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언배율(五言排律) 시.
1) 지봉유설(芝峯類說)에 시(詩)가 있는데 ‘산 빛은 새의 본성을 기쁘게 한다’는 말을 손으로 안마하듯 아름답게 읊기에 ‘새의 본성대로 기쁘게 한다’는 것을 내 마음의 글귀로 대하면서 이어서 운을 써서 근체시(近體詩)로 협운(叶韻)하다. 〔芝峯類說有詩, 山光悅鳥性之語, 艶誦摩挲, 對以鳥性悅我心之句, 因用近體叶韻〕
動得靜中天/동득정중천 : 고요한 가운데 하늘에서 문득 날아다니니
互藏聲色裏/호장성색리 : 서로 햇빛 속에 소리를 감추었네.
生生誰使然/생생수사연 : 생기가 왕성한 이치는 누가 시켜서 그러한지
感應自然理/감응자연리 : 자연의 이치대로 감응하네.
活畵好丹靑/활화호단청 : 생동하는 그림으로 단청(丹靑)색을 좋아하지만
假鳴誇張美/가명과장미 : 거짓 울음이라 아름다움을 과장하네.
形而上下間/형이상하간 : 나는 모양은 상하(上下)간으로 하는데
藹藹無端始/애애무단시 : 왕성한 모양이 시작과 끝이 없구나.
不負本生家/불부본생가 : 본래 사는 집을 저버리지 않으니
同胞一種子/동포일종자 : 같은 배에서 낳은 한 종자라네.
萬綠漲如流/만록창여류 : 온갖 초목은 흐르는 물처럼 넘치니
在渠魚得水/재거어득수 : 그곳에 있는 물고기들은 물을 만나네.
飛潛雖殊形/비잠수수형 : 날거나 헤엄치는 것이 비록 모양이 다르나
一般活潑氐/일반활발저 : 일반적으로 살아 있는 것은 대개 활발하네.
由悅方成樂/유열방성악 : 기쁨으로 말미암아 모두 즐거움을 이루고
樂山愛近仁/악산애근인 : 산을 좋아하여 사랑은 인(仁)에 가깝네.
山翁莞爾笑/산옹완이소 : 산속의 늙은이는 이처럼 빙그레 미소 짓는데
沒數自家春/몰수자가춘 : 모든 운수(運數)는 집에서부터 움직이네.
穿碧筇音續/천벽공음속 : 지팡이 소리 계속하여 푸르름을 뚫고
斟紅詩話頻/짐홍시화빈 : 붉은 술을 따르며 빈번히 시에 관한 이야기를 하네.
關情同物我/관정동물아 : 정(情)이 당기면 물아(物我)가 같은데
無是與誰隣/무시여수린 : 여기에 누구와 이웃하지 못하겠는가?
拖烟宜落日/타연의락일 : 안개를 끌어당기니 마땅히 해가 떨어지고
沐雨喜晴晨/목우희청신 : 비를 흠뻑 맞다가 새벽에 개이니 기뻐하네.
管領此豪富/관령차호부 : 관령(管領)은 이처럼 세력이 있는 부자이기에
欲磨名不磷/욕마명불린 : 아무리 갈아도 부자라는 명성은 얇아지지 않네.
山外休傳信/산외휴전신 : 산 밖으로 소식을 보내는 것도 그만두었지만
恐多不速客/공다불속객 : 부르지도 않은 객(客)들이 많아 염려되네.
有聞此語者/유문차어자 :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데
錯認逃空身/착인도공신 : 빈 몸으로 도망하였다는 것은 잘못 아는 것이네.
此名非素志/차명비소지 : 이 명성 본래의 뜻은 아니지만
堪歎夢驚辰/감탄몽경진 : 꿈에서도 놀라 흔들리니 탄식할 만하네.
炎海南風競/염해남풍경 : 무더운 바다에 남풍은 다투어 불지만
生憎鴂舌人/생증격설인 : 남만(南蠻)의 격설(鴂舌) 사람이라 짜증이 나네.
欲尋雲水去/욕심운수거 : 구름 따라 물 따라 가는 곳을 찾고자 하지만
中野渡無津/중야도무진 : 들판 가운데에서 건너가려니 나루가 없네.
首回乾淨區/수회건정구 : 머리를 돌리니 정결한 구역인데
依舊靑山色/의구청산색 : 청산의 빛깔은 옛 모양과 변함이 없네.
嚶嚶求我速/앵앵구아속 : 재잘재잘 지저귀는 새 내가 빨리 찾고자 하지만
閒捿任起居/한서임기거 : 한가하게 깃들이며 마음대로 기거하고 있네.
喫盡煙霞癖/끽진연하벽 : 담배를 피우니 연하(煙霞)의 고질병이 다하고
鳴春太古音/명춘태고음 : 새가 우니 태고적 소리를 진작하네.
用夏中和節/용하중화절 : 중화절(中和節)에 중국 하(夏)나라의 문물을 이용하고
高尙不虧功/고상불휴공 : 품은 뜻이 고상하면 공력(功力)이 꺾이지 않네.
臥看千仞壁/와간천인벽 : 누워서 천길 절벽을 바라보니
眞詮曾所聞/진전증소문 : 일찍이 들었던 바를 참으로 깨닫겠네.
介潔非中的/개결비중적 : 성품이 굳고 깨끗하다고 과녁을 맞히는 것이 아니지만
鳳鳴如何聞/봉명여하문 : 봉황이 우는 소리를 어떻게 해야 듣겠는가?
步入鵷班列/보입원반렬 : 걸어서도 문무백관의 반열에 들어가니
天運苟如斯/천운구여사 : 하늘의 운은 진실로 이와 같네.
夢纆林下宿/몽묵림하숙 : 숲 아래에서 숙박하여도 노끈 같은 꿈을 꾸는데
消心誰與盟/소심수여맹 : 누구와 맹세를 하여 마음을 삭히겠는가?
懷古看書足/회고간서족 : 옛 자취를 돌이켜 생각하니 책은 넉넉히 보아야 하고
一掬飮寒泉/일국음한천 : 한움큼의 물도 찬 샘물을 마셔야 하네.
泝流訪九曲/소류방구곡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 구곡(九曲)을 찾아가니
到此眞佳境/도차진가경 : 도착한 이곳이 참으로 가경(佳境)이기에
心存養性術/심존양성술 : 마음에 양성술(養性術)을 두겠네.
<해설>
〇지봉유설(芝峯類說) : 이수광(李睟光)이 중국 고대의 육경(六經)에서부터 근세의 소설(小說)에 이르기까지 348가(家)의 서적에서 교훈이 될 만한 3,435조의 사항을 뽑아서 기록해 두었다가 25부(部) 182항목으로 분류하여 1616년(광해군14)경에 간행한 일종의 백과전서이다. 《奎章閣韓國本圖書解題 子部 類書類》
〇협운(叶韻) : 어떤 운(韻)의 문자(文字)가 다른 운(韻)에 통용되게 함. 운(韻)이 잘 맞는 것.
〇생생(生生) : 천지가 만물을 끊임없이 생성하는 이치
〇근체시(近體詩) : 고체시(古體詩)와 상대되는 시체(詩體)로, 당대(唐代)에 성행한 절구(絶句)와 율시(律詩) 등을 말하는데, 자구(字句)의 수, 대우(對偶), 평측(平仄), 용운(用韻) 등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금체시(今體詩)라고도 한다.
〇단청(丹靑) : 붉은빛과 푸른빛
〇관령(管領) : 여기서는 나주목사를 지칭한 듯하다.
〇남만(南蠻)의 격설(鴂舌) : (중국) 남방의 미개한 민족이 알아들을 수 없게 지껄이는 말
〇연하(煙霞)의 고질병 : 산수(山水)의 좋은 경치를 깊이 사랑하는 마음(煙霞)이 대단히 강해 마치 고치지 못할 병이 든 것 같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
〇용하(用夏)는 용하변이(用夏變夷)의 줄인 말로, 중국 문물제도를 따름으로써 종전에 젖어 있던 오랑캐 인습을 변혁시킨다는 뜻. 《孟子 滕文公上》
〇중화절(中和節) : 음력 2월 초하루를 말하는데, 중화절에 대신(大臣)과 척리(戚里)들에게 자[尺]를 내려 주고, 백관(百官)들은 농서(農書)를 올리어 농사에 힘쓰는 뜻을 표했던 일을 가리킨다. 《新唐書 卷139 李泌列傳》
〇양성술(養性術) : 천성을 기르는 술수
□출처 : 한국고전종합DB > 芝峯類說卷十一 / 文章部四 > 唐詩 /唐詩曰。山光悅鳥性。
潭影空人心。/당나라 시에 이르기를 ‘산 빛은 새의 본성을 기쁘게 하고, 못의 그림자는 사람의 마음을 텅 비게 하네,
한편, 중국 바이두(http://www.baidu.com/)에서 키워드 ‘山光悅鳥性’으로 검색해 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 검색됨.
出自唐代常建的《题破山寺后禅院》/당나라 때 상건의 《题破山寺后禅院/파산사 후선원에 대해 적다》에서 나온다.
지은이/ 唐代诗人 常建(상건, 708-765)
清晨入古寺,/청명한 아침에 옛 절에 들어가니
初日照高林。/아침 해가 높은 숲을 비추네.
曲径通幽处,/굽이진 지름길은 그윽한 곳으로 통하는데
禅房花木深。/선방(禪房)에는 꽃과 나무가 우거졌네.
山光悦鸟性,/산 빛은 새의 본성을 즐겁게 하고
潭影空人心。/못 그림자는 사람의 마음을 비우게 하네.
万籁此俱寂,/만 가지 울림이 여기서는 모두 적막하지만
惟聞钟磬音。/다만 종과 경쇠 소리만 들리네.
란 오언율시를 발견하였다.
첫댓글 이수광이 지붕유설을 저술했다는 庇雨堂이 서울 낙산사 아래 초가집이 있습니다...
中和節에는 시골에서 매년 콩볶아먹는날이었습니다..
엄마 생각 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