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획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월라봉을 가기위한 우리들의 여정)
유난히 의식의 흐름대로 발걸음을 옮겼던 하루였습니다. 많은 팀원들이 소중한 시간을 내어 주어 감사하게도 대평리 박수기정 일대를 함께 걸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날씨도 무더워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다 모여 그런지 다른 코스에 비해 유난히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체력과 시간상 코스가 변경되었던 이번 수업이었는데, 예정된 코스대로 갔다면 3시간을 쉬지 않고 걸어야 하는 힘든 코스라고 합니다. '월라봉'만 올라가고 싶은 분들은 화순쪽에서 출발하는 길이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이니 개별적으로 올라 가실 때 참고해 주세요.
'올레 8코스'의 끝 지점이자 '올레 9코스'의 시작점인 '대평포구'에 모여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대평리'는 바다가 멀리 뻗어나간 넓은 들이라 해서 ‘난드르’라고 불리는 작은 마을입니다.
대평포구 쪽에서 바라보는 박수기정의 풍경이 절경입니다.
교수님을 따라 도민도 잘 모른다는 숨은 박수기정 뷰 포인트로 이동하였습니다.
박수 기정
높이가 평균 100m인 '박수기정'은 바가지로 떠먹는 물, 물이 솟아나서 쏟아지는 기정(절벽)이다해서 '박수기정'이라 불립니다.
박수기정은 월라봉에서부터 흘러내린 용암이라고 하지만 확실하게 조사가 마무리되진 않았습니다.
박수기정의 아래쪽은 '응회암'(가까운 곳에서 용암이 분출해서 물을 만나 폭파함)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후 '조면암'이 흘러져 내려와 그 위를 덮고 있습니다. 원래는 둥그스름한 모습이었는데 침식이 되고 깍여져서 파쇄된 돌들은 아래 널브러져 있고 수직 절벽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멀질
박수기정 위쪽으로는 넓고 평평한 밭이 있는데 전부 사유지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동네 말들을 머물게 하고 쉬게 했다고 합니다. 말을 절벽 아래로 데리고 내려와 포구 에서 배를 태워서 어디론가 보내졌는데, 말이 다니던 길이라 해서 제주어로 ‘몰질’(원래는 ‘멀질)이라 불렀다 합니다.
말들이 보내지던 포구는 당나라 때 만들어져 ‘당케’라 불렸으며, 제주에서 키우던 말을 중국으로 보내기 위해 포구를 이용했는데 조공으로 바치기 위해 해상 수송을 하면서 선대의 통곡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몰질’을 따라 '올레길 9코스'를 만들었으나 사유지로 인해 길이 변경되어 '올레길 9코스'에서는 더 이상 박수기정의 해안가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이 추천해 주신 박수기정 뷰 포인트에서 '왜가리'도 만났습니다.
'두루미'와 비슷해서 '왜가리'인지 '두루미'인지 헷갈립니다.
조선시대에 선비들이 입던 평상복인 학창의는 '두루미'를 형상화했고, 조선시대 문신의 관복에 붙이는 장식인 흉배에도 '두루미'가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만난 아이는 '왜가리'인 것 같습니다. 두루미의 머리는 붉은색인데 바다에서 만난 새의 머리색은 흰색이었습니다.
박수기정 뷰 포인트인 해안을 빠져나와 말이 다녔던 길인 '몰질'을 따라 올라가면 정글로 이어져 있을 것만 같은 숲길이 나옵니다.
굽이굽이 이어진 신비로운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가끔 뱀도 만날 수 있습니다.
사람보다 뱀이 사람을 더 무서워하니 오름에서 뱀을 만나도 놀라지 마세요. 긴 막대기가 있으면 주위를 살살 쳐서 뱀이 사라지게 만듭니다. 뱀 중에 ‘유혈목이’는 상대적으로 독이 적고, 시커먼 아이들은 독이 많은데 ‘살모사’라고 불립니다. 살모사가 보이면 피해가는게 좋겠지요.
올라가는 길에 '군산오름'도 보입니다.
'굴메오름'이라고도 불리는 군산오름은 제주도에서 면적이 제일 넓은 오름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조면암'을 볼 수 있어요. 이곳이 만들어진 시기에 나온 용암은 현무암 중에서 ‘조면 현무암’이라 불리고 집중적으로 나온 시기가 50만 년 전 - 80만 년 전 사이에 만들어졌어요. 산방산, 월라봉, 각시바위, 가파도, 범 섬, 섶 섬 등에서 '조면암'을 볼 수 있습니다.
엉겅퀴 중에서 제주에 있는 건 ‘가시 엉겅퀴’입니다. 제주어로는 ‘소앵이’라고 불립니다.
엉겅퀴를 국화로 삼은 나라가 있는데 바로 스코틀랜드입니다. 적이 침입했을 때 엉겅퀴 덕분에 적을 막고 나라를 구해서 국화가 되었습니다.
추자도, 강원도에서는 엉겅퀴를 먹는데 강원도에서 먹는 엉겅퀴는 '고려엉겅퀴'이며 우리가 흔히 아는 '곤드레'입니다.
길을 따라 올라가니 평지밭 전체에 예쁜 감자꽃이 피어서 모두가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꽃이 활짝 핀 감자를 보고 있으니 다들 시인이 되어 절로 마음을 글로 표현하고 싶어졌답니다.
계절이 주는 선물 같은 풍경, 이런 맛에 길을 걷고 또 걷지요.
'조슨다리' 안내판은 보수 중이라 글로 읽을 수 없었지만 교수님의 이야기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마을에 살던 할머니 한 분이 화순에 있는 손주의 학교 등교를 위해 평생 바느질을 해서 번 돈 전부를 들여, 인부를 사서 바위를 조사서 절벽 밑과 마을 위를 연결하였다고 합니다. 오지였던 마을이라 길이 없어 그렇게 길을 만들었고 그 일대를 '조슨다리'라고 부릅니다.
옆 마을로 가는 길이 없을 정도로 감춰진 오지 마을이었는데 기도하면 좋겠다 생각해서 정신수양하는 사람들이나, 배우나 영화감독들이 들어와서 살면서 대평리가 점점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원래의 목적지는 '월라봉'이었는데 지친 기색이 역력한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께서 배려를 해주셨습니다.
'대흥사' 밑 길을 따라 월라봉으로 가야 하는데 다른 길로 가볼까 고민하다 간식으로 소금빵과 돌담베이글을 먹고 아쉬운 마음을 남기고 하산했습니다. 힘들어도 더 걸어 볼 걸 그랬나 봅니다. 안 가본 길에 더 미련이 남는 법이니까요.
식사도 함께하지 못해 더욱더 아쉬운 '대평리' 수업이었습니다.
석위 : 바위에서 자라는 고사리............................................ 등심붓꽃
아쉬운 마음을 자작 시로 마무리해봅니다.
감자꽃 (지은이 : 란경)
친근해서 몰랐는데
이 계절에 너를 만나니
내가 알던 너는,
껍데기에 지나지 않았구나.
속이 꽉 찬 알맹이만큼이나
이렇게 아름다운지 이전엔 미처 알지 못했네.
울퉁불퉁한 면만 보고 산 건 아닌지
쑥스러워지는 나의 모난 마음.
활짝핀 너의 모습, 이 계절이 지나도 잊지 않을
알맹이까지 어여쁜 감자꽃.
자연과 함께하면 모두가 절로 예술가가 되나 봅니다 ^ㅁ^
첫댓글 우와~
란경님. 해설도 좋지만.
시가 너무 좋아요.우리 옆에 있는 시인을 몰라봤네요~
노래도 잘해.시도 잘써.~
아침준비하다 행복해집니다^^
저번주는 유난히 다리가 무거웠어요.
그래도 교수님의 배려덕에 잘 다녀올수 있었습니다.
그날의 오후의 분위기가 잘 느껴지네요~~
자작시가 너무 아름다운 감동적인 후기였습니당~ 😍
교수님 말씀을 동영상으로 찍으시더니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셨네요
몇번을 썼다 지우고 고치기를 반복했는지 완성도 높은 후기를 쓰시느라 엄청 고생하셨어요
작가로 등단해도 될만큼의 수려한 글솜씨가 일품입니다.
란경샘의 후기가 오름 19기의 후기수준을 레벨업 시켰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육지에서도 텃밭을 가꾸고 있어 감자를 늘 심었지만 꽃이 이리예쁜지 몰랐네요. 사실 꽃을 본 기억도 없네요 😂 란경님의 시를 다시 읽으니 울컥하네요. 이 계절에 이 수업을 듣게 되어 우리도 한층 더 아름다워졌습니다. 참석못해 아쉬웠는데 후기읽으며 달래봅니다. 월라봉은 꼭한번 가보겠습니다.
박수기정 꼭 한번 가봐야겠어요
글을 읽으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란경작가님의 육성으로 들었던 시한편과 커피도 잊기 어려울것 같네요 ㅋㅋㅋ
박수기정에대해 궁금한것이 많았는데, 이번 탐방을통해 알게되었습니다.
멋진 후기와 아름다운 시 감동이었습니다
행복한 기억은
쉬 잊혀지지도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오늘도 그 날도
맑은 바람이 함께하는
기분좋은 걸음이었어요.
자연은 우리를 예술가로 만드는
특별한 힘이 있나 봐요.
화가로, 시인으로, 음악가로
때론 무용가로 ㅎㅎㅎ
자연은 늘 위대한 스승입니다.
수고하셨어요~^^
알멩이까지 어여쁜 글!
잘 읽었습니다.^.*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아도 유익하고
유쾌한 오름해설사 19기 심화반!
금요일이 늘 행복한 이유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