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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5일(목)~(22일째... El Acebo~ Cacabelos: 27.3km
순례자숙소: RP Alb.L Galicia, 사설 알베르게 10유로)
'El Acebo' 마을 알베르게에서 다같이 식탁에 모여앉아 따끈한 밀크 한잔과 빠케트로 아침을 채운다.
만나고 헤여지는 짧은 인연들의 발자취를 한장 사진으로 추억을 남겨 놓는다.
하룻밤 내 몸 뉘일 곳 쉬어가니 그 어떤 무엇보다 더 감사한 일이 있겠는가..!
다만 어젯밤 빨아놓은 옷가지며 양말이 아직도 축축하다.
이친구 저친구 다들 빨래감을 말리느라 작은난로가 옆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지라...
아직도 비가 솔솔 내린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
부엔 카미노!...
'El Acebo' 마을을 휘돌아 서니 멀리 첩첩산중의 파노라마가 끝없이 이어진다.
오늘은 어떤 산중산방의 풍경들이 펼쳐질까...
'조가비' 산티아고 표지석...
노란 화살표가 서쪽방향으로 로망의 그길을 가르키고 있다.
오늘로 프랑스 '생장'에서 길 떠나온지 22일째...
고향 제주를 떠나온지는 24일째다.
흘러흘러 석삼년은 지난것 같은 기분이다.
.......
젊은시절... 포항에서 군 생활을 했었는데
어느날 휘영청 달밝은 밤에 보초를 서고 있으려니
이병 졸병처지의 지독한 고달픔과 가고싶은
고향 생각에 눈물이 주루룩^^...
그땐 일병 선임들의 계급이 얼마나 높게 보이던지...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멈추지 않고 돌고돌아
어느날 내 팔각모에 두개의 활주로가(일병)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세상은 온통 보라빛 향기로움으로^^...
.......
지나간 것은 아름다운가 보다.
아마 이길의 모든 사연들도 세월이 흘러흘러
어느날 문득 진한 그리움으로 내 마음에 다가와
가슴 뭉클한 카미노 기억들을 곱게곱게 떠올리게 하겠지...
감성의 자극인 듯...
잠시 먼 하늘을 하염없이 쳐다본다.
이 길이 있어 나는 행복하다!
비가 개인다.
저멀리 산골사이로 피여오른 하얀안개가 멋스럽다.
만추의 고즈넉함이 깊어간다.
어젯밤 묵었던 알베르게에서 만났던 일본인 친구들이다.
다들 조용하고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저 일본인이라면 하는 편견이 사라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무척이나 걸음들이 빨랐는데 좋은 카미노 여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문득 '레온'에서 만났던 '아야꼬'가 생각난다.
웃음이 상냥한 아가씨인데 아마도 예쁘게 잘 걷고 있겠지.
아스팔트를 쭈욱 걸어오다 좁은 산길을 따라 내려오니 'Riego de Ambros' 마을 초입이 보인다.
한시간 여를 걸어온 듯 하다(3.5km).
이젠 넓은 신작로의 편안함도 없어지고 연일 산중 산길이 계속 이어진다.
낡고 허스름한 이곳 동네에서도 빨간 '제랴늄' 꽃 향기가 베란다와 창가에 가득 매달려 있다.
꽃의 향기를 늘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들...
무척이나 아름답다.
근데 마을에 한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가는 마을마다 거의가 그렇다.
이글을 쓰는 지금도 의문이다.
불가사의^^...
'Riego de Ambros' 마을을 빠져나오면서 부터 좁고 자갈 투성이인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한다.
그래도 길 아래 옆쪽으로 펼쳐지는 풍경들이 평온하게 다가온다.
몽실몽실 피여오르는 하얀 안개의 군무가 마치 백설가루를 뿌려놓은 듯 하다.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오다 어제 알베르게에서 함께 묵었던
캐나다 '메이느유' 할머니를 만났는데 나이를 여쭈었더니 67세란다.
쉬엄쉬엄 걷는 중이란다.
어젯밤 빨래를 말리며 작은 난로가 옆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퍽이나 문학소녀를 닮은 진지한 표정이 엿보였던...
정작 나도 올해 퇴직을 하고 이길에 왔지만...
저 할머니 모습에서 어떤 힘듬을 가히 말할 수 있을까...
서로 '부엔 카미노!'를 전하며 그렇게 길을 걸어간다.
한발자욱 두발자욱... 길이 그곳에 있기에...
자갈길과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비가 온후라 미끄러워 조심조심 내려가야 한다.
높은 산길이라 순간의 방심이...
어느 큰 바위에 자갈들이 가득 쌓여져 있다.
나도 미색의 작은 돌멩이 하나를 올려 놓았다.
무탈의 '산티아고' 여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서...
'Riego de Ambros' 마을을 스쳐지나 5.9km여를 걸어 'Molinaseca' 마을 돌다리 입구에 들어섰다.
입구 중앙과 우측에 카미노 표지석에 그려진 노란 화살표가 인상적이다.
보기만 해도 반갑다.
어느 건물벽에 그려진 카미노 나그네의 모습이 나를 닮은 듯도 하여...
누구나 공감하는 지친 나그네의 먼먼 여정의 길이기에...
그곳 마을 작은 바(Bar)에 들렀더니 어여쁜 아가씨가 손을 흔들며 '올라'하며 인사를 전해온다.
빵 2개 우유 한잔을 시켜놓고 손짓발짓으로 대화를 나누는데 스페인이 자국이란다.
여유스런 표정이다.
하긴 들어섰을때 이곳 여주인장과 아주 능란하게 대화를 나누는가 했는데...
빵맛이 고소하다.
이곳 여주인장의 상냥한 모습에 '꼬레아'라고 했더니 한번에 알아본다.
손님을 대하는 친절한 서비스가 몸에 척척 배인듯 하다.
방긋방긋 웃는 모습이 절로 기분을 좋게 만든다.
.........
다시 우비를 둘러쓰고 길을 나선다.
비는 추적추적 만추의 아쉬움을 달래는 듯 하다.
이제 길은 다시 아스팔트 평지로 이어진다.
한시간여를 걸어 제법 큰 'Ponferrada' 마을을 지나다가
속이 좀 느끼한 듯 하여 생맥주 한잔을 할 요량으로
어느 바에 들렀는데 누가 다시 '올라'하며 인사를 하길래 쳐다 봤더니
그 스페인 아가씨가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후딱 일어나서 달려오더니 내 우비를 걷들어 준다.
한시간만에 만났는데 이 아가씨 반가운 기색이 역력하다.
이것도 문화의 차이라고 할 수밖에^^...
아마 뻐스를 타고 이 마을에 온 듯하다.
얼추 영어 몇마디로 직업을 물었더니
깜짝?... '유도' 사범이란다.
세상에... 이렇게 얌전하고 예쁘장한 아가씨가...^^
그러더니 양말을 내리고 오른쪽 발목 안쪽에 한자로
'유도'라고 새겨진 문신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꼬레아 '태권도', 차이나 '쿵후'라고 척척 말을 해댄다.
근데 자기는 태권도나 쿵후가 보다도 유도가 제일 마음에 든단다.
조금 아쉽긴 했지만 엄지를 치켜세워 최고라고 했더니
얼굴에 함박꽃이 활짝이다^^
잠시 후 내가 먼저 일어난다고 하자 자기는 오늘 이 마을에서
숙박이라며 양손을 양쪽귀에 대며 베시시 웃는다.
서로 악수를 하는데 이 아가씨 망설임도 없이 포옹을 한다.
참으로 밝고 명랑한 아가씨다.
문밖까지 배웅을 해준다.
'부엔 카미노!'를 전하며...
이틀전에 묵었던 Murias de Rechivaldo 마을
알베르게 여주인장과 너무나 닮아있다.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을 듯 하다.
이 길에선 다 그렇다.
서로 응원하고 격려해주고...
여기에 무슨 잡념이 끼여들 것인가.
좁은 골목이지만 거리가 깨끗하다.
'제라늄' 꽃 향기는 이곳에서도 여전하다.
길 거리엔 아무도 없는...?
난생처음 보는 커다란 호박에 눈길이 쏠린다.
맛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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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년 시절...
어느 여름날 제주의 고향집 '별방진'성에 누렇게 매달려 익은
튼실한 호박들이 떠오른다.
밤새 작은 돗단배에서 갓 잡아온 갈치와 호박을 넣고 끊인 그맛의 정감은
지금도 영영 잊혀지지가 않는다.
제주올레 21코스에 있는 '별방진'성에 오르면 그 성 맨끝에
빨간 슬레이트 집 한채가 아직도 내 어릴적 기억의
작은궁전으로 그 터전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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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포(Campo)' 마을 안길을 가기전 커미노는 우측으로 돌아 이어집니다.
비가 계속 내린다.
담벼락 나무가지에도 통화분 속 이름모를 꽃섶에도 빗망울이 송송 맺혀있다.
여짓껏 그리 큰 비가 아니어서 다행이기도 하다.
우비가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
앞가방에 들어있는 일기록을 꺼내보니 물기가 드문드문 겉면에 맴돌아 있다.
'Molinaseca'에서 8km를 걸어와 'Ponferrada' 마을에 들어서는데 도시 풍모가 풍기는 큰 마을인 듯 하다.
그곳 슈퍼에 들러 사과 두알 토마토 10개 그리고 세면도구를 산후에
거스름돈을 주는 장면을 찍었는데 멋쩍어 한다.
그래도 웃으며 '부엔 카미노!'...
덩달아 옆에 있는 동네 아줌마도 쳐다보며 웃어 보인다.
비 내리는 'Camponaraya' 마을을 향해 아무런 생각없이 뚜벅뚜벅 걷고 있는데
지나가던 차 한대가 바로 내옆에 세우더니 '부엔 카미노'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워준다.
'올라'라며 나도 그 아저씨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럴땐 정말이지 고마운 마음에 지친몸이 잠시나마 힘이 솟는다.
그 전 마을에서도 나이 지긋한 어느 노인분이 내게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꼬레아'라고 했더니 '최고 멋쟁이' 라며 한국말로 답해준다.
이곳 스페인에서 한국인에 대한 호의는 정말 좋은 편이다.
앞서 다녀간 분들의 좋은 인상을 남겨놓은 덕분이라 생각한다.
오후의 호젓함이 밀려온다.
어디쯤 왔을까...
거의 9시간을 걸은것 같다.
오른쪽 무릅과 왼쪽 무릅이 번갈아 가며 시큰거린다.
어제와 오늘 산길을 많이 걸어온 탓이리라.
어스름 직전 도착한 오늘의 목적지 'Cacabelos' 마을에 도착하여 그곳 성당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를 다리를 건너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문이 굳게 잠겨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카미노 알베르게 중에서 가장 편안한 곳이란다.
친절한 수녀님들과 무엇보다 한방에 침대가 두개뿐이라는 사실...
어쩔 수 없이 그곳 마을에서 하나밖에 없는 사설 알베르게에 베낭을 풀고
바로 옆에 있는 바(Bar)에 갔는데 메뉴를 보여달라고 하니 주인장이 선뜻
'김치라면' 이라고 말한다.
조금 놀라기도 해서 반가운 마음에 얼른 시켰다.
시원한 생맥주 한잔을 시켜놓고 먹는 라면맛이 보통이 아니다.
김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오랜만에 속이 든든하다.
숙소에 가보니 먼저 왔있던 스페인 아줌마 3명이 외출후에 돌아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곳은 한방에 침대가 4개여서 오늘밤은 코골이 없는
조용한 밤을 보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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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밤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천둥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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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두 발로 서느냐 못 서느냐, 이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