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2.23 - 26 Central - Santiago - New York

[On The Trail]

일   시 : 2024.02.23 - 26

목적지 : Patagonia O Circuit, Day 9 Central - New York

이제 돌아 간다.

설레임은 행복으로 가득했고

아쉬움은 두고두고 이야기꺼리로 남을 것이다.

쉽지 않은 118Km를 적지 않은 나이에 가볍지 않은 배낭을 메고 머나먼 이 곳까지 달려와 8박 9일의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언뜻 찌프린 시간과 날씨도 있었지만 어쩌면 그로 인해 더 화창하고 더 의미가 있는 파타고니아가 아니었던가.

고로 여행은 참 인생의 단편과도 같다.

아무리 곱씹어 봐도 아름다운 삶이 아닐 수 없다.

버스를 기다리며 빙하를 보며 에머랄드 빛 호수를 보며 힘 주었던 동지들끼리 할 말이 많은가 보다.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한 모습이 좋다.

버스는 정확한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자기 약 안먹었는데 머리 안 아파요?"

'그렇지않아도 애써 잊고 있었는데 생각나게 하네..ㅠㅠ'

"이번에 끊은 패스 내년에 또 써도 되나요?"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파타고니아의 막이 내린다.

숙소에 도착해 배낭을 풀고 곧바로 참았던 그 집을 찾아 갔다.

새롭게 다가온 메뉴는 붕장어 탕

햐... 쥐긴다 쥐겨~

뉴욕에 가서 하나 차릴까?

숙소에서는 우리보다 하루 늦게 출발했지만 성큼 성큼 걸은 덕에 합류하게 된 베테랑님.

이 멀고 먼 타국에서 보게되니 반갑기 그지없다.

우리를 다시 찾게 만든 3단 콤보

"야~~~~~ 이 것을 John Gardner Pass에서 빙하를 보며 먹었더라면..."

묶었던 호스텔은 마치 고향 집에 다녀온 것 처럼 편안했다.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푼토 아레나스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비행기가 내일이니 하루 더 묶고 가야할 베테랑님.
"먼저 갑니다"

푼타 아레나스에서 국내선을 타고 산티아고로 향하는데 국내선이 30분 가량 늦게 들어오더니 또 30여분 이상 지체하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애초 항공권을 끊을 때 2시간 30분 이었던 비행기 스케즐이 몇 일 안 남긴 상태에서 1시간 빨라져 환승 시간이 1시간 30분으로 단축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초조한데 정확히 3시간만에 도착한 비행기는 산티아고 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대책없이 대기 중이다.

그러던 중 우리가 타고갈 뉴욕행 비행기는 날개를 폈고 내리자마자 뛰다시피 국제선 라탐 항공사로 달려가 현재의 상황을 알려주니 알고 있다는 듯 친절하게 호텔을 잡아주고 택시까지 제공 받기로 했는데 그 시간이 무려 3시간 정도를 기다린 끝에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뉴욕에 일요일 아침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딱 24시간 후인 월요일 아침 8시로 변경되었다.

다행히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간절했지만 이미 엎어진 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로 위안을 삼았다.

마침 모두가 하루 늦어도 큰 일까지는 아니어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  

택시로 신나게 달리는 중

호텔 도착 새벽 3시

아직 저녁을 먹지 않은 상태라 룸서비스를 시킨 후

각자 방으로..

"준휘는 에릭님이랑 같이 쓴다고 엄청 좋아하는 것 같아?"

룸 서비스로 받은 야식

맛은 좋은데 너무 지치고 늦은 시간이라.. 그럼에도 다 먹었음

이튿 날 아침

뷰페로 간단히 요기하고 왔다리갔다리

에릭님 준휘님은 손 잡고 마실 다니고 약 사오고

애플님은 고산증 예방 약 산다고 헤메고 다니고

그렇게 시간을 채우다 풀 코스로 점심 식사

여긴 토종닭인가? 푸석거리지 않고 왜 이렇게 부드럽지?

뜨거운 하루 속에서 조금이나마 열정의 산티아고를 둘러보고 7시 공항에서 마련해 준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그리고 지겹도록(?) 정겨운 뉴욕 하늘에 들어오니 급 피로가 쫘악 밀려오는데..

도착하자마자 씻는둥마는둥 일터로 달려가야 했으니...

그럼에도 다녀 온 파타고니아가 약이었는지 심한 독감으로 인해 몸과 마음은 지쳐있었으나 나도 모르게 생글생글 웃음이 묻어나니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Apple]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모든 산우님들께 감사드려요.
파타고니아 생각에
일이 손에 안 잡히는 오후.....

[설산]

그럴 땐 일이 손에 잡히는.오전에 일하고 오후엔 쉬세요.

더 좋은 방법은 배낭메고 또 떠나는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