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민 평론가의 평) 이 공연은 1980년대 창립된 프로야구팀 해태 타이거스의 전설적인 응원단장 이만식의 실화에 기반해 있다. 1인 퍼포먼스로서 공연은 기호성을 넘는 수행성(performati- vity)을 뚜렷하게 강조하면서, '수행적 공연'의 성격을 과시한다.
이 공연은 엄밀하게 보면 모노드라마라고 말하기 어렵다. 배우 김필이 분한 이만식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 위해 찾아온 피디와 작가 앞에서 끊임없이 대화로서의 '자기 이야기 하기'를 실행한다. 해태 타이거스의 응원단장으로서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그와 동시에 '광주 민주항쟁'과 교직된 한국현대사의 가장 아픈 부분들 중 하나를 들추어낸다.
공연은 대사와 오브제의 의미에 근거한 기호성뿐 아니라 신체에 기초한 '수행성' 역시 두드러지게 부각시킨다. 먼저 대사 의미와 함께 연극의 기호성을 살려주는 것은 다양한 오브제들이다. 그것들은 연극의 기호성을 드러내는 데 특히 중요한 '유동성'을 실행한다. 즉 이질적 기호들이 부분적으로 동일한 기호기능을 충족시킨다. 예를 들면 도끼빗과 손도끼와 선글라스는 조폭들을 의미한다. 기호성을 실행하는 또 다른 것으로서 '복합기능성' 역시 눈에 띈다. 야구 포수의 마스크가 경찰진압대의 마스크가 되기도 하며, 다리미대가 의자가 되며 카우보이 모자가 무거운 짐이면서 동시에 모자를 쓴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공연에서는 수행성 역시 결코 간과할수 없다. 김필은 1인 배우이자 동시에 퍼포머이다. 관객 역시 단순히 액자틀 무대의 수동적인 관객 역할로 규정되지 않는 다원적 위치에 서 있다. 극의 관객이자 극중극의 인물이며, 퍼포먼스를 함께 이끌어가는 공동생산자이기도 하다. 해태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야구장 관중으로서 함께 응뭔전을 펼치기도 한다. 바로 여기에 이 공연의 묘미가 있다.
몸에서 출발하는 퍼포먼스는 퍼포머 김필과 관객이 함께 만들어냄으로써, 그 활력과 재미와 긴장과 쾌감이 활활 살아 숨쉰다. 소극장 무대에서 펼쳐지는 배우의 연기는 바로 관객 눈 앞에서 전개되면서 관객을 공연의 공동생산자로 만든다. 김필의 땀냄새와 에너지의 전이에 힘입어 관객은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응원전을 펼친다. 이제 무대와 객석 사이에는 에너지적•운동적•정서적 교류가 폭넓게 형성되면서 자가생성적 내지 자동형성적 피드백고리가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퍼포머의 신체적 現存은 관객들의 그것과 어우러져 공연장 전체를 거대한 '수행적 공간'으로 조성한다. 응원단장의 혼신을 다한 리드에 호응해서 응원단원들과 치어걸들은 '비내리는 호남선'을 타고 '목포의 눈물'을 함께 흘리기도 하고, 좌석 양 옆의 파트너들과 달콤하게 '모닥불 피워놓고' 다정하게 '조개껍질 묶어'를 부르던 그 정서의 시절로 잠시 시간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옆사람의 손바닥을 두드리기도 하고 어깨동무를 한 채 '아리랑 목동'을 외쳐부르기도 한다. 그렇게 공연은 모두를 공동생산자이자 참여자로 만들면서, 모리스 메를로-퐁티가 말하는 脫自의 상태에 이르게 한다. 즉 각자는 자신의 '분리되고 폐쇄된 의식'에서 벗어나서, 그러니까 '탈자'하면서 눈에 보이는 자기 밖의 사람들과 결합되고 마침내 자신의 '초월적 의식'에 도달한다. 이처럼 각자는 지각하면서 의식하고 의식하면서 지각하는 '지각적 의식'의 주체가 된다.
그리고 공연은 마침내 이만식의 개인사가 한국현대사와 중첩되는 지점에 이른다. '광주 민주항쟁'으로 온 가족을 잃고 그나마 하나 남은 남동생 만호마저 군부독재정권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주인공 역시 모진 고문 끝에 결국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어두운 조명 아래 무대 위에서 직접 드러나는 물고문 당하는 상황은 관객의 지각과 의식에 이제 또다른 고통을 심어놓는다.
이로써 수행적 공연이 갖는 '포스트드라마 연극적' 성격은 공연에 대한 관객의 윤리적 책임 역시 강조한다. 관객은 공연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에대해 '윤리적 공동체'로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므로 결국 관객의 현재적 삶은 이렇게 한국 동시대 역사(가 펼쳐진 공연)의 목격자이자 관계자가 되고 만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한 김필 배우를 비롯해 모든 공연관계자들께 감사와 격려의 뜨겁고도 무거운 기립박수를 보낸다.
이것은 실화다! 응원문화의 선구자! 응원의 탄생은 어디서 왔는가? 위로받고 응원받는 연극 하이타이! 연극인들이 추천하는 작품! 천만관객을 향한 질주!
첫댓글 이토록 열정적으로 무대에서 자신을 불태우는 연극 배우를 본적이 없습니다ㆍ
공연기간이 짧아서 놓치기 쉬운 공연이기에 공유해 봅니다ㆍ꼭 보시길 강추드립니다ㆍ^^
좋은 공연정보..
굿임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