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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인물
동수 : 금형기술자 팀장
혜진 : 동수의 비서이자 사무원
* 줄거리
1. 출근길 올림픽대로에서 동수는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난다. 급히 근처의 대학병원으로 옮겼으나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2. 동수아버지는 사북에서 광부로 일하다가 공부잘하는 동수의 장래를 위해 서해안의 도시로 이사한다.
3. 동수는 기능올림픽의 메달을 따고 대기업에 취직하지만 사귀던 아가씨의 배신으로 가방끈을 늘리고자 한다.
4. 연구소로 전직하고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박사학위를 하지만 여직원 혜진은 몰래 횡령을 한다.
5. 동수는 사고로 사망하고 사람들은 침묵하고 횡령한다. 혜진의 배속에는 생명이 자란다.
영광의 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
* 등장인물
동수 : 금형기술자 팀장
혜진 : 동수의 비서이자 사무원
- 출근길 올림픽대로
출근길의 순한 양들은 보이지 않는 주인의 지시를 받고 조신하게 움직였다. 아무리 코로나가 왔다해도 인천으로 가는 올림픽대로는 차들로 넘쳐났다. 그런데 갑자기 발진하여 끼어드는 BMW가 있었다. 원래 이차는 싸가지 없기로 유명한 품종이다. 다혈질의 사내의 DNA를 가지고 있다. 더러운 놈이군 하고 눈으로 욕을 했다. 사람들은 아이고 인물났네 하면서 바쁜 출근길에 가던 길을 갔다. 그러다가 가운데 차선을 뚫고 넘었다. 선을 넘었다. 퍽 드르륵. 굉음과 함께 먼지를 날리면서 반대편에서 오는 차와 충돌했다. 상대 차 팬더 부근에 부딫쳐 반쯤 부숴졌다. 그런데 너무나 의아했다. BMW는 또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멈쳤다. 차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놀란 사람들이 문을 열고 보니 운전대에 사내가 머리를 푹 숙이고 축 늘어져 있었다. 동수였다. 그는 어제 박사논문을 심사받았다. 분위기 좋게 S호텔에서 최종심을 했다. 심사위원들에게 관례데로 차비도 잘 챙겨주었다. 그래 도장값을 내야지. 잘 마쳤다. 마치자 마자 사람들이 ‘박박사’라로 많이 불러주었다. 신났다. 족보에도 올려야지. 다음날 출근길 사고가 났다. 새벽까지 술을 먹고 또 먹었다.
- 코로나가 왔다
세상은 그저 평온했다. 보이지 않는 세균과 치열한 전쟁 중이였다. 노란 옷을 입은 장수들은 연일 텔레비전에서 전장을 지휘했다. 출근길 교통사고에 앰블런스가 급히 왔다. 앰블런스에서 중무장한 외계인인 같은 사람들이 나왔다. 코로나 때문이였다. 나라의 서비스는 살아 있었다. 빨리 옮겨야 했다. 길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J대학교 병원이 있다. 교통이 혼잡하다. 골든타임은 맞출 수 있다. 올림픽 대로 윗길에 있는 소방서로부터 출동 거리가 짧고 병원도 가까웠기 때문이다. 20분만에 도착한 응급실은 휑했다. 코로나 검사가 먼저였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지만 엄격한 검사후 통과되었다.
‘코드블루’ 이다. 수련의들이 이곳저곳에서 뛰어왔다. 심폐소생술이 시작되었다. 얼마후 의사가 땀을 닦으며 사무적으로 사망진단을 내렸다. 심장마비였다. 빈소도 차리지도 못하고 곧 바로 화장되었다. 동수 아내가 장례를 치뤘다. 아무도 못왔다. 코로나가 전염될까 봐 무서운 것이다.
- 힘들었던 사북 탄좌의 풍경
산에서 흐르는 물은 검었다. 세상의 물은 다 흑색인 줄 알알다. 겨울은 길고 힘들었다. 그래도 문화주택 단칸방에서는 애기가 태어났다. 사내였다. 동수였다. 아버지는 탄부였다. 그는 죽음의 공포보다는 고참의 폭력이 더 무서웠다. 기술자인 고참에게 잘 못 보이면 엄청 곡괭이로 맞았다. 막장은 계절이 없다. 늘 더웠다. 탄차를 타고 나오면 새로운 세상이였다.
무서운 폭력을 피해야 했다. 고참을 모시고 새로 단장했다는 선술집으로 갔다. 바깥은 행색이 시골집이였다. 그런데 내부는 정말 아기자기하다. 사북의 굴러다니는 돈을 쭉쭉 빨고 있었다. 볼그스럼한 원피스의 삼십 넘은 아가씨가 있었다. 서울에서 왔다고 했다.
. 너는 언제 왔니?
. 어제요. 너무 추워요.
짙은 화장을 한 그녀는 수원의 억양이 배어 있었다.
. 그럼 아다라시구나. 오늘은 김반장님을 잘 모셔라.
삼겸살과 함께 차가운 쐬주가 목을 타고 내려간다. 황태해장국도 같이 나왔다. 이 맛에 막장의 고통도 잊는다. 이 순간은 모두가 한 가족이다. 지난번 사고 때 저승으로 간 놈만 재수없다. 죽음의 공포를 술과 여자로 잊는다. 빨리 이 생활을 정리하고 싶다. 알딸딸한 기분에 달을 본다. 설악산 봉정암에 기도한 덕분에 사고없이 잘 지내나 보다 생각해본다. 오늘 달은 자비가 그득하다다.
봉정암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 기도빨이 좋아 전국에서 구름처럼 기도객이 몰린다. 경상도 큰시장에서 장사하는 아낙들이 버스로 와서 밤새 부귀영화를 빈다. 암자 인심은 좋다. 물자도 넘치고 돈도 넘친다. 네 시간이나 걸어왔으니 참으로 마음도 편할 것이다. 동수 부친은 갈 데가 별로 없어 왔지만 좋다. 여기서 세상 다 잊고 영원히 머물고 싶은 충동이 든다. 같이 간 동수가 힘들다고 칭칭 거린다. 그래도 좋은 기운 받고 큰 인물 되길 바란다. 나도 탄부가 아닌 좋은 아버지이고 싶다.
- 항구의 일번지
열심히 일해서 돈도 좀 모았다. 폭력과 죽음의 공포를 피하고 싶었다. 먹고 살만한 곳으로 이사했다. 서쪽의 항구였다. 머리 좋은 아들이 아비의 마음을 움직였다. 좋은 곳에서 공부시키고 싶었다. 막노동을 하더라도 애 하나 건사 못하겠나 싶었다. 다행히 일자리는 많았다. 급여가 높지 않아도 말이다.
공고에 입학한 동수는 이름도 생소한 금형반으로 배치되었다.
CNC 공작기계를 가지고 일한다. 이 분야는 앞으로 많이 발전될 것이다. 모든 명칭이 다 영어이다. 이 기계로 10 마이크로미터까지 가공할 수 있다. 백분의 1밀리미터이다. 잘 하면 머리카락도 수십개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참으로 신기방기했다. 워낙 비싸서 잘못 다루다가 선생님에게 걸리면 몽키가 머리통을 난타했다. 동수는 워낙 손재주가 있었다. 그냥 보통 선반으로 깎아도 동수는 이 기계의 정밀도 2배로 쇠를 깍을 수 있었다.
국제기능올림픽 준비반 멤버 중에서 동수는 가장 잘했다.
신의 손이라고 했다. 애들이 이 정밀도를 못 냈다. 그러나 동수는 항상 정밀도가 가장 잘 나왔다. 거의 실습실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기계를 주구장창 돌렸다. 하도 오래 기계를 돌리다 보니 기계의 마음을 잘 안다고도 했다. 아주 예민한 기계의 특성이 몸에 뱄다.
근데 간단했다. 정리정돈과 끈기가 비밀이였다. 공구와 공작물을 셋팅할 때 정확히 직각, 평행을 맞추는 것이 첫째 비밀이다. 둘째 이리저리 기계를 돌리는 척하면서 1시간 이상 공회전을 한 후에는 정말 정밀도가 잘 나온다는 걸 알았다. 특히 겨울에는 기계가 추위를 타니까 반드시 아이들링을 해야한다. 한 개만 해도 특급 노하우인데 이걸 고등학교 2학년생이 알아낸 것이다. 아무에게도 절대로 얘기하지 않았다.
스위스 취리히 공업전문대 국제기능올림픽장.
각국의 쟁쟁한 선수들이 입장했다. 외국어가 되지 않은 선수들에게 문제, 절차진행을 위해 통역이 배치되었다. 독일에서 유학하는 한국 형이였다. 원래는 공식적인 것만 통역한다. 이들은 정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전공자여서 빠삭했다. 검사 평가를 위한 중요 포인트를 통역하는 척하면서 몰래 손가락질로 알려주었다. 이 부분만 잘하면 된다고 했다. 원래 기능에다가 이런 조언에 감읍했다. 금메달을 수상하지 못하면 바보가 될 것 같았다. 운이 좋은 사람은 귀인을 만난다.
- 애송이의 설움
동수는 산업기능 요원으로 대기업 G사에 취업했다. 군대도 면제이고 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는 대우가 좋았다. 회사 선배들도 열심히 하니 예뻐하였다. 동수는 정말 봄에 화사하게 피는 백합처럼 피어났다. 피부도 뽀송했고 눈은 쌍커풀이였다. 여자들에게 제법 인기가 있었다. 회사에서 여직원과도 만나 사귀게 됐다. 군대도 안가도 되고 직장도 있으니 바로 결혼해도 된다. 고참 아가씨들이 어린 동수를 데리고 놀기도 했다. 진지하게 맞아주었다.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걸 느끼기도 했다. 그냥 모든 걸 다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하루종일 생각만 나서 즐겁고 괴롭기도 했다. 그렇게 한 여직원에게 순정을 바치고 있었다. 너무 좋았다. 이제 인생이 피는가 싶다. 이게 사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근데 어느 날 갑자기 이 아가씨가 돌변했다. 좋은 남자가 생긴 것이다. 새로 들어온 대졸 사원에게 환승했다. 피가 거꾸로 솟았다. 공고 출신은 서러웠다. 복수하고 싶었다. 성공해서 보란 듯 잘 살리라 마음먹었다.
야간대학을 다니기로 했다. 결혼시장에서 사회의 색안경은 무서웠다. 빨리 가방끈의 길이를 늘려야 했다.
밤의 캠퍼스는 우울했다. 사람들이 벌레 보는 것 같이했다. 동갑내기들에게는 아재였다. 회사 물을 먹어서 그런지 수학, 영어는 정말 힘들었다. 현역 학생에게 수학은 대리시험을 보게 했다. 대신에 공업제도를 해주었다. 상부상조가 되었다. 세상은 살만한 곳인가 싶었다.
장학금도 받았다. 학생들이 데모를 많이 했다. 학생과 직원에게 그 정보만 먼저 주면 됬다. 애들은 술에 굶주려 있었다. 정에 굶주렸다. 거의 매주 고기와 술이 그들의 뇌를 녹이고 있었다. 입은 자동으로 열렸다. 고급 정보들과 루머가 공중에 날라 다녔다.
-세상은 쉽고 만만하다
유명한 국책연구소에서 금형 기술원을 모집했다.
우리나라가 제품 디자인이 약하다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정부가 급히 만들었다. 디자인이 나쁜 근본적인 이유가 금형 때문이였다. 이렇게 해서 대학교 학생과 직원 도움과 기능올림픽 메달로 연구소에 입사하게 됐다.
공작실에서 기구 제작을 맡게 되었다. 일이 회사에 비하면 너무 쉬웠다. 만나는 사람이 대부분 박사였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동수를 박사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아니라고 했지만 자꾸 설명하기도 귀찮아졌다. 연구소에서는 그게 기본인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박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그나마 인간 대접받을 것 같았다.
이 길이 나의 신분을 올리는 첩경이였다. 학부 때는 영어,수학 때문에 어려웠다. 대학원에 오니 적당히 골라서 들으면 됐다. 만드는 게 많아 정말 좋았다. 회사에서 일하는 공고 후배들에게 잠시 만들라고 하면 됐다. 용도는 묻지 않았다. 그냥 선배에게 빨리 최상급으로 해주었다. 대학교 연구실은 번창했다. 이렇게 실용적인 일을 해보는 것은 이 학교에서 처음 있는 일이였다. 정말 모두가 만족했다.
박사들은 바보 같았다. 뭘 하나 제대로 만드는 것이 없었다. 새로운 것을 시키면 벌벌 떨고 꽁무니를 뺐다. 이건 해도 되는 싸움이다.
연구비는 그냥 산자부 공무원들 데려다가 룸살롱에서 몇 바퀴 돌리면 된다. 눈먼 돈 뭉텅이가 쉽게 나온다. 그들은 돈을 누구엔가에는 주어야 한다. 기왕이면 예쁜 놈에게 더 준다.
돈을 받는 데는 사업계획서를 잘 써야한다. 사업계획서 잘 쓰는 빠꼼이도 연구소에는 있다. 물건 만드는 것은 공고 후배들에게는 식은 죽 먹기다. 소위 지역 금형 리그가 있다. 아직 자리잡지 못한 선후배들이 날밤 까며 금형을 죽어라 만든다. 돈도 안되지만 AS 땜에 죽어나고 있었다. 재야의 기술자들은 기능은 있지만 문서는 어렵다. 뭔가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 입보다는 손이 더 발달한 족속이다.
- 어지러운 여직원
사무원 여직원의 5장의 이력서를 보고 누굴 뽑을까 팀장이 된 동수는 고민했다. 눈이 살아 있는 혜진이를 뽑았다. 야무지게 일을 배웠다. 야심도 있었다. 산자부 도움으로 연구비가 커졌다. 돈은 넘쳤다. 사람도 넘쳤다. 여기만 해도 변두리라 화끈하게 쓰기도 어려웠다. 데리고 있는 위촉연구원과 젊은 박사들이 혜진과 잘 어울렸다. 씀씀이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고참들은 맨날 출장이였다. 맨날 미팅을 누군가와 하느라 연구는 뒷전이였다. 고참들 없는 세상은 해방구였다. 팀장 부재시에는 새로운 세상이 탄생한다. 술집과 식당. 얼마든지 먹어도 됐다. 영수증은 혜진이 처리했다. 처음에는 잘 몰라서 시키는데로 했다. 본부 연구지원과에서 몇 번 혼난 이후로는 점점 빡빡하게 굴었다. 금액, 날짜, 참석자를 꼬치꼬치 따졌다. 참으로 불편했다.
최근에 슬그머니 태도가 바꾸어졌다. 훈훈한 남자 이박사가 정리를 한 것이다. 도도한 혜진은 이박사 앞에서는 약하다. 일식집, 나이트 그리고 호텔. 서너번의 순례에 혜진은 힘없이 무너졌다. 인간은 자신에게 먹이를 주거나 잠자리를 하면 꼼짝 못한다. 참으로 허무하고 경이롭다.
혜진은 직원들의 거의 모든 식사 자리에 참석하였다. 그리고 영수증을 정리했다. 참으로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참으로 일을 잘한다고도 했다. 모든 이의 비밀을 알고 있는 권력자가 되고 있었다. 팀장 동수가 본부장에게 엄청 깨지고 온 날 일이 벌어졌다. 완전 만신창이가 되도록 둘이서 먹고 또 먹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먹었다. 선을 자진해서 넘었다. 동수는 참 미안해 했다. 혜진은 신세를 값은 것 같았고 동업자가 된 것 같아서 좋았다.
납품에 비해 엄청난 금액이 지출결의 되고 있었다. 과다한 금액에 업자들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했다. 동수 몰래 간이영수증을 붙이기로 했다. 수입이 솔솔 했다. 옷도 사 입고 백도 사고 좋았다. 별로 범죄 의식을 들지 않았다. 자꾸하다보니 길이 크게 나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금액이 큰 가짜 세금계산서를 넣기 시작했다.
- 학문의 길은 멀고 험하다
말을 타고나니 경마를 잡히고 싶었다. 동수는 진짜로 박사를 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무것도 아닌 박사가 없어서 마음 한구석에 허전했다. 고통스러울때도 있다. 찾는 자에게 길이 있었다. 그래 KAIST 나와 봐야 뭐하냐? 자기 밑에 있는 박사들을 보면서 무시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하고 부럽기까지 했다.
산자부 김과장도 중기청 박서기관도 이래저래 노후 대비용으로 학위를 준비했다고 했다. 아무리 이름없는 학교지만 1-2년 만에 박사를 받기는 어려웠다. 대학교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부진런히 연구프로젝트를 받아오고 나눠주었다. 장사는 늘 남는다. 후려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안정적으로 연구비를 받는 교수들은 좋아했다. 그리고 답례로 학술논문에 제1저자로도 까지 박아 주었다. 그들은 아주 눈치가 빨랐다. 자기가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뭔가 그럴듯한 결과를 만들어내기에 바빴다. 고마웠다.
혜진은 아침에 30분 일찍와서 너무나 열심히 해줘 안심이 되었다. 업무 스킬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역시 잘 뽑았어. 눈이 살아 있었거든. 혜진은 본부의 행정 라인 사람들에게도 팍팍 밥과 술을 사는 것 같았다. 동수의 법인카드는 혜진의 지갑에도 있다. 인간관계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멍청한 남자들이 혜진의 치마폭에서 흐느적거린다.
학교에서 논문제출자격시험도 통과했다. 문제를 교수들이 귀띔해주었기에 순조롭게 통과했다. 제2외국어가 문제였다. 인문대에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어 과외 선생님에게 좋은 방법이 없냐 물었다. 아는 조교가 있어 시험 경향을 알아 본다고 했다. 혼자서 공부보다는 모의고사를 3번만 보면 준비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감사의 예를 봉투로 다했다. 시험 당일 큰일 날 뻔 했다. 문제가 너무 같아 잘못하면 수석이 될 뻔했다.
논문의 계절이 다가왔다. 3번이나 하는 발표는 쉽고도 어려웠다. 심사위원들이 바빠서 같이 모이는 날이 쉽지 않았다. 초심만 하고 바로 종심으로 하기로 했다. 종심은 통과의례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새로 산 양복을 입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에 진짜 박사님 같은 생각도 들었다.
동수의 교통사고 소식에 모두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모두 예민해졌다. 혜진은 경찰 조사가 신경 쓰였다. 다 털릴 걸 생각해보니 끔찍했다. 어금니를 물었다. 나는 절대로 혼자 죽지는 않는다.
하늘이 무너져도 방법이 있었다. 혜진에게 약점잡힌 이박사가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D경찰서 조사 담당이 사촌 동생이였다. 그냥 교통사고만 조사하고 배경은 건드리지 않고 간다고 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빠른 시간에 혜진은 잔무정리를 했다. 그리고 가능한 모든 연구비를 정리하면서 빨리 세탁을 진행했다. 이박사가 참으로 고마웠다.
- 사람보다는 돈
화장을 했다. 동수의 부친은 정신이 없었다. 자식을 앞세우니 인생이 너무 덧없었다. 어렵던 시절에 희망이였는 데, 가슴이 아리다. 그래도 좋은 곳에 보내고 싶었다. 기도빨이 좋은 봉정암이 생각났다. 그 곳에 가면 극락에 갈 것이라 생각했다. 아들 친구들에게 충분한 여비를 주면서 당부했다.
친구를 탑 옆에 묻을려고 했다. 밤낮으로 기도객이 많았다. 보는 눈이 많았다. 짬이 없었다. 그냥 한 줌 몰래 뿌렸다. 그 나머지는 하룻밤을 보내면서 고민 끝에 하산 길에 개천에 뿌리기로 했다. 부친에게는 미안했지만 할수 없었다. 탑 밑에 잘 모셨다고 거짓말 말했다. 이 산에 신령이 되거라.
하늘은 흐렸으며 백담사로의 하산 길은 미끄러웠다. 그래도 시골 출신이라 산에는 문제 없었다. 그들은 읍내에서 저녁을 먹었다. 행색이 장례치른 모습이다. 마시고 토하고 죽도록 친구들은 마셨다. 식당 여주인은 무심결에 사북의 동수 이름을 듣고 화들짝 놀란다. 그녀는 인물도 좋은 데 인심도 좋았다. 여주인은 동수 아버지의 새하얀 얼굴을 기억했다. 험한 탄광촌에서 정을 준 좋은 사람인데 하고 속으로 삭힌다.
경찰에서 교통사고에 대해 수사를 종결했다.
사고난 BMW는 동수가 업체로 받은 뇌물이지만 묻혀 졌다. 업체 사장이 손해를 주장하고 떼를 썼지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연구소에서는 죽은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모두 달아났다. 모두 나 몰라라 했다.
수억 원에 손을 댄 혜진도 조용히 사직했다. 피의자가 사망했으므로 서둘러 사건이 종결되었다. 이박사와 함께 동수가 박사가 된 S호텔에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혜진은 석양에 비친 하늘을 보았다. 갑자기 구토가 났다. 그의 배속에는 새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Feb 2024 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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