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는요 저희 인터넷 선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케이블 본선에 문제가 있는 건데요. 이건 한전에 연락해서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날의 작업은 시작도 없이 싱겁게 끝났다. 창근은 곧장 차를 몰아 남한산성 근처의 시골스러운 경치를 가진 동네로 갔다.오골계가 요리되어 나오는 짜투리 시간에 그들은 으레 초면이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주고 받앗다. 서 너살 나이가 많은 창근이 먼저 말을 놓았다.
"난 이런 흙탕물은 처음이야. 내 살 던 아파트에서도 경비가 있었지만 이렇게 하는 줄은 몰랐지. 어쨌든 호기심은 생겨 과연 밑바닥이 어떤 건지......?"
성훈은 잠시 세상을 반쯤은 장난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걱정 없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한편 부럽기도 하고 한편 얄밉기도 한 마음이었다. 말을 트기로 한 터라 창근도 반말로 응대했다.
"형은 뭐 땜에 경비 들어왔어요?"
"엉, 그게 내 회사가 별로 일이 없어 가끔 일이 들어와도 밑에서 다 알아서 처리하니까 나갈 필요도 없고 .......?"
"나 같으면 그냥 집에서 놀겠네."
"나도 놀았지 한 이 년 여기저기 여행이나 다니면서 놀았어. 야, 근데 그것도 하루 이틀 이더라. 나중엔 지겹더라니까 우리 와이프가 서울에 아파트 관리소장이거든 그래 그렇게 심심하면 한 번 해보라 그러더라구 그래서 해본거야 근데 해보니까 재미 없네"
"형같은 사람이 우리같은 사람들 좀 도와 줘야지."
"응? 내가 왜?"
"우리들이야 무슨 힘 있어 형같이 그래도 힘 있는 가람들이 도와 줘야하는 거야."
"내가 그래야 되는거야?"
"아니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닌데 그러면 좋지."
"그래 하기는 경비들 좀 안 돼보이기도 하고 동 대표니 관리 소장이니 요 새끼들 얄밉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