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A) 달리는 것은 열차가 아니다
열차 안이다.
“여러분, 수퍼에서도 약국에서도 다 파는 이 칫솔. 여기서 안 팔리면 저는 포기 할까요? 절대 저는 실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겐 다음 칸이 기다리니까요”.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먹을 것이 없어 이렇게 형님 누나들께 부탁 올립니다” 로 시작하는 글 편지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승객들에게 돌린다. 그리고 다시 거두어 들인다. “오징어 땅콩, 김밥 있습니다”. “삶은 계란 왔어요” 열차간을 계속 왔다갔다 하던 익숙한 그 상인의 호소 섞인 목소리. 지하철이든 무궁화 열차든 거기서 하루하루를 벌어 생활하는 사람은 다음 칸의 희망이 있다. 그들은 절망하려고 열차를 타지 않는다. 그들에게 희망이 되는 것은 달리는 기차가 아니다. 요즘 보이지 않는 그들. 그 아이는 성장해서 어디로 갔을까. 다음 칸으로, 다음 열차로 갔나. 그들은 돈을 좀 벌어 다른 직업을 구했을까.
열차 승객들에겐 목적지와 중간 기착지가 있다. 열차 속에서 대통령실 고위 간부도 곁눈질로 보았고 국희의원 출신도 오래된 언론인과 고교 동기 의사도 만난 적이 있다. 그들에게도 늘 더 나은 삶이라는 다음 칸, 다음 열차가 기다린다.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도 그것엔 변함은 없다. 다음 정거장에서 타는 승객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있는 자신의 어둠을 아는 것이 미래의 어둠을 헤쳐가는 좋은 길이다.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는 풍경 속에서 종착역으로 달리는 건 더 나은 인생을 향한 희망이다.
(단상-B) 열차에도 향수가 있다.
열차역의 플랫폼에서 손 흔드는 장면은 어떤 신호일까. 기쁨과 아쉬움의 장면일까. 이별의 절망을 표시한 걸까...
”코스모스 피어 있는 정든 고향 역. 이쁜이 곱분이 모두 나와 반겨 주겠지,
달려라 고향 열차, 설레는 가슴 안고, 눈 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나의 고향 역“ 나훈아 이 노래를 군복무 시절 식당으로 향할 때마다 틀어주던 전방 부대에서 근무했다. 위 가사에 위로를 삼아 3년을 버틴 동료 전우들이 많았을 것이다. 이뿐이가 가족이든, 면회 오다가 안 오는 애인이든, 편지가 끊긴 그녀이든. 꾹 참고 힘든 군대 훈련을 무사히 마치게 한 건 그 열차와 애절한 이 노래에서 새어 나오는 이쁜이 향수( 鄕愁)였다.
열차엔 설렘만 있는 건 아니다. 기쁨보다는 슬픔, 괴로움, 안타까움은 노래가 된다. 「안동역」에서 옛 히트곡 가사를 보면,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자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 무릎까지 덮는데 안 오는건지 못 오는건지, 오지않는 사람아, 안타까운 내마음만 녹고 녹는다. 밤이깊은 안동역에서" 이 노래처럼 기다리던 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열차는 지나간다. 다음 열차가 떠나고 그다음 열차가 와도 그 사람은 나타나지 않는다. 지나가는 열차마다 기다리던 그 연인의 향수(香水)를 풍긴다.
(2024년 4월 14일)
(단상-c) ’one way ticket‘이 아니라면
인생이 원 웨이 티켓이 아니라면? 행운일까. 불행일까.
‘인간이 탄 열차’에 신(神)이 왕복 티켓(round ticket)을 끊어 준다면 어떻게 될까. 왜 살아 있는 모든 생물에게 편도 여행권만 주어졌을까. 윤회니 부활이니 하는 말 속에는 도대체 몇 살의 나이로 그리된다는 건지가 나와 있지 않다. 신(神)이 실수해서 죽어 가는 인간에게 마지막으로 다시 태어난 모습으로 가게하는 'two way ticket'을 부여한다면? 단, 살아온 만큼 다시 노인에서 서서히 어린아이로 돌아가게 하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부여한다면.
만약 인생에 왕복 티켓이 주어져서 90살 또는 10 살에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후, 어린아이로 돌아가 0세에서 죽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러니까 단순히 90살, 100살이, 180세, 200세가 되는 게 아니라 개인별로 삶고 싶은 만큼 나이를 목적지 시간으로 정하고 다시 원래의 나이로 돌아간다는 가정을 했다.
개인별로 목적지 나이는 본인이 정한다고 할 때다. 왕복 티켓이란 원래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돌아오는 것이니까 말이다. 인생이 너무 재미있어서 오래오래 살고 싶다거나, 다소 지루해서 90세까지는 아니더라도 60세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사람도 나올까. (인생의 황금기를 60세부터라고 한 사람은 김형석 교수) 인생관이 다를 수 있으므로 목적지 나이는 천차만별일 듯싶다. 치매와 요양원이 두려워 모두 70세 넘기를 싫어 할까.
인생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세월이 거꾸로 흘러가다가 다시 젊게 된다는 상상이니 삶의 소중함과 현재의 순간을 더욱 감사하게 여길까. 나이를 지긋하게 먹은 최종 목적지에서 얻은 지혜, 정보 등을 갖고, 다시 원래의 사람으로 돌아가며 젊어지면서 능력을 발휘하게 되니 사회 발전에 도움이 더 될까.
왕복 티켓 인생은 자기 성장과 발전을 위해 완전히 다른 방식의 처세술을 갖게 할 거 같다. 세상의 모든 제도와 정책은 한마디로 뒤집힐 거 같지만 인생의 소중한 그 의미와 가치는 변하지 않을 거 같다. (웃음)(4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