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그 시절이야 국립대학교던 수산대 다니던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은 다들 고만고만하다.
부족한 용돈으로 밥값에 자판기커피값 술값 담배값을 충당하기엔 버거운시절.
담배조차도 500원짜리 솔은 아주 귀한 담배이고 . 주로 330원짜리 은하수
골초인 학생들은 200원짜리 청자를 피고 .
많이 안피는 사람들은 학교 건널목 건너 동아오락실 담배창구서 100원에 솔 세가치 주던 낱담배도 사피곤 했던 시절
그래도 술은 마셨다 . 우째 우째
그 시절 학사주점이라는 교문건너의 지하술집은 학과모임이나 동문모임때는 자주 갔었지만
유독 씨 사운드는 술집을 개척해서 다닌다 .
형님들과 자주가던 잡탕집도 여기에 속한다 .
잡탕집의 설명은 전에 글에 했었고 .
그 시절 또 하나의 로망의 술집은 어느날 잡탕집에서 1차를 하고 2 차로 우연히 가게 된집이였는데
해림싸롱이라고 부르던 " 해림분식 "
이집의 싸롱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가 참 우습다 . 안주 많이 준다는거 ㅠㅠ
김치찌게를 시키면 옛날 아궁이용으로 만든 구부러진 검은 프라이펜에
맛난 비게가 달린 돼지고기가 썽둥썽둥 썰려서 김치랑 수북하다 .
그걸 보고 감탄한 희년형님 왈 " 너거 이집 은자 해림분식이라고 부르지 마라. 해림싸롱이라고 불러라 . 우리 이제 이집 단골이다 "
그리하여 ~ 잡탕집의 잡탕을 버리고 해림싸롱의 김치찌게와 수많은 술들이 죽어가고 .
우리속도 죽어가고 ㅡㅡㅋ
왠지 작고 허름한 술집 체질이던 씨 사운드
학교앞 사이 갈래골목 오른쪽에
다들 기억하는 술집이 하나 있으리라
'니캉내캉'
학교 길건너 경대쪽으로 올라가던길에 ' 가는길 ' 이라는 술집을 하시던
안경 낀 이모님 ^^
벽에 가득 재미난 글이 가득하고,
" 하늘이 술을 사랑하지 않으면 하늘엔 술 별이 없으리라 ~ " 로 시작되던 이백의 권주사 (勸 酒 詞 )가 인상적인 술집
이 집에는 고갈비와 손가락보다 조금 더 큰 노가리가 맛났다 . ^^
라볶기도 여학생들이 있으면 가끔 시켜먹기도 했었고 ^^
고갈비를 시키면 항상 눈깔 빼 먹고 뼈까지 쪽쪽 빨아먹던 준용이는 아주 그리울듯하다 ^^
음... 또 하나 기억나는건 내가 술먹고 형들에게 젤 처음 꼬장부린 술집도
바로 이집 ㅡㅡ;;;
작은 재혁형님이 챙겨주셔서 무사히 집에는 갔지만 .
담날 궁제형님이 때려죽일라다가 봐줬다고 했다 ^^ . 다 지난 기억이고 ^^;;
학교 앞 술집이라면 씨 사운드와 뗄 수 없는 한집. " 88 "
원래 ' 88 ' 이 88 년도에 포장마차였다는 사실을 지금 후배들은 생각도 못할꺼다 싶다 .
지금의 교통방송국 삼거리에 허름한 포장마차가 하나 있었으니 ' 88 포장마차 '
주황색 천막에 검은매직으로 대충 쓰여진 상호명이다 .
이 포장마차는 88년도 겨울부터 8기넘들이 다니기 시작해서 89 년도에 피크를 이룬다 ㅎㅎ.
술도 잘 못먹는 8기들이 형들에게 한소리 들으면 쟤네들끼리 한 잔 묵으러 가던 술집이 그곳이였다.
주로 맴버가 경재 성현이 용철이 웅희 그리고 추씨 ^^
주로 먹는 안주는 1500원짜리 ' 족발 '
족발이라고 해야 지금의 족발처럼 고기가 많은 족발이 아니고 부전시장표 발목족발을
특제 간장소스 ( 간장에 식초랑 설탕이랑 마늘 다진걸 넣은 )에 찍어 먹으면
그 꼬득하고 쫄깃한 족발에 소주가 무지 잘 넘어간다 .
이 족발의 더 큰 장점이라면 안주가 떨어지면 족발 뼈다귀를 간장에 찍어서 빨아먹으면서 몇병 더 해치울수 있다는거다 ^^
간혹 성현이 " 아줌마 ~ 멍게 얼마에요 ? " - " 천오배건 "
" 오백원어치만 안팔아요 ? " - " ...... "
나중에 씨 사운드의 어머니로 불려지시지는 어머니
조금있다가 그냥 한두마리 썰어주신다 ㅎㅎ
이런 처지에서 한잔씩 마시는 소주에 꿀맛같은 안주 .
하지만 꼭있다 이런 사람 . 술 안먹고 안주만 축내는 - 뒤에 안기부(안주기습부대)라고 불리워지는- 사람
대표주자 웅희다 .ㅡㅡ
" 전 형님 술 잘 못먹습니다 ~ " 이렇게 말하면서
갈굼과 눈치를 외면하고 안주가 나오면 넙쭉넙쭉 다 먹어버린다 . 싫었다 웅희가 ㅠㅠ
얼마지나지 않아 88포장마차는 자그만 가게를 얻어서 ' 88 실내포장마차 '라는 번듯한 간판을 가지게되고
오후 수업이 일찍 마치고 술 한 잔 할라치면 .
내려진 셔터를 올리고 들어가 . 당근이며 오이썰고 노가리 궈서 술 먹고
시장가신 어머니 기다리는 단골 술집으로 되버리고 .
항상 오뎅탕을 써비스로 주시기에 . 다른 술집가서 오뎅탕을 돈내고 사먹는게 이상하게 느껴지는 버릇도 생겨버리고 ㅎㅎ
사람이 많을라치면 방과 홀사이 문짝 떼내고 가게 전체를 씨사운드가 차지하고...
또 군입대 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신고를 했던가...
또 형편이 나아지셔서 그 옆건물 지하 굴렁쇠를 인수하시고 .
그 굴렁쇠에서 창형형님 일본가실때 환송회도 그자리서 하게되고 .
일본 다녀오신 창형형님의 권유로
'춘천닭갈비'가 전국 프렌챠이즈 메뉴가 되기전에 '88 춘천닭갈비'라는 상호로 이전해서 오픈
그 뒤로 한동안 ' 88 ' 이라는 호칭보다 ' 춘천 ' 이라는 호칭으로 불리워지게됐을때
내 친구 정환이는 학교 내 찾으러 왔다가
"성훈이 어디갔노 ? " - " 아 정환이형 성훈이 형님 춘천갔습니다 " 라는 대답을 듣고
' 일마는 말도 없이 춘천에는 뭐하러 갔지 ? ' 하면서 집으로 갔다는 슬픈이야기도 이때였다. 강원도 춘천 ㅡㅡㅋ
뒤에 메뉴를 바꿔서 ' 88 암퇘지갈비 ' 로 상호를 바꾸시고도
고기집이건만 우리가 가면 일반안주 두루치기 동태탕 김치찌게
심지어 "성훈이는 이런거 잘 안먹지 ?" 이러시면서 순두부도 안주로 만들어주시고 .
여름에 복날이되면 시장에서 생닭사다가 . " 어머니 이거 백숙좀 ... " 장삿집에 말도 안되는 부탁을 해도 .
" 어 알았어 . 나중에 점심때 와 . 몇명이 먹을껀데 ? " 이렇게 말씀하시고
닭에다가 수삼에 마늘에 듬뿍 넣어셔서 밥까지 챙겨서
방학때 학교서 빈둥되던 수 많은 씨 사운드 식구들을 거둬먹여주시기도 하시고.
마지막으로 지금 친척분이 인수하신 '88 감자탕집'을 구입하셨을때
학교 앞에서 장사 잘 하고 지낸게 씨 사운드 덕분이 크시다면서
사양하는 졸업생들 몰래 동아리에 거금의 악기구입비를 쾌척하시기도 하신...
씨 사운드와 20 여년을 함께한 술집이다 . 아 .. 감동 ㅠㅠ
이 말고도 참으로 많은 추억이 서린 술집들이 있겠지만...
지금 백마 당구장이 건물 올리기전 그 자리에 있던 원조 골목집.
궁제형이랑 점심값으로 두부한모랑 막걸리 두병이랑 즐겨먹던 ^^
그 후 다시 이쁜 딸아이 성현이네 집 ' 골목집'
골목길 평상에 앉아 막걸리 마시다가 집으로 올라가던 동생들 다 붙들어서 다 함께 마시던 ... 캬 좋았다 ^^
그 외에 간혹 가기도 하지만 . 꼭 기억해야 하는 술집들이
대연시장안에 양산통닭과 대연통닭 ... 단체 회식때 가는곳이니 잊어버림 귀한 닭을 못먹게 되는 ㅠㅠ
또 아픈기억이 있는 대연시장안 이층에 단체석이 있던 중국집 ... 이곳 이름은 기억이 가물가물 ;;;
창형형님 총각때 월급의 전부를 갖다준 맥주집 점프 !~ 이주에 한번씩 씨 사운드 사람들이 다 모였다는 ㅎㅎ
창형형님이 내려오면 졸업생에 재학생에 다 같이 모여서 술먹고 기타치면서 흥겹게 시간을 보내던 술집
그룹 모비딕스 출신인 원영형님이 하던 "호프 모비딕스"
모비딕 사람보다 씨 사운드 사람들이 아지트로 사용하던 훌륭한 술집이였죠 .
비록 경영난에 문을 닫았지만 ㅠㅠ
2002 년이 지나면서 내가 아는 단골 술집들은 하나 둘씩 사라지고...
지금은 비오는날이나 여유로운 주말이나 막벙이 뜨면 모이는 ' 배꼽잡이 ' 가 있지만
써클실만큼이나 많은 추억들을 우리네 단골 술집에서 보낸듯하다.
술을 좋아하던 좋아하지 않던
술 자리 함께 하면서 나눴던 시간들 이야기들 ...
그 시간들이 흐르고 흘러서 사라질줄 알았는데
쌓이고 쌓여서 인연이 되고 추억이 되고 정이 되고 ...
또 우리가 되고
첫댓글 TT 그립군~그리워~
88 어머님은 은퇴하시고 잘지내고 계시는지...
"jump" 젊은사장도 생각나네요. 글구 그 누나 사장님도...내노래 마이 좋아해줬더랬는데...ㅎㅎ
지난 이 시절은 아마도 내가 군에 있을때 인것 같네요. 그래도 글을 읽으며 미소와 함께 눈물이... 하염없이 그립네요.
88!!! 포장마차시절 족발...아침인데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이유는????
아.........나는 왜 이 술집들이 기억에 없지 ? 나만 빼 놓고 즈거들끼리만 갔나 ? 난 광훈이나 후배들 델고 들마에 많이 갔었는데..
형님....저 역시 그러네요. 이만큼의 세대차이인거지 싶으면서도, 이건 세대차라기보다는 감성 차이인것 같네요. 성훈아~ 사랑한데이~!! ^^;;
경성대 올라가다 왼쪽 들마!..맞지요? 거기서 승희형 향토장학금 오는날이면 코가 뒤통수에 붙도록 술마시곤 했는데...
좋네요. 추억이란 것은 정말 사람을 참 행복하게 하는듯합니다. 돈 없이 외상으로 먹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카드때문에 무조건 긁다보니 추씨행님의 글과 같은 추억들은 많이 없겠죠.
88년 어느날인가 학교앞 허름한 한양족발집 앞을 지나는데 돈은 없고 족발은 먹고 싶고 큰 맘먹고 외상됩니까?라는 말 한마디에 OK... 지금도 한양족발 집만 고집하게 된 칠득이....ㅎㅎㅎ
춘천어머님~~~뵙고싶다....공짜로 밥 많이 주셨는데......밥값도 안받으시고....
88, 잡탕집, 해림살롱, 들마, 어울림, 슈바빙, 광안리백사장, 동아리방, 웅비탑 근처 잔디밭, 학생회관 베란다, 대연지하식당 등등이 생각나네. 25도소주랑
몇군데는 생각나고,, 나머지는 군대갔을때 일인가 봐요~~ 형님들 항상 건강하십시요.
역시 술 이야기엔 댓글이 폭발적이라능^^~
ㅋㅋㅋ 제가 아는 술집도 이제 나오네요....아~ 생각난다....캬~~~
세상에나... 오늘 인정이 언니 전화 받고 여기 오빠들 언니들 연락할 수 있다 그래서 왔는데, 우리 회가 처음 다섯 글 기억 못해서 가입 못 할 뻔 하다가 인정언니한테 힌트를 받아 가입했어요! 성훈이 형, (오빠보다 '성훈이 형'이 더 친근해서리..) 궁제 형, 용철이 오빠, 성목이 오빠, 경재 오빠, 하경이 오빠, 재혁이 오빠, 영교 오빠, 영춘이 오빠, 경남이 오빠 글구 해여니... 이름만 봐도 가슴이 두근두근, 넘 넘 방가워요!!! 제가 그 88 포장마차를 어떻게 잊을 수가... 성훈이 형, 고마워요 추억이 듬뿍담긴 구수한 술집야기.. 지는 호주 시드니에서 잘 삼다. 한 십 년이 다돼 가네요.. 함 씩 놀러 오께요. 그럼 다들 잘지내시구요!!^^
우와~~빵씨~ 정말 오랫만이다...잘 살고 있나부네~ 방가방가!!! ^o^/
방가우이~^^
몇 달전 88 어머니는 양정 대원 칸타빌 뒤에 있는 한 가게에서 봤습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눈이 마주쳤음... 행님 누나들 잘 계시죠?? ^^ 안녕히 주무세요...
제 결혼식 피로연도 88이었는데...........
와 딸냄이 밥 안주냐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어요. 기억속 저기 어디를 헤매다가.. 비빔국수도 잘 말던 오빠의 손은 눈에 선하게 맛깔나게 추억도 잘 뽑아 내십니다 정말 ...
할말이 넘 많으면 막상 입밖으로 한마디도 못내뱉나봅니다.... 재밌단 말외에 달리 할말이 없네요...젊은이 희망에 살고 늙은이 추억에 산다는데... 내가 너무 늙어버린건 아닌가 하는 공연한 생각도 해봅니다.ㅎㅎ 성훈형 계속 계속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