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 몸 속이야기(내경편) 2권
개요
이 부분은 허준이 오장육부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정리하기 위해 설정해놓은 곳이다. 먼저 오장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기 전에 오장 상호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비중을 두어 설명한다. 오장육부란 무엇이며, 오장과 육부의 관계는 어떠한가, 몸 안의 오장육부와 몸 바깥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등이 일차적인 관심이다. 이어서 포와 충에 대해서 나열하고 있는데, 포는 여자포 즉 자궁을 말하며, 충은 기생충을 말한다. 이 두가지는 오장육부에 속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인체의 구성부분이기에 이곳에 덧붙였다. 충이 이곳에 있는 것은 기생충을 인체의 일부로 판단하는 도가적 의학이 수용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장육부
오장과 육부를 줄여서 장부라고도 하는데 장부는 다시 음과 양으로 나뉜다. 오장, 즉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은 양에 속하고 육부, 즉 담(膽), 위(胃), 소장, 대장, 방광, 삼초(三焦)는 양에 속한다. 각각의 장부는 그 나름의 고유한 기능을 갖고 있지만 오장과 육부라는 두 범주로 이를 묶은 것은 크게 보아 주된 기능을 둘로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오장은 정기(精氣), 신기(神氣), 혈기(血氣), 혼백(魂魄)을 간직하는 반면 육부는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진액을 돌게하는 기능을 한다. 오장은 정기를 간직하기만 하고 내보내지는 않기 때문에 가득차도 실해지지 않는다. 오장과 육부는 각각 짝을 이룬다. 폐는 전도지부(傳道之腑)라 하는 대장과 짝을 이룬다. 심(心)은 수성지부(受盛之腑)라 하는 소장과 짝을 이룬다. 간은 중정지부(中正之腑)라 하는 담과 짝을 이룬다. 비(脾)는 오곡지부(五穀之腑)라 하는 위(胃)와 짝을 이룬다. 신(腎)은 진액지부(津液之腑)라 하는 방광과 짝을 이룬다. 삼초(三焦)는 중독지부(中瀆之腑)라 하며 육부 가운데 유일하게 짝이 없다. 대신 물이 나가는 길과 통해 있기 때문에 같은 육부 중 방광에 속한다. 오장은 몸의 내부에 있는 장기이지만, 얼굴에 있는 일곱 개의 구멍과 연결되어 있다. 코는 폐에 속한 기관으로 코로 드나드는 폐의 기운이 조화되어야 코로 향기로운 냄새를 잘 맡을 수 있다. 만약 폐에 병이 생기면 숨이 차고 코를 벌름거리게 된다. 눈은 간에 속한 기관으로 간의 기운이 조화되어야 눈으로 다섯가지 색깔을 잘 분별한다. 만약 간에 병이 생기면 눈시울이 퍼렇게 된다. 혀는 심(心)에 속한 기관으로 심(心)의 기운이 조화되어야 혀가 다섯가지 맛을 잘 알 수 있으며, 심에 병이 생기면 혀가 말려 짧아지며 광대뼈 부위가 벌겋게 된다. 입은 비(脾)에 속한 기관으로 비(脾)의 기운이 조화되어야 입이 음식맛을 잘 알 수 있으며, 비가 병들면 입술이 누렇게 된다. 귀는 신(腎)에 속한 기관이므로 신(腎)의 기운이 조화되어야 귀가 다섯가지 소리를 잘 들으며 신(腎)에 병이 있으면 광대뼈 부위와 얼굴이 검게 된고 귀가 몹시 마른다. 오장과 육부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동의보감』은 어느 한 장부가 병들면 그와 통하는 장부를 치료하면 쉽게 낫는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심(心)과 담(膽)은 서로 통하기 때문에 심병으로 가슴이 몹시 두근거리면 담을 따뜻하게 해주고, 담병으로 몸을 몹시 떨거나 전광증이 생겼을 때에는 심을 보해주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간과 대장은 서로 통하기 때문에 간병에는 대장을 잘 통하게 해주어야 하고, 대장병 때에는 간경(肝經)을 고르게 해주어야 한다. 또 비와 소장은 서로 통하기 때문에 비장에 병이 있을 때에는 소장의 화(火)를 내보내주어야 하고, 소장에 병이 있을 때에는 비(脾)를 보충해주어야 한다. 또 폐와 방광은 서로 통하기 때문에 폐병에는 방광의 수(水)를 깨끗이 비워주어야 하며, 방광병에는 폐의 기운을 맑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신(腎)과 삼초(三焦)는 서로 통하기 때문에 신(腎)이 병들었을 때에는 삼초를 조화시키는 것이 좋고, 삼초에서는 신(腎)을 보하는 것이 좋다.
간장
간은 두 개의 큰 잎과 한 개의 작은 잎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왼쪽은 다시 세 개, 오른쪽은 네 개의 잎으로 갈라져 있다. 그 모양은 마치 나무껍질이 갈라진 것과 같으며, 잎모양으로 생긴 각 부분에는 경맥이 흐르고 있다. 간은 봄을 주관한다. 간의 경맥인 족궐음(足厥陰)과 족소양(足少陽)이 주치(主治)하는 날은 갑일(甲日)과 을일(乙日)이다. 동쪽은 풍(風)을 생기게 하고 풍은 목(木) 기운을 생기게 하며, 목 기운은 신 것을 생기게 하고 신 것은 간을 생기게 한다. 만물 가운데는 간과 같이 분류되는 것이 있다. 먼저 간은 음(陰) 중의 소양(少陽)이 되므로 봄과 통한다. 또 하늘에서는 바람이, 땅에서는 나무가, 몸에서는 힘줄이, 빛깔로는 푸른빛(蒼)이, 음(音)에서는 각(角)이, 소리에서는 부르는 것(呼)이, 동작에서는 쥐는 것(握)이, 구멍에서는 눈이, 맛에서는 신맛이, 감정에서는 성내는 것이, 진액에서는 눈물이, 겉으로 나타난 것은 손톱이, 냄새는 비린내가, 괘에서는 진괘(震卦)가, 생수(生數)는 3, 성수(成數)는 8, 곡식에서는 팥, 집짐승에서는 개, 벌레에서는 털이 난 벌레, 채소에서는 부추가 간과 함께 분류되는 것들이다. 간은 몸 안에 있으므로 육안으로 볼 수 없으나 사람의 외양을 보고 간의 크기나 위치, 그리고 상태를 알 수 있다. 얼굴빛이 푸르고 살결이 부드러운 사람은 간이 작고 살결이 거친 사람은 간이 크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 속에 나쁜 피가 몰려 있거나 몹시 화를 내어 기운이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고 옆구리 아래로 몰리면 간이 상한다. 이처럼 사기가 간에 있으면 양쪽 옆구리가 아프면서 아랫배까지 아프다. 또한, 간의 기운이 허하면 무서워하고 실(實)하면 성을 낸다. 간이 허하면 눈이 침침해지고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된다. 간은 땅겨지는 것(急)을 괴로워하는데 이럴 때는 단 것을 먹어 풀어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감초를 쓰고 흰쌀이나 소고기, 대추 등도 좋다. 또 간은 흩어지는 것을 좋아하므로 매운 것을 먹어 흩어야 한다. 간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음력 1, 2, 3월의 초하루 아침에 동쪽을 향해 앉아서 이를 세 번 맞쪼고 맑은 공기를 9번 마신 다음 90번 숨쉴 시간 동안 숨을 참는다. 또 똑바로 앉아서 양손으로 위 부위를 힘주어 누른 다음 천천히 몸을 좌우로 늦추기를 각각 세 번에서 다섯 번 하고 다시 바로 앉아 양팔을 끌어다가 서로 교차시켜 손들이 가슴으로 향하게 하여 세 번에서 다섯 번 정도 잡아당기면 간에 생긴 적취(積聚)나 풍사(風邪), 독기를 없앨 수 있다.
심장
심장은 피어나지 않은 연꽃 같이 생겼는데 위는 크고 아래는 뾰족하며 폐에 거꾸로 붙어 있다. 또 심포락(心包絡)이 있어 심장을 싸고 있다. 심장 가운데에는 9(혹은 7)개의 구멍이 있는데 여기에 천진(天眞)의 기를 이끌어가는 정신이 들어있다. 심장의 무게는 12량 정도 된다. 아주 지혜로운 사람은 심장에 구멍이 7개 있고 털이 3개 있으며, 중간 정도 지혜로운 사람은 구멍이 5개 털이 2개 있고, 지혜가 얕은 사람은 구멍이 3개 있고 털이 하나 있다. 심장(心臟)은 여름을 주관한다. 심장의 경맥인 수소음(手少陰)과 수태양(手太陽)이 주치(主治)하는 날은 병일과(丙日)과 정일(丁日)이다. 남쪽은 열(熱)을 생기게 하고 열은 화(火) 기운을 생기게 하며, 화 기운은 쓴 것을 생기게 하고 쓴 것은 심(心)을 생기게 한다. 심장과 같이 분류되는 것으로 하늘에는 열이고 땅에서는 불이며, 괘에서는 이괘(离卦), 몸에서는 맥, 색깔에서는 붉은 색, 음(音)에서는 치(徵), 소리에서는 웃음, 구멍에서는 혀, 맛에서는 쓴 맛, 감정에서는 기쁨, 진액에서는 땀, 냄새에서는 탐는 냄새, 숫자는 7, 곡식은 보리, 집짐승은 양, 벌레에서는 날개있는 벌레, 과실에서는 살구, 채소에서는 염교이다. 심장은 오장과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오장에 병이 생기면 먼저 심장이 침범을 받는다. 얼굴빛이 붉고 살결이 부드러운 사람은 심장이 작고, 살결이 거친 사람은 심장이 크며, 명치뼈가 없는 사람은 심장이 높이 위치해 있고, 명치뼈가 작고 짧은 사람은 아래에 위치해 있다. 명치뼈가 긴 사람은 심장이 튼튼하고 명치뼈가 작고 약하면 심장도 약하다. 심장에 사기가 있어 앓을 때에는 가슴이 아프고 잘 슬퍼하며 때로 어지럼증이 나서 넘어진다. 심기가 허하면 슬퍼하고 실하면 계속 웃는다. 심장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음력 4월과 5월, 초하룻날과 보름날 이른 아침에 남쪽을 향해 단정하게 앉아서 이빨을 아홉번 맞쪼고, 침으로 세 번 입안을 가셔서 삼킨 다음 조용히 생각하면서 이궁적색기(离宮赤色氣)를 세 번 들이마시고 30번 숨쉴 시간 동안 숨을 참는다.
비장
비장은 형태가 말발굽과 같고 위완(胃脘)을 둘러싸고 있는데 토(土)를 상징하고 있다. 비(脾)는 원래 도와준다(俾)는 의미로 위(胃)의 아래에 있으면서 위기를 도와서 음식이 잘 소화되게 한다. 위는 주로 받아들이고 비는 주로 소화시킨다. 비(脾)는 늦은 여름(長夏)을 주관한다. 비장의 경맥인 족태음(足太陰)과 족양명(足陽明)이 주치(主治)하는 날은 무일과(戊日)과 기일(己日)이다. 가운데서 습(濕)이 생기며, 습은 토(土) 기운을 생기게 하며, 토 기운은 단 것을 생기게 하고 단 것은 비(脾)을 생기게 한다. 비장과 같이 분류되는 것은 하늘에서는 습함이고 땅에서는 토(土)이며, 괘로는 곤괘(坤卦)이며 몸에서는 살이며 구멍에서는 입, 맛에서는 단맛, 지(志)에서는 생각하는 것, 진액에서는 침, 겉으로 나타난 것은 입술, 냄새로는 향기로운 것, 숫자로는 5, 곡식으로는 기장, 집짐승으로는 소, 벌레로는 벌거숭이, 과실에서는 대추, 채소로는 아욱이다. 비장은 주로 위기(衛氣)가 음식을 빨리 받아들이게 만드는 작용을 하는데 입술과 혀의 상태를 보면 비장이 좋고 나쁜 것을 알 수 있다. 누런 빛이 나고 살결이 부드러운 사람은 비장이 작고 살결이 거친 사람은 비장이 크다. 입술이 들린 사람은 비장이 높은 위치에 있고, 입술이 아래로 처진 사람은 비장도 아래로 처져 있다. 입술이 단단한 사람은 비장이 든든하고 입술이 두터우면서 단단하지 못한 사람은 비장이 연약하다. 아래위의 입술이 다 좋은 사람은 비장의 위치와 모양이 바르고 입술이 치우쳐 들린 사람은 비장이 비뚤게 놓여 있다. 비장이 상하면 겉으로는 얼굴빛이 누렇고 트림을 잘하며 생각이 많아지고 맛을 잘 알게 된다. 비장의 기운이 허하면 팔다리를 쓰지 못하고 오장이 편안치 못하다. 실하면 불러 오르고 오줌이 잘 나가지 않는다. 비장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다음의 도인법을 쓴다. 편안하게 앉아서 한쪽 다리는 펴고 한쪽 다리는 구부린 다음 양손을 뒤로 가져갔다가 끌어당기기를 각각 세 번에서 다섯 번 씩 한다. 다음에 꿇어앉아서 양손으로 땅을 짚고 목에 힘을 주어 돌리면서 범처럼 보기를 각각 세 번에서 다섯 번씩 하면 비장에 있던 적취(積聚)와 풍사(風邪)가 없어지고 음식을 잘 먹을 수 있게 된다.
폐장
폐장은 어깨와 비슷한 모양으로 생겼고, 두 개의 퍼진 잎과 여러 개의 작은 잎으로 되어 있다. 속에는 24개의 구멍이 줄지어 있어 이리로 여러 장부에 흐리고 맑은 기를 내보낸다. 폐(肺)는 가을을 주관한다. 폐의 경맥인 수태음(手太陰)과 수양명(手陽明)이 주치(主治)하는 날은 경일과(庚日)과 신일(辛日)이다. 서쪽은 조(燥)한 것을 생기게 하고, 조한 것은 금(金) 기운을 생기게 하며, 금 기운은 매운 것을 생기게 하고 매운 것은 폐(肺)를 생기게 한다. 폐와 함께 분류되는 것으로 하늘에서는 마른(燥) 기운, 땅에서는 금(金), 괘에서는 태괘(兌卦), 몸에서는 피부와 털, 색으로는 흰색, 음(音)에서는 상(商), 소리에서는 울음, 구멍에서는 코, 맛은 매운 맛, 감정은 근심, 경맥은 수태음, 진액은 콧물, 겉에 나타난 것은 털, 냄새는 비린내, 숫자는 9, 곡식은 벼, 집짐승은 닭, 벌레는 딱지가 있는 것, 과실은 오얏(李), 채소는 부추이다. 얼굴이 희고 살결이 부드러운 사람은 폐가 작고, 살결이 거친 사람은 폐가 크다. 어깨가 퍼지고 가슴이 나오고 목이 짧은 사람은 폐가 높이 있고 겨드랑이가 맞붙고 갈비뼈가 벌어진 사람은 폐가 아래로 처져 있다. 어깨와 등이 두터운 사람은 폐가 튼튼하고 어깨와 등이 엷은 사람은 폐가 약하다. 폐에 사기가 있으면 피부가 아프고 춥다가 열이 나며 기가 위로 치밀어 올라 숨이 차고 땀이 나며 기침할 때 어깨와 등을 들썩인다. 폐기가 허하면 코로 숨쉬기가 힘들고 숨결이 약해지고, 실하면 숨이 차서 헐떡이며 가슴에 손을 대고 고개를 젖히며 숨을 쉰다. 폐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다음 방법을 쓴다. 단정히 앉아서 양손으로 땅을 짚고 몸을 오그리고 등을 구부린 다음 위를 향하여 다섯 번 들면 폐에 들어왔던 풍사(風邪)와 피로가 없어진다. 또 주먹으로 등뼈의 왼쪽과 오른쪽을 각각 세 번에서 다섯 번씩 치면 가슴 사이에 있던 풍독(風毒)이 없어진다. 그런 다음 숨을 멈추고 눈을 감고 한참 있다가 침을 삼키고 세 번 이를 맞쪼고 그만둔다.
신장
신장은 두 개로 강낭콩처럼 생겼고, 서로 마주 보고 있으며 등에 붙어 있다. 겉은 기름덩이로 덮여 있고 검으며 속은 허연데 주로 정액을 저장한다. 신장은 다른 장부와 달리 두 개이지만 두 개가 모두 신장은 아니고, 왼쪽의 것만을 신장이라 하고 오른쪽의 것은 명문(命門)이라 한다. 명문은 정신이 머물고 원기가 생겨나는 곳으로 남자는 여기에 정(精)을 간직하고, 여자는 여기에 포(胞)가 매달려 있다. 신장은 겨울을 주관한다. 신장의 경맥인 족소음(足少陰)과 족태양(足太陽)이 주치(主治)하는 날은 임일과(壬日)과 계일(癸日)이다. 북쪽은 찬 것(寒)을 생기게 하고, 찬 것은 수(水) 기운을 생기게 하며, 수 기운은 짠 것을 생기게 하고, 짠 것은 신장을 생기게 한다. 신장은 겨울을 주관하며 족소음(足少陰)과 족태양(足太陽)에 관련되어 있다. 북쪽은 찬 것을 생기게 하며, 찬 것은 물을 생기게 하고, 물은 짠 것을 생기게 하고 짠 것은 신장을 낳는다. 신장과 같이 분류되는 것들로 하늘에서는 찬 것, 땅에서는 물, 괘에서는 감괘(坎卦), 몸에서는 뼈, 색깔로는 검은색, 음(音)으로는 우(羽), 소리는 앓는 소리, 구멍은 귀, 맛은 짠 것, 감정은 두려움, 경맥은 족소음, 진액은 침, 겉에 나타난 것은 머리털, 냄새는 썩은 냄새, 숫자는 6, 곡식은 콩, 짐승은 돼지, 벌레로는 비늘 있는 것, 과실은 밤, 채소는 미역이다. 신장에 사기가 있으면 뼈가 아프거나 음비병(陰痺病)이 생긴다. 음비병이 생기면 배가 불러 오르고 머리가 아프며 대변 보기가 힘들고 어깨와 등, 목이 아프고 어지럼증이 생긴다. 신장이 허하면 배가 불러 오고 정강이가 붇고 숨차고 기침이 나며 몸이 무겁고 잠잘 때 땀이 나며 바람을 싫어한다. 신장을 튼튼하게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단정히 똑바로 앉아서 양손을 위로 들었다가 좌우 귀를 지나 옆구리로 끌어 내리기를 세 번에서 다섯 번 한 다음, 손을 가슴에 댓다가 좌우로 펴고 몸을 세 번에서 다섯 번 늦춘다. 다음 앞뒤와 좌우로 각각 십여 번 뛰면 반드시 허리와 신장, 방광 사이에 있던 풍사(風邪)와 적취(積聚)가 없어진다.
담부
담은 겨드랑이를 주관하며, 검은 색을 띠고 달려있는 박같이 생겼다. 간의 작은 엽 가운데에 붙어 있는데 맑은 즙 세 홉을 담고 있으며 드나드는 구멍은 없다. 이 맑은 즙은 간의 남은 기운이 흘러 들어가 모인 것으로 사물을 환히 보게 만든다. 그래서 청정의 부(淸淨之腑)라고 하며 눈과 통해 있다. 담의 상태는 손발톱에 나타나는데 손발톱이 두껍고 누런 빛이 나면 담이 크고 손발톱이 얇고 빛이 연하면 담이 작다. 손발톱이 크고 푸른빛이 나면 담이 당겨져 있고, 손발톱이 연하고 붉은빛이 나면 담이 늘어져 있으며, 손발톱이 곧고 흰빛이 나면서 금이 없으면 담이 바로 놓여있다. 손발톱이 밉고 검은빛이 나며 무늬가 많은 것은 담이 뭉쳐있기 때문이다. 담은 용감함을 주관하는데 만약 크게 놀라거나 무서움을 당하면 담이 상한다. 담이 허하면 무서워서 혼자 자지 못하고 담이 실하면 성을 잘 내고 잠이 많다. 담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편안히 앉아서 발바닥을 맞대고 머리를 위로 쳐들고 두 손으로 발목을 끌어 당겨 세 번에서 다섯 번 굽혔다 폈다 한다. 그런 다음 털썩 주저앉아 두 손으로 땅을 짚고 몸을 든 다음 허리와 등에 세 번에서 다섯 번 힘을 주면 담에 있던 풍독(風毒)과 사기가 없어진다.
위부
위는 음식물과 기혈이 모이는 곳이다. 위는 오장육부의 바다와 같은데 그것은 음식물이 위에 들어가야 오장육부가 다 위에서 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물이 위에 들어가면 위는 가득 차고 장(腸)은 비게 된다. 즉 위가 가득 차면 장이 비고 장이 가득 차면 위가 빈다. 이와 같이 가득 찼다가 비고, 비었다가 가득 차기 때문에 기가 오르내리게 되어 병이 생기지 않는다. 위장의 상태는 팔꿈치와 무릎 뒤에 뭉쳐 있는 살에 나타난다. 이곳이 단단하고 크면 위도 튼튼하고 이곳이 작으면 위도 약하고 늘어진다. 위병 때에는 배가 불러 오르고 위완(胃脘) 부위가 아프며 양쪽 옆구리가 치받치고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거나 내려가지 않는다. 위(胃)의 맥이 실하면 배가 불러 오르고 허하면 설사가 자주 난다. 만일 위 속에 원기가 왕성하면 음식을 잘 먹을 수 있고 상하지도 않으며 시간이 지나도 배고프지 않다. 비위(脾胃)가 다 왕성하면 잘 먹고 살이 찌나 비위가 다 허하면 잘 먹지 못하고 여윈다. 혹 적게 먹어도 살이 찌는 것이 있는데 비록 살이 찐다고 해도 팔다리를 잘 쓰지 못한다.
소장부
위는 음식물을 소화해서 찌꺼기를 아래의 구멍으로 내려 보내는데 그것은 소장의 윗구멍으로 들어간다. 위와 소장이 만나는 이 부위를 유문(幽門)이라 한다. 소장으로 간 것들 중에서 맑고 흐린 것이 갈라져서 액체는 방광으로 들어가고 찌꺼기는 대장으로 들어간다. 소장의 상태는 입술의 두께와 인중의 길이로 알 수 있다. 소장병 때에는 아랫배와 허리와 등골이 아프며 음낭이 켕기고 때로 귀 앞이 달아 오른다. 이는 소장에 삿된 기운이 있기 때문이다. 또 소장에 병이 있으면 설사가 난다.
대장부
대장은 회장(廻腸), 혹은 광장(廣腸)이라고 하는데 길이는 21자이다. 무게는 2근 12량이며 오른쪽으로 16굽이 감겨져 있다. 위아래에 큰 주름이 있으며 아래의 끝은 항문과 연결되어 있다. 대장의 상태는 코의 길이를 보고 알 수 있다. 또 피부를 보아도 대장을 알 수 있는데 피부가 두터우면 대장도 두텁고 피부가 얇으면 대장도 얇다. 피부가 이완되어 있으면 대장이 굵고 길며, 피부가 긴장되어 있으면 대장이 가늘고 짧다. 또한 피부가 매끈하면 대장이 곧다. 피부와 살이 서로 갈라지지 않는 것은 대장이 뭉쳐 있기 때문이다. 대장병 때에는 뱃속이 끓고 끊어지는 것같이 아프면서 꾸르륵 소리가 난다. 만일 겨울에 찬 기운을 상하면 바로 설사가 나고 배꼽 부위가 아프며 오랫동안 서 있지 못하게 된다. 이는 뱃 속에 삿된 기운이 있기 때문이다. 위(胃)는 더운 것을 싫어하고 시원하고 찬 것을 좋아하며, 대장은 시원하고 찬 것을 싫어하고 더운 것을 좋아한다. 이를 적절히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음식의 차고 더움과 옷을 춥게 입거나 덥게 입는 것을 알맞게 해야 한다. 즉 더운 것을 먹을 때는 끓고 있을 정도로 더운 것은 먹지 않고, 찬 것을 먹을 때는 이가 시리도록 찬 것을 먹지 않아야 한다. 또 덥게 옷을 입을 때로 땀이 날 정도로 덥게 입어서는 안 된다. 이를 적절히 하면 원기(元氣)가 유지되어 사기(邪氣)가 침범하지 못한다.
방광부
방광은 물을 담고 있으므로 진액의 부(津液之府)라 한다. 방광의 오줌은 기해혈(氣海穴)이 기를 받아 잘 작용을 순조롭고 기해혈에 기가 부족하면 순조롭지 못하다. 방광은 소장에서 갈라져 스며 들어온 수액을 포(胞)의 기운을 이용하여 오줌으로 변화시켜 내보내는 일을 한다. 방광의 작용에 포가 중요하기 때문이 "방광을 포(胞)의 집"이라고도 부른다. 방광의 배설상태는 콧구멍이 나타낸다. 또 살결이 부드럽고 피부가 두터우면 삼초와 방광도 두텁고, 살결이 거칠고 피부가 얇으면 삼초와 방광도 얇다. 땀구멍이 성글면 삼초와 방광이 늘어져 있고, 피부가 팽팽하고 털이 없으면 삼초와 방광이 팽팽해진다. 털이 고우면서 굵으면 삼초와 방광이 정상이며, 털이 드물게 난 것은 삼초와 방광이 맺힌 것을 나타낸다. 방광의 병은 아랫배가 부으면서 아프고 손으로 누르면 곧 오줌을 누고 싶으나 잘 나오지 않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만일 하초에 열이 몰리면 아랫배가 그득해지고 방광이 뒤틀리기 때문에 오줌이 잘 나오지 않아 날뛰며, 냉하면 습담(濕痰)이 위로 넘쳐나서 침이 많이 나오고 오줌이 방울방울 떨어지며 유뇨증(遺尿證)이 되기도 한다.
삼초부
삼초란 상초(上焦), 중초(中焦), 하초(下焦) 셋을 통털어 일컬은 것이다. 삼초는 '결독지관(決瀆之官)'으로서 몸안의 수분을 처리하는 일을 하지만, 상초, 중초, 하초의 존재 형태나 하는 일은 각자 다르다. 상초는 안개와 같고 중초는 거품과 같으며 하초는 도랑과 같다고 한다. 상초는 주로 양기(陽氣)를 내서 피부와 살 사이를 따뜻하게 하는데 안개나 이슬이 젖어드는 것과 같으므로 안개같다고 한 것이다. 상초의 작용은 심폐와 관련된다. 중초는 음식물의 맛을 정미한 기운으로 변화시켜 위로 폐로 보내어 혈(血)이 되게 하고, 그것을 경맥 속으로 돌게 하여 오장과 온몸에 영양을 공급한다. 그러므로 중초를 거품과 같다고 하는 것이다. 중초의 작용은 비위(脾胃)와 관련된다. 하초는 소변과 대변을 때에 맞게 잘 나가게 하고 들어오지는 못하게 하며, 막힌 것을 열어서 잘 통하게 하므로 도랑과 같다고 한 것이다. 하초의 작용은 간신(肝腎)과 관련된다. 삼초에 병이 있으면 배에 기운이 가득 차서 아랫배가 몹시 단단해지며 오줌을 누지 못한다. 병이 더 심해지면 오줌을 누지 못해 복수가 차서 배가 불러오른다. 상초는 안개와 같으므로 안개가 흩어지지 않으면 숨이 몹시 차다. 이것은 상초가 주로 내보내기만 하고 받아들이지는 못해 생긴 현상이다. 중초에 이상이 생기면 내려보내지도 받지도 못하므로 뱃속이 그득해진다. 하초는 도랑과 같으므로 이상이 생기면 막혀서 붓게 된다.
초
포(胞)는 일반적으로 여자의 자궁을 뜻하지만, 더 넓게는 단전과 명문(命門)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포는 생명을 잉태해서 낳는 근원처이다. 오행의 작용도 아니며, 수(水)나 화(火)의 작용도 아니다. 이는 하늘과 땅의 다른 이름이다. 땅인 곤토(坤土)가 만물을 기르는 의미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월경과 관련된 각종 질환에 대해 이곳에서 논하고 임신에 대해서는 雜病篇의 婦人門에서 다루고 있다. 뱃속에서 시작하여 포의 가운데로 모이는 충맥(衝脈)과 임맥(任脈)이 작용하여 월경과 임신이 이루어진다. 14살에 월경을 시작하고 49살 때 그치는 것을 정상이다. 그러나, 이 나이보다 늦게 초경을 하면 성적인 발육이 느린 것으로 본다. 반대로 부인이 49살이 넘어 월경을 하는 것도 병증이다. 석달만에 한번씩 하는 것은 괜찮지만, 1년에 한번씩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또한, 일생 동안 월경을 제때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여자는 늙어서 괴질로 고생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월경의 부조(不調, 고르지 못한 것)을 네가지로 나누어 본다. 첫째는 월경의 시기가 앞당겨지거나 늦어지는 것과 월경의 양이 일정치 않은 것을 말한다. 월경이 앞당겨지는 것은 열이 있기 때문이며, 늦어지는 것은 허하기 때문이라 한다. 둘째는 월경의 양이 일정치 않은 것을 말한다 월경의 평소보다 적어지는 경우는 월경에 앞서 설사를 하였거나 오줌을 많이 누어 진액의 양이 적어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월경 양이 먼저보다 많아지면 반드시 고통스럽고 피고하며, 대변이 굳어지거나 몸에 땀이 나지 않는다. 셋째는 달이 지나도록 월경이 없는 것을 말한다. 월경이 중단된 것은 심장과 연결된 포(胞)의 맥이 막혀 피가 잘 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근심과 생각이 지나칠 때 이런 경우가 생기며, 특히 처녀가 총각을 그리워하여 지나치게 생각을 많이 할 때 흔히 생긴다. 또 위가 약하고 몸이 여위고 기혈이 쇠해져 진액이 생겨나지 못할 때에도 월경이 중단된다. 넷째는 월경할 때가 아닌데도 피가 조금씩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피가 아래로 쏟아져 나오고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이는 포락(胞絡)이 끊어지고 양기가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생긴다. 월경을 고르게 하는 약으로는 조경산 등의 약을, 월경이 중단되었을 때에는 사물탕 등을 처방한다. 혈붕과 혈루를 한데 합쳐 붕루(崩漏)라고 하며, 이는 월경으로 나와야 할 피가 넘쳐나서 엉기는 증상을 말한다. 혈루는 조금씩 피가 나오면서 멎지 않는 것으로 달리 누하(漏下)라고 한다. 혈붕은 피가 갑자기 산이 무너지는 것처럼 많이 나오는 것으로 달리 붕중(崩中)이라고 한다. 대하에는 붉은색과 흰색의 대하가 있다. 붉은색의 대하는 열이 소장에 들어갔기 때문에 생기며, 흰색의 대하는 열이 대장에 들어갔기 때문에 생긴다. 『동의보감』은 이 두 경우의 공통적인 원인으로 임맥(任脈)과 대맥(帶脈)의 이상을 꼽는다. 즉 습한 열이 이 두 맥에 뭉쳐 진액(津液)이 넘쳐나서 이슬로 나온다는 것이다.
중
여기에서는 기생충과 삼시충(三尸蟲) 그리고 오늘날 결핵인 노채(勞瘵)를 일으키는 노채충(勞瘵蟲)을 다룬다. 삼시충이란 세가지의 시충(尸蟲)을 말한다. 첫째는 상충(上蟲)으로 뇌 속에 살고, 둘째는 중충(中蟲)으로 명당(明堂)에 살고, 셋째는 하층(下蟲)으로 뱃 속에 산다. 각각을 팽거(彭琚), 팽질(彭質), 팽교(彭矯)라고 한다. 이들은 사람이 도를 닦는 것을 싫어하고 마음이 타락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홉가지 충이란 복충(伏蟲), 회충(蚘蟲), 백충(白蟲), 육충(肉蟲), 폐층(肺蟲), 위충(胃蟲), 약충(弱蟲), 적충(赤蟲), 요충(蟯蟲) 등이다. 첫째는 복충으로 길이가 4치 정도로서 모든 충 가운데 가장 크다. 둘째는 회충으로 길이가 1자 정도이며 심장을 뚫어서 사람을 죽게 한다. 셋째는 백충으로 길이가 1치이며 새끼를 낳기 때문에 형체가 더 커지고 길어진다. 이 또한 사람을 죽게 한다. 넷째는 육충으로 물크러진 살구 같이 생겼으며 가슴 속에 그득하고 답답하게 만든다. 다섯째는 폐충으로 누에 같이 생겼으며 토하고 딸꾹질하며 가슴이 쓰리고 아프게 한다. 또 진흙, 숯, 생쌀, 소금, 생강, 후추 등을 먹기 좋아하게 한다. 일곱째는 약충으로 오이속 같이 생겼으며 가래침이 많아지게 한다. 여덟째는 적충으로 생고기 같이 생겼으며 배가 끓게 한다. 아홉째는 요충으로 채소벌레 같이 생겼으며 매우 가늘고 작으며 대장에서 살며, 치질을 일으킨다. 충적(蟲積)을 앓는 것은 배가 고플 때 섭생을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비린내 나는 회로 술을 마시거나 소나 양의 고기를 구워먹거나 비름나물과 자라를 먹어서 촌백충, 회충 등 여러가지 충이 생긴다. 충의 생김새는 지렁이나 자라 같고 아이에게 가장 많이 생긴다. 회궐이란 가슴의 통증이 멎었다가는 다시 답답해지고 잠시 후에는 또 멎곤 하면서 음식을 먹으면 구역이 나며 답답하고 회충을 토하는 증상을 말한다. 『동의보감』에서는 통증을 없애기 위해서 안중산 등의 약을 처방하며, 회충이 토하지 않도록 위를 따뜻하게 하는 약을 처방한다. 노채(勞瘵)는 "노곤해서 지친다"는 말로 소모성 질환을 뜻한다. 오늘날의 결핵에 해당한다. 『동의보감』에서 노채의 증상으로 들고 있는 "열이 나고, 식은 땀을 흘리고, 피를 토하고, 가래가 끓고, 정이 나오고, 설사를 하는" 증상은 대체로 오늘날 결핵의 증상과 부합한다. 노채의 또다른 이름을 전시병(傳尸病)이다. 이는 노채의 전염성을 반영한다. 노채에 의해 사람이 죽으면 죽은 사람의 가족 중 또다른 사람이 이 질병에 전염되어 죽게 된다. 이병은 환자나 의복, 음식을 통해서 전염된다. 한 사람이 죽은 다음에는 가까이 있던 또다른 사람에게 감염이 되어 결국은 한 집안이 모두 죽게된다. 따라서 『동의보감』은 노채를 앓는 사람을 시중들거나 병문안을 가거나 조상(弔喪)을 가는 것을 금하라고 한다. 노채 때에는 여섯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그것은 열이 있다가 없다가 하는 조열(潮熱), 식은 땀, 각혈, 가래로 생긴 기침, 정액의 유설, 설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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