소서.’
그때 나에게 대답하여
결정한 말씀으로 이르시기를
‘나는 지금 아직도
4부(部)의 큰 제자들이 없고
또한 아직도 사무쳐 통달한
지혜의 눈이 없노라.
여러 가지 부처의 일을 나타내어
크게 존중하는 곳을 세우는 것은
조그마한 방편으로써
졸지에 얻을 수 없노라.
밝지 않은 어둠을
빛으로 밝게 비추려 하거니
해가 하늘에 솟지 못하고
문득 도로 꺼질 수 없노라.
큰 바다 언덕 못 물은
용과 아수라의 고장이라
만약 사람이 발가벗은 몸으로
큰 바다를 건너고자 하듯이
만약 모기의 날개로
시방의 허공을 덮으려 하듯이
혹은 작은 개미 벌레로
사자와 싸우려 함과 같도다.
만약 다시 뜻을 내어
한꺼번에 능히 다 마시어
한량없이 많은 못 물을
남김없이 마르게 하며
만약 이 입김으로써
수미의 보배산을 불되
각기 나뉘고 흩어져
모두 티끌을 이룰지라도
언덕 못과 바닷물이며
수미의 보배 큰 산과
사자며 허공 등 이런 것은
오히려 다 없앨지라도
부처의 공덕 못과 수미산과
큰 바다와 허공 등은
시방의 천상 세간의 인간으로서는
능히 건너고 헤아리지 못하리라.
이런 까닭에 나는 이때는
그대 마왕에게 이렇게 말하노니
지금은 나에게 멸도(滅道)를
결정할 그때가 아닌즉
지금은 그대의
뜻하는 원을 펴지 말라’고 하였네.”
그 말씀을 따랐으므로
나는 부처님께 아뢰네.
“부처님의 모든 제자들은
지금 모두 조복된 현량(賢良)들로
금계(禁戒)를 지니고 정진하여
밝게 아라한을 이루었소.
몸이 땅 위에 머물러서도
손으로 해와 달을 어루만지고
몸의 신통을 크게 나타내어
대무결천(大無結天)에 이르오.
큰 생사 가운데서
나의 중생들을 겁탈하여
나의 경계 안에서 나가
무위(無爲)에 들게 함은 집에 돌아감과 같으니
부처님의 일체 지혜는
할 일을 판단치 않음이 없어
이름이 멀리 들려 큰 바다같이
시방세계에 널리 가득하였소.
부처님은 비길 성인이 없어
열 가지 힘으로써
보리수 아래 앉으며
견고하고 억센 인욕의 갑옷을 입고
손으로 굳세게
큰 자비의 강한 활을 잡고서
지혜의 활줄을 당겨
빠르고 날카로운 살을 쏘았소.
우리들 18억의 모든
마왕의 장군과 군사들은
때마침 지혜의 살 한 대 쏘아
나의 큰 군사들은 물러났다오.
마치 지난 옛날의 장수와 같이
홀로 큰 군사와 싸우되
날카로운 살 하나를 쏘아
구반다(鳩槃多)의 큰 군사를 이기듯 했소.
미움과 사랑의 두 가지 번뇌를
함께 멸해 남음이 없게 하고
마음으로 취한 코끼리를 조복하여
길이 잘 길들임을 얻게 했으며
바른 법의 큰 일산으로써
모든 제도할 사람을 덮어
일체의 모든 중생들
번뇌의 우박을 피하게 하였소.
간탐하는 입을 째어
싫음이 없는 마음으로 막았으며
거꾸러지고 요란스러운 성품을
아수라를 쳐부수듯 하여
가장 으뜸인
굳센 지혜의 보습[智慧犂]으로써
모든 광야의 번뇌 땅을 갈아
그 어리석고 미련한 언덕을 뒤엎었소.
크고 바르고 참된 법으로써
주도(晝度)의 미묘한 큰 나무
인간 세상에 내려와
꽃의 향기로 중생들을 배불리고
3유(有) 가운데 내려
넓고 큰 생사의 바다에
비어서 뜻이 없는 몸으로써
크고 바른 법의 구슬을 울렸소.
욕계(欲界) 가운데서
얽매어 갇힘을 당한 사람
생사의 성안에 모여
매우 고생스러워 이겨 낼 수 없으나
부처님은 역사(力士)와 같이
씻고 벗겨 다 나오게 하였으니
번뇌[漏]가 없는 온갖
진기한 보배 나루터를 얻게 하였소.
부처님은 바르고 크고 넓은
지혜의 큰 땅에 누워
지혜의 배꼽 가운데서
미묘한 연꽃을 피게 하니
그 향기는 비길 데 없이
천상과 인간의 마음을 움직여
모여 들어 교훈을 받음이
꿀벌이 꽃에 모여 꿀 따듯 하였소.
사자의 형상으로써
부처님은 용맹하고 날카로운 장사라
조복하기 어려운 저
번뇌의 아수라들을 조복하여
이미 모든 세간의
생사의 역사(力士)를 멸했으며
널리 삼계를 이겼으니
부처님이 가장 제일이시네.
세간에서 젖을 먹고
생장하여 힘이 있는 사람이나
혹은 교묘하게
신통과 변화를 나타내는 힘이 있다 해도
모든 천상과 인간계에 있어
이 길이 가장 제일이오.
이미 착한 법을 행함으로써
홀로 세상에 뚜렷이 나타났소.
지금이 바로 이 세간에서
목숨을 버릴 때인가 하오.”
그때 부처님께서는 마왕 파순의
갖가지로 권하는 말을 들었네.
하늘 가운데 하늘인 부처님께서는
범천의 맑은 소리로 이르셨네.
“이제 마왕은 기뻐하고
반드시 다시 근심이 없으리라.
지금부터 오래지 않아
석 달이 지나면 목숨을 버리리라.
마음을 애태우지 말라.
너 마왕의 소원이 이미 찼도다.”
부처님의 이런 맹세의 말을 듣고
마왕 파순은 아주 기뻐
즉시 부처님 앞에서
사라져 다시 나타나지 않았네.
이때에 부처님께서
이런 뜻을 결정하는 순간
뜻이 명료하여 지혜와 함께 했으나
잠깐 뒤에 도리어 뜻이 흩어졌다네.
앞에서 신통으로 얻으신
끝없는 수명을 놓아 버리셨네.
거룩한 신통의 힘으로써
다시 목숨을 석 달만 두셨네.
부처님께서 이미 끝없이
편안히 장수함을 놓아 버리자
땅 귀신은 곧 놀래어
여섯 가지로 크게 진동하였으며
사방에선 모두 소나기가 내려
벼락의 큰 불꽃이 떨어졌으니
마치 겁(劫)이 다할 때에
수미산이 벼락을 맞듯
벼락이 연이어 떨어져
널리 허공중에 가득 차
마치 겁이 다할 때
큰 땅이 불로 바싹 타듯 했네.
하늘 가운데 하늘인 부처님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읊으셨네.
“마치 깨어진 수레바퀴가
억지로 이 몸을 싣고 끄누나.”
이때 아난은 두렵고
흉악한 변괴를 보자
마음에 의심이 생겨 떨면서
부처님께 나아가 그 까닭을 물었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이르셨네.
“내 이미 장수할 것을 버렸더니
이런 까닭에 땅이 크게 움직이고
이런 나쁜 증상이 나타났느니라.”
이때 아난은 부처님의
이런 가르침의 말을 듣자
스스로 몸을 땅에 던져
전단향나무가 쓰러지듯이
모든 털구멍에서
피가 솟구쳐 흘러나왔네.
마음에 슬픔이 겨워
얼굴에 피눈물을 흘렸네.
첫째는 존경하는 스승이요
둘째는 형제로서의 사랑이라
애정이 무거워 다 풀지 못했으니
마음이 비통하고 혼미하여라.
사랑을 품고 익히도록 부처님을 보다가
한참 만에 겨우 말을 하였네.
맵고 쓰라리고 독한 괴로움으로
슬퍼하고 연모하는 말을 하였네.
“아아 슬프다, 어이 그리 원망스럽게도
무상이 그리 빠릅니까.
부처님 광명의 등불이
홀연히 꺼지려 하나이까.
마치 추울 때 뜨거운 불이요
더울 때 서늘한 비와 같이
애써 흰 일산을 드리우시므로
그 그늘을 힘입지 않음이 없습니다.
중생들이 매우 불쌍하게도
미혹해 길을 잃고서
큰 생사의 바다 가운데
끝없는 광야의 넓은 땅에 헤맬 때
사람에게 착한 길을 보여서
바로 길을 살펴 알게 하시던
삼계의 큰 도사(道師)께서
세상을 버리심이 어이 그리 빠르십니까.
널리 세상 중생들을 보건대
애욕의 열로 타고 있으며
머나먼 길에 두루 돌아 피로하여
가뭄에 목마름이 오래되었습니다.
감로수의 못 해탈의 물은
그 맛이 매우 청신하고 아름답거니
가장 으뜸가는 서늘한 못이
홀연히 마르려 하나이까.
과거와 현재와 미래 등
3세에 걸쳐 사무치지 않음 없고
마음이 미묘한 법에 들어
지혜의 빛나는 면목은
삼천대천세계를 비추어
마치 조촐함이 거울을 보는 것 같은데
세간의 눈이 문득 멸하여 장님 되니
한결같이 어찌 이렇듯 아프리까.
중생들이 돈독한 믿음을 세워
뿌리와 싹이 새로 돋기도 하고
점점 자라나 크기도 하며
또한 이미 성취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무리의 중생들이
부처님의 구름비를 목말라 하거니
이 온갖 다 자라는 싹들이
홀연히 가물어 불타게 하시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마흔 가지 지혜의 불빛이 빛나
일체 지혜의 큰 등불로
널리 삼천세계를 비추시어
큰 광명을 나타내어
일체 중생의 눈을 비추거니
다시 삿된 어둠 속에 내던지면
중생들은 어찌 불쌍치 않으리까.
깨달음의 지혜 못과 바다는
넓고 길고 깊고 멀어
부처님 홀로 먼저 건너시고
중생들을 돌아보아 어여삐 여기셨나니
이제 당장 세상을 버리시면
우리들은 누구를 믿고 의지하리까.
마치 사랑하는 부모님이
자식을 쓸쓸한 광야에 버림과 같습니다.
널리 중생을 사랑하여
사랑의 젖이 심히 가득하여
바른 법의 젖 국물이
감미롭고 크게 풍성하였거니
부처님의 크신 자비는
마치 처음엔 송아지의 어미 소 같은데
지금 송아지를 버려 외롭게 하니
우리들은 장차 가뭄에 마르리다.
오래 미혹해 길을 잃고
다섯 가지 어두운 골짝에 빠졌거니
중생들이 이런 고통을 제도할 자가
마치 외로운 송아지 같사옵고
부처님께서는 두루 찾아 헤매시어
사랑하는 어머니가 자식을 찾듯이
이제 누가 장차 찾아 주오며
우리들은 어찌 불쌍하기가 이러합니까.
이런 근심을 만나면
뒤가 끊기었다 다시 또 이어져
낮과 밤으로 서로 밀고 쫓아
두루 돌며 수레바퀴 돎과 같고
낮과 밤은 두 손발같이
방편으로 쉬일 길 없거니
무상한 목숨의 물을 움켜서
마셔도 싫거나 만족함이 없습니다.
저의 마음은 매우 미혹하고 거칠어
깨달아 알 길조차 없어
마음은 이 금강의 무더기라
능히 차마 파괴함이 없이
매양 부처님을 따라 모시었거니
그림자가 형상을 따름 같았습니다.
이제 형상이 홀연히 사라지면
그림자는 장차 무엇을 의지하리까.
지금 저는 부처님 하늘 가운데 하늘을
멀리 떠나 이별함은
몸에서 목숨이 떠나면
다시 이름으로 지목할 수 없음과 같습니다.
무상한 죽음의 원수가
어이 저를 쫓지 않겠나이까.
목숨이 마치어 그 몸을 버리면
어떻게 잠시인들 서오리까.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의 모임에서
일찍 이런 이치를 말씀하셨습니다.
‘그 도진제(道眞諦)를 증득한 이는
네 가지 신통이 구족하여서
능히 겁이 다하도록 오래살 수 있으며
혹은 또 더 지나갈 수도 있다.’고
부처님의 도 신통력은
자재로이 통하여 걸림이 없으시니
오직 부처님께서는 세상의 의지시라
이제 바라옵건대 목숨을 더 머무소서.
모든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바라옵건대 목숨이 한 겁 넘도록 하소서.
원하노니 부처님께서는 큰 자비를 드리우셔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목숨을 부지하여 길이 누리옵소서.
아직 제도치 못한 중생 너무나 많나이다.”
그러자 불ㆍ세존께서는
아난존자가 이와 같이
수심에 쌓여 매우 초췌함을 보고
위로해 어루만지시며
부처님의 큰 자비로써
더욱 사랑하며 말씀하셨네.
“너는 자세히 직접 보라.
세상은 마침내 다 없어지나니
일체의 세간 일이란
마침내 그렇지 않음이 없노라.
그것이 이루어져 있는 것은
무너져 없어지지 않음이 없고
모든 이루어져 있는 일은
시작과 마침을 당하고 마느니라.
그러나 뜻을 내어
열반의 안락함을 구함이 없도다.
내 먼저 너희들을 위하여
구족하게 법의 가르침을 폈거니
스승으로 삼아 경계할 일을
남겨두어 숨겨 놓은 것 없느니라.
내 몸이 만약 머물러 있거나
또 세상을 버린 뒤일지라도
너희들은 부지런히 법을 받들어
나의 색신(色身)을 삼으라.
다만 힘써 정진을 행하되
형상이 다하도록 금계를 받들라.
방편으로 지혜의 깨침을 구하되
급하기 머리털이 불탐을 구하듯 하여라.
수행하여야 할 도품이
무릇 서른일곱 가지가 있나니
속히 방편을 베풀어서
마음을 깨달아 통달케 하라.
모든 착함의 뿌리와 샘 줄기는
모두 다 인연을 따라 생기나니
멸정(滅定)의 동아줄로써
마음의 술 취한 코끼리를 얽어매라.
지혜의 억센 쇠갈퀴로
견제하여 돌아오도록 하라.
바른 진리[諦]로써 헤아려 보되
얽어서 벗어나지 않게 하라.
마음을 멸하고 고요히 정하여
지혜의 자비롭고 공경하는 눈으로
너희들은 반드시 이렇게
나의 법신(法身)을 살펴보라.
그렇게 언제나 나의
바른 법의 몸을 살펴보는 자는
내가 현재 세상에 있듯이
항상 나를 보고 떠나지 않으리라.
내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내지 미래세까지라도
괴롭고 독한 나무를 변화시켜
감로의 과일이 열리도록 하리라.
먼저 마땅히 7각의(覺意)의
꽃꿀을 부지런히 먹고
네 가지 도과(道果)를 증득하여
이어서 세간을 배부르게 하라.
속된 외도의 성현들도
다 깨달아 알지도 못한
후운(厚雲)과 상체(上體)며
결지(潔持)와 애생(愛生)이며
아결(我潔) 안상천(安庠天)이며
역려(力慮) 등 천제(天帝)까지도
이들은 다 도를 통달치 못하나
오직 내가 너희들을 깨치게 할 뿐이다.
끝과 밑이 깊은 데를 찾아
나올 길을 알지 못하는지라
한갓 외도들의 그쳐 쉰 것은
미혹해 다시 떨어지고 마느니라.
오직 불ㆍ세존만이
걸림이 없는 가장 지혜로운 그릇이라
이러므로 있음 가운데서
번뇌의 언덕을 무너뜨리노라.
마치 훌륭한 의사(醫師)가
여덟 가지 비밀한 약방문이 있듯이
내 이미 온갖 약의
가지 수를 분별해 알았노라.
간탐과 음식이 많은 것은
악로관(惡露觀)으로 약을 삼고
진에(瞋恚)에는 자비로써 제거하고
우치(愚痴)에는 지혜로써 소멸시키니라.
먼저 아난이
말한 것같이
부처님께서는 겁의 수[劫壽]를 살고
혹은 겁보다 더 길게 지날 수 있다.
이 과거의 부처님을 보니
세속을 따라 죽음에 나아가
세상의 수명을 다하지 않지만
다섯 번 목숨을 나누어 하나를 버리노라.
내 어찌 오래도록 이 뱀과
이 이무기의 광주리와 함께 하랴.
억지로 끌어도 반복이 없이
원수와 대적도 이미 다하였네.
썩어 무너지는 위태로운 집이며
뱀과 이무기는 몹시 두렵네.
아난아, 빨리 이 몸을 버리고
피함을 옳지 않다 할 것이냐.
너는 물에서 불을 찾고
쇳덩이 가운데서 금을 찾으며
연꽃 줄기에서
금강의 가지를 찾듯이
악하고 독이 든 그릇에서
감로약을 찾으며
미친 사람과 큰일을 의논하며
원수에게서 사랑을 찾고
지옥에서 즐거움을 구하고
측간에서 좋은 향기를 구하며
원숭이를 가르치고 훈계하며
가벼이 움직이지 말게 하라.
썩은 집은 오래도록 위태로운 벽을 하고
젖은 모래로써 성을 쌓으며
구름과 거품 물위의 물방울
이슬과 등불은 믿고 의지하기 어렵네.
흙 그릇에 물을 담으면
또한 오래도록 보전하기 어렵거니
가볍고 연약함이 이렇게 심하거늘
굳셈이 없이 빨리 무너져 버리도다.
마땅히 이렇게 깨달아 알라.
4대의 몸은 얻으려니와
어찌 바른 진리를 보는 이가
이 몸이 승화(昇華)함에 맡기랴.
중생들은 우치한 까닭에
기쁜 뜻으로 근심치 않고
남에게 죽음이 있음을 보나
스스로 그렇게 될 것을 헤아리지 않나니
마음을 요긴치 않은 데 두어
그 수명을 달아 없애려 말며
마침내 방편을 베풀어 자기를
이롭게 하는 착한 근본을 구하지 않으랴.
마땅히 이렇게 깨달아 알라.
온 세상은 무상으로 돌아간다고.
하늘과 땅의 보배, 돌산도
모두 다 멸해 없어짐에 돌아가며
큰 못과 바다 언덕 연못도
오래지 않아서 다 마르고 말며
이름이 보배 수미산도
또한 반드시 무너지고 만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