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저물고 있다. 한해가 저물고, 또 다른 한 해가 다가오는 12월에는 누구나 나그네의 마음이 된다. 쓸쓸함과 회한, 가슴 저 밑바닥에 차오르는 신산함은 나그네를 길 떠나게 만든다. 강화도 동막리 해안은 그럴 때 떠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시보다 아름답고, 술보다 진한 낙조가 기다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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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 붉은 노을이 서해를 온통 물들이는 일몰의 장관과 마주하게 된다. 바다와 갯벌을 붉게 물들이다가 서서히 사라지며 어둠을 토해놓는 낙조. 굳이 어느 곳을 찾아가야만 선명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해안도로 어느 곳이나 차를 세우면 볼 수 있는 낙조다. 그래서인지 도로 곳곳에 차를 세워놓고 노을을 감상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강화도 본섬에서 유일하게 해수욕장이 있는 동막리 해변은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어 더욱 운치 있다. 활처럼 휘어진 해변은 물이 빠지면 끝없이 펼쳐진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곳은 물이 빠지면 직선 4km까지 갯벌로 변한다. 검은 개흙을 뒤집어쓰고 기어가는 칠게, 가무락, 쌀무늬고둥, 갯지렁이 등 수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는 귀중한 생태계의 보고이다. 일몰 무렵 이곳은 축제 분위기다. 붉은 노을이 번지기 시작하면 해안으로 몰려온 사람들이 색색의 연을 날리고, 사진을 찍고, 모래밭엔 모터카를 타는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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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좋다. 분오리돈대든, 소나무 숲이 울창한 동막해수욕장이든, 아님 바다가 보이는 카페 통유리창을 통해서든.... 어김없이 펼쳐지는 일몰을 바라보며, 눈물나게 아름다운 그 노을에 기대어 소주잔을 기울여 보라. 그리고 박정만의 시 <누이여 12월이 저문다>를 나직이 읊조려보라. 곱씹어지는 인생의 의미가 마치 안주처럼 느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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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판에서 새소리 들리고
수수밭머리엔
아직도 바람소리 끝나지 않았다.
바람을 흔드는 것은 바람이다.
너는 너의 무게로 고개를 숙이고
철새마저 다 떠나고 말면
세상에는 무엇이 남아 벌판을 흔드랴.
땅거미 짙어가는 어둠을 골라 짚고
끝없는 벌판길을 걸어가며
누이여,
니는 수수모가지에 매달린
작은 씨앗의 촛불 같은 것을 생각하였다.
가고 가는 우리들 生의 벌판길에는
문드러진 살점이 하나,
피가 하나,
이제 벌판을 흔들고 지나가는
無風의 바람이 되려고 한다.
마지막 네 뒷모습을 비추는
작은 촛불의 그림자가 되려고 한다.
저무는 12월의 저녁달
자지러진 꿈, 꿈 밖의 누이여.
-박정만의 시, <누이여 12월이 저문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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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막해안에 서식하는 갯벌장어구이는 강화도의 명물. 일반 장어보다 쫄깃함이 남다르다. 장흥리 일대에 장어구이 맛집들이 모여 있다. 너멍골 숯불장어(032-937-6592), 강화장어구이(080-592-0592) 등이 대표적. 동막해수욕장 가는 해안도로변에 있는 주황색 벽돌건물의 동막돌솥촌(032-937-8876)은 돌솥한정식으로 유명하다. 대추, 밤, 인삼, 은행 등이 들어간 돌솥밥에 깔끔한 밑반찬이 곁들여진다. 황토옛집(032-937-9647) 또한 가마솥 누룽지와 황토정식, 영양돌솥밥, 별미보리밥 등 토속적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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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 인터체인지에서 나가 48번 국도를 타고 김포 -강화대교-강화읍에 이른다. 강화읍에서 84번 지방도를 따라 이정표대로 움직이면 전등사 앞 - 정수사 입구 -동막리(또는 강화대교 -갑곶리-해안도로 - 광성보 - 전등사 -동막리)에 이른다. 또는 국도 48번을 타고 김포 누산리에서 P자 좌회전해 양곡-대명리를 지나 초지대교를 건너면 함허동천-정수사-동막리로 이어지는 지방도가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