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화수경 제6권
21. 탄덕품(歎德品)
[보살이 하는 어려운 일]
그때에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구나. 그대는 부처님에게 보살마하살이 부처님 도를 깊이 행하고, 청정한 공덕에 머무르며, 부드럽고 화한 인욕을 즐겨하는, 이와 같은 일을 능히 물었으니, 너의 공덕은 측량하지 못하겠다. 왜냐하면 보살마하살은 어려운 일을 능히 하느니라.
비유하자면, 마치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사는 중생을 한 곳에 옮겨 놓는다면 이 일이 얼마나 어렵겠느냐?”
사리불이 여쭈었다.
“매우 어렵나이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이 하기에 어려운 일에 비교하면 백분 가운데 1분에도 오히려 미칠 수 없거든 백분, 천분, 백천만분 나아가 비유로는 미칠 수 없느니라.
사리불이여, 이 삼천대천세계에 사는 중생은 그만두고,
겁(劫)이 타 없어질 때에 삼천세계가 한 불덩어리가 된 것을,
어떤 사람이 입으로 한 번 불어 능히 없어지게 하였다가 한 번 불어 도로 살아나게 하여 큰 철위[大鐵圍], 수미(須彌)의 여러 산과 큰 바다, 물, 온갖 국토, 궁관(宮館), 동산 숲, 마을, 도시, 읍들을 그 이전대로 만들어 놓았다면,
네 뜻에 어떠하냐? 이 사람의 한 짓이 얼마나 어렵겠느냐?”
“매우 어렵겠나이다, 부처님이시여.”
“이 보살이 한 어려운 일에 비교하면 백분 가운데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거든 백분, 천분, 백천만분 나아가 비유로는 능히 미칠 수 없느니라.
또, 사리불이여, 비유하건대, 마치 어떤 사람이 발톱으로써 삼천대천세계를 깨뜨려 흩어버리고자 한다면
이 사람을 큰 힘을 나타낸다고 이름하겠느냐? 이름하지 않겠느냐?”
“부처님이시여, 그 힘이 매우 크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이 나타내는 큰 힘에 비교한다면 백분 가운데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고 백분, 천분, 백천만분 나아가 비유로는 능히 미칠 수 없느니라.
또 사리불아, 비유하자면 마치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땅씨[地種]를 물 위에 멈추게 하고 물은 바람에 멈추게 한 다음,
어떠한 사람이 풍제(風際)에서 이 세계를 들어 머리 위에서 어깨에 젊어지고 모기 정강이로 사다리를 만들어 가지고 둘러 올라가 범천(梵天)에 이르되 떨어지지 않는다 한다면,
네 뜻에는 어떠하냐? 이 사람의 묘한 재주[巧便]가 어려운 일이겠느냐? 아니겠느냐?”
사리불이 여쭈었다.
“이 사람의 묘한 재주로 이 삼천대천세계를 가지고 모기 정강이의 사다리를 돌아 위로 범천에까지 올라가도 떨어지지 않음은, 이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나이다.”
“사리불이여, 여래가 지금 너에게 실다운 말로 말하리라.
보살 방편의 큰 힘에 비교하면 백분 가운데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거든 백분, 천분, 백천만분 나아가 비유로는 미칠 수 없느니라.
왜냐하면 여러 보살마하살은 한량없는 몸과 마음의 정진을 성취하고,
큰 원행(願行)과 큰 방편을 깊이 발하고, 큰 지혜를 일으키고, 큰 세력을 이루고, 큰 두려움 없고,
크게 깨쳐 밝은 눈을 구하고, 큰 자비와 허하지 않은 행[不虛行]을 구하고,
상왕회관(象王廻觀), 사자분신(師子奮迅)의 무견정상상(無見頂上相) 이와 같은 여러 부처님의 큰 법을 구하며,
또한 비할 데 없는 가장 훌륭한 위의(威儀), 제일의 행과 비할 데 없는 공덕, 비할 데 없는 유화(柔和)를 구하며,
비할 데 없는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ㆍ방편을 행하며,
법의 상을 통달하며, 여래의 비할 데 없는 자재신력의 3륜(輪)을 나타내 보이며,
온갖 중생의 깊은 마음과 마음의 소행[心所行]를 잘 알며,
온갖 중생의 붙인 이름을 알기 원하며,
온갖 중생의 해탈ㆍ해탈지견(解脫知見)을 알기 원하며,
온갖 중생의 지와 관[止觀]을 알기 원하며,
중생들의 닦는 행도(行道)와 얻는 과보를 알기 원하며,
중생이 아는 여러 진리[諦]를 알기 원하며,
시방 온갖 중생들의 음성 말씨의 갖가지 차별을 알기 원하며,
중생들의 탐착의 깊고 얕음과 탐착을 여의는 것을 알기 원하며,
여러 법 가운데 받음 없는 지혜를 얻기 원하며,
여러 법의 업보를 공(空)하게 하는 지혜를 알기 원하느니라.
사리불이여, 요점만 들어 말하면, 여러 보살마하살의 구하는 것과 원하는 바의 지혜공덕과 원을 따르는 행, 행을 따르는 과보, 이 여러 가지 일 가운데는 비유할 수 없고, 말할 인연도 없다.
이러한 큰 원력 장엄 공덕은 오직 부처님께서나 아시고 부처님께 가까이하는 이가 알 수 있느니라.
[보살의 믿음]
사리불이여, 너희 여러 성문들은 믿음을 따라 능히 들어가고 여러 보살들은 믿음으로써 아느니라.
네가 능히 이 큰 공덕을 위하여 부처님께 이 일을 물은 것이니라.
이제 너를 위하여 소분(少分)을 말할 뿐이니라. 왜냐하면 네가 물은 보살의 일은 하루, 한 달, 한 해, 백 세(歲), 천 세, 백천만 세, 나아가 1겁(劫), 백 겁, 천 겁, 백천만 겁 동안에 능히 말하여도 끝낼 수 없느니라.
사리불이여, 꼭 알아라. 이 일은 한량없고 가없고 생각할 수 없는 아승기겁 동안에야 말할 수 있느니라.
사리불이여, 여래가 깨달아 아시는 여러 보살들이 최초에 발심한 그 중 낮은 한 생각의 공덕과 과보도 백천만에 말씀해 끝낼 수 없거든 하물며 다시 하루, 한 달, 한 해, 나아가 백 세에 모인 여러 마음의 공덕 과보를 어찌 다 말씀하랴? 왜냐하면 보살마하살이 큰 지혜를 구할 때엔 한량없는 공덕 인연을 능히 일으키느니라.
사리불이여, 여러 보살들의 행은 다함이 없으며,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남이 없는 법에 머무르게 하고자 하는 까닭이니라.
[보살의 행의 모습]
사리불이여, 여러 보살들의 행함은 알기 어려우니 깊은 법을 구하는 까닭이며,
여러 보살들의 행함은 매우 깊으니 온갖 법에 의지하지 않는 까닭이며,
보살의 행함은 가없고 같음이 없으니, 부처님의 지혜로써 가[邊]와 등차(等差)가 없게 한 까닭이니라.
여러 보살들이 행하는 바는 다함이 없고 제한(齊限)이 없느니라.
저곳에선 보시를 행하고 이곳에서 문득 그치거나, 이 물건은 주지만 이것은 못 준다거나, 이 사람에겐 주지만 이에게는 줄 수 없다.
[보시와 지계]
보살의 보시하는 것은 온갖 물건들을 버려 중생들에게 마구 주는 것이니라. 보살의 지계도 또한 제한이 없다.
날, 달, 햇수, 나아가 목숨이 다하기까지 다만 한량없는 아승기겁에 시방 온갖 중생과 부처님 도를 늘 위하는 까닭에 청정한 계행을 닦는 것이니,
이것이 보살의 업이니라.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의 하는 사업은 한 때에 그치나니, 이른바 도량에 앉아 일체법사량정인삼매(一切法思量淨印三昧)에 머물러 한 생각이 서로 응하는[一念相應] 지혜로써 온갖 여러 법을 마지막으로 통달해 끝내는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