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네스크 연재보다 조금 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여전히 이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독자들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여서 완전히 새로운 버전의 연재를 다시 개시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2차원의 도면을 보고서 3차원의 입체적인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고심 끝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한 새로운 도구가 등장합니다. ^^
작은 집 만들기
구조가 복잡해 보이는 로마의 바실리카나 더 복잡한 중세의 교회는 훨씬 오래전부터 지어져 왔던, 나무로 만든 집의 구조와 모양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래서 나무로 지어진 목조 건물의 형태를 이해하면 돌로 만든 석조 건물의 이해도 쉬워집니다.
나무로 만든 집의 기본 형태는 동서양이 비슷합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조그만 한옥을 생각하면서, 나무로 방 한 칸짜리 제일 간단한 형태의 집을 하나 지어보면서 일단 건물의 기본 구조를 터득하도록 하겠습니다.
레고 블록은 나무라고 생각해주세요. ^^
직사각형의 땅 네 모서리에 기둥을 하나씩 세우고, 그 위에 가로 기둥(보와 도리)을 걸치고, 그 위에다 서까래와 지붕을 얹으면 뼈대가 완성됩니다.
지붕의 제일 꼭대기인 능선(용마루)에 수직인 가로 기둥은 보, 능선과 나란히 놓인 가로 기둥은 도리라고 합니다.
바닥 위에 네 개의 나무 기둥(빨강)을 세운 모습
기둥 위에 보(검정)를 얹은 모습
보 위에 도리(연두)를 얹은 모습
정중앙에 도리를 하나 더 얹은 모습
이것을 종도리라고 함
도리 위에 서까래(검정)를 얹은 모습
서까래 위에 지붕을 얹은 모습
서까래는 지붕을 받치는 갈비뼈 모양의 뼈대입니다.
천장이 없이 뻥 뚫린 한옥 카페에 앉아서 위를 쳐다보면 드러난 지붕 속의 척추뼈와 갈비뼈를 확인할 수 있는데, 척추뼈는 도리 중에서도 정중앙의 도리인 종도리이고, 갈비뼈는 서까래입니다.
천장이 없어서 서까래와 도리와 지붕이 노출된 모습
사진 출처 : crowdpic / 크라우드픽
벽을 채우면서 문과 창을 만들어 넣으면 집이 완성됩니다.
목조 건물의 뼈대
한옥과 서양 건물과의 큰 차이는, 한옥은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 직사각형의 긴 변을 정면으로 삼지만, 서양의 경우는 그리스 신전을 비롯해서 주로 경사진 지붕과 지붕 사이인 짧은 변에 정문이 있습니다.
여기서 지붕과 가로 기둥인 보가 이루는 삼각형 공간을 우리나라에서는 박공, 서양에서는 페디먼트(pediment)라고 부릅니다.
이 형태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나무로 집을 짓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고, 나중에 돌로 건물을 지을 때도 목조 건물의 형태를 바탕으로 합니다.
목조 건물의 형태를 흉내 낸 아테네의 헤파이스토스 신전 – 지붕, 페디먼트, 보, 기둥
파르테논 신전도 똑같은 구조임
사진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User:LBM1948
첫댓글 형님 그림으로 보니까 이해가 좀더 됩니다~^^
그림이 훨씬 이해가 빠른듯요~^^
잘 읽었습니다. 무지한 저를 위하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