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루손"섬 최고봉 "플락"(2922m)--아름다웠던 처음 길..

[파파야 산장]

필리핀 루손섬의 최고봉 플락(2922m)

소나무와 구름이 있고

우리 지리산이 있고 광야가 있는곳

하늘이 가장 가까운 곳입니다.

마닐라에서 12시간 멀고 먼 길 9번을 올랐습니다

마음 설레며 플락을 만나러 혼자 떠났던 처음길입니다. 2008년

멀리 큰 산을 다녀와야겠다.

필리핀 두 번째 높은 산 플락(2940m)을 찾는다. 

마음을 먹으니 바쁘다.

금요일 밤 마닐라 북쪽 바기오행 9시 버스를 탄다.

바기오 도착하니 새벽 3시 반이다.

이곳 저곳 버스터미널을 가봐도 오전 10시에 “카바얀”으로 가는 “노턴트랜스” 버스가 첫차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바기오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일출을 본다.

“바기오”, 1900m 고지위에 형성된 필리핀 북부 중심 도시다.

시원한 날씨에 필리핀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도시다.

소나무가 많고 우리나라 날씨와 비슷하여 유학생들도 많다.

1930년대 도산 안창호 선생이 중국의 우리동포를 이 곳에 이주케 하려고 다녀가셨다 한다.

그때 100가구만 이 곳에 왔더라면.. 또 역사는..

10시 출발한 버스는 시골길을 한 참 달려 오후 1시 반에 산행 출발지 "암방게그"에 닿는다.

바랑가이에 들러 입산 신고를 하고(입산료 175페소) 간단 자연보호 교육을 받는다.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라 바랑가이가 제법 갖춰저 있다.

바랑가이를 나서는데 멀리 까마득 높은 곳에 사람사는 동네가 보인다.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북부하이웨이가 지나가는 곳이란다. 그러면 2200고지다.

저길 어떻게 가보나 가보나..

참 그렇다.

맑고 강력한 소망은 이루어진다.

어찌됐던 이틀 후에는 걸어서 저곳을 가게 되니까.

오후 2시 도로를 따라서 플락을 향한다.

날시가 뜨겁다.

30여분을 오르다

아랫마을을 다녀오는 산 동내 아낙들을 만난다.

그래도 이국인이라고 반긴다.

말 한마디에 깔깔 웃고

아이스케키도 사 먹고

배낭도 나눠지고

4시간을 어울려 올라간다.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다.

오르면서 좌우로 계단식 경작지가 계속된다.

산 꼭대기고 등성이고 아무데나 밭이고 집이다.

겨울이 없으니 편하게 산다.

먼 산에서 물만 끌어오면 되니.

정상까지 1시간.

6시 2400고지 정도에서 마을이 끝나고

플락국립공원 레인저 스테이션(순찰대)이 나온다.

평상시에도 여기까지 지프니가 올라온다.

금요일 토요일 요금 35페소에 올라올 수 있단다.

지금은 공사중이고  4월엔 길이 다시 열릴거라 한다.

지프니 왕복 대절은 4000페소면 된단다.

마을에서 가이드를 구하고 저녁에 함께 캠핑하자 한다.

이름은 “알머”

사람 좋게 생긴 관리인에게 캠핑장을 물으니

3시간 걸린단다. 캠핑장에서는

시간도 어중간하고 레인저하우스에서 자고 내일 일찍 출발하자.

이번 산행은 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식사는 라면만 가지고 왔다.

술 안주는 달걀 반숙.

어둠속 산장의 저녁식사 가져온 진 한 병이 금방 떨어진다.

술을 좀 사오라 하니 없단다.

다시 보채니 "라이스와인"이 있단다.

왠 막걸리, 가저오라 한다.

모양은 우리 식혜다.

맛은 포도주다.

달고 향기로움이 기막히다.

세상에 이런 술이..,

다시 동네 친구 둘이 올라오고 이 얘기 저 얘기

산 중 살림은 어디나 똑 같다

모두가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된다.

내일 산행을 위해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어느날인가.. 지리산 왕시루봉 벽난로가 겹처진다..

토닥토닥 타는 불은 무언가 얘기들을 하는 것 같다

그 소리를 듣다가 꿈속에 든다.

자다보니 춥다

난로불이 다 탄 모양이다.

일어나니 3시 반이다. 밖으로 나간다.

아 하늘에 별이다. 별들이다.

맑은 밤하늘 눈부신 별들이 곧 쏟아질듯 하다.

망연자실 한 참을 있는다.

이렇게 "플락"의 품에서 첫밤을 지낸다.

날이 밝으니

이제 발 아래 운해가 펼처진다.

운해를 바라보며 플락의 산장에서 천상의 아침을 맞는다.

이 운해, 아,지리산 어느 능선이던가..

6시 50분 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발아래 구름의 물결을 보며 호젓이 걷는 길이다.

정상과 고도차는 500M 거리는 8KM 완만한 경사길이다.

오늘은 정상에 오른 후 이곳 사람들이 죽음의 코스라 부르는

"아키키" 트레일로 내려간다.

20분 정도 도로를 따라오르니 이제 등산로로 들어선다.

머리 위로 플락 정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숲은 필리핀 다른 곳과 달리 우리처럼 온대림 지역이다.

소나무가 대종을 이루고 중간 중간 철쭉꽃도 보인다.

8시 20분 이 산의 주 캠핑장 "그라스랜드"에 도착한다.

3시간 거리라는데 1시간 반만에 왔다.

제법 많은 텐트들이 있고 한창 아침 준비중 바쁘다.

고도감도 있도 멀리 전망이 좋은 곳이다.

"그라스랜드"를 지나 올라가니 이제 나무는 없고

오로지 잔디풀 만 무성한 고원의 초원지대가 정상까지 연결된다.

계속 구름의 향연을 바라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천천히 오른다.

오르는 길 에델바이스가 보인다.

9시 30분 정상에 도착한다.

이곳도 "아포"산처럼 정상에 아무것도 없다.

가저간 라이스와인으로 사방 제배하고 정상주를 마신다.

동서남북 천지가 뚫렸고 산과 하늘. 구름만 흐른다.

내일은 걸어서 걸어서 저 먼 뒤 흰구름 산에 가 있는다..

한참을 놀다 10시 20분 서쪽 "아키키"코스로 하산을 시작한다.

3000에서 1300까지 계속 내려가는 길이다.

지리산 반야봉에서 달궁으로 내려가는 스타일이다.

경사는 급해도 내리막이라 부담없이 내려간다.

반가운 철쭉을 보고

정겨운 소나무를 보고 숲속에선 난을 만난다.

계속되는 소나무 숲 길이다.

고사리가 도르르, 올라오고

길숲엔 고사리

길 옆엔 오리나무 소나무가 어우러진 우리네 남쪽길 봄날 길이다.

배낭은 "알머"에게 지우고, 후루루룩 신나게 달려서 내려온 길

오후 1시 드디어 계곡을 만난다.

그대로 지리산 계곡이다.

산동마을의 산수유 꽃이 보일듯 하다

구름다리가 걸처있다.

  
다시 산을 올라 긴 길 돌고 돌아서 내려가니

오후 2시 50분

신작로를 만난다.

1박2일의 "플락" 산행이 끝난다.

고생한 가이드 "알머"를 보낸다.

바기오로 나가는 버스도 없고

걸어서 30분거리

터벅터벅 신작로를 따라 "카바얀"으로 들어간다.

내일은 일찍 "카바얀" 미이라 동굴을 구경하고 바기오로 간다.

"카바얀"

산속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계단식 논 한가운데 위치하며

그 위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라들이 있는

때 묻지 않은 보석과도 같은곳...... "론니"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곳 유일한 숙소인 아담한 "쿠프"롯지에서 200페소에 하룻밤을 자고

아침 7시 식당에서 어제 약속한 가이드 "알버트"를 만난다. 

바기오 가는 버스가 12시 마지막이어서 오전에 미이라 동굴을 보려했는데

알버트가 하이웨이까지 데려다 준다 한다.

다시 2200까지 올라야 한다.

그래 가보자.

아침 8시 식당을 나서 출발한다.

조금 지나 당산 나무를 끼고 돌아가니 조그만 박물관이 있다.

미라 2구와 옛 부족들 유물이 전시된 카바얀 국립박물관이다.

박물관 구경 후 "티농출" 매장 암벽을 보러간다.

깊은 계곡을 끼고 산길을 돌아간다.

9시 30분 "티농출" 암벽에 도착한다.

커다란 화강암 바위벽을 뚫고 미이라 관들을 모셔놨다.

다시 5시간 거리 팀박동굴을 보러 간다.

길은 계속 도로로 연결되어 있고 가끔 지름길로 소나무 숲을 오른다.

날씨는 화창한데 배낭도 무겁고 몸도 무겁다.

 오르고 또 올라도 끝없는 길이다.

이런곳 까지 도로를 만든 필리핀의 저력이 느껴지는 길이다.

드디어 "팀박" 동굴에 도착한다. 1시 반이다.

참, 꽤나 높은 곳에 메뚱을 써놨다. 2000 고지다.

아, 동굴 옆에 수국이 피어있다.

누가, 무슨 인연으로 여기인가..

여기서 수국을 보다니

우리 절집에 많이 피어있는 꽃이다.

정말 절묘한 자리에 피어있는 수국(불두화)이다.

쌀술 한 잔을 올리고

미라 문을 연다.

700년 된 생명들이다.

이짚트와 페루와 달리 이 곳 미라들은

무릎을 구부리고 있다.

무슨 뜻인가??

2시 오늘 동행한 독일인 친구들과 가이드를 내려보내고

혼자 2200고지를 달리는 본톡 하이웨이를 향한다.

그냥 이국의 낫선길을 후적후적 걷는다.

얼마를 걸어야 할 지 나도 모른다

사흘 좋았던 날씨가 흐려지고 가랑비가 내린다.

안갯속 뿌연길. 돌고 돌아 그냥 걷는다.

중간 중간 산중마을에 길을 물어 내려오니

3시 50분 바기오- 본톡 하이웨이가 나온다.

사흘간의  긴 행군이 끝난다.

다시 올 수 없는 길을 혼자 걸었다.

어디를 다녀 왔는가?

그냥 우리 봄 산을 헤매 왔습니다.

[persona]

필리핀도 저런 곳이 있군요.
저는 세부와 보라카이만 2년 있어봤거든요.
너무 멋져요. 꼭 가보고 싶어요.

[파파야 산장]

남국 정취의 좋은 곳에 계셧군요..필리핀 북쪽 산악지역은 우리 정서에 비슷한 곳들이 많습니다..

[치아우]

좋은 사진 감사합니다.

[파파야 산장]

저도 감사합니다 치아우님~~

[분당천사]

자세하게 올려 주신 사진하고 설명에 감사 드려요...

[파파야 산장]

감사합니다....천사님

[숲속의 빈터]

긴 산행을 자세히 일러주셔서
마치 내가 등산하고 온듯한 기분이듭니다.
감사합니다.^^

[파파야 산장]

먼 길을 걸었던 어떤 날이었습니다..건강한 여름 나시길 숲속의 빈터님..

[운무(雲霧)]

어느정도의 연령대가 있으신듯하신데 대단하십니다
지칠줄 모르시는 체력도 부럽습니다
덕분에 감사히 잘 보고갑니다

[파파야 산장]

그냥 나이 잊고 사는 이곳 생활입니다...
휼쩍 가고 싶은 곳 떠날 수 있음 행복이려니 삽니다..

[운무(雲霧)]

떠나고싶을때 떠날 수 있고 언제건 갈 수 있는 건강이 있으시니 축복받으신 분이십니다
늘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