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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차] 권창순의 김유정소설문학여행 -2017. 2. 17
김유정 소설 [동백꽃]문학여행
서울과 춘천을 잇는 경춘선
한국소설문학의 색동역
김유정역
오늘은 김유정(1908-1937) 소설 [동백꽃]을 읽으며
실레이야기길을 타박타박 걷는다.
경춘선의 봄내[春川]
산 냄새, 물 냄새, 사람 냄새, 동백 냄새 알싸한 소설책
유정이 막무가내 사랑한 따라지와 만무방의 눈물웃음
신연강 안은 한국단편소설의 색동강
넌, 봄! 봄! 봄! 세상으로 번져가는 봄향기
[詩 김유정역. 긴고랑 권창순]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쫓기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뒤에서 푸르득푸드득, 하고 닭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점순네 수탉(은 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수탉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 하고
면두를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또 푸드득 하고 모가지를 쪼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면 이 못생긴 것은 쪼일 적마다
주둥이로 땅을 받으며 그 비명이 킥, 킥 할 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면두를
또 쪼이어 붉은 선혈은 뚝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내 대강이가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것같이 두 눈에서 불이 번쩍 난다.
대뜸 지게 막대기를 메고 달려들어 점순네 닭을 후려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헛매질로 떼어만 놓았다.
이번에도 점순이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놈의 계집애가 요새로 들어서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렁거리는지 모른다.
-소설 [동백꽃]
한국철도역사에 사람이름이 역명이 된 곳은 이곳 김유정역이 처음이다.
김유정역사 앞에 조성된 유정이야기숲에서 기다림의 의미를 되새김질 해본다.
강원도 사람들이 말하는 노란 동백꽃이란 생강나무꽃을 말한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의 그 나무다.
나그네 발자국소리에 꿈틀거리는 듯.
나흘 전 감자 쪼간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계집애가 나물을 캐러 가면 갔지 남 울타리 엮는 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뒤로 살며시 와서, "얘! 너 혼자만 일하니?" 하고
긴치 않은 수작을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 척 만 척하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망아지만한 계집애가 남 일하는 놈보구.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디?"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너 일하기 좋니?" 또는, "한여름이나 되거든 하지 벌써 울타리를 하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 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놈의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집께를 할금할금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구웠는지 아직도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굵은 감자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 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은 큰일날 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봄감자가 맛있단다." "난 감자 안 먹는다, 너나 먹어라."
나는 고개도 돌리려하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감자를 도로 어깨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 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서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소설 [동백꽃]
아픔도, 웃음도, 절망도, 희망도
촛불로 태우며 밤새워 썼네
유정을 위하여 따로 놓여 있던 길
문학의 길을 온순히 머리 숙이며
목숨 다 할 때까지 굳게 걸었네
눈물에 번지는 만무방들의 웃음을
웃음에 번지는 따라지들의 눈물을
누구보다 사랑한 작가 김 유 정
그들의 열린 언어로 소설을 써
지금 읽어도 생동감 넘치니
한국단편문학의 선구자, 김 유 정
알싸하고 향긋한 노란 동백꽃이네
-[詩 김유정. 긴고랑 권창순]
우리가 이 동리에 들어온 것은 근 삼 년째 되어 오지만 여태껏 가무잡잡한 점순이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바구니를 다시 집어 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논둑으로 휭허게 달아나는 것이다. 어쩌다 동리 어른이, "너 얼른 시집가야지?" 하고 웃으면, "염려 마세유.
갈 때 되면 어련히 갈라구!" 이렇게 천연덕스레 받는 점순이었다.
본시 부끄럼을 타는 계집애도 아니려니와 또한 분하다고 눈에 눈물을 보일 얼병이도 아니다.
분하면 차라리 나의 등허리를 바구니로 한번 모질게 후려치고 달아날지언정.
그런데 고약한 그 꼴을 하고 가더니 그 뒤로는 나를 보면 잡아먹으려고 기를 복복 쓰는 것이다.
설혹 주는 감자를 안 받아 먹은 것이 실례라 하면, 주면 그냥 주었지 '느 집엔 이거 없지'는 다 뭐냐.
그러잖아도 저희는 마름이고 우리는 그 손에서 배재를 얻어 땅을 부치므로 일상 굽실거린다.
-소설 [동백꽃]
나도 사랑이 좋다!
-소설 [동백꽃]의 점순이와 소작인아들
넌 바보야! 정말 바보야! 왜 내 맘 몰라주니?
이놈의 닭, 죽어라! 죽어! 네가 얄미우니까
점순아, 지게막대기로 네 집 울타리를 후려쳤지만
왜 네 맘 모르겠니
넌 마름의 딸, 난 소작인의 아들
우리 어머니 다짐처럼 내가 너와 붙어 다니다 일을 저지르면
우린 땅도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마는 걸
미안해, 점순아
그래도 난 몰라, 내 사랑!
우리 수탉아, 쪼아라! 쪼아!
닭의 횃소리! 청승맞은 호드기 소리!
대뜸 달려들어 네 수탉을 때려 엎었지만
점순아, 용서해다오! 네 홉뜬 눈이 정말 무서워!
이젠 땅도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겠지
괜찮으니깐, 울지 마! 요담부터 그러지 마라
내가 못살게 굴 테니까
안 이를 테니 이리와
넌 내 어깨를 짚은 채 퍽 쓰러졌지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아! 알싸하고 향긋한 그 냄새!
난 땅이 꺼지는 듯, 온 정신이 고만 아찔했다!
너 말마라
금병산기슭에 널려 있는 굵은 바윗돌 틈에
소보록하니 깔린 노란 동백꽃 속
우리 둘만의 사랑을
그래! 그래! 뭐, 사랑에도 소작인 있나?
나도 사랑이 좋다!
[글 : 긴고랑 권창순]
우리가 이 마을에 처음 들어와 집이 없어서 곤란으로 지낼 제 집터를 빌리고 그 위에 집을 또 짓도록
마련해 준 것도 점순네의 호의였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농사 때 양식이 달리면 점순네한테 가서 부지런히 꾸어다 먹으면서
인품 그런 집은 다시없으리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열일곱씩이나 된 것들이 수군수군하고 붙어다니면 동리의 소문이 사납다고 주의를
시켜 준 것도 또 어머니였다.
왜냐하면 내가 점순이하고 일을 저질렀다가는 점순네가 노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땅도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었다.
그런데 이놈의 계집애가 까닭 없이 기를 복복 쓰며 나를 말려죽이려고 드는 것이다.
-소설 [동백꽃]
[팔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나]
1908년 1월 11일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증리 실레마을
아버지 김춘식
어머니 심씨 사이
팔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김유정
내리 딸만 다섯 낳다
얻은 아들이라
더없이 귀엽고 소중해
오래오래 살고
재산 많이 생기라고
멱서리라 불렀다.
*김유정(1908-1937)은 [동백꽃], [봄·봄] 등으로 널리 알려진 1930년대 소설가로
이곳 강원도 춘천부 남내이작면 증리 427번지 (현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증리 실레마을)에서 태어났다.
눈물을 흘리고 간 담날 저녁 나절이었다. 나무를 한짐 잔뜩 지고 산을 내려오려니까
어디서 닭이 죽는 소리를 친다.
이거 뉘 집에서 닭을 잡나, 하고 점순네 울 뒤로 돌아오다가 나는 고만 두 눈이 뚱그래졌다.
점순이가 저희 집 봉당에 홀로 걸터앉았는데 이게 치마 앞에다 우리 씨암탉을 꼭 붙들어 놓고는,
"이놈의 닭! 죽어라, 죽어라." 요렇게 암팡스레 패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대가리나 치면 모른다마는
아주 알도 못 낳으라고 그 볼기짝께를 주먹으로 콕콕 쥐어박는 것이다.
나는 눈에 쌍심지가 오르고 사지가 부르르 떨렸으나 사방을 한번 휘돌아보고야 그제서
점순이 집에 아무도 없음을 알았다. 잡은 참 지게 막대기를 들어 울타리의 중턱을 후려치며,
"이놈의 계집애! 남의 닭 알 못 낳으라구 그러니?" 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나 점순이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고 그대로 의젓이 앉아서 제 닭 가지고 하듯이 또 죽어라,
죽어라, 하고 패는 것이다. 이걸 보면 내가 산에서 내려올 때를 겨냥해 가지고 미리부터
닭을 잡아 가지고 있다가 너 보란 듯이 내 앞에 줴지르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남의 집에 뛰어들어가 계집애하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형편이 썩 불리함을 알았다. 그래 닭이 맞을 적마다 지게 막대기로 울타리나 후려칠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울타리를 치면 칠수록 울섶이 물러앉으며 뼈대만 남기 때문이다.
-소설 [동백꽃]
소작인의 아들 ‘나’의 집 장독께서 만난 [동백꽃]의 그 작은 수탉, 전격대담기
-쟁그러워 죽겠다구유?
(상상하면 행복해진다. 그것 또한 김유정문학이 주는 즐거움!)
소작인의 아들 ‘나’의 집 장독께서 그 수탉을 전격적으로 만났다.
“꼬꼬! 반가워유!”
“반갑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곳에서 만나자고 그래유? 꼬꼬 킥킥!” 다 아물지 못한 상처투성이의
면두를 숙이며 그 작은 수탉이 괴로운지 재채기를 한다.
“작은 주인은 어딜 갔나요?”
“나그네기자 양반, 금병산기슭 따뜻한 곳도 많은데, 왜 이 괴로운 장소에서 굳이 만나자고 했나유? 왜유?”
“작은 주인은 또 나무를 하러 갔나요?”
“참, 고집하군. 그렇게 답 먼저 듣고 싶어유? 인간들이란! 그래유! 우리 자랑스런 작은 주인 나무하러 갔어유!”
“자랑스런 작은 주인이라니요? 그 말에 뼈가 있는 것 같은데요?”
“그건 그렇고 할 얘기 있다고 했으니 해보세유?”
“그보다 ‘자랑스런 주인’에 대한 얘기 먼저 해주세요?”
“이 면두를 보세유! 어디 여기뿐인가요. 온몸이 상처투성이지유. 그것도 좋으련만 궐련 물부리를 물리고
고추장을 목구멍으로 들여 부으니 그게 어디 할짓인가유?”
“그거야 당장은 괴롭겠지만, 매일같이 점순네 큰 수탉한테 피 흘리는 것보단 낫잖아요?”
“쌈닭에게 고추장을 먹이면은 병든 황소가 살모사를 먹고 용을 쓰는 것처럼 기운이 뻗친다 하지만
다 모르는 소리예유! 모르는 소리!” 하다가 그 작은 수탉이 머리를 들어 금병산기슭을 바라다본다.
“그럼, 꼬꼬님께 고추장을 퍼 먹이는 게 다른 그 무엇 때문이란 말씀인가요?”
“기자라서 그런지 눈치 하난 빠르구먼유!”
“기자양반도 아시지유?”
“대충 알지만 꼬꼬님께서 말씀해 주시지요?”
“그 놈의 사랑놀음 때문에 내가 이렇게 힘들지유?”
“점순이와 꼬꼬님의 작은 주인의 짝사랑 말인가요?”
“그래유. 나도 우리 작은 주인님 형편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맘에 그 향기로 가득한데,
참는다고 되는 건 아니지유. 우리만 고생이지유!”
“우리라니요?”
“알면서 묻는 인간들의 그 수작이란 참 얄밉지만 내가 참지유. 저기 보세유! 우리 씨암탉! 점순이가
이놈의 닭 죽어라 하고 암팡스리 패고 볼기짝께를 콕콕 쥐어박는 바람에 알도 못 낳고 저 모양인 걸 보세유!”
“참 안 됐어요. 곧 좋아지겠지요.”
“그렇겠지유. 궐련 물부리를 물리고 고추장을 퍼 부으면 혹 모르지유!”
“역정은 그만 내시고 작은 주인의 맘에 그 향기로 가득하다고 했는데, 그 향기에 대해 말해 주세요?”
“기자양반도 아시겠지만 열일곱 청춘에 그걸 모르겠어유! 점순이가 왜 자기를 못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말이예유. 감자사건이나, 배냇병신이라고 욕하는 거나, 그리고 우리 닭들의
수난이나, 물론 그것이 제 주인마님의 다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점순이의 사랑을 받고 싶은
그 마음을 애써 누르는 걸 전 알지유.”
“많은 독자들은 점순이의 사랑을 눈치 채지 못하는 아둔한 청춘이라고도 하는데요?”
“그러나 많은 독자들은 알지유. 우리 작은 주인이 점순이와 일을 저질렀다간 점순네가 노할 것이고
그러면 땅도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유. 물론 우리 작은 주인도 잘 알고 있구유.
그런데 전 시각을 좀 달리해유!” “고추장 때문인가요?”
“맞아유. 작은 주인님은 너무 가혹해유. 나야 어찌됐던 고추장을 내 목구멍에 퍼 넣어서라도
점순이를 이기고만 싶은 거예유. 모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가혹한 것은
점순이를 사랑한다는 거지유. 나보러 자기 마음을 전해달라는 거지유. 설사 내가 매일 고추장을 퍼 먹고
점순네 큰 수탉을 쪼아대 이긴다구 해두 우리 작은 주인은 기쁘지 않을 거예유?”
“왜 안 기쁘겠어요?”
“자기의 맘속에 있는 것을 자기가 행동으로 전해야지유! 사랑이란 게 그렇잖아유?”
“그래두 사랑을 하다보면 자기의 맘 전하기가 그렇게 쉬운가요?”
“물론 얼굴을 맞대고 맘속을 죄다 말하기는 어렵겠지유! 그러면 너무 시시하구유!”
“그런 걸 알면서 작은 주인을 미워하면 되나요?”
“하지만 이 고통을 기자양반이 몰라서 그래유!”
“고통 속엔 향기가 있다고 그러던데.”
“물론이지유. 죽도록 아파보아야 건강의 소중함도 알고, 일상의 작은 것들의 소중함도 알고, 이웃들의 삶의
작은 몸짓들의 아름다움도 알기에! 사실 이런 모든 게 향기이기 때문이겠지유.”
“시인 같네요.”
“이제 저를 이 장독께서 만나 할 애기가 있다고 했지유? 해보세유! 얼른!”
“언젠가 제가 꼬꼬님께 쓴 편지에서 꼬꼬님이 고추장만 퍼 먹으면 되겠구나 싶어 꼬꼬님의 작은 주인님과
함께 쟁그러워 죽겠다고 서로의 볼기짝께를 두드리며 좋아했다고 했는데, 그 말 사과 드릴려구요!”
“시시하게 그것 때문에 이 장독께서 만나자고 했어유?”
“미안해요!”
“결국 닭들에게 미안해! 이말이지유?”
“그렇지요! 그리고 꼬꼬님의 작은 주인님 지게막대기에 죽은 점순네 큰 수탉에게도요!”
“그때를 생각하니 쓰러질 것만 같아유. 피를 흘리며 거의 빈사지경이었지!” 곧 쓰러질 것만 같은 그 작은
수탉이 장독에 한참을 기대고 있다가 날개를 푸드덕 거리며,
“그래도 우리 닭들이 있어 노란 동백꽃이 더 알싸하고 향긋하지유. 점순이와 우리 작은 주인님의 사랑도
더 향기롭고유. 그렇게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동백꽃] 소설의 향기 중 일부는 우리 닭들의 향기가
아닌가 생각해유! 기자양반 생각은 어때유? 꼬꼬꼬꼬!!”
“하여튼 실레마을에 오면 쟁그러워 죽겠어유!” ♣
[글 : 긴고랑 권창순]
하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나만 밑지는 노릇이다. "야, 이년아! 남의 닭 아주 죽일 터이냐?"
내가 도끼눈을 뜨고 다시 꽥 호령을 하니까 그제야 울타리께로 쪼르르 오더니 울 밖에 섰는
나의 머리를 겨누고 닭을 내팽개친다. "에이, 더럽다! 더럽다!" "더러운 걸 널더러 입때
끼고 있으랬니? 망할 계집애년 같으니!" 하고 나도 더럽단 듯이 울타리께를 힝하니 돌아 내리며
약이 오를 대로 다 올랐다. 라고 하는 것은 암탉이 풍기는 서슬에 나의 이마빼기에다
물찌똥을 찍 깔겼는데 그걸 본다면 알집만 터졌을 뿐 아니라 골병은 단단히 든 듯싶다.
그리고 나의 등뒤를 향하여 나에게만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 "이 바보 녀석아!"
"얘! 너 배냇병신이지?" 그만도 좋으련만, "얘! 너 느 아버지가 고자라지?"
"뭐? 울 아버지가 그래 고자야?" 할 양으로 열벙거지가 나서 고개를 홱 돌리어 바라봤더니
그때까지 울타리 위로 나와 있어야 할 점순이의 대가리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그러다 돌아서서 오자면 아까에 한 욕을 울 밖으로 또 퍼붓는 것이다.
욕을 이토록 먹어 가면서도 대거리 한마디 못 하는 걸 생각하니 돌부리에 채어 발톱 밑이 터지는 것도
모를 만치 분하고 급기야는 두 눈에 눈물까지 불끈 내솟는다. 그러나 점순이의 침해는 이것뿐이 아니다.
-소설 [동백꽃]
사람들이 없으면 틈틈이 제 집 수탉을 몰고 와서 우리 수탉과 쌈을 붙여 놓는다.
제 집 수탉은 썩 험상궂게 생기고 쌈이라면 홰를 치는 고로 으레 이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툭하면 우리 수탉이 면두며 눈깔이 피로 흐드르하게 되도록 해놓는다.
어떤 때에는 우리 수탉이 나오지를 않으니까 요놈의 계집애가 모이를 쥐고 와서 꾀어 내다가 쌈을 붙인다.
이렇게 되면 나도 다른 배차를 차리지 않을 수 없다. 하루는 우리 수탉을 붙들어 가지고
넌지시 장독께로 갔다. 쌈닭에게 고추장을 먹이면 병든 황소가 살모사를 먹고 용을 쓰는
것처럼 기운이 뻗친다 한다.
장독에서 고추장 한 접시를 떠서 닭 주둥아리께로 들이밀고 먹여 보았다.
닭도 고추장에 맛을 들였는지 거스르지 않고 거진 반 접시 턱이나 곧잘 먹는다.
그리고 먹고 금세는 용을 못 쓸 터이므로 얼마쯤 기운이 들도록 홰 속에다 가두어 두었다.
밭에 두엄을 두어 짐 져내고 나서 쉴 참에 그 닭을 안고 밖으로 나왔다.
-소설 [동백꽃]
마침 밖에는 아무도 없고 점순이만 저희 울 안에서 헌옷을 뜯는지 혹은 솜을 터는지
웅크리고 앉아서 일을 할 뿐이다. 나는 점순네 수탉이 노는 밭으로 가서 닭을 내려놓고 가만히 맥을 보았다.
두 닭은 여전히 얼리어 쌈을 하는데 처음에는 아무 보람이 없다.
멋지게 쪼는 바람에 우리 닭은 또 피를 흘리고 그러면서도 날갯죽지만 푸드득푸드득 하고 올라 뛰고 뛰고
할 뿐으로 제법 한번 쪼아 보도 못 한다.
그러나 한번은 어쩐 일인지 용을 쓰고 펄쩍 뛰더니 발톱으로 눈을 하비고 내려오며 면두를 쪼았다.
큰 닭도 여기에는 놀랐는지 뒤로 멈씰하며 물러난다. 이 기회를 타서 작은 우리 수탉이
또 날쌔게 덤벼들어 다시 면두를 쪼니 그제는 감때사나운 그 대강이에서도 피가 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옳다 알았다, 고추장만 먹이면은 되는구나, 하고 나는 속으로 아주 쟁그라워 죽겠다.
그때에는 뜻밖에 내가 닭쌈을 붙여 놓는 데 놀라서 울 밖으로 내다보고 섰던 점순이도
입맛이 쓴지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두 손으로 볼기짝을 두드리며 연방, "잘한다! 잘한다!"
하고 신이 머리끝까지 뻗치었다.
-소설 [동백꽃]
금병산(652m)
금병산자락에는 실레이야기길이 있다.
작가의 고향 실레마을과 비단병풍 금병산은 김유정소설 12편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곳 이야기는 늘 노래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넋이 풀리어 기둥같이 묵묵히 서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큰 닭이 한번 쪼인 앙갚음으로 호들갑스레 연거푸 쪼는 서슬에
우리 수탉은 찔끔 못 하고 막 곯는다.
이걸 보고서 이번에는 점순이가 깔깔거리고 되도록 이쪽에서 많이 들으라고 웃는 것이다.
나는 보다못하여 덤벼들어서 우리 수탉을 붙들어 가지고 도로 집으로 들어왔다.
고추장을 좀더 먹였더라면 좋았을 걸 너무 급하게 쌈을 붙인 것이 퍽 후회가 난다.
장독께로 돌아와서 다시 턱밑에 고추장을 들이댔다. 흥분으로 말미암아 그런지 당최 먹질 않는다.
나는 하릴없이 닭을 반듯이 누이고 그 입에다 궐련 물부리를 물리었다.
그리고 고추장 물을 타서 그 구멍으로 조금씩 들이부었다. 닭은 좀 괴로운지 킥킥 하고 재채기를
하는 모양이나 그러나 당장의 괴로움은 매일같이 피를 흘리는 데 댈 게 아니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한 두어 종지 가량 고추장 물을 먹이고 나서는 나는 그만 풀이 죽었다.
싱싱하던 닭이 왜 그런지 고개를 살며시 뒤틀고는 손아귀에서 뻐드러지는 것이 아닌가.
-소설 [동백꽃]
점순아~~~!
노란 동백꽃 향기 알싸한 봄을 기다린다.
아버지가 볼까 봐서 얼른 홰에다 감추어 두었더니 오늘 아침에서야 겨우 정신이 든 모양 같다.
그랬던 걸 이렇게 오다 보니까 또 쌈을 붙여 놓으니 이 망할 계집애가 필연 우리집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제가 들어와 홰에서 꺼내 가지고 나간 것이 분명하다. 나는 다시 닭을 잡아다
가두고 염려는 스러우나 그렇다고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가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소나무 삭정이를 따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암만해도 고년의 목쟁이를 돌려놓고 싶다.
이번에 내려가면 망할년 등줄기를 한번 되게 후려치겠다 하고 싱둥겅둥 나무를 지고는
부리나케 내려왔다. 거지반 집에 다 내려와서 나는 호드기 소리를 듣고 발이 딱 멈추었다.
산기슭에 널려 있는 굵은 바윗돌 틈에 노란 동백꽃이 소보록하니 깔리었다.
그 틈에 끼어 앉아서 점순이가 청승맞게시리 호드기를 불고 있는 것이다.
-소설 [동백꽃]
[노랫말바꿔부르기]
(1) 소설 [동백꽃]의 점순이가 부르는 국민가요 [소양강 처녀]
봄감자 주면먹지 왜안먹는다. 죽어라 이놈의닭 죽어죽어 이놈의닭.
이바보 배냇병신 이맘왜몰라. 콕콕콕 볼기짝께 이놈의닭 죽어라.
아 --울렁울렁 점순이마음 왜몰라주니.
(2) 소설 [동백꽃]의 소작인아들이 부르는 국민가요 [소양강 처녀]
왜나를 못먹겠다 아르릉거려. 느집엔 이거없지 봄감자로 생색생색.
열입곱 된것들이 붙어다니면. 점순네 노할테고 집도땅도 내쫒겨.
아 --그런까닭 이놈의계집 왜몰라몰라.
(3) 소설 [동백꽃]의 점순이와 소작인아들이 함께 부르는 국민가요 [소양강 처녀]
큰수탉 때려엎고 엉하고울음. 그럼너 이담부터 안그러지 그래그래.
죽은닭 염려마라 안이를테니. 무엇에 떠밀려서 겹쳐겹쳐 쓰러져.
아 --노란동백 알싸한향기 땅이꺼질 듯
그보다도 더 놀란 것은 그 앞에서 또 푸드득푸드득 하고 들리는 닭의 횃소리다.
필연코 요년이 나의 약을 올리느라고 또 닭을 집어 내다가 내가 내려올 길목에다 쌈을 시켜 놓고
저는 그 앞에 앉아서 천연스레 호드기를 불고 있음에 틀림없으리라.
나는 약이 오를 대로 다 올라서 두 눈에서 불과 함께 눈물이 퍽 쏟아졌다.
나무 지게도 벗어 놀 새 없이 그대로 내동댕이치고는 지게 막대기를 뻗치고 허둥지둥 달려들었다.
가까이 와보니 과연 나의 짐작대로 우리 수탉이 피를 흘리고 거의 빈사 지경에 이르렀다.
닭도 닭이려니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 없이 고대로 앉아서 호드기만 부는
그 꼴에 더욱 치가 떨린다. 동리에서도 소문이 났거니와 나도 한때는 걱실걱실히 일 잘하고
얼굴 예쁜 계집애인 줄 알았더니 시방 보니까 그 눈깔이 꼭 여우새끼 같다.
-소설 [동백꽃]
나는 대뜸 달려들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큰 수탉을 단매로 때려 엎었다.
닭은 푹 엎어진 채 다리 하나 꼼짝 못 하고 그대로 죽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섰다가
점순이가 매섭게 눈을 홉뜨고 닥치는 바람에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이놈아! 너 왜 남의 닭을 때려죽이니?" "그럼 어때?" 하고 일어나다가, "뭐 이 자식아! 누 집 닭인데?"
하고 복장을 떼미는 바람에 다시 벌렁 자빠졌다.
그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하니 분하기도 하고 무안도 스럽고 또 한편 일을 저질렀으니
인젠 땅이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해야 될는지 모른다. 나는 비슬비슬 일어나며
소맷자락으로 눈을 가리고는 얼김에 엉 하고 울음을 놓았다.
그러다 점순이가 앞으로 다가와서, "그럼, 너 이 담부턴 안 그럴 테냐?" 하고 물을 때에야
비로소 살 길을 찾은 듯싶었다. 나는 눈물을 우선 씻고 뭘 안 그러는지 명색도 모르건만,
"그래!" 하고 무턱대고 대답하였다. "요 담부터 또 그래 봐라, 내 자꾸 못살게 굴 테니."
"그래 그래, 인젠 안 그럴 테야." "닭 죽은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점순아! 점순아! 이년이 바느질을 하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어딜 갔다 온 듯싶은 그 어머니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점순이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꽃 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 아래로 내려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 위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 [동백꽃]
[사진 - 2016년 금병산 동백꽃. 긴고랑 권창순]
김유정 소설 [동백꽃]을 국민가요 [소양강 처녀]로 부르기 [노랫말 바꾸기 : 권창순]
(1)
오늘도 우리수탉 막쫓기었다/ 점심을 먹고나무 하러갈양 나올때다/ 산으로 올라서니 등뒤푸드덕/
횃소리 야단이다 두놈이또 얼렸다/ 아-아- 점순수탉 우리수탉을 함부로해내/
(2)
못생긴 우리수탉 쪼일적마다/ 주둥이 땅받으며 비명킥킥 할뿐이다/ 아물지 않은면두 또쪼키어서/
선혈은 뚝뚝뚝뚝 두눈에선 불번쩍/ 아-아-달려들어 지게막대로 헛매질떼어/
(3)
이번도 점순이가 쌈붙여놨어/ 바바짝 내기올려 그랬을것 틀림없어/ 고놈의 계집애가 요새들어서/
왜나를 못먹겠다 아릉아릉거리나/ 아-아- 나를나를 못먹겠다고 아르릉거려/
(4)
나흘전 감자쪼간 만하더라도/ 저에게 조금잘못 한것없다 한것없어/ 계집애 나물캐러 가면가라지/
울타리 엮는데와 쌩이질이 다뭐야/ 아-아- 발소리를 죽여가면서 등뒤로와서/
(5)
너혼자 일을하니 하고수작여/ 저와난 서로만나 본척만척 지내던터/ 오늘은 갑작스리 대견해졌음/
웬일여 웬일인가 남일하는 놈보구/ 아-아- 그럼그럼 혼자하지뭐 떼루하느냐/
(6)
한여름 되든하지 벌써울타리/ 잔소리 늘어놓다 남들을까 입을막고/ 깔깔깔 우스울것 하나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계집애가미쳤나/ 아-아-할끔할끔 행주치마속 바른손뽑아/
(7)
턱밑에 불쑥내민 감자세개여/ 아직도 더운김이 홱끼치는 굵은감자/ 느집엔 이거없지 생색큰소리/
준것을 알면큰일 얼른먹어 먹어라/ 아-아- 봄감자가 맛이있단다 얼른먹어봐/
(8)
난감자 안먹는다 너나먹어라/ 고개도 안돌리고 감자도로 쑥밀었네/ 그러자 쌔근쌔근 거친숨소리/
이건또 뭐냐싶어 돌아보니놀랐다/ 아-아- 가무잡잡 점순이얼굴 홍당무됐네/
(9)
눈독을 올리고서 쏘아보더니/ 나중에 눈물까지 어리는것 아니더냐/ 바구니 집어들고 이꼭아물고/
엎질듯 자빠질듯 논둑으로 달아나/ 아-아- 점순이가 점점순이가 힝케달아나/
(10)
너얼른 시집가지 하고웃으면/ 염려를 마마세요 갈때되면 갈라구요/ 본시에 부끄럼을 모르는계집/
분하면 내등어리 후려때려 때리고/ 아-아- 달아나지 달아나야지 그런점순이/
(11)
고약한 그런꼴을 하고가더니/ 그뒤로 나를보면 잡아먹자 기를복복/ 준감자 안받은게 실례라하면/
느집엔 이거없지 그런말을왜한담/ 아-아- 저흰마름 우린소작인 굽신거리니/
(12)
이마을 들어와서 곤란지낼제/ 집터를 빌려주고 마련해준 점순이네/ 어머니 아버지도 양식딸리면/
점순네 한테가서 부지런히 꿔먹어/ 아-아- 인품인품 다시없는집 칭찬또칭찬/
(13)
열일곱 된것들이 붙어다니면/ 소문이 사납다고 주의시킨 울어머니/ 점순이 좋아하면 점순네노해/
그러면 땅떨어져 집도집도 내쫓겨/ 아-아- 이놈계집 그런까닭을 모르는걸까/
(14)
눈물을 흘리고간 담날저녁에/ 나무를 잔뜩지고 내려오니 죽는소리/ 뉘집서 닭을잡나 울뒤돌다가/
난고만 두눈뚱글 우리닭이 죽누나/ 아-아- 이놈의닭 죽어라죽어 점순이심술/
(15)
요렇게 암팡스리 우리닭패네/ 그것도 볼기짝께 주먹콕콕 쥐어박네/ 아주알 못낳라고 못낳으라고/
나는눈 쌍심지에 사지사지 부르르/ 아-아- 작은막대 울타리중턱 후려치누나/
(16)
이놈의 계집애야 남닭알못나/ 소리를 빽질러도 제닭처럼 또패누나/ 하지만 남의집에 뛰어들어가/
계집과 싸울수도 없는노릇어쩌나/ 아-아- 울타리를 지게막대로 후려칠밖에/
(17)
아이년 남의닭을 죽일터이냐/ 도끼눈 뜨고다시 호령하니 그제서야/ 울타리 쪼루루루 나오더니만/
내머리 겨누고서 우리닭을 팽개쳐/ 아-아- 더럽구나 에이더러워 더럽다이년/
(18)
더런것 입대끼고 있으라했니/ 망할년 계집애년 해도해도 약이올라/ 그런데 우리암탉 이마빼기에/
물지똥 찍갈겼네 알집터져 또골병/ 아-아-우리암탉 골병들었네 골병들었네/
(19)
이바보 바보녀석 배냇병신아/ 얘너느 아버지가 고자라지 고자라지/ 뭐우리 아버지가 그래고자야/
그럴양 열벙거지 나서고개 홱돌려/ 아-아- 울타리위 점순대가리 보이지않네/
(20)
돌아서 오자하면 아까한욕을/ 울밖에 펏붓는다 점순이가 퍼붓는다/ 이토록 욕먹으며 대거리못해/
그렇게 생각하니 돌부리발 터져도/ 아-아- 두눈에는 분하고분해 눈물솟는다/
(21)
점순이 침해침해 이것뿐아녀/ 사람들 없는틈에 제집수탉 몰고와서/ 우리집 수탉과쌈 붙여놓는다/
제수탉 험상궂게 홰를치고 이기니/ 아-아- 우리수탉 면두며눈깔 피로흐드르/
(22)
어떤때 우리수탉 않나오면은/ 요놈의 계집애가 모이줘서 꾀어내네/ 이때면 나도다른 배차를차려/
하루는 우리수탉 붙들고서 장독가/ 아-아-고추장을 매운고추장 퍼먹이려고/
(23)
쌈닭에 고추장을 퍼먹이면은/ 병든소 뱀을먹고 용쓰는듯 기운뻗쳐/ 고추장 한접시를 주둥아리에/
드밀고 먹였더니 반접시나 먹는다/ 아-아- 기운돌게 홰속가두어 가두어뒀다/
(24)
두엄을 져내고서 닭안고나와/ 점순네 수탉노는 밭에가서 내려놓아/ 두닭은 얼리어서 쌈을하는데/
처음엔 아무보람 없어없어 또쪼여/ 아-아- 날개죽지 푸드푸드득 쪼아도못봐/
(25)
그러나 어쩐일여 펄쩍뛰더니/ 그발톱 눈하비고 내려오며 면두쪼아/ 큰닭도 여기에는 놀라뒤멈씰/
이기회 우리수탉 덤벼들어 또쪼아/ 아-아- 감때사난 점순네수탉 대강이에피/
(26)
알았다 고추장을 먹이면되니/ 속으로 나는나는 쟁그러워 죽죽겠다/ 그때에 울밖보던 점순그눈살/
나는야 신이나서 볼기짝을 두드려/ 아-아- 정말잘해 정말잘한다 머리끝신나/
(27)
그러나 얼마후에 난넋이풀려/ 왜냐면 우리수탉 찔끔하고 막곯는다/ 그러니 점순이가 깔깔거리고/
나는야 우리수탉 잡아들고 집에와/ 아-아- 고추장을 좀더먹일걸 좀더먹일걸/
(28)
고추장 급히먹여 후회가된다/ 장독께 돌아와서 다시턱에 고추장을/ 그런데 흥분해서 먹질않는다/
나는야 할일없이 닭을반듯 눕히고/ 아-아- 그입에다 궐련물부리 물렸다물려/
(29)
그리고 고추장물 그구멍으로/ 닭은좀 괴로운지 킥킥하고 재채기를/ 그러나 당장당장 괴롭보다나/
한두어 종지가량 고추장물 먹이니/아-아- 싱싱하던 우리수탉이 뻐드려지네/
(30)
아버지 볼까봐서 얼른홰넣어/ 그런게 오늘아침 겨우정신 들었구나/ 그런데 점순이년 또쌈붙여놔/
망할년 홰서살짝 내가지고 같구나/ 아-아- 다시닭을 홰에가두고 나무하러가/
(31)
소나무 삭정이를 따며가만히/ 생각해 보니보니 암만해도 고년고년/ 목쟁이 목쟁이를 돌려놓고파/
이번에 내려가면 망할년의 등줄기/ 아-아- 후려쳐야 후려쳐야지 후려쳐야지/
(32)
거지반 내려와서 호드기소리/ 듣고서 발을멈춰 산기슭엔 동백꽃이/ 그틈에 끼어앉아 청승스럽게/
점순이 호드기를 불고불고 있구나/ 아-아- 바위돌틈 노란동백꽃 소보록하니/
(33)
그보다 놀란것은 닭의횃소리/ 필연코 나의약을 올리느라 점순이가/ 내려올 길목에다 쌈을시켰네/
저는야 그앞에서 천연스레 호드기/ 아-아- 약이올라 두눈에서는 불과눈물이/
(34)
나뭇짐 내동댕이 치고달려가/ 막대기 뻗치고서 허둥허둥 달려들어/ 가까이 다가서니 우리수탉이/
피흘려 빈사지경 그런대도 호드기/ 아-아- 치가떨려 고년눈깔이 여우새끼여/
(35)
나는야 달겨들어 나도모르게/ 큰수탉 때려엎어 닭은죽어 닭은죽어/ 점순이 홉뜬눈에 벌렁자빠져/
이놈아 남의닭을 때려죽여 죽이니/ 아-아- 그럼어때 말을하려다 말도못하네/
(36)
이자식 누집닭을 복장떠밀어/ 그바람 벌렁벌렁 또자빠져 또자빠져/ 가만히 생각하니 분해무안해/
또한편 일저질러 땅도집도 떨어져/ 아-아- 비슬비슬 얼김에엉엉 울음을놓아/
(37)
그럼너 이담부터 안그럴테냐/ 비로소 살길찾아 우선눈물 씻고나서/ 알았다 그래그래 무턱한대답/
또다시 그래봐라 내못살게 굴테니/ 아-아- 닭죽은것 염려를마라 안이를테니/
(38)
그리고 뭣에뭣에 떠다밀려나/ 내어깨 짚은채로 그대로퍽 쓰러진다/ 이바람 내몸뚱이 겹쳐쓰러져/
한창펴 퍼드러진 동백꽃속 속으로/ 아-아- 푹푹푹푹 파묻혀버려 파묻혀버려/
(39)
알싸한 동백꽃에 노란동백꽃/ 그냄새 향긋하니 땅이꺼져 땅이꺼져/ 온정신 고만아찔 아찔또아찔/
말마라 그래그래 점순이의 그눈빛/ 아-아- 고만아찔 동백꽃향기 동백꽃향기/
(40)
이년이 어디갔나 바느질하다/ 점순이 겁을먹고 살금살금 산아래로/ 나는야 바위끼고 엉금또엉금/
기어서 산위산위 치뺐구나 치빼어/ 아-아- 우리사랑 노란동백꽃 알싸한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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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건안하시지요....ㅎㅎ